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49화 : 날마다 할로윈. (1)

극악서생 4부 – 149화 : 날마다 할로윈. (1)


7. 날마다 할로윈. (1)

때 이른 봄날의 할로윈 파티에 모이게 된, 우리 마군황 패밀리.

그 자리에 합석시켜주겠다는, 지극히 의례적이고 충동적인 나의 말에, 원판은 꽤 오래 큭큭 대며 웃었다. “뭐, 싫음 말고.”

난 짤 없이 돌아섰으나, 대교는 조금 아쉬운 기색으로 머뭇거렸다.

“유준 형님.”

원판은 웃는 표정 그대로 손을 들어 눈가를 찍어내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었다.

“저를 가족으로 인정해 주신다니, 정말이지 눈물 나게 고맙습니다.”

이 자식, 은근 오버하네.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워할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눈물 나게 웃긴 농담도 아닌 것 같은데 말야. 어쨌건. “웬 오버? 야! 내가 언제 널 인정한다고 했냐?”

“아, 유준 형님은 아니셨던가요?”

원판은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시선을 대교 쪽으로 옮겼다.

“형수님. 뜻은 고맙지만, 지금은 제가 어렵겠군요. 저는 신경 쓰지 말고,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음~ 알겠어요. 하지만 다음에는 꼭 함께 자리하셨으면 좋겠어요. 크라우드 씨, 아니, ‘하운 도련님.”

“대교!”

나는 드물게(처음으로?) 대교를 향해 인상을 구겨봤지만, 대교는 살짝 혀끝을 문, 얄궂은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이런 젠장맞을! 대교가 기어이 공식 석상(?)에서 저누무시키에게 그런 호칭을 쓰다니!

“원판! 혹시라도 오해하지마라. 우린, 내가 처음부터 말했듯, 이 빌어먹을 전쟁이 끝나는 대로 찢어질 사이야.”

나는 우리 관계를 다시 한번 못 박았지만, 원판 녀석은 조용히 쪼개며 자신의 술잔을 들어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우쒸! 빨리 어떻게든 호적(?) 정리를 좀 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아무래도…. 응?

원판으로부터 몇 걸음 멀어지기도 전에 멈춰선 것은, 조금 앞서가던 소교가 먼저 멈춰 섰기 때문이었다. 소교는 자신이 나가야 할 바깥으로부터, 먼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인물, 아니, 골물(?)과 정면으로 맞닥뜨린 거였다.

마침, 외견부터 별스런 존재들은 전부 러브하우스 바깥에 있던 상황이어서, 소교로서는 처음으로 저런 존재를 만나는 것이었다.

훗. 소교가 놀라는 건 당연하겠지만, 어쩐지 ‘해골 도우미 집사’ 쪽이 더 놀라는 것 같기도 하네. 해골 입을 따악 벌리며 황급히 뒤로 물러서더니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고 있어. 저 해골 집사, 나한테도 저 정도로 몸을 조아리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말야.

“후훗. 어때, 언니? 실제로 보니까, 더 신기하지?”

미령이가 옆에서 물었지만, 소교는 뭐라고 대답하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그러자 대교는 웃으며 소교를 창가로 이끌었다.

창밖을 조심스럽게 살피기 시작한 소교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쿠웃- 웃고 말았다. 마치, 집안에서만 곱게 자란, 소위 양갓집 규수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담장 밖 세상을 몰래 훔쳐보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소교는 한복을 처음 입어 보는 거라는데, 왜 저렇게 잘 어울리는 것이며, 저고리 고름을 말아 쥔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댄 자세도 왜 저렇게 자연스러운 걸까? 소교 저 아이, 혹시 우리나라에 환생한 적도 있는 건 아닐까?

「헤에~ 울 소교 님. 보면 볼수록 한복 차림이 넘넘 곱고 잘 어울린당~! 주인님! 혹시 소교님은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환생한 적도 있는 거 아닐까요?」

-요몽. 넌 혹시 전생에, 아, 아니다. 하여간 말 나온 김에 조사할 수 있으면 한번 해봐라. 과거에 유명했던 우리나라 여성분들 중에서 소교와 닮은 인물이 있는지 말야.

「와우! 정말요?」

-그래. 근데, 순전히 호기심으로 그러는 거니까, 바쁜 일 없을 때 천천히 해봐.

「당근입죠. 주인님 보좌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적당히 맹렬하게 조사해봅죠!」

훗. 요몽 녀석도 호기심이 발동하긴 하는 모양이군.

그런데 과거 인물 데이터, 특히 구체적인 용모에 관한 건 찾기가 어려울 텐데, 조사가 어느 선까지 가능할지 모르겠군. 옛날 인물화를 보면, 내 눈에는 다 거기서 거기같이 그려져 있는 거 같던데 말이지.

아참. 그러고 보니 금동이의 과거 행적도 궁금한데, 그것도 한번 조사해보라고 해볼까? 음? 근데 금동이, 저 녀석이 갑자기 왜 저러지?

간만에 만난 천우신의 품에서 얌전히 있던 금동이가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소교의 뒤에서 초조해하는 기색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교는 대교에게 뭔가 설명을 듣고 있느라 금동이의 상태 변화를 모르고 있었는데, 미령이가 대신 입을 열었다.

“소교 언니! 금동이가 빨리 나가고 싶은가 봐! 먼저 내보내도 될까?”

“아, 그러고 보니!”

소교는 그제야 금동이를 돌아보더니, 매우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금동이는 즉각 현관문을 스스로 열고 후다닥~

뛰쳐나갔고, 당연히 우리 역시 우르르~ 따라 나갔다.

으음. 애주가 금동이가 술이 고파서 참기 어려웠던 건가? 하긴, 저 녀석에게는 사영도 반가운 술친구, 어? 어랏? 사영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었어? 뭐야? 지금 저 녀석이 가고 있는 방향의 테이블에는………………

“오겡키!”

‘거북 요괴 두목, 오겡키’를 부른 것은 미령이였다. 이쪽으로는 등을 돌리고 있던 오겡키가 미령이 목소리를 듣고 돌아보다가, 자신의 바로 뒤에까지 도착한 금동이와 눈이 마주치는 것 같았다.

“꺄아~ 꺄!”

금동이가 먼저 뭐라고 아는 체를 했고, 오겡키의 눈이 커지는가 싶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오오~ 이게 누구신가?”

반갑게 외친 오겡키는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쓰러트리며 금동이에게 다가섰다. 거대한 몸집의 오겡키에 비해, 우리 금동이의 체구는 너무나 작아서, 오겡키의 한쪽 주먹이 금동이보다 커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금동이의 태도는 당당했고, 오겡키가 오히려 몸을 굽히고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군. 근데 저렇게 사이즈 차이가 나서야 어디, 음? 금동이는 오겡키의 손가락 하나를 잡고는 힘차게 위아래로 흔들었고, 금동이의 괴력에 팔 전체가 위아래로 흔들린 오겡키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우허헛~! 여전하구려, 제천대성!”

에? 웬 제천대성? 거북 요괴 눈에는 금동이가 ‘손오공’급으로 보였던 건가?

호칭은 일단 그렇다 치고, 금동이와 오겡키가 아는 사이라는 거 자체가 놀라웠다. 그런데 아무래도 미령이, 아니, 대교 자매들 모두가 이미 이런 사실을 눈치 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하하~ 정말 금동이와 오겡키 씨가 친구였네?”

소령이가 먼저 즐거운 웃음소리를 냈고, 미령이도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게? 설마 했는데, 정말 친한 사이였나 봐. 소교 언니! 저것 좀 봐. 오겡키가 동료에게도 금동이를 소개시켜주고 있, 아? 그게 아니라, 호박 귀신도 이미 금동이를 알고 있나 봐!”

그렇군. ‘호박 귀신, 프로스트’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초면 분위기가 아니야. 그렇다면, 금동이가 오겡키를 만났던 건, 이 보스턴의

지하에서였었다는 얘기가 되겠군.

호박 귀신 프로스트가 웨인가에 고용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라고 하니까, 금동이가 보스턴 지하 세계에서 놀았던 시기를 추정하는 건 쉽…, 아, 아니지. 이런 건 그냥 오겡키와 프로스트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는 거지? 나도 참.

우린 그동안, 베일에 싸인 금동옹의 지난 행적에 대해서 막연한 추리만 해 왔었다. 그런 관성 때문에 저렇게 확실한 목격자들이 등장했는데도 공연히 추리부터 앞세웠던 것이다.

「에고야, 주인님. 이번에도 주인님을 위한 깜짝쇼로 숨겼던 건데, 저까지 놀라게 될 줄은 몰랐네요. 미령 님께서 오겡키 사진만 소교님께 보내셔서, 금동 옹의 과거 인맥에 프로스트 씨까지 포함된 줄은, 저도 몰랐었지 뭐예요.」

-그냐? 그런데 어쩐지 이게 끝이 아닌 거 같다.

요몽은 한발 늦게 정황을 깨닫고 재빨리 파티장 전체를 체크해 보는 것 같았다. 나 역시 나 자신의 감각으로 체크 범위를 넓혀보니, 조금 전에 먼저 반응을 보였던 자들 말고도, 금동이를 알아보는 뱀프나 웨어울프들이 곳곳에 더 있는 것 같았다.

“어머? 나, 저 황금 원숭이를 알아”

레잇고 자매 중에서 언니, 엘사가 동생 안나에게 한 말이었다.

“우오? 저 금빛 원숭이는, 그래! 틀림없어! 정글에서 우리 소대를 구해줬던 그 ‘숲의 정령’이야!”

으음. 대장 늑대 크루버가 특히 흥분해서 달려가다시피 하는군. 다른 이들도 본격적으로 금동이를 향해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이거야, 원!

금동이도 사방의 친구(?)들을 알아보고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고, 그 와중에도 몰려드는 사람과 일일이 눈인사와 꺅꺅 인사(?)를 하는 것도 같았다. 슬며시 내 옆으로 다가온 자룡대주가 조금 떨리는 전음을 보내왔다.

-처, 천주! 천주의 원숭이가 전설의 금모신원(金毛神猿)일지 모른다는 얘긴 들었지만, 설마 소문이 모두 사실이었던 것입니까?

-어, 그게, 어쩌다 보니, 아직 얘기 못 했었군.

사실, 어쩌다 보니…가 아니고. 금동이가 천 년 묵은 영물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좋지 않을까봐 일부로 숨겨왔던 건데, 이젠 더 숨길 수가 없겠어.

-사실은 저 녀석이 전설의 ‘연옥도 금모신원’ 본인, 아니, 본원이 맞아. 저 녀석은 천 년 동안, 나를 비롯한 친구들의 환생을 기다리고 찾아다니면서, 새로운 친구들도 꽤 많이 사귀었었나 봐.

-아~ 세상에.

흐음. 날 따르면서 별의별 꼴 다 봐온 자룡대주도 이번만은 티 나게 놀라고 감동 먹는 모습을 보이는군. 하긴, 이미 금동이 사연을 알고 있던 나도, 그걸 다시 말하다보니, 왠지 새삼 가슴이 뭉클해지는군.

-대교. 금동이의 천년 기행 루트 중에, 유독 전쟁터가 많은 것은, 아무래도 나란 놈을 찾기 위해서였었겠지? 난 녀석 앞에서 항상

‘군복차림이었으니 말야.

-제 생각에도 그런 것 같아요. 금동은 참으로 정이 깊은, 우리의 진정한 친구이며 가족이어요.

-그렇지? 그런 녀석이야, 저 녀석은.

우린 새삼 더블 감동 상태로 금동이를 지켜보게 되었다. 수많은 요괴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그들과 건배하고 있는 금동이는, 그야말로 요괴들의 아이돌, 전설의 금모신원이자 제천대성 손오공의 현신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요몽. 금동이가 지난번에 산드라를 만났을 때, 반응이 비교적 밋밋했었지?

「아, 예. 그땐 눈여겨보지 못했는데, 금동 옹은 이미 저렇게 많은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알고 있어서 그랬나 봐요.」

-그래. 생각해 보면, 금동이에게 저렇게 많은 인맥, 아니, 요맥이나 귀맥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저런 것도 이해가 되긴 하네. 보통 동물들은 인간보다 초자연적인 존재를 잘 알아본다고 하던데, 금동이도 당연히 돌아다니다가 저런 이들을 만나는 족족 알아볼 수 있었겠지. 그리고 녀석 입장에서는 평범한 인간들보다도 저런 이들에게 더 친근함을 느꼈을 거 같기도 하고 말야.

「아하하! 맞아요! 금동 옹도 어엿한 초자연적인 영물이니까요! 더구나 지금 보니, 조만간 정말 무언가로 변신해 버릴지도 모르겠어요! 또 알아요? 저렇게 작은 몸이 아닌, 훤칠한 꽃돌 청년, 금동이 될지?」

훗. 그러고 보니, 요몽 녀석은 현 시대에서 처음 금동이와 재회했을 때도, ‘왜 금동옹은 천년이나 묵었는데도 변신을 하지 않죠?”라며 금동이의 변신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었지?

-그, 뭐. 이번에는 네 말도 아주 허황되지만은 않은 것도 같다마는, 그래도 난 쫌, 왠지 금동이가 다른 모습이 되는 건, 그림이 잘 안 나온다. 더구나 네 녀석 취향대로 ‘꽃돌 총각’이라면, ‘난 그 변신 반댈세’, 라는 입장이다.

「에이~ 왜 그러세염! 꽃돌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잘 보세욤. 우리 금동 옹의 저 샤프한 이목구비와 초롱초롱한 눈망울! 귀여우면서도 은근 섹쉬한 입술 라인을 인간화했을 때, 인간화 업데이트 팩 알고리즘을 잘만 적용하면, 엄청 바람직한 꽃돌 총각의 비주얼이 탄생・・・・・・・

-됐어, 임마! 난 그냥 지금의 금동이가 좋아!

「아이참. 편견을 버리시래두요? 전 이제부터 패티와 함께, 금동 옹의 꽃돌 총각 변신 촉진 위원회를 결성해야겠어요. 아, 요즘 유행어로 ‘비대위’가 좋으려나?」

-몽몽! 아, 당장 체포할 사안은 아닌 것 같고, 앞으로 이 건에 관한 한, 요몽 녀석을 잘 감시해라. 엄한 짓 못하게 말야.

후후. 알겠습니다, 주인님.」

「엣! 너무해요, 주인님! ‘금동 옹 변신 촉진 비대위’가 뭐가 어때서!」

요몽 녀석, 갈수록 꽃돌 집착이 심해지는 건가? 아니면 이번만은 다른 이유로 이러는 걸까? 으으음. 모르겠다. 어쨌거나 오늘은, 우리 금동이의 숨은 저력을 확인하는 날이 되기도 했군. 나는 사실, 오늘 파티의 다크호스로 소교만을 생각했었는데 말야.

소교를 돌아보니, 녀석은 금동이의 기쁨이 곧, 자신의 기쁨인 양, 흐뭇한 표정으로 금동이와 친구들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금동이가 문득, 정신을 챙기는 것 같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소교에게 달려왔다. 녀석은 소교의 손을 잡아, 자신의 친구들 앞으로 이끌기 시작했고, 소교는 주저하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오오~ 제천대성! 그분이 그대의 주군이신 건가?”

이번에도 오겡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소교 앞에 섰다. 소교는 오겡키의 어마어마한 덩치에 질린 듯, 예의 ‘저고리 고름 말아 쥔 모습으로 오겡키를 올려다보았고, 오겡키는 다른 이유로 잠시 얼어붙는 것 같았다.

훗. 다른 뱀프와 웨어울프들도 마찬가지로군. 호크나 금동이는 모두에게 강렬한 태양처럼 어필하며 등장한 케이스였어. 그에 비해 소교의 경우, 마치 봄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를 맡고 바람을 향해 돌아서다가 문득 정신줄을 놓게 되는,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내 예상대로, 조용하면서도 확실하게 모든 이들의 시선이 소교에게 고정되어 움직일 생각을 못하게 된 것 같았다. 얼마간 이어지던 침묵을 깬 것은 오겡키였다.

“서, 설마, 관음보살님의 현신일 리는, 그렇지만, 나 같은 천물은 감히 입에 올리기 어려운, 그런 분이신 것 같소.”

윽, 웬 관음보살? 오겡키 저 친구. 데릭만큼은 아니어도, 꽤 오버해 버리는군. 게다가 관음보살까진 아닐 거라고 하면서도 왜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며 몸을 숙이는 거야?

“다, 당치않아요! 저는 특별한 여자가 아니에요. 제 이름은 소교! 여기 금동이와 친구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말이에요.”

소교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애써 ‘평범 소녀’를 자처하지만, 오겡키를 비롯한 초자연적 존재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는 모양이군. 산드라 때 알아봤지만, 역시 우리 소교의 예술적 울트라 애잔 파워 오오라’는 오컬트 존재들에게까지 먹어주는구먼.

“이봐들!”

나는 목소리에 약간의 내공을 실으며 나섰다.

“여기 이 소녀는 나의 예비 처제야. 오늘 여러분들에게 소개시켜 줄 수 있게 되어서 기쁘지만, 이제 우리 가족의 시간을 좀 가져야 할 것 같군.” 

그래. 무엇보다, 우린 지금 또, 장인어른을 왕따 시키고 있는 중이야. 자꾸 이러면 나의 만수무강에 지장이, 크흠. 암튼!

나는 한 팔로 금동이를 안아 들고, 한 손으로 소교의 어깨를 살짝 잡아 돌려세움으로써, 이 소금 커플로 인해 파생된 분위기를 대충 수습하기 시작했다. 썩 매끄럽다고 하긴 어려웠으나, 어쨌든 소금 커플을 챙겨 들고(?) 우리 자리로 돌아오니, 사영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둘째 딸 술 한잔 받기 힘들군.”

으음. 역시 아닌 척하면서도 삐치시기 일보 직전이었네. 나의 위기 감지 능력(?)이 잘 작동해주었어.

-그런데, 유준!

사영은 소교가 따라주는 술을 받으며 흐뭇해하면서도, 내게는 살짝 심하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전부터 약간 이상하긴 했네만, 오늘 보니 우리 소교를 대하는 자들의 태도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구석이 보이는군.

흠. 이 초음속 눈치의 소유자께서도, 그런 점을 오늘에야 느끼신 모양이군. 나도 얼마 전까지 그렇기는 했지만, 이 양반은 나와 다른 이유로 소교의

‘울트라 짱 예술적 애잔 파워’를 감잡지 못했던 거겠지?

-훗. 이제야 눈치채셨군요. 역시 국민 딸바보다우신… 웃!

피윳!

우쒸! 방금 내 얼굴로 날린 암기(?), 술안주를 장식하는 대나무 잎, 맞지? 간신히 피했지만, 자칫 위험할 뻔했을지도.

-음. 아깝군. 팔성의 공력을 실었거늘.

아놔! 이 양반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