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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70화


프로타이스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조금 전 그가 삼켰던 바이서스 육군 하사는 예상치 못한 것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 용감한 군인은 프로타이 스가 다가오자 집속수류탄을 등 뒤에 숨긴 채 제발 자기를 잡아먹지 말라고 외쳤어요. 용감할 뿐만 아니라 냉철하기도 한 군인이었지요. ‘날 먹어봐!’ 등으로 외쳤다면, 비록 멋있긴 했겠지만 프로타이스가 거절했겠지요. 프로타이스는 주저 없이 군인을 삼켰고, 그래서 입 안에서 여러 개의 수류탄이 연쇄 폭발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사는 용감하고 냉철했지만 지혜롭다고 하긴 어려웠습니다. 그가 예상한 건 춤추는 성좌의 거대한 머리가 순식간에 피구름으로 바뀌는 장대한 광 경이었겠지요. 하지만 드래곤은 쇠도 녹이는 뜨거운 불을 뿜습니다. 그 입 안은 놀라운 수준의 방화, 방폭 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거기에 프로타이스 는 방어 마법까지 걸고 있었지요. 게다가, 프로타이스는 원래 괴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프로타이스가 입은 피해는 입 안이 조금 헐고 머리가 좀 띵해진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프로타이스의 기분이 나빠진 것은 아닙니다. 프로타이스는 그런 용기가 허무하게 소모된 것이 짜증났습 니다.

그런 프로타이스의 눈에 먼 곳의 언덕 위에 있는 엘프가 들어왔어요. 드래곤의 날카로운 눈 덕분에 프로타이스는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그녀가 이루 릴 세레니얼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기분이 더욱 나빠졌습니다. 그 엘프는 끔찍하게도 그를 존중하고 신뢰할 뿐만 아니라 걸핏하면 도와주려 했 거든요. 프로타이스는 분노의 포효를 지르려 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희망이 떠올랐습니다. 프로타이스가 알기로 이루릴은 전쟁을 싫어했어요. 어 쩌면 이루릴은 그에게 싸우지 말라고 부탁하러 온 건지도 모릅니다! 프로타이스는 흥분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통쾌하게 거절해 줄 수…………

이루릴은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타이스는 아무 생각 없이, 완전히 반사적으로 날아올랐습니다. 조금 전까지 짓뭉개고 있던 바이서스의 수색 대대는 그의 머릿속에서 깨끗이 사 라졌지요. 그 수색 대대는 자신들의 믿지 못할 행운에, 그리고 ‘프로타이스를 두려움에 빠지게 한 하사의 숭고한 희생에 대해 뼛속깊이 감사하며 신 속하게 도망쳤습니다.

맹목적인 충동에 휩싸여 날아간 프로타이스는 순식간에 이루릴을 앞질렀습니다. 그가 날개를 휘저으며 내려서자 이루릴은 물보라와 폭풍에 날아가 지 않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어야 했습니다. 프로타이스는 발이 바닥에 채 닿기도 전에 성급하게 말했습니다.

“왜 도망치는 거야, 세레니얼!”

이루릴은 속으로 프로타이스에게 깊이 사과하며 재빨리 검을 뽑아들었습니다.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요. 약한 생물들이나 괴롭히는 드래곤. 왜 교양 없이 보석을 덕지덕지 붙인 그 천박한 모습을 내 앞에 드러 내는 거죠?”

프로타이스는 이루릴에 대한 오래된 반감이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누가? 내가? 젠장. 어떤 놈이 그림자 지우개를 훔쳤다고 드래곤들에게 알려준 건 세레니얼 당신이잖아. 난 그걸 가져오게 하려고 이러는 거라고.” “그림자 지우개에 지워지고 싶어요?”

“어림없는 소리. 부수려고 그러는 거지.”

이루릴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어떻게요?”라고 묻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 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군요. 그건 부술 수 없어요.”

“왜 못 부숴? 나이를 너무 먹어서 옛친구도 잊었어? 당신 친구 아프나이델이 알아냈잖아.”

“예? 무슨 말이에요. 아프나이델이 알아낸 바로 그 유일한 방법이 실패한 거잖아요. 그것이 구층탑에서 나왔다는 건 그 말이잖아요.”

“고지식하긴. 구층탑이 중요한 거야? 마법적 압박이 중요한 거잖아.”

“천 년 동안……”

“아직 천 년이 다 지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지났지. 그 오랜 세월 동안 압박을 받았단 말이야. 그러니 그건 많이 약해졌을 거라 고. 강력한 마법적 압박을 일시에 가하면 그건 부서질걸. 이봐. 이루릴. 벌써 꽤 오래 전부터 구층탑은 그림자 지우개를 부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걸 보호하고 있는 형국이었을 거야. 거기선 마법을 못 쓰니까. 그런데 그것이 구층탑 밖으로 나왔으니 이제야말로 마법으로 그걸 부술 수 있게 된 “거지!”

이루릴은 정말 놀랐습니다. 프로타이스의 충격적인 설명 때문이 아니라 프로타이스가 그녀를 ‘이루릴’이라고 불렀다는 사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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