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7화


“그 자는 조만간 예언을 하게 될 거야. 그때 반대한 것을 후회하지 않아?”

“후회하지 않아요.”

“그러면 내가 지금 당장 바이서스로 가서 그 자가 예언을 하기 전에 그 목을 꺾어놓겠다면?”

“그때 반대한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 반대하겠어요. 아직 하지 않은 일 때문에 살해당하는 것은 부당해요.”

“그렇게 대답할 거라 생각했지.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예언자를 방면하라고 왕비에게 정중하게 요청해요. 어딜 봐도 불법 감금이잖아요.”

“당신의 고결함을 찬양해야 할지 힐난해야 할지 모르겠군. 왕비가 거절하면? 무력을 행사할까? 바이서스 사람을 몇 천 명쯤 죽일까? 아니면 춤추는 성좌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바이서스를 건드리지 말라고 할까?”

“정당한 요청이니 왕비가 승낙할 수도 있죠.”

“정당성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그렇게 붙잡아서 고문할지 의심스럽군. 왕비가 승낙한다면 그건 내가 두려워서겠지. 하지만 그 경우 왕비나 다른 사람들은 내가 왜 예언자에게 신경을 쓰는지 궁금해 하겠지. 예언자 자신도 궁금할걸. 그때야말로 기필코 예언이 시도될 것 같지 않아?” “강력한 응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예언자가 더욱 분발하여 자기 신조를 지킬 수도 있지요.”

“그리고 내가 예언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자들이 더 큰 열정으로 예언자를 들볶을 수도 있지.”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예언자를 죽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야. 하지만 당신은 반대하겠지.”

“반대해요.”

“할 수 없군. 그를 구출하도록 하지.”

“구출이오?”

“내가 나설 순 없으니 당신이 가는 것이 좋겠어. 가서 예언자를 구할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찾아내. 아, 불법 감금에 분노하는 의로운 사람은 안 돼. 그 역할은 당신 것이야. 원래 그런 성격이니까 어렵진 않겠네. 당신이 찾아내야 하는 건 예언자의 가족이나 친구, 연인 같은 사람이야. 그런 사람 을 내세워서 예언자를 구출하도록 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그런 역할 있잖아. 별 보답도 바라지 않으면서 괜히 주인공을 도와주는, 자기 앞 가림도 못하는 바보가 아닌가 싶은 조역………… 아냐! 당신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야. 그러니까…………”

“솔로처.”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레이디 케이트의 연인을 구하기 위해 싸운 무지개의 솔로처.”

“아, 그래! 솔로처. 그게 당신 역할이야. 이해가 돼? 이런. 내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있군. 당신이 나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군. 그런 사람이 되어 서 감옥을 부수고 예언자를 빼내.”

“꼭 그런 모험소설 같은 일을 해야 하나요? 그냥 왕비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들을 포섭해서 그의 구명을 도모하는 것이 나을 텐데요. 괜 히 사람을 도망자로 만들 필요는 없어요.”

“재미가 없잖아.”

“다른 사람 인생을 장난감으로 삼으면 못써요.”

“재미는 둘째 치고, 아까 말했던 것 기억하지? 내가 예언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자들이 더 큰 열정으로 예언자를 들볶을 수도 있다고 했 지. 그런데 예언자를 들볶는 것이 예언자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속는 기분이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속는 기분이니까 가서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어요. 펫시.”

“어떤 결정을 내려도 좋지만 이거 하나만 명심해. 루리. 예언자는 절대로 예언을 하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