군림천하 7권 검정중원(劍定中原)편 : 1화
제57장. 회자이자(會者離者)
들어온 사람은 허리까지 늘어뜨린 치렁한 흑발에 차분한 표정을 지닌 젊은 여자였다. 유난히 짙은 눈썹과 새하얀 백의가 묘한 대조를 이루어 보는 이의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백의여인은 진산월과 시선이 마주치자 방긋 웃었다. 하나 그 미소는 이내 거두어졌다. 진산월의 얼굴에 나 있는 끔찍한 흉터를 발견한 것이었다. 백의여인은 이내 이정문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된 거죠?”
이정문은 아무 말도 없이 한차례 어깨를 으쓱거렸다. 대신 진산월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오, 정 소저.”
백의여인은 천봉팔선자의 맏이인 백봉 정소소였던 것이다. 정소소가 이곳에 나타난 것은 확실히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소소는 흉터투성이의 진산월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사실 그녀는 이정문에게서 진산월이 부상을 당했다는 말은 들었으나, 그 정도가 이렇게 여기저기에 꿰맨 자국 투성이였고, 왼쪽 뺨은 뼈까지 드러나 있어 그야말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를 응시하는 진산월의 표정은 침착했고, 음성은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정소소도 이내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정소소는 한동안 진산월의 얼굴을 세세히 살폈다. 그녀의 시선이 그의 왼쪽 뺨에 닿았을 때는 한차례 가늘게 떨리기도 했으나, 이내 그녀는 특유의 단정하면서도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한 달 만이에요. 그동안 진 장문인의 신상(身上)에는 적지 않은 일들이 일어난 모양이군요.”
진산월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한 달이라면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짧은 시간도 아니오. 충분히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
“그래요. 하지만 진 장문인에게는…”
정소소는 무어라고 말을 하려다 돌연 이정문을 돌아보았다. 이정문은 그녀가 자신을 쳐다본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하고는 이내 두 사람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두 분은 말씀을 나누시오. 나는 이만 나가 보겠소.”
이정문이 문을 닫고 밖으로 사라지자 잠시 실내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정소소는 침상에서 가까운 의자에 가서 다소곳이 앉았다. 그른 다음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진산월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와 진산월이 소림사의 경내(境內)에서 만난 지 벌써 한 달이 흘렀다. 정소소는 아직도 한 달 전에 보았던 진산월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키가 크고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항상 얼굴에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눈빛은 맑고 깨끗했으며, 비록 뛰어나게 준수하지는 않았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감을 느끼게 하는 특이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태도는 침착하고 차분했으며, 좀처럼 쉽게 경동(驚動)하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무공이 특별히 뛰어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만만하게 상대할 인물은 더더욱 아니었다. 특히 행동거지와 몸짓에서 나이답지 않은 묘한 여유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다시 만난 진산월은 어딘가 달라 보였다. 단순히 얼굴에 흉한 상처가 생기고 낯빛이 창백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눈빛이나 가벼운 동작, 짤막한 음성, 심지어는 몸 전체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달라져 있었다. 정소소는 앞으로 그의 얼굴에서 예전에 보았던 그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영영 볼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마음 한구석에 무언지 모를 아쉬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그 생각을 떨쳐내기라도 하려는 듯 가볍게 머리를 흔들고는 진산월의 얼굴을 주시했다.
“아무래도 진 장문인의 신상에 무언가 가혹한 일이 일어난 모양이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겠어요?”
“운(運)이 나빴다고 해둡시다. 그보다 소저가 나를 찾아온 것은 나에게 무언가 할말이 있기 때문인 듯 한데…”
진산월이 말문을 돌리자 정소소는 그가 그 일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도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었다.
“원래는 내가 찾아오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와서 말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녀를 응시하는 진산월의 눈빛은 무색 투명했다.
“도리라… 무척 부담되는 단어로군. 소저는 내 사매의 일 때문에 나를 찾아왔소?”
진산월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정소소는 내심 움찔했다. 그녀는 알 듯 말 듯한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나는 진 장문인의 사매 일로 이곳에 왔어요.”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정소소의 입에서 그런 대답이 나오자 진산월의 얼굴 표정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하나 이내 그는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사매가 소저들의 도움으로 무사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들었소. 늦게나마 그 점에 대해 감사드리오.”
진산월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포권을 하려 하자 정소소는 급히 그를 제지했다.
“가만 계세요. 인사를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닙니다.”
하나 진산월은 굳이 상반신을 일으켜 그녀를 향해 포권을 했다. 포권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지 그의 이마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으나, 그는 거친 숨조차 내쉬지 않고 정중하게 포권을 한 후 다시 몸을 비스듬히 뉘었다. 진산월의 인사를 받기는 했으나 정소소는 다소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이토록 격식을 차리는 것은 그만큼 정소소와 천봉팔선자에게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反證)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한 거리감을 넘어서서 경계(警戒)이 빛을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다시 몸을 반쯤 누인 진산월은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사매는 잘 있소?”
아마 정소소는 이 말을 할 때의 진산월의 심정이 어떠한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두려움과 걱정, 울분이 교차된 그 복잡하고 형언키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그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하나 겉으로 드러난 진산월의 얼굴은 전혀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기에 총명하고 눈치가 비상한 정소소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임 소저는 무사해요. 하지만 아직 먼 거리를 이동하기에는 수월치 않아서 이곳까지 오지 못했어요.”
진산월은 묵묵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소소는 그의 옆 모습을 힐끔 쳐다보며 말을 계속했다.
“그녀에게는 진 장문인이 부상 중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아직도 그녀는 몸이 성치 않은 데다 의식을 잃고 있는 시간이 많아서 우리도 조심할 수밖에 없어요.”
“…”
“하지만 위급한 고비는 넘겼고, 이대로 별다른 일이 없다면 완치도 가능한 상태로 호전되었어요. 진 장문인께서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만나고 싶겠지만, 당분간은 참아 주셔야 해요. 그게 두 사람 모두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진산월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우두커니 허공의 한 점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소소가 말을 멈추자 그제서야 진산월은 천천히 고개를 떨구어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정소소는 그가 무슨 말이라도 할 줄 알았으나, 진산월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정소소는 그 눈길이 왠지 부담스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지금 모용 공자가 정성껏 치료하고 있으니 조만간에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그녀 스스로 진 장문인을 찾아올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그 말을 듣자 처음으로 진산월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그녀가 모용 공자와 함께 있소?”
정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용 공자가 하루에 두 번씩 본신(本身)의 진원진기(眞元眞氣)를 이용해 그녀를 치료해 주고 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오래 전에 숨이 끊어지고 말았을 거예요.”
진산월의 눈가에 언뜻 어두운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갔다. 아무리 무림(武林)에서 남녀 관계가 자유스럽다 할지라도 남자가 여자를 치료하는 것은 아주 특수한 경우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의원도 아닌 모용봉이 임영옥을 치료한다는 것은 확실히 의외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소소도 그 점을 의식했는지 다시 부연 설명을 했다.
“임 소저가 태음신맥을 타고났다는 것은 알고 계시겠죠? 그런데 구음향을 쏘인 바람에 계속 체내에서 음기가 솟구쳐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치유가 되지 않아요. 그래서 모용 공자께서 천양신공을 그녀의 체내에 주입시켜 음기를 억제하고 있는 거예요.”
“…”
“그녀의 몸이 좀더 회복되어 정식으로 천양신공의 수련에 입문(入門)하게 되면 그녀로서는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를 얻게 될 거예요. 어쩌면 그녀는 최단시일 내에 절저어고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정소소가 말을 할수록 진산월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아 갔다. 정소소는 그의 침울한 표정이 마음에 걸리는지 결국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잠시 장내에는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정소소는 마음속에 묘한 중압감을 느꼈다. 그전에 진산월을 만났을 때는 상대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왠지 그를 대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무공이나 지략, 배경 등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뒤지는 인물임이 분명한데도 무언지 모를 거북함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그때 진산월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용 공자가 사매를 치료하고 있다니 고마운 일이오. 그런데 단지 그 말만을 하기 위해 정 소저가 이곳까지 나를 찾아온 것은 아닌 것 같구려.”
정소소는 진산월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에게서 이상한 거북함과 중압감을 느꼈는지를 깨달았다. 달라진 것은 그의 눈빛이었다. 차갑고 냉정하게 가라앉은 눈. 그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진산월의 눈과는 너무도 다른 것이었다. 정소소는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쉴 뻔했다. 청운(靑雲)의 꿈을 품고 강호에 나온 한 젊은이가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세상의 풍파를 몸소 겪고 그 무정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도 강호인(江湖人)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리라. 강호인이란 원래 그러한 무정함 속에서 살아가는 족속들이니까. 한순간 정소소의 마음속에 갈등이 떠올랐다. 진산월에게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졌던 것이다. 하나 결국 그녀는 입을 열고야 말았다. 언젠가 알게 될 일이라면 자신의 입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이 가장 나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사실은 이번에 모용 공자가 구궁보로 돌아갈 때 임 소저도 동행하기로 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임 소저는 구궁보의 사람이 되기로 한 거지요.”
진산월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처음의 자세 그대로 꼼짝도 않고
있었다. 표정도 변하지 않았고, 눈빛조차 그대로였다. 정소소는 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말을 계속했다.
“모용 공자가 그녀를 치료한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미봉책(彌縫策)일 뿐이고, 보다 근본적으로 그녀가 완치되기 위해서는 천양신공을 익혀야 해요. 그런데 천양신공은 오직 구궁보의 사람만이 익힐 수가 있어요. 외인(外人)은 절대로 그 신공을 전수(傳受) 받을 수 없죠.”
“…”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진 장문인도 짐작하고 계시겠죠. 임 소저는 앞으로 영원히 종남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
그녀는 말을 멈추고 진산월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크게 격동하거나 울분에 차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하나 인간의 내면(內面)이란 그렇게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아주 사소한 반응이라도 보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고함을 지르거나, 화를 내거나, 아니면 절망에 찬 신음을 내지를지라도 그녀는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위로의 말을 던져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진산월의 반응은 전혀 뜻밖이었다. 그는 단지 짤막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나는 사매를 만나고 싶소.”
정소는 그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듯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나 그녀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장막에 가려진 듯 담담한 그의 눈빛뿐이었다. 아무리 영민한 그려라도 그런 눈에서는 어떠한 감정의 변화도 읽어낼 수 없었다. 정소소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별로 현명한 생각이 아닌 것 같군요.”
진산월은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왜 그렇소?”
“그녀가 구궁보의 사람이 되기로 한 것은 그녀 자신의 결단에서였어요. 절대 누가 강권한 것은 아니란 말이지요. 그녀가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가장 마음에 걸렸던 사람은 아마 진 장문인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제 진 장문인이 그녀를 찾아간다면 간신히 마음을 안정시킨 그녀에게 번민(煩悶)만 전해 줄 뿐이에요.”
그녀의 음성에는 어느 정도 절실한 빛이 담겨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는 무엇보다도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해요. 그러니 그녀 스스로 진 장문인을 찾아올 때까지 진 장문인은 참고 기다려 줘야 해요. 그것이 진정으로 그녀를 위하는 길이에요.”
정소소는 강호에서 명성이 높은 천봉팔선자 중의 첫째였다. 그녀의 신분으로 남에게 이토록 간곡한 말을 한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진산월은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나는 그녀를 만나야겠소.”
정소소는 돌연 나직하게 웃었다.
“호호… 내가 거짓말이라도 했을까 봐 그녀에게서 보다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그녀를 만나기만 하면 그녀의 마음을 돌리게 할 자신이라도 있다는 건가요?”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지만, 말투 속에는 은근한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진산월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정 소저가 허언(虛言)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소. 그리고 내가 그녀를 만나려고 하는 건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가 아니오.”
“그럼 왜 굳이 그녀를 만나려고 하는 거죠?”
“나는 단지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헤어지기에는 그녀와 나 사이의 세월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을 뿐이오. 그녀와 나, 그녀와 종남파는 남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질긴 인연(因緣)으로 묶여 있소.”
이번에는 정소소가 입을 다물고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가 구궁보로 가고 싶다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 틀림없이 절실한 이유가 있을 거요. 나도 그것을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소. 나는 오히려 그녀의 마음에 작은 미련이나 번민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떨어내 주고 싶소. 그래서 그녀를 만나려고 하는 거요.”
정소소의 얼굴에 떠올랐던 약간은 냉소적인 미소는 어느새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진산월을 응시하더니 뜻밖에도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휴우…… 진 장문인의 마음은 이해하겠어요. 하지만 임 소저를 만나는 건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할 거예요. 더구나……”
그녀의 시선이 진산월의 흉터투성이 왼쪽 뺨으로 향했다.
“진 장문인의 부상이 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가뜩이나 몸이 허약해진 그녀가 더욱 충격을 받을까 봐 걱정되는군요.”
진산월의 음성은 어디까지나 차분했다.
“그녀를 놀라지 않게 하겠소.”
그가 사정을 하거나 화를 냈다면 정소소도 거절하기가 쉬웠을 텐데, 지금처럼 담담한 모습을 보이자 더욱 거절의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진산월은 그녀의 얼굴에 갈등의 빛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녀도 내가 찾아오는 것을 바라고 있을 거요.”
마침내 정소소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녀에게 의사를 물어보지요. 하지만 그녀가 진 장문인을 만나지 않겠다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어요.”
“그때는 나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겠소.”
정소소는 잠시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더니 조금 전보다는 한결 밝아진 얼굴로 진산월을 쳐다보았다.
“어쨌든 진 장문인이 무사한 것을 보니 나도 마음이 놓이는군요. 그동안 진 장문인은 우리에게 서운함을 느꼈을지 몰라도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답니다.”
“서운함이라니…… 그런 건 없소. 다만 몇 가지 알고 싶은 게 있는데 말해 줄 수 있겠소?”
“내가 답해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말씀드리죠.”
정소소는 진산월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할까 봐 미리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하나 그것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모용 공자와 야율척의 싸움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 줄 수 있겠소?”
정소소는 그의 물음이 다소 뜻밖이었는지 고운 눈을 살짝 치켜 떴다.
“두 사람의 싸움에 대해서는 저도 직접 본 게 아니라 자세히 알지는 못해요. 단지 두 사람이 삼백 초(招) 가량 싸웠고, 그 직후 야율척이 모용 공자에게 삼년 후에 다시 겨룰 것을 제안했다고 하는 말을 들었어요.”
“야율척이 먼저 그런 제의를 했단 말이오?”
“그래요. 사실 그 싸움은 모용 공자가 약간 밀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야율척은 모용 공자의 나이가 자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을 알고, 그에게 삼년의 기회를 준 거지요. 삼년 후라면 자신과 진정한 자웅(雌雄)을 겨룰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모양이에요.”
진산월은 잠시 침음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궁금했던 점도 바로 그것이오. 나는 모용 공자가 야율척과 평수(平手)를 이루었다는 말을 듣고 진정으로 그들이 승부를 가리지 못했는지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소. 야율척의 나이와 경험으로 보아 모용 공자가 그와 비슷한 수준이라 하더라도 승부에서는 다소 뒤질 거라고 생각했던 거요. 그런데 이제 정 소저의 말씀을 듣고 나니 야율척이 사정을 봐준 것임을 알겠군.”
사정을 봐주었다는 말이 조금 마음에 걸렸는지 정소소는 즉시 입을 열었다.
“모용 공자가 야율척보다 반수 가량 뒤진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모용 공자는 최근에 새로운 신공절학(神功絶學)을 익히고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만일 두 사람이 목숨을 내놓고 싸웠다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거예요.”
진산월은 모용봉이 최근에 익히기 시작했다는 신공절학이 무엇인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모용봉은 모용단죽에게서 오랜 기간 동안 체계적인 수련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야율척과의 대전을 앞두고 갑자기 새로운 무공을 전수 받았을 리는 없으니, 어디선가 무공비급이라도 입수한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무공비급은 야율척과의 대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시간을 내어 익히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지닌 것임이 분명할 것이다. 진산월은 자신과 그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같아 왠지 울적한 생각이 들었다. 진산월은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리려는 듯 한차례 가볍게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정소소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운자추의 최근의 행적을 알고 있소?”
정소소는 화제가 운자추에게로 돌아가자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그녀는 진산월 앞에서 모용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별로 내켜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녀는 한결 홀가분해진 음성으로 말했다.
“동광사에서 낭패를 당한 후 운자추의 행동은 한결 은밀해졌어요. 그는 거듭 두 번의 실패를 모두 진 장문인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설욕할 기회를 노리고 있어요. 그러니 진 장문인은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셔야 할 거예요.”
“…”
“사실 그가 이번에 쾌의당에 청부를 하면서 내건 조건은 무림맹의 이동 경로를 그린 지도였어요.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림맹 내에서 그에 대한 처벌을 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어 운문세가가 곤란에 빠지게 되었어요. 운문세가에서는 운자추의 일은 전혀 모르는 사항이라고 발뼘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무림인은 거의 없어요. 문제는 누구도 선뜻 나서서 운자추나 운문세가에 책임을 추궁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은 누구나가 꺼려하는 일이오.”
“그래요. 하지만 그 때문에 운자추의 입지(立地)가 극도로 좁아진 것도 사실이에요. 그는 지금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조용히 있지만, 조만간 진 장문인 앞에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진산월은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거야말로 내가 바라던 바지.”
정소소의 시선이 화살처럼 그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진산월의 의중을 탐색하려는 듯 그의 얼굴 표정을 한참 동안이나 주시했으나 진산월의 얼굴은 여전히 가면을 씌운 듯 무표정해서 겉으로 보아서는 그의 기분이 어떤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정소소는 알 듯 모를 듯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진 장문인이 그에게 사매의 복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그의 무공은 진 장문인으로서는 감당해 낼 수 없어요. 게다가 지금은 진 장문인의 몸도 정상이 아니니 우선은 그의 흉수를 피해 종남산으로 안전하게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예요. 청산(靑山)이 있는 한 땔감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처럼 그에 대한 복수를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진산월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정소소는 그것이 자신의 말을 수긍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그냥 무의식적인 행동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진산월은 운자추의 방문을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식으로든 그와 결판을 내려 한다는 것이었다. 임영옥이 그런 일을 당한 것이 사실은 운자추가 그녀를 납치하려 했기 때문임을 생각해 본다면 진산월의 그런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운자추가 조만간에 진산월을 찾아오리라는 자신의 짐작이 틀리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정소소는 삼 일 안으로 연락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그녀가 떠나기 전, 진산월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이야말로 그가 진정으로 알고 싶어했던 것이었다.
“사매는 지금 어디에 있소?”
진산월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이번에는 정소소도 그의 마음속에 간절함을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대답은 진산월이 예상한 대로였다.
“그녀가 진 장문인을 만나겠다고 하면 따로 사람을 보내겠어요. 그렇지 않다면…… 굳이 진 장문인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겠죠.”
진산월이 침상에서 일어난 것은 정소소가 떠난 지 이틀 후였다. 그동안 그는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으며, 노방이 주는 온갖 약도 빠짐없이 복용했다. 정소소의 연락을 기다리는 진산월의 마음은 한없이 초조했으나, 지금의 그로서는 자신의 몸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날 저녁, 진산월이 얼굴에 매고 있는 붕대를 풀고 재생고를 바르고 있을 때였다. 방문이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안으로 들어왔다.
“장문사형……”
거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토하며 자신에게 달려들 듯 다가온 인영을 본 진산월의 얼굴에 모처럼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유난히 붉게 상기된 얼굴에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진산월을 끌어안은 그 인영은 다름아닌 낙일방이었다. 낙일방의 뒤에는 응계성과 동중산, 그리고 상원건이 따르고 있었다. 진산월은 자신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는 낙일방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피식 웃었다.
“녀석, 어리광은 여전하구나. 다친 곳은 없느냐?”
“전 괜찮아요. 그보다 장문사형이……”
낙일방은 상처투성이의 진산월을 보고는 크게 충격을 받은 듯 가뜩이나 붉어진 얼굴이 금세 눈물 범벅이 되었다.
“소문은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라고는……”
낙일방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나직하게 흐느꼈다. 낙일방의 뒤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응계성의 얼굴도 침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상시라면 사내자식이 계집애처럼 울고 있다고 낙일방을 혼냈겠지만, 지금은 그저 묵묵히 진산월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진산월은 사제(師弟)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 무거운 짐을 던 듯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낙일방과 응계성의 표정이 너무 침울한 것을 본 진산월은 이내 빙긋 웃으며 두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이렇게 청승 떠는 모습을 보니 다들 별탈 없이 건강한 모양이구나. 겉모습은 이래도 나는 아직 멀쩡하니 초상이라도 치른 사람 같은 표정들은 그만 거두도록 해라.”
이어 그는 낙일방의 뒤에 서 있는 상원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원건을 쳐다보고만 있더니 간신히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상 대협께서 못난 제 사제들을 잘 돌보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진산월이 더할 나위 없이 정중하게 포권을 하자 상원건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손을 흔들었다.
“돌보다니 당치 않소. 오히려 내가 진 장문인의 사제들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았소.”
진산월은 상원건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상원건은 종남파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이였다. 그저 우연히 강호에서 마주쳤을 뿐인데, 상원건은 자신과 심지어는 딸의 안전도 돌보지 않고 종남파의 고수들을 위해서 힘을 써 왔던 것이다. 상원건은 진산월의 그런 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기에 내심 쑥스러움을 느끼고 동중산에게 공(功)을 넘겼다.
“사실 이번에 몇 번의 위기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동 형이 커다란 힘이 되어 주었소.”
동중산은 진산월의 부상이 의외로 심각한 것에 놀라 멍하니 그를 보고 있다가 상원건의 말에 깜짝 놀라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무슨 힘이 되었겠습니까? 모두 상 대협과 두 분 사숙의 덕분입니다.”
진산월은 담담한 눈으로 동중산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간단한 한마디만을 중얼거리듯 말하고는 고개를 돌리는 것이었다.
“수고했다.”
일견 동중산을 무시하는 것 같은 행동이었으나, 동중산은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개운해졌다. 만약 진산월이 그에게 과분한 칭찬을 했거나 상투적인 인사치레를 했다면 동중산은 오히려 서운함을 느꼈을지도 몰랐다. 하나 진산월은 일문(一門)의 제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을 뿐이다. 그것은 곧 진산월이 그를 엄연한 종남파의 제자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자 동중산은 마음 한구석에서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감회가 치밀어 올랐다. 동중산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 여섯. 결코 많은 나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워낙 어렸을 때부터 강호에서 행도(行道) 하였는지라 그 경험은 누구보다도 풍부했다. 그동안 그는 자신의 모자라는 무공 실력을 약삭빠른 기지와 노련한 경험으로 보완하며 나름대로 상당한 명성을 쌓아왔다. 누구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없었으며, 절대로 남을 믿지 않았고, 남에게 의지하지도 않았다. 철저히 혼자서만 활동했고, 살아 남기 위해서 남들보다 몇 배나 머리를 써야만 했다.
그가 그나마 신법(身法)에 상당한 조예를 가지게 된 것도 어떤 상황에서든 빠른 몸놀림만이 생존의 필수조건임을 일찌감치 터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우연치 않은 일로 종남파의 문하로 들어온 지도 벌써 두 달이 흘렀다. 처음에는 단순히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로 생각했던 종남파에 본격적으로 몸담을 생각을 한 것은 불과 한 달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비로소 종남파의 장문인에게 문하제자다운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철저히 혼자였던 자신이 드디어 한 문파의 소속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무언지 모를 씁쓸함과 충족감이 뒤범벅이 되어 가슴속을 흔들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벌어진 이 모든 변화가 진산월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보는 견지에서 진산월은 자신이 만났던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난 장문인 감이었다. 무공이 부족하고 인맥(人脈)이 거의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장문인상(掌門人像)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진산월이 가진 그 두 가지 단점이 너무나 커서 단시간에는 도저히 나아질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 강호에서 단시일 내에 절정고수가 되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절세(絶世)의 기연(奇緣)이라도 얻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연은 말 그대로 기연일 뿐, 절대로 보통 사람에게는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게다가 인맥이란 하루아침에 쌓아질 수 없는 것이었다. 당장 종남파가 위기에 처한다 할지라도 선뜻 나서서 종남파를 위해 힘을 빌려 줄 사람을 찾기란 거의 힘든 게 현실이었다.
그런데도 동중산은 진산월에게 자신의 미래를 걸었다. 그의 대담함과 통찰력, 그리고 지혜라면 누구도 해내지 못할 일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단지 동중산이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 일지 모른다. 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동중산은 진산월이란 한 개인에게 호감을 느꼈고, 그에게 의지하고픈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주위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믿고 의지하게 만드는 그 힘이야 말로 진산월의 가장 큰 무기일지도 몰랐다. 이제 진산월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얼굴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진산월이 서장무림의 최고두뇌인 단목초를 암습하다 부상을 당했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직접 만나보니 그 부상은 상상을 초월하는 극심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진산월에게는 여전히 믿음직한 구석이 느껴졌다. 그런 중상을 입고도 얼굴의 흉터 따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점도 그러했고, 특히 깊게 가라앉은 눈빛과 차분한 행동거지가 더할 나위 없이 듬직하게 느껴졌다. 금시라도 울음보를 터뜨릴 듯하던 낙일방이 곧 마음을 가라앉힌 것도, 험악한 표정으로 기물이라도 때려부술 것 같았던 응계성이 이내 평상시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이번 일은 진산월이나 종남파의 고수들 모두에게 커다란 시련이 되었지만, 그 시련을 겪고 난 그들은 한결 성장되어 있을 것이다. 동중산은 그러한 시련이 그들을 더욱 단련시켜 종남파의 부흥(復興)을 앞당기는 초석(礎石)이 되길 진정으로 바랐다. 그렇지 않는다면 종남파가 멸망하는 것은 오직 시간 문제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진산월의 방에 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 사람은 엄쌍쌍이었다. 진산월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그녀를 맞았다.
“나를 데리러 왔소?”
그녀가 그렇다고 하자 진산월은 다시 물었다.
“사매는 어디 있소?”
엄쌍쌍은 조용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여기에서 백 리쯤 떨어진 당가타(唐家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