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25화 : 위험한 이름, 매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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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125화 : 위험한 이름, 매퍼. (1)


9. 위험한 이름, 매퍼. (1)

「800여 년 전에 탄생한, 불사의 해골 마법 소녀 공주!」

극장 영화 홍보 분위기로 외친 요몽이 까불거리고 날며 홍보(?)를 이었다.

「21세기에 부활! 현 시대의 극악 군발 마군황 사단에…

-요몽!됐거든?

「에이~ 왜 그러세요오. 누가 봐도, 저 무서운 마법 해골 공주가 울 쥔님 사단에 합류하는 분위기잖아요.」

-됐대두! 쟨 그냥 손님일 뿐이야. 싸우는 것도 싫어한다니까, 현 시대에 적응이 좀 되면, 어디 가서든 조용히 살게 되겠지.

그래. 알게 되었는데 생까기는 좀 그렇고, 얼마간 시대 적응을 도와줄 예정이지만, 저 녀석을 우리 지하무림에 끌어들일 생각은 없지.

「흐웅~ 진심이세요? 산드라씨보다도 마법을 잘 쓸 거 같고, 완벽한 불사의 몸인데, 전력으로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저 녀석의 능력이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액면가가 저런 녀석을 이용하긴 싫다. CR녀석들이야, 지들이 더 프리메이슨과 싸우고 싶어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말야.

「그치만 리치몬드의 실제 나이는 움. 하긴, 울 주인님은 기본적으로 천년을 먹고 들어가니까, 주인님께는 800년 묵은 리치몬드도 어리긴 하죠.」 -훗. 그런 식으로 따지면 너무 복잡해지고 헷갈리잖냐. 환생자들도 한 둘이 아니고 말야. 난 그냥 느껴지는 대로, 내게 상대가 어떻게 느껴지냐에 따라 그를 대할 거야.

그래. 그런 의미에서, 내가 느끼는 저 해골 공주는 그냥 어린 소녀야.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지.

「후후. 알겠어요. 이제 그 얘긴 그만할게요. 그런데!」

요몽은 포릉~ 날아오르더니, 내 앞의 마법진과 그 안에 누워있는 문신소녀 피비의 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나는 리치몬드와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이쪽으로 왔었지만, 몽몽이 피비와 그녀의 마법진을 분석하는 동안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이렇게 요몽과 노닥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코드명 피비, 이 소녀께서는 또 얼마나 오래 살아온 ‘장수 소녀’일까요오?」

-그러게 말이다. 몽몽의 스캔 결과, 뱀프는 아니라고 했지? 그런데도 오랜 세월동안 웨인 놈과 지내 온 거 같고 말이지.

「넵! 일부 복원된 ‘의식의 파편’ 데이터 중에서 하나를 보여드릴게요.」

요몽이 허공에 띄워주는 영상은, 아주 오래되어 빛바랜 느낌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총 다섯 명의 남녀가 있었고, 모두의 복장과 배경의 분위기는, 소위 ‘서부 시대’였다.

흐음. 이런 사진이 나오는 영화를 종종 봐서 그런가, 별로 낯설지가 않네. 어쨌거나, 이 사진 속의 여자, 친위대의 살리나, 맞지?

짧은 폭의 레이스로 이루어진 드레스와 비슷한 풍의 모자, 역시 세트인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들고 있는 양산. 저 시대의 대표적인(?) 상류층 아가씨의 패션인 건 그렇다 쳐도, 표정이며 서있는 자세 같은 것까지 나름 우아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라서 거의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입에서 뱀 나오는 색녀 뱀프, 살리나도 이랬던 시절이 있었다는 건가? 그리고 그런 살리나의 손을 붙잡고 서있는 꼬마 여자아이, 4, 5세쯤 되어 보이는 이 아이가 바로 과거의 문신 소녀, 피비로군. 살리나와 비슷한 드레스 차림이고, 얼굴과 손에 문신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견 평범한 꼬마 숙녀로 보이지만, 그래도 한 눈에 알아봐지네.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현재의 피비쪽을 새삼 살펴보았다. 기묘한 문신이 가득한 얼굴임에도 어린 시절의 이목구비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그야말로 앳된 얼굴이었다.

「나누크 종족의 정체는 수수께끼투성이에요.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그들의 수명이지요. 불사는 아닌 모양이지만, 그래도 보통 인간의 열배는 되었나 봐요.」

-흠. 그럼 이 사진을 찍을 때는 50살쯤 되었었고, 지금은 150살이나 조금(?) 더 먹은 정도라는 거냐?

「그게 또 불확실해요. 인간보다 열배정도 천천히 나이를 먹는다는 기록도 있고, 일정시간동안 비슷한 모습으로 지내다가 특정 시기가 되면

탈피하듯 성장한다는 기록도 있거든요.」

-주기적인 탈피? 무슨 파충류냐?

「은근 별꼴이죠? 오늘 만난 괴물 쥐와 리치몬드도 그렇고, 세상엔 저처럼 평범한 요정이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가 많은가 봐요.」

-…평범한 요정? 요몽, 너도 충분히 별꼴이야.

「헤헤~ 그런가요? 그치만 다른 모든 별꼴들을 놀라게 하는 주인님이야말로………………

-됐다, 요몽. 우리 이제 서로 아픈 곳은 건드리지 않기로 하자.

「우후히! 첨으로 쥔님을 이긴 것 같아요!」

우띠!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평범한(?) 요정에게 놀림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평범하지 못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네. 빨리 프리메이슨 놈들과 결판을 내고 은퇴해서 평범한 인간의 삶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 그때가 언제가 되려는지, 원.

「주인님!」

-어, 몽몽! 분석 끝났냐?

「그렇습니다. 주인님. 보고 계신 마법진은 코드명 피비의 영력 회복 촉진에 특화된 형태로서, 현재의 진행 패턴을 유지할 경우, 30시간 이내에 가사 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충 절반정도 단축되는 모양이군. 그래도 너무 긴 거 같은데, 다른 방법은 없겠냐?

「코드명 피비, 나누크 종족의 특이 체질에 간한 데이터 부족으로, 해당 종족 고유의 방식과 다른 패턴을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으음. 하긴, 신체의 체질도 그렇지만, 지금 피비는 영력, 영혼 에너지를 회복해야하는 상황이라니까, 아무리 몽몽 선생이라도 다른 방법을 제시하기 어렵겠군. 기다리기 지루해도 어쩔 수 없으려나?

「다만, 해당 마법진이 현재 장소에 특화된 형태가 아님은 확인되었습니다. 따라서 다른 장소에 동일한 마법진 구성이 가능합니다.」

-그래? 그나마 다행이군. 그럼 현재 우리의 베이스캠프, S의 러브하우스에 만들어서, 그리로 운송하자.

「알겠습니다, 주인님.」

흐으음. 이제야 오늘 업무(?)가 대충 다 마무리 되는 거 같군. 사실, 아직도 해야 할 일은 상당히 많겠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자. 다른 일도 아니고, 웨인 같은 놈 때문에 더 이상의 야근을 하고 싶지는 않아.

-요몽, 대교에게 연락해라. 곧 ‘퇴근한다고 말야.


다음 날, 아니, 같은 날 아침.

나는 며칠 만에 단잠을 즐긴 후의 개운한 몸으로 눈을 뜰 수 있었다. 기분 상으로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잔 기분이었지만, 평소처럼 날이 밝고 한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굿모닝~ 주인님! 적응 마왕님답게, 시차 적응도 문제 없으시네요오!」

-훗. 시차 적응을 잘 했다기보다, 계속 정신없이 밤낮이 바뀌다보니, 기존의 리듬이 아예 포맷되어서 그런 거 같다.

「아하하! 그런가요? 하긴, 정말 롤로코스트를 탄 것 같은 며칠이긴 했어요.」

뭐, 그런 것치고는, 내가 직접 몸빵한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그런지, 적어도 육체의 피로는 별로 없는 것 같군. 정신적 피로도 정신줄 놓고 즐긴 단잠 몇 시간에 날아가 버린 거 같고 말이지. 으음. 그나저나, 변함없이 기운 찬 건, 이 녀석 요몽 하나뿐인가?

나는 낯선 침대에서 내려가면서 본격적으로 감각을 끌어 올려보았지만, 현재 이 러브 하우스 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기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아, 아닌가? 나름 바쁘게 뭔가를 하는 사람도 있는 거 같군. 이 방향은 ‘주방’이니까, 러브하우스의 집사 겸 요리사인 ‘데릭 허버트’인 모양이군. 「아참. 해가 뜨기 전에 S씨와 흑주님이 귀가했는데, S씨는 바로 지하의 거처로 들어갔지만, 흑주님은 조금 전부터 아침 식사를 시작했어요.」 -그래?

나는 내게 배정된 방을 나와서 주방으로 향하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요몽 주방 상황을 좀 투시해 봐라.

으으음. 역시나 흑주 앞의 식탁에 장난 아닌 수의 음식 접시가 놓여져 있군. 나는 여자애들이 뭐든 푸짐하게 잘 먹는 모습을 귀엽게 보는 편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목격자(?)에게 살수를 쓸지도 모른다고 하니, 지금은 가지 않는 편이 좋겠어.

나는 흑주와의 아침 인사를 포기하고 거실로 나가보았다. 예상대로 게이트 앞에 두 명의 어사조 요원이 경계를 서고 있을 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혼자 천천히 집밖으로 나가고 있자니까, 요몽이 아침 보고를 시작했다.

「다들 자신에게 배정된 방에서 취침 중이에요. 오늘은 부지런한 자룡대주까지 늦잠을 자는 걸 보니, 꽤 피곤했나 봐요.」

-훗. 그럴만한 밤이긴 했지. 그리고 시그마와 산드라는 자기들 집, ‘바람의 저택’으로 갔다고 했지? 리치몬드도 함께 갔고 말야.

「넵. 글고, 해골 공주 리치몬드양은 지금 2층 발코니에 나와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

-그럴까? 이번 한 번만, 그러자

여자애를 훔쳐보는 건 좀 그렇지만, 아무래도 궁금해서 영상창을 띄우게 했다가, 쿡쿡 웃고 말았다. 리치몬드 녀석은 발코니의 테이블에 앉아 모닝 차를 즐기고 있는 중이었는데, 옆에서 차 시중을 들고 있는 자가 해골바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웃후! 근처에서 멍한 얼굴로 보고 있는 어사조 요원들의 표정 좀 보세요!」

나도 그래서 더 웃은 거지만, 저 친구들에게는 다소 미안하게 됐군. 뱀프 커플의 저택에 배치된 것만으로도 썰렁했을 텐데, 이제는 불사의 해골 공주와 그녀의 부하 해골바가지들까지 함께 지내게 되었으니 말이야.

-어, 그런데, 리치몬드는 물론이고, 다른 해골바가지들도 태양빛이 아무렇지도 않은가보네?

「옴마나?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흐으음. 오컬트계의 존재 중에선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네. 뱀프들은 물론이고, 웨어 울프들도 대낮에는 변신이 어렵다고 했으니, 뱀프와 웨어 울프 부대 운용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대낮의 공백’까지 메꿀 수 있는, 아, 아니, 아니,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돼! 리치몬드를 싸움에 이용하지 않기로 해놓고, 깜박하고 말다니!

「밤에도 그렇지만, 대낮의 거리에 저런 해골 병사들이 돌아다니게 되기라도 하면, 아주 난리가 나겠네요.」

-그렇겠지? 그러니까, 저 해골바가지들을 동원할 경우에는 미리 변장을 잘………………

에고. 나 왜이러니?

-아, 아니다.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으니까, 신경 꺼야겠다.

「호홍~ 말씀은 그러셔도, 불사의 해골 부대가 아쉽긴 하신가봐요오.」

-쯧. 솔직히 약간은 그렇다만, 리치몬드가 저렇게 평화로운 표정으로 일상의 행복을 즐기고 있는 걸 보니까, 그런 사심도 사라져간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는데, ‘평화로운 표정’이라고요? 제 눈에는, ‘간밤에는 별로 많이 못 죽여서 입안에 가시가 돋네. 어디 더 죽일 놈들 없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너무 그러지 마라, 요몽. 쟤도 저런 인상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냐. 외모, 아니, 인상 차별하지 말자.

「넵. 그치만, 저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할 거 같아요.」

-훗. 알긋다. 이제 저쪽 영상은 끄고, 다른 기본 사항 보고나 해봐라.

「아, 예. 우선 대교님은요.」

으음. 대교는 간밤에 소미령이들과 잠자리에 들었는데, 미령이 녀석이 늦게까지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바람에 잠을 설친 모양이군. 덕분에 나는 혼자 상쾌하고 외로운 아침 산책을 즐길 수밖에 없겠어.

「그런데 주인님. 미령님은 거북 요괴 두목, 오겡키에게 호의를 가지시게 되었나 봐요.」

-쫌, 그런 거 같지?

사실 나도 그렇고, 누구나 원초적으로 치고받다가 오히려 정이 드는 경우가 있긴 하지. 양쪽 다 뒤끝 없는 스타일이면 더더욱 그렇게 될 확률이 높고 말야. 미령이 같은 경우는 다른 이유도 있는 거 같지만, 어쨌든 이제 미령이의 보호자이자 애인 후보(?)인 ‘첸’이 또 뒷목 잡을지 모르겠네. 미령이가 미국 건달(?) 초능력자 토르에 이어서, 일본 거북 요괴 두목과도 사귀게(?) 되었으니 말야.

-크흠. 길모르는? 그 사람 쪽은 어때?

길모르는 스스로 웨인 놈의 소굴에 남아서 그곳을 좀 더 탐사해 보고 싶다고 했었고, 나는 그걸 허락했었다. 웨인 놈이 소굴에 뭔가 중요한 것을 더 숨겨두었다가 찾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에, 그가 자진해서 남아주는 것이 고맙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남았다가 쥐떼 대장 프로스트와 접선(?)해서 그를 스카웃할까 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 길모르씨는 밤새 잠도 안 자고 웨인의 소굴을 여기저기 탐색해 봤나 봐요. 지금도 그러고 있긴 한데, 아직 특별한 보고는 없네요. 후후. 탐구심 많은 과학자한테 배정된 웨어 울프들이 꽤 피곤할 거 같아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자대배치(?)는 자기들 운이지 뭐. 그보다, 길모르가 혹시 프로스트와 다시 만나지는 않았냐?

「다행히, 아직은요. 그런데 주인님. 전 정말 쥐들이 싫은데, 차라리 길모르씨에게 직접 ‘쥐떼 영입은 절대 불가’라고 밝혀주심 안될까요?」

-그게, 나도 진작에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인종차별, 아니, 종족차별주의자라고 할까봐 못했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난 쥐들에게 ‘무서운 만행’을 저지른 과거가 있잖냐. 천 년 전의 ‘연옥도煉獄島)’에서 말야.

「아, 맞다! 그때 주인님은 천우신님과 함께, ‘연옥도 설치류 홀로코스트’의 주범이셨죠?」

-그래. 난 그때, 연옥도를 탈출하기 위해서 배를 준비하면서, 연옥도 설치류를 대량 학살, 그 가죽으로 배의 돛을 만들었었지. 당시의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지금도 가끔은 쥐책감(?)을 느끼곤 해.

「에궁. 그러셨어요? 그래서 그러시는 거면, 저라도 길모르씨에게 눈치를 줘서 쥐떼 영입을 막아 볼까요?」

-호오~ 네가 할 수 있겠냐?

「넵! 맡겨주심, 열심히 해보겠습니닷!」

-알겠다, 요몽 외교관! 부탁한다!

크흐음. 이로서 찜찜한 일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는 하게 된 건가?

-이번에는 페트라쪽, 뱀프 타운 상황은?

「페트라 언니야 몽몽 오빠가 알아서 특별 관리를, 으움? 훔! 몽몽 오빠가 안 나오네? 바쁜가?」

요몽은 몽몽의 은빛 오랏줄이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지, 잠시 몽몽의 동태를 살피는 기색이더니, 곧 안심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후후. 몽몽 오빠는 나누크 종족과 피비에 관해서 더 연구하느라 바쁜가 봐요. 어쨌든, 뱀프 타운의 상황도 여기와 별 차이 없네요. 리버의 서브 뱀프들과 크루버의 웨어 울프들은 취침 및 휴식 중이고, 페트라 언니와 프리제타도 마찬가지예요. 침묵의 유령 사사키만 벽속에서 자는지 어쩌는지 잘 모르겠고요. 아참, 나타샤는 성실하게 캔들 리 사무실로 출근했어요.」

훗. 평범한 일상을 시작한 나타샤가, 우리 중에서는 가장 특별한 케이스인 셈인가?

좋아. ‘카디’, 그 녀석 상황도 뭐 체크되는 거 있냐?

「어~ 그쪽은 아무래도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어서 확실하지는 않은데, 카디는 주인님과 헤어진 후에 얼마 되지 않아서 근처의 호텔로 직행한 거 같아요. 남아서 계속 주인님을 막아달라는 웨인의 간청을 무시하고 말이죠.」

-카디는 그랬을 녀석이고, 남겨진 웨인은 밤새 뭐하디?

나도 참. 명색이 적의 두목인 놈의 근황을 제일 늦게 물어보게 되었네.

「어~ 그게요. 그 건물 40층에는 본래 카메라 같은 장비가 없어서 영상 체크는 불가능해요. 그치만 카디 일행이 도청 장치를 설치해 놓아서

저희들까지 도청은 가능해졌지요. 그래서 지하에서 달아났던 살리나가 웨인을 찾아 온 것까지는 확인할 수 있었고요.」

그랬군. 카디 녀석, 아니, CIA의 기본 방식이려나? 어쨌든, 앞으로도 CIA의 도청이나 감시에 우리도 꼽사리끼면, 웨인 놈을 놓칠 가능성이 더

줄어들겠구먼.

「그런데, 몽몽 오라방도 차암! 저도 알 건 다 아는 요정인데, 굳이 저의 도청 청취를 막아 버리지 뭐예요!」

응? 이게 뭔 얘기지?

「몽몽 오빠는 필시, 혼자만 계속 들었을 거예요. 웨인이 살리나랑 얼레리꼴레리하는 걸 에? 옴마나?」

요몽이 드디어 은빛 오랏줄에 포박되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고, 어쨌거나, 그런 얘기였었군. 웨인 놈, 극도로 불안한 마음을 잠시라도 잊고 싶어서, 색녀 살리나와 매우 거시기한 응응응에 매진하는 길을 선택한 모양이군. 나도 한번 엿들어 볼, 아, 아니, 지금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고!

「주인님!」

-음. 왔냐, 몽몽.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요몽의 발칙함을 징계하기 위해서만 온 것은 아닙니다.」

-그래. 조금 전부터 나도 감 잡기 시작하긴 했다.

나는 요몽의 보고를 받으며 설렁설렁 산책을 계속하여, 얼마 전에 크루버와 웨어울프들이 매복해서 우리를 노렸었던 숲에 도착한 참이었다. 

“안녕하세요. 진유준씨, 맞죠?”

갑자기 들려온 것은 젊은 여자의 음성이었지만, 들려온 방향의 허공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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