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154화


“그의 어머니는 가장 높이 날 것이다. 그의 누이는 가장 뜨거운 불을 뿜을 것이다. 그의 딸은 천 년 동안 세계를 제패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바이서 스를 파멸시킬 것이다.”

“응. 그 예언에서 말하는 그 말인데, 혹시 왕자 아닐까? 시에프리너의 양자인 셈이니까 왕자는 가장 높이 나는 여인의 아들인 셈이지. 그리고 왕자는 바이서스를 파멸시켰어. 바이서스 왕가 말이야. 왕비의 주장이 맞다면 왕자는 루트에리노 바이서스의 후예가 아니잖아. 그러니 바이서스 왕가는 시 에프리너의 레어에서 죽은 마지막 왕을 끝으로 사실상 끝장난 거지. 그리고 만약 그의 딸이라는 것이 나라로서의 바이서스를 가리킨다면………… 모국이 니 하면서 국가는 흔히 여성형으로 불리잖아. 그렇다면…

“앞으로 천 년 동안 바이서스가 세상을 제패한단 말이군요. 드래곤 라자의 혈통이 부활함으로써.”

“그래 맞아 들어가는 것 같지 않아? 그렇다면 가장 뜨거운 불을 뿜는다는 누이는 누구지?”

“깨진 알.”

“뭐?”

“예언 때문에 시에프리너를 포함하여 모두들 그 알이 아들이 될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예언에서 말하는 그가 왕자라면 그 알은 딸이 될 예정이었을 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태어나지 못했던 시에프리너의 딸은 왕자의 누이인 셈이지요. 토벌군과 이라무스를 불태워버린 화염 폭풍의 원인이 된.”

“…………정말 놀랍군. 끼워 맞추는 식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식일지도 모르죠.”

“그 예언을 한 자가 누구지?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알아봤어요.”

“그래? 누구야?”

“모르겠어요. 아무도 그 예언을 한 예언자가 누군지 몰라요. 어떤 방향으로 수색하든 항상 자기 친구가 친구에게 들었다는 식이에요.”

“사람들 사이를 떠도는 이야기란 것이 그렇지.”

“프로타이스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더군요.”

“춤추는 성좌가 쉽게 받아들이는 것도 있어?”

“프로타이스하고 잠깐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그러더군요. 하나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두 자식 모두 아버지가 없다는 건 도저히 못 받아 들이겠다고.”

“두 자식?”

“왕자도, 예언도 아버지가 없어요. 왕자는 왕비 혼자 낳았고 예언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 모두 들었어요.”

“허. 그러고 보니 그렇군. 킥.”

“펫시?”

“아, 좀 어울리지 않겠지만, 내게 있어 가장 놀라운 일은 그거였어. 나와 프로타이스의 마음이 맞았다는 것. 옛날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그 런데 한 번 그랬더니 계속 그러는군. 내가 그 녀석 말에 동의하다니.”

“그때는 잘했어요. 시에프리너에게 할 일을 강요한 것. 싫어하는 것이었으니 더 좋았지요.”

“나도 나이는 먹었으니까. 당신보다는 연하지만.”

“예. 그럼 이만.”

“설마 삐친 거야?”

“아뇨. 몇 년, 아니면 몇 십 년 정도 바쁠 것 같아요. 당신한테도 들르기 어려울 거예요.”

“뭣 때문에?”

“괴수 사냥이지요. 바이서스 인들의 논밭을 습격하고 배를 침몰시키는 괴수들을 퇴치하려고요.”

“아아. 역시 영원한 모험가. 또 기일을 기억하게 될 자들을 모아 패거리를 만들 거야? 그리고 그들과 함께 높은 산과 깊은 숲, 끝없는 바다를 누비며 괴수들을 상대로 목숨을 건 모험을 할 건가?”

“예. 그게 모험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가장 오래 부는 바람이군. 당신을 그렇게 부른 것이 누구였지?”

“기억이 안 나는군요. 들었던 말 같은데, 친구들이 많았어요.”

“많았지.”

“예.”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