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16화 : 지하 판타지 전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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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116화 : 지하 판타지 전쟁. (1)


6. 지하 판타지 전쟁. (1)

-자룡대주! 조담 차례야! 녀석이라면 가능할 거야!

그래. 이건 생사금마도결을 쓸 수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실험이지.

내가 자룡대주를 통해서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 사이,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살리나의 생체 로봇들과 우리쪽 웨어울프들이 엉겨 붙으며 본격적인 난장판 패싸움이 된 것이었다.

「와아! 우리편이 더 강한 거 같아요! 전부 자신이 맡은 적병을 손쉽게 쓰러트리고 있어요!」

일견, 요몽 말처럼 보였다. 우리편의 공격에 쓰러지는 적의 병력들이 더 많기는 했다. 그러나 치명상을 입고 일어나지 못하는 놈들은 없어보였고, 크지 않은 공간에 수많은 병력들이 몰리면서 서로 부딪치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있었다.

나의 우려대로, 공간 확보가 안 되는 패싸움(?)으로 흘러가게 되면, 내구력과 파워에서 앞서는 생체 로봇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어. 게다가 패싸움 양상에서는 누구라도 지휘가 어려우니 살리나도 세세한 지휘를 포기 할 거야. 어설픈 지휘를 받지 않고 전투 본능만으로 싸우게된 고르곤과 생체 로봇 부대가 더 무서워 질 수밖에 없어. 이제 여러모로 형세 역전은 시간문제!

「옴마야! 왜 갑자기 분위기가 저래요? 전부 밀리는 거 같고, 아! 크루버씨가 한방에 날아가 버렸어욧!」

거봐!

-조담! 뭐하는 거냐! 너 그거 못 해!

조담은 왠지 계속 망설이는 기색이다가, 내 재촉을 받고서야 정글도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조담! 자신 없으면 때려쳐!

자극하기 위해서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조담 녀석이 어물거리는 사이에 전황이 너무 빠르고 나쁘게 변해 버린 것이다.

-조담! 차라리 니가 직접 고르곤이라도 상대를…………….

-닥쳐! 오리지널!

이 자식이, 이 형님 말씀 도중에 감히! 아, 가만? 방금 그거, 조담 녀석이 나한테 직접 전음을 날린 거였잖아?

-조담, 너! 방금………………

이번에 말끝을 흐리게 된 것은 조담의 칼에 푸르스름한 월광절화결(月光切花訣) 특유의 기운이 차오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머리위로 한껏 치켜들어 올렸던 칼이 천천히 앞으로 그어지며 허공에 신비롭게 빛나는 초승달을 탄생시켰다.

청섬백(靑纖魄)? 설마 저 정도에 끝나는 건 아니겠… 오! 해냈다!

조담놈의 청섬백은 빠르게 차오르며 완전한 만월이 되어, 나의 기우와 사방의 희미한 어둠까지 함께 몰아내 버리고 있었다.

“아~!”

조담 옆에서 작은 탄성을 울린 자룡대주부터 달빛에 휩싸였다. 달빛에 현혹되어 넋을 잃는 건 그녀뿐이 아니었다. 지하 공터 전체에 가득하게 된 달빛은 수많은 괴인 괴수들의 싸움까지 멈춰지게 하고 있었다.

“이, 인간이, 달을, 소환,하다니!”

신음처럼 몇 마디를 흘려낸 살리나가 멍하니 지하 세계에 뜬 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아군 적군 가릴 것 없이 모든 자들이 싸우던 동작 그대로 굳어진 듯 움직이지 못했다.

빙고! 효과가 있어! 역시 월광절화결의 달빛은 진짜 달빛에 가까웠던 거야!

「대애박~! 진짜로 오컬트 존재들에게 먹히나봐욧!」

-후후! 그래, 요몽. 나도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가능성은 충분했었잖냐.

월광절화결이 펼쳐질 때의 에너지 파장이 실제 달에서 지구로 전해져오는 파장과 유사하다는 건 몽몽이 먼저 알려주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일치하는 건 또 아니어서, 진짜 달의 에너지에 반응하는 존재들이 월광절화결에도 얼마만큼 반응하는지는 소위 임상실험이 필요하다고도 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실험을 해볼 수 없었지만, 간간히 데이터가 쌓이는 경험이 있기는 했어. 특히 나의 월광절화결이 발산하는 빛에 홀려서, 참화지수(斬花之首) 공격을 제대로 피하지 못했던 뱀파이어 귀부인 카라의 모습이 인상 깊었었지.

당시의 내가 만들어냈던 달빛보다 몇 배로 강한 조담 녀석의 달빛은 살리나와 생체 로봇들의 정신줄까지 놓게 하고 있었다. 그건 저 생체 로봇들도 결국 뱀프 계열이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로봇 같은 놈들이 살리나의 명령을 듣는다는 건, 놈들이 저렇게 개조되기 전에는 살리나의 서브였었다는 얘기지. 그런데 뱀프 개조나 강화는

실험은 실패했었다고 하니까, 저 생체 로봇들은 제대로 뱀프가 되지 못한, 현재 데릭 정도의 단계에서 저렇게 된 거겠지? 그거야 어쨌든, 1차 반응 실험은 성공적인거로 치자. 그런데, 이런 부작용(?)은 쫌 그렇군.

“아우우우우~”

우리 병력, 웨어 울프들이 하나둘 하울링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곧 모든 웨어 울프들이 구성진 하울링 소리를 합창하기 시작했다. 뱀프보다 웨어 울프들이 달빛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도 예상 및 기대를 하던 바였다. 하지만 당장의 상황은 상당히 애매했다.

「주인님! 어쩐지 할로윈 밤에 모여든 요괴들의 친목모임 같은 분위기가 되어 버렸어요.」

물론 저렇게 달빛으로 대동단결한 양측의 병력들이 서로 화해하여 평화무드가 조성되면,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은 결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고, 조담이 만들어서 날린 달은 벌써 살리나의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조담! 잘하긴 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나도 얼마 전에 성공했었다. 너도 더는 안 되는 거냐? 조금 전의 전음으로 감이 와서 다이렉트 전음을 보내봤더니, 조담도 다시 전음으로 답해왔다.

-오리지널! 너도 이 정도까지 밖에 못했다고?

이 녀석, 살짝 기뻐하는 기색이로군. 자룡대주 앞에서 나보다 못한 경지를 보이게 될까봐 망설였었던 건가?

-그래, 임마! 난 아직 자룡대주에게 진짜 그걸 보여주지 못했어!

조금 더 확실하게 말해주자, 조담의 얼굴이 더욱 밝아지면서, 한편으로는 그야말로 타오르는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오오~ 드디어 나의 그녀 앞에서, 오리지널보다 뽀대나는 모습을 보일 수가 있겠구나!’

조담은 딱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역력한 표정으로 짝퉁 정글도를 다시 치켜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칼날에 차오르는 달빛의 기세와 색까지 달랐다. -야, 야! 오버는 하지 마! 너무 빨리 날리면 안 돼!

내 참견에 대답도 없이, 모든 것을 올인한 분위기의 칼이 다시 허공을 그었다. 다시 한 번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한 만월은 피처럼 붉은 달이었다. 월광절화결, 홍염월(紅炎月)! 저 자식, 드디어 해냈어!

사라져가는 달빛을 아쉬워하던 자룡대주의 얼굴을 다시 붉게 물들이며 떠오른 홍염월, 홍염월은 조담과 자룡대주 앞의 허공에 둥실 떠있을 뿐,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하핫! 그야말로 ‘사랑의 힘’인 건가? 좋아, 조담! 오늘은 네가 나보다 생사금마도결의 정통 계승자인 거 인정. 물론 오늘까지만!

나도 살짝 불붙는 느낌을 받으며 웃고 있자니까, 살리나쪽에서 아예 탄식하는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아~ 레드 문까지 부르다니! 말도 안 돼!”

살리나는 이미 전의를 상실한 듯 했으나, 그녀의 생체 로봇들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놈들 모두가 붉은 달의 기운에 자극받아, 로봇답지 않게 흥분하여 거친 숨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우리 쪽의 웨어 울프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마찬가지 정도가 아니지. 먼저 떠오른 베타 버전에도 웨어울프들은 단지 하울링 소리만 냈던 것이 아니었어. 그때부터 뭔가 징조를 보였던 그들이 지금 모두 본격적으로 ‘변신’을 하고 있다구!

“크르르르~!”

크루버가 먼저 거친 목울림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패싸움 혼전 중에 고르곤의 일격에 당하여 수로의 물속에 처박혔던 그였지만, 그런 약한 모습은 씻은 듯 사라져 있었다. 그의 몸에서 주르르 흘러내리던 물이 어느 순간부터 사방으로 튕겨져서 산산이 부서져 안개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그래. 이제야 ‘가엾은 리버 아가씨’를 구출하기 위해 날아올 때의 흉맹한 전사 크루버가 되었군. 다른 웨어 울프들도 장난 아닌 분위기로 바뀌어 버렸어. 이제, 녀석들도 우리 어벤져스까지 긴장타게 했던 때의 웨어울프 특공대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겠지?

“크르~ 고르~고온!”

크루버가 먼저 고르곤을 부르며 거침없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크와아악! 워억!

두 괴수 인간의 재격돌! 정면으로 돌진한 크루버의 양 손과 고르곤의 양 손이 콱, 맞잡히며 파워전 모드로 돌입해버렸다. 이전까지의 크루버였다면 어림도 없는 패턴의 싸움이었지만, 지금의 크루버는 파워도 고르곤에게 밀리지 않고 있었다.

크와악! 캬우우! 으억!

사방에서 흉폭한 괴성이 터져 나오며 괴인 괴수들의 패싸움도 재개되었다.

「오마나! 옴마나! 이번에는 진짜로 우리편이 이기는 거 맞죠?」

-훗. 그래. 이제 더 볼 것도 없을 정도로 확실하게 우리쪽이 압도적이야.

「얏호~!」

내가 이제야 확답을 해주자, 요몽도 마음껏 신나하며 날아올랐다. ‘더 볼 것도 없다’는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최근에 더 많이 확보하게 된

오컬트 관련 데이터에 의하면, 뱀프들도 달빛에 영향을 받아 ‘최상의 컨디션’이 된다고는 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컨디션’일 뿐이고, 웨어 울프들의 특별한 변신에 비할 바는 못 된다고 했다.

웨어 울프는 늑대 인간으로 1단계 변신한다고 해도, 본래 핏속에 흐르고 있는 마족의 힘을 온전히 다 쓸 수는 없다고 하지.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달빛을 받아야만 마족으로서의 본성이 완전히 깨어나게 된다고 하는데, 그건 특히 ‘레드 문’ 현상 때 더 확실하게 일어난다고 했어. 지금 크루버와 그 부하들은 일시적이나마 ‘라이칸스로프’와 같은 레벨이 되어있는 거라고 할까?

-요몽! 다른 팀들 상황은 어떠냐?

이쪽 전투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고, 크루버와 고르곤의 치열한 육탄전 공방은 생방을 놓치기 아까운 싸움이었다. 하지만 나는 전체 전황을 다 신경 써야 할 왕땅 지휘관이었다.

「어~ 길모르씨 팀만 아직 애매하고, 다들 교전 중인데, 어디부터 보여드릴까요?」

길모르 팀만 애매하다고? 쥐떼로 먼저 변죽만 울렸을 뿐, 역시 첩보 전문 놈은 가장 늦게 시작하려는 건가?

-으음. 먼저 교전을 시작한 팀부터.

결정을 내리자마자, 페트라팀의 화면창이 떠올랐다. 페트라는 뱀프 타운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평소의 정장 차림이었는데, 지금은 전염병이 번진 지역에 투입된 방역요원처럼 하얀 전신 방호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얼굴만을 제외한 두건까지 쓰고 있어서 낯설기까지 했다.

-뭐야, 페트라. 어떤 상황인거지?

“아, 천주? 제 복장은 신경 쓰지 말아주십시오. 전투와 상관없이, 위생상 준비된 것일 뿐입니다.”

으음. 그랬군. 조금 오버같지만, 딱히 뭐랄 이유도 없으니, 그냥 그렇다 치자.

“현재 우리측 사상자는 전무하며, 적 웨어울프 병력 다수를 사살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적의 정확한 규모와 지휘관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뭐, 우리쪽 희생이 없으면 된 거지. 미리 말했듯, 서두를 필요 없어.

“알겠습니다, 천주.”

이쪽은 지휘관인 페트라와 수하 어사조 요원들까지, 소위 보통 인간들 비율이 가장 높은 팀이다. 그럼에도, 최소한 크루버 부대급은 될 웨어 울프 대군을 상대로 부상자조차 없다는 건, 역시 저 ‘금빛의 요정 프리제타’ 덕분인 거 같았다.

「아하하~ 보기엔 쫌 그래도, 꽤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전 대형인 거 같아요.」

요몽이 재밌어 할 만큼, 페트라 팀의 작전 대형은 비주얼 상, 매우 독특한 형태였다. 하수도 통로는 매우 복잡하고 불규칙적이라서, 어떤 팀이라도 일정한 대형을 갖춘 채 이동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페트라 팀은 어느 정도 일정한 틀(?)에 맞춰 이동 중이었다.

대형의 중심부에서 걷고 있는 프리제타, 저 녀석. 사방으로 머리카락을 뻗어서 팀 전체를 에워싸고 있네. 가드 범위가 넓다보니 촘촘하게는 어려운 모양이지만, 그래도 적이 곧바로 뚫고 들어 올 수는 없겠어. 어사조들은 저 거대한 머리카락 그물망에 보호받으면서, 바깥에 출현한 적을 발견하는 족족 머리카락 사이로 사격을 가해서 해치워 온 모양이고 말이지.

-프리제타.

“옘. 움.”

프리제타가 요몽스럽게 대답한 것은, 뭔가를 우물거리고 먹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걷고 있으면서도 작은 컵에 든 무언가를 스푼으로 떠먹고 있었다.

-너, 저녁 먹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리고 그런 곳에서 잘도 맛나게 먹는구나.

“움~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은 언제 어디서나 맛있는 거예요, 왕대장.”

훗. 저렇게 냄새나고 쥐들까지 돌아다니는 장소에서도 간식 사랑은 버릴 수 없는 모양이로군. 응? 근데 가만? 아이스크림이라고? 저거 하나 먹겠다고 아이스박스를 들고 오기라도 했다는 건가? 아니면 혹시?

「아참! 조금 전, 거기에 나타샤가 도착했는데, 미처 보고 드리지 못했네요.」

-에? 그랬냐?

「나타샤는 프리제타한테 싱싱한(?) 아이스크림을 주고 나서 동생 사사키와 함께 벽속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주인님께는 이런 메시지를 남겼네요.」 ‘심심해서 놀러왔어요, 캡틴.’

러브 하우스로 퇴근해서 쉰다고 해서 두고 왔더니, 맘이 바뀐 모야이군. 내 허락도 없이 작전에 끼어든 것은 괘씸하지만, 이건 나중에 따지기로 해야겠군. 그보다, 이쪽은 이제 에레보스 출신 3인조가 버티고 있게 된 셈이니, 어떤 적이 출몰해도 걱정 없을 거 같군.

-요몽. 다음 팀은?

「헤헤~ 이제 우리 시그마씨 차례네용!」

내참, 요몽 녀석, 꽃돌 뱀프 시그마쪽을 비추는 영상창에만 꽃 장식을 해놨네. 어쨌든 그보다, 시그마쪽에는 어떤 친위대 놈들이 나타났을까?

궁금한 마음에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지만, 시그마쪽 영상은 상당히 정신없고 산만해서 살짝 짜증이 날 정도였다. 기본조명이 없는 구역이었던 것은 페트라팀도 마찬가지였지만, 그쪽은 비교적 차분하게 사방을 조목조목 카메라로 비춰주었던 것에 비해, 이쪽은 손전등 들고 마구 흔드는 식으로 번쩍번쩍 순간적인 영상 파편의 모음이었던 것이다.

「에고. 저도 알아보기 쉽게 편집하기 어렵네요. 아무래도 신참 뱀프들이다 보니, 지급된 카메라 장비 사용에 서툰 거 같아요.」

내 보좌에 특화된 교육을 받은 어사조들과 다를 수밖에 없겠지. 게다가 뱀프들은 본래 어둠속에서도 따로 조명이 필요 없는 존재들이니, 지급된 장비를 그냥 형식적으로 들고 다닌 거 같아. 이건 나도 생각 못했던 문제로군.

-요몽. 엘사와 안나에게 연락해서 그 아가씨들만이라도 영상 중계에 신경 쓰라고 해야겠다.

「넵! 아, 그리고 시그마씨와는 굳이 장비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건 알고 계시죠?」

알기야 알지. 나는 시그마와 주종의 계약을 맺으면서 그의 시한부 로드가 되었고, 그의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와 텔레파시 소통이 가능해진 상태야. 하지만 평소에 계속 습관적으로 전음을 써와서, 내가 먼저 텔레파시를 보내 본 적이 없는데, 잘될까 모르겠네.

‘시그마! 내 말(?) 들리나?’

“아, 로드!

흠. 괜한 기우였군. 나와 텔레파시 연결된 존재가 시그마, 달랑 하나여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감이 오는구먼.

‘당신은 아직 직접 싸우지 않고 있는 모양인데, 그쪽의 적은 어떤 놈들인 거지?’

‘스켈레톤. 브론즈 스켈레톤입니다, 로드.’

끄으음. 어지러운 화면 속에서 얼핏 해골바가지 같은 것들이 보인다 했더니, 정말로 그 해골 병사들이 등장한 모양이군. 이 기회에(?) 아주 골고루 나와 주네.

‘아직까진 브론즈 스켈레톤들이어서 무난하게 제압하며 전진중입니다. 하지만 실버 스켈레톤들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저도 전투에 임해야할 것 같습니다, 로드.’

‘시그마. 어쩐지 익숙한 느낌인데, 전에도 그런 놈들과 싸워 본적이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로드. 제가 어둠의 귀족이 될 무렵에는 스켈레톤을 만들어서 부릴 수 있는 마법사들이 존재했었습니다. 산드라의 가문 역시 브론즈 스켈레톤, 하급 병사들의 제조법까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군. 얼핏 생각하기에, 뱀프들에게는 소위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올 해골바가지들이 쥐약이지 않을까 걱정 했는데, 시그마가 이미 오래전부터 스켈레톤 놈들을 잘 알고 있다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요몽. 이쪽의 영상 중계가 안정화되기 전에 다른 곳부터 보자.

「넵! 그럼 토르와 미령님 콤비 차례인데, 우으움. 어째 토르가 미령님께 빌붙는(?) 상황인거 같네요.」

뭔 소리인가하고 봤더니, 정말 요몽 말대로의 상황인 것처럼 보였다. 녀석들이 자리하고 있는 장소는 조담쪽처럼 공터가 조성된 장소였으며, 두 녀석의 임시 수하로 선택된 어사조 요원들과 웨어 울프들이 대충 뒤섞여서 잔뜩 모여 있었다. 그 무리의 뒤쪽에 짱박혀 있는 토르와 달리, 우리의 불꽃소녀 미령이는 무리의 앞에서 당당하게 작은 여왕님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토르 녀석, 정말 물을 끔찍이 싫어하는군. 그래서 저렇게 수로에서 가장 먼 위치에 짱박힌 모양이고, 대신 나선 미령이도 공터 양쪽의 통로보다는 수로 자체를 경계하고 있는 기색이야. 이쪽의 적은 수로를 통해 이동하는 놈들이라는 건가?

푸아악~!

미령이의 정면 수로에서 무서운 기세로 솟구치는 뭔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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