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100화
코볼드들은 인간보다 신장이 많이 작은 편입니다. 날붙이를 휘두르며 서로의 용력을 겨루는 고대의 전투에서 그것은 약점이었지만 현대전에서 그런 단신은 중대한 이점을 제공하지요. 그들은 몸을 숙이는 것만으로 인간들이 앉아서 쏘는 것과 가까운 피탄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돌격하 는 속도로 달릴 수 있지요. 벌레떼와 망령 비행기의 공격 때문에 공황 상태에 빠져 있던 인간들은 대지를 뒤덮으며 몰아쳐오는 그 살의의 노도를 제 대로 저지할 수 없었습니다. 코볼드들은 괴성을 지르며 토벌군 병사들에게 들이닥쳤습니다.
솔베스 코볼드들의 수류탄 사용법이야 이미 악명이 높은 것이었지요. 그들은 수류탄이 아니라 점화끈을 집어던졌습니다. 악의 어린 농담처럼 들리 지만 토벌군 병사들에겐 절대로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코볼드들은 맹수처럼 대검을 휘두르다가 조금이라도 포위되었다 싶으면 주저 없이 그 ‘점화끈 던지기’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면 코볼드와 함께 주위의 병사들이 모두 순식간에 핏덩이로 바뀌었지요.
코볼드들이 위를 쳐다보지 않았기에 높은 바위 위에 있는 왕은 발각되지 않았습니다. 코볼드들의 후미가 지나간 후 왕은 몸을 들어 전선 쪽을 보았 습니다. 그는 숨막히는 소리를 냈어요. 아름답게 묘사하면 산들바람이 민들레 들판에 불어 닥쳐 민들레 씨가 순차적으로 화악 날아오르는 것 같았죠. 눈이 뒤집힌 코볼드의 파도를 산들바람으로, 날아오르는 사람들의 팔다리와 내장 따위를 민들레 씨로 여길 수 있다면 말입니다. 왕은 현기증을 느끼 다가 드래곤 레이디를 찾았습니다.
분명히 이쪽 세상은 아닌 듯한 세계를 떠돌던 왕의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왕은 몇 번이나 눈을 껌뻑거렸지요.
드래곤 레이디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고 있었습니다.
아일페사스가 입은 타격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적 앞에 무릎을 꿇고 도망도 치지 못하는 그녀를 비웃으려면 우선 공중에서 비행기 몇 대에 박치기를 한 다음 천 큐빗 높이에서 떨어진 후에 오세요. 아일페사스가 칼자루로 왕을 때리는 묘기를 부린 것은 왕으로 하여금 칼싸움을 주저하게 만 들기 위해서죠. 그녀는 칼싸움을 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녀가 벌레떼와 망령 비행기를 없앤 것은 코볼드들이 돌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더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드래곤 레이디는 탈출하기 위한 마법을 일깨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통증 때문에 마법은 실패했고 그러자 실패의 타격이 이미 곤죽이 된 그녀를 후려 갈겼습니다. 아일페사스는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뺨을 땅에 댄 채 아일페사스는 피거품이 뒤섞인 날숨을 내쉬었습니다.
무엇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머리를 비튼 아일페사스는 왕의 두 발을 보았습니다. 그 이상 높은 곳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아일페사스 는 공포보다는 분노를 느꼈어요. ‘루트에리노도 드래곤 로드를 죽이지는 못했는데.’
왕은 검을 들어올렸습니다.
곧바로 내려치지는 못했습니다. 왕은 갈등을 느꼈거든요. 드래곤 레이디를 살려주면, 그래서 그녀에게 빚을 지게 한다면 시에프리너를 죽인 후에도 드래곤들의 보복을 피할 길이 생기지 않을까요? 하지만 왕은 생각을 고쳤습니다. 드래곤 레이디는 드래곤들의 지배자가 아닙니다. 그녀의 호언장담 에도 불구하고 어떤 드래곤도 시에프리너를 도우려 하지 않았지요. 그녀가 다른 드래곤들에게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는 믿을 수 없었습 니다. 아군으로 삼으려 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러기엔 너무도 위험한 아군입니다.
왕은 결정을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