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103화
시에프리너는 모든 것을 저주했습니다. 어미가 자신과 자식 외의 모든 것을 경계하는 것은 일종의 본능이지요. 그런 본능이 드래곤의 성격과 결합하 고 고약한 상황에 의해 부풀려져 시에프리너는 벼락을 호흡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 시에프리너 앞에 엘프 두 명과 인간 한 명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시에프리너는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벼락을 내뿜었습니다. 그걸 보고 피할 수 는 없었겠지요. 하지만 이루릴은 그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에프리너가 벼락을 내뿜기 직전에 주위를 돌렸습니다.’
세 여인은 털로 뒤덮인 들판에 서게 되었습니다.
예언자가 긴 시간 머물던 바로 그곳이었지요. 이루릴의 재빠른 대응 덕분에 왕지네는 정문 앞에서 바로 그곳으로 왔다고 느낄 정도였어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이루릴은 조심스럽게 아일페사스를 내려놓았습니다. 아일페사스는 주위를 흘깃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죠.
“그래. 여기가 있었군. 알을 놔두고 여기로 따라오지는 않겠지. 그런데 시에프리너가 여길 없앴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없애려고 했으면 내 도움이 필요했겠지요. 나와 함께 만든 곳이니까요.”
“함께? 그녀의 레어인데?”
“예언자에게 좋은 감정이 없는 그녀에게 일임하면 그에게 해로운 환경이 될까 걱정됐어요. 그래서 내가 좀 무리하게 끼어들었죠. 그 때문에 시에프 리너는, 설령 알을 잠시 떠날 각오를 한다 해도 여기에 올 수는 없어요.”
왕지네는 예언자라는 말에 놀라 눈을 크게 떴어요. 이루릴은 가까운 곳에 있는 꽃을 물 잔으로 바꿔 아일페사스에게 건넸어요. 그것을 마신 아일페 사스의 모습에 약간의 활기가 돌아왔습니다.
이루릴은 자신들이 어디 있는지 왕지네에게 간략히 설명했습니다. 괴상한 주변 풍경에 넋이 빠져 있던 왕지네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지만 되묻지는 않았어요. 분위기가 다급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나는 가서 왕비를 저지해야 해요. 그러니 당신이 펫시를 보살펴줘요. 여기는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들어서 알겠지만 시에프리너도 여기에 올 순 없어요.”
“잠깐만! 당신 말대로면, 시에프리너는 밖에서 당신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지!”
시에프리너의 노성이 하늘에서 울려퍼졌습니다. 기겁한 왕지네가 주저앉았고 아일페사스는 미간을 찡그렸습니다. 이루릴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습 니다.
“들어오진 못해도 목소리는 오갈 수 있어요.”
“거기서 아무도 나오지 마! 나오면 가만두지 않겠다! 아무도 안 돼!”
아일페사스가 화를 내며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녀를 말리며 이루릴이 말했어요.
“시에프리너. 들어서 알겠지만 왕비가 그림자 지우개를 가지고 코볼드 통로 쪽으로 오고 있어요. 내가 가서 그녀에게서 그림자 지우개를 회수할게 요. 당신은 그 통로에 들어갈 수도 없잖아요.”
이루릴의 합리적인 제안에 대한 시에프리너의 회답은 그리 고무적인 것이 못되었습니다.
“아무도 안 돼!”
아일페사스가 이를 갈았습니다.
“틀렸어. 제정신이 아니야. 사실 당신이나 예언자는 정말 관대한 대접을 받았던 거지. 임신한 드래곤 근처에 있을 수 있었던 건 유사 이래 당신들 둘 뿐이었어. 이젠 알을 품은 드래곤이야. 자식을 보호하고 있는 건 얇은 껍데기뿐이지. 아무도 용납하지 않을걸.”
“제발………… 시에프리너. 코볼드들은 다 바깥에서 싸우고 있어요. 우리마저 여기에 갇혀 있게 되면 누가 당신을 도와주죠?”
“아무도 필요 없어!”
아일페사스가 서늘하게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