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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102화


왕은 경악했습니다. 위대한 고대 마법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들었고 조금 전엔 그것이 토벌군을 공격하는 것도 보았지만, 왕에겐 눈앞에 있던 세 여자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이 더 충격적이었지요. 당혹에서 빠져나오느라 왕은 한참 후에야 그들이 나눴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지요.

왕은 동굴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그 안으로 사라진 것이 분명했습니다. 왕은 혼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을 돌아보았습니다. 그 쪽으로 가야할까요? 어쨌든 최고 지휘관이 있어야 할 곳은 전장 근처겠지요. 하지만 왕은 시에프리너를 공격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그건 기회라고 할 수 있지요. 이제 시에프리너의 레어에 코볼드들은 없을 겁니다. 그 상태에서 시에프리너를 공격할 수 있는 병력은 왕 자신뿐이었지요.

결심을 굳힌 왕은 권총을 뽑아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늑대 한 마리 상대하기도 힘들 겁니다. 왕은 부러진 그의 칼을 안타깝게 바라보았습니 다. 그때 그의 눈에 다른 칼이 보였어요.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은 아일페사스의 검이었습니다. 이루릴에게 부축당한 채 급하게 떠나느라 아일페사스는 그것을 가져갈 수 없었지요. 왕은 드 래곤 레이디의 검이니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것에 다가갔습니다. 그건 참 기묘하게 생긴 검이었지요. 칼날은 검정색이었고 검신 중심부 는 흰색이었습니다. 그 기이한 생김새에 경계심을 품은 왕은 조심스럽게, 여차하면 집어던질 작정을 한 채 그것을 집어들었습니다.

‘길시언?’

왕은 애초의 각오와 달리 검을 더 세게 움켜쥐며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뭔가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 요. 아무래도 여성의 것인 듯한 그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았거든요.

‘아니군. 오랫동안 아일페사스랑 있었더니 인간은 다 길시언으로 느껴지는 건가. 나도 다 녹슬었군.’

“……누구냐. 어디 있는 거지?”

‘자기 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 바보로군. 길시언 닮았다고 해도 되겠네.’

왕은 검고 흰 칼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는 눈을 크게 떴지요.

“말하는 검? 솔로처의 검처럼?”

‘우리 아빠는 칼질 못 했는데. 아. 솔로처가 만든 칼이라는 뜻이야? 그럼 그건 내 이야기네. 하지만 나는 솔로처의 검이 아니라 프림 블레이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

왕은 부러진 자신의 칼을 보고 다시 손에 쥔 칼을 보았습니다. 그는 멍청하게 굴진 않았어요.

“네가 진짜군.”

‘가짜도 봤나 보지? 좋은 정보 알려줘서 고맙긴 한데 말이야, 일반적으로 입술에 대한 대답은 입술이고 자기 소개에 대한 대답은 자기 소개거든?” “어, 나는 바이서스의 국왕이다.”

‘그래? 길시언의 혈족이겠군. 내 감이 나쁘진 않았네. 왕이라고? 그건 길시언이랑 다르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차이가 사라지며 똑같아질 거야. 예쁜 해골이 되겠지.’

왕은 그 표현에 담겨 있는 신랄함에 놀랐어요. 하지만 프림 블레이드는 곧 칼처럼 냉정하게 말했죠.

‘지금 당장 그렇게 되고 싶지 않으면 빨리 나를 드래곤 레이디한테 돌려주는 것이 좋을 거야. 어떻게 나를 손에 넣은 거니?”

“드래곤 레이디가 너를 잠시 잃었어. 그래서 내가 주웠고, 이봐. 만약 내가 이런 행운을 이용해서 드래곤 레이디나 다른 드래곤을 죽이려 한다면 너 는 어떻게 할 건가. 방해할 거야?”

‘어머. 습기와 염분과 만용 부리는 얼간이는 칼한테 해로운데, 마음대로 해. 그것도 빨리 돌아가는 방법일 테니까.’

왕의 희열은 그 정도에 기가 꺾이진 않았습니다. 어제 예언자에게 들은 예언이 거의 실현되려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는 어쨌든 드래곤 레이디를 물 리쳤습니다. 바위벽도 어쨌든 뚫렸지요. 시에프리너를 죽이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에게 진짜 솔로처의 검이 주어졌지요. 마치 마법처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왕은 가짜 마법검을 들고 시에프리너에게 뛰어갔겠지요. 기묘하고도 놀라운 우연에 의해 예언이 적중하는 것에 감탄하며 왕은 바이크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물론 감탄은 길지 않았지요. 예언자에 따르면 바이서스는 파멸하니까요. 그 생각을 떠올린 왕은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알 수 없었어요. 그는 입술을 깨물며 바이크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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