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67화 : 비연랑대(飛燕狼隊) VS 호른 전사대. (1)

극악서생 4부 – 167화 : 비연랑대(飛燕狼隊) VS 호른 전사대. (1)


3. 비연랑대(飛燕狼隊) VS 호른 전사대. (1)

매퍼 가문으로 추정되는 적들이 나타났는데, 대교가 혼자 상대하러 나섰다고?

-정말 대교 혼자만 나가려 한다고? 적들의 정체와 규모는?

「어, 그게요.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혼자는 아니시고요. 비연대는 이끌고 나가시네요.」

아주 혼자는 아니라지만, 소위 대장급은 혼자인 셈, 아니, 이건 비연대를 너무 비하하는 생각이려나? 그녀들도 엄연히 지하무림의 정예중의

정예인데 말이지.

「적의 정체는 아직, 아, 지금 막 확인되었어요! 매퍼 가문의 전사, ‘웅카스’예요! 그리고 그의 부하들 잔뜩, 그러니까, 대략 6, 70명 정도 몰려왔어요! 비연대의 두 배가 되는 병력이라고요!」

웅카스? 이 낯선 어감의 이름을 가진 매퍼 가문의 전사는 원판 녀석이 제공해주었던 매퍼 가문 전사 리스트에 있었지?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인디언 부족’중의 하나인 호, 뭐랬더라? 하여간 저 자와 부하들 모두 인디언 전사의 후예이며, 매퍼 가문의 요마로 업그레이드된 케이스라고 했어. 요몽이 보여주기 시작한 영상창 속의 웅카스는, 원판의 사전 정보대로 우람한 체구와 강인한 얼굴의 인디언 남자인 것 같았다. 깃털 같은 머리 장식도 그렇고, 얼굴에 짙게 그려진 전투화장(?)도 영화에서 많이 보던 인디언 전사의 비주얼이었는데, 그건 숲속 여기저기에서 날렵하게 움직이고 있는 부하 인디언들도 마찬가지였다.

인디언, 아니, 이건 백인들이 멋대로 붙인 명칭이라서 본인들은 싫어한다고 했던가? 어쨌거나, 저 미국의 원주민들과는 가급적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기어이 등장하셨군. 저들은 현재 러브하우스로부터 1. 5킬로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진군중이고, 대교와 비연대는 이제 막 숲으로 진입하고 있네. 양측의 이동 속도로 보아 5, 6분 후면 만나서 격돌을 시작할 상황이야.

「원판씨는 인디언 전사 웅카스의 전투력이 매퍼 형제들 못지않을 거라고 했는데, 아참, 주인님! 빨리 가보셔야지요!」

화면으로 보이는 대교의 모습과 요몽의 재촉이 나의 초조함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한 번 더 생각해본 다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대교를 믿고, 본래 생각대로 움직이겠어.

「에? 또요? 이번에는 길모르씨의 에스코트도 없는 상황인데요?」

그 대신, 대교 자신이 키운 비연대가 함께 가잖냐. 대교가 굳이 비연대만을 이끌고 나선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그게요, 주인님! 대교님은 지난 새벽의 주인님 행동을 본받는 것뿐이라고 하시던데요? 주인님이 파티를 지키셨 듯, 대교님께선 파티 후유증으로 쉬고 있는 병력들을 위해서 나서신 거라고요!」

윽! 단지 그 이유 때문이라고? 나야 원래 몸빵 전문이라 그럴 수도 있는 거지만, 울 이쁜 대교까지 그러는 건 쫌.

「아, 그런데 다행인 변수가 생겼네요!」

응? 뭐지? 대교와 비연대가 동시에 신형을 멈추었네? 원주민 전사들과의 거리는 아직 꽤 남았는데 왜, 아~ 저들 때문이로군!

「대장 늑대, ‘크루버! 그 멋쟁이 늑대씨와 부하 늑대들이 급하게 뒤따라 나왔네염!」

술이 강해서 빨리 깬 건지 어쩐건지 몰라도, 하여간 크루버는 비교적 생생한 모습으로 러브하우스를 나왔고, 그와 비슷한 상태로 보이는 부하들을 상당수 이끌고 대교 지원에 나선 모양이었다.

더욱 안심할 수 있겠, 아, 가만? 다들 인간 모드잖아? 미국은 아직 대낮이라서 그런 건데, 저 상태로도 대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음? 그래도 이동 속도가 상당하네? 저 정도면 어지간한 생체강화전사 못지않겠어. 완전 변신한 상태가 아니라도 늑대는 늑대라는 건가?

대교는 크루버의 출동을 연락받고 기다려준 모양이었고, 크루버는 대교를 따라잡자마자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조아렸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요몽이 재빨리 해설을 덧붙였다.

「그게요. 자룡대주가 다른 병력들 스카웃 결과와 함께 보고하고 싶어 해서 말씀 못 드렸는데요. 크루버 대장은 새벽에  제일 먼저 지하무림에 완전 귀순(?)을 선택했답니당.」

흐음. 그랬었군. 그래서 지하무림의 안주인이 나서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거군. 아니, 아예 선봉을 맡겨 달라고 부탁하고 있네.

대교는 망설이며 난감해했다. 자신의 비연대도 의욕적인 첫 출진이기 때문이었겠지만, 결국에는 크루버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있었다. 의욕 만땅의 크루버와 부하 늑대 군발들은 환호하며 선봉에 서기 시작했다.

대장 크루버는 우리 지하무림에 속하게 되자마자 전공을 세울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부하 늑대 군발들은 비연대의 미소녀들을 힐끔거리며 더욱 불타오르는 분위기지? 동기가 다소 불순할지는 몰라도, 여하간에 엄청 씩씩하고 용감한 군발 아저씨들의 모습이로군.

미국의 상황을 남몰래(?) 보는 사이, 나와 인호 일행은 우리집 옆의 어사조 본부 건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산드라를 본부 건물 지하의 안식처로 보내 쉬게 하고, 인호 일행은 대기실에서 쉬라고 하면서, 나부터 대기실 소파에 기대앉았다.

「주인니임. 그냥 대교님께 가보시는 게 낫지 않겠어용? 지난번처럼 대교님을 보내시고 신경질적이 되셔서리, 괜히 저만 구박하실 거 같아서

그래요.」

-야! 내가 언제 그런 것 때문에 널 구박했다고, 이쒸! 근데 화면 빨이 갑자기 왜 이래? 똑바로 안 할래?

「으~ 이럴 줄 알았어! 어쨌거나 조금만 기다려 주세염! 곧바로 완벽에 가까운 중계를 해드리겠다고욤!」

요몽은 의외로 즉각 큰소리를 쳤고, 정말 오래지 않아서 근접 촬영되는 숲속의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직전까지는 위성 촬영과 ‘드론’을 이용한 영상이어서 허공에서 내려다보는 각도였지만, 거기에 지상 근접 영상까지 추가된 것이었다.

「헤헤~ 지난번에 말씀드린, 저와 패티가 준비한 비장의 정찰장비, 그 1탄은 일반 비행용 ‘드론’이었었죠? 이번에는 2탄으로 ‘헬기형 드론’,

되겠습니다용! 크기가 작아서 어지간한 숲속도 자유롭게 오가고, 보시다시피 화질도 완벽!」

흐음. 요몽이 자랑스럽게 내세울만하군. 앞으로는 몰라도, 최근 급히 준비된 장비치고는 훌륭한 편이야. 그럼 어디, 본격적으로 대교의 전투를, 그러니까, 나 없이, 울 이쁜 대교가 나 없이 쓸쓸하게(?) 싸우는 모습을, 제, 젠장! 역시 맴이 너무 아프다! 마이 아파!

역시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으나, 지난번에 대교가 마계 콜로세움을 평정(?)하고 돌아오면서 보였던, 매우 뿌듯해하며 피어올린 미소의 아름다움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 잡아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밤새 수송책으로 뺑이 쳤던 산드라를 쉬게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 매퍼 놈들은 안 그래도 만만찮은 놈들인데, 그 노무 ‘네크로노미콘’인지 뭔지 때문에 더욱 미지의 전력을 가진 놈들이 되어있어. 그런 놈들을 상대하며 언제든 빠르게 병력을 보충한다거나, 효율적인 이동 배치, 그런 전술 운용에 있어서 산드라의 역할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야.

나는 여러모로 마음을 추스르면서, 미국 쪽 상황을 대기실의 대형 모니터에도 띄우도록 했다. 눈치 빠르게 뭔가 감 잡고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던 소희가 먼저 모니터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다른 이들의 시선도 빠르게 모니터로 모여들었다.

“인디언 전사? 저자들도 매퍼 가문에서 온 건가요?”

소희는 무심결에 네게 물었지만, 화면 설명은 요몽이 자막으로 깔아주기 시작했다.

「매퍼 가문 직속 요마 부대, ‘호른’! 부대장이자 호른 부족의 족장으로 추정되는 전사, 웅카스, 되겠습니당!」

호른? 부족 이름이 그거였었군. 그거야 어쨌든!

요몽의 자막은 장난스러웠으나, 호른 부족과 웅카스가 뿜어내는 포스의 강렬함은 디지털 영상만으로도 확실히 느껴질 정도였다. 숲 여기저기에 특별한 대형 없이 늘어선 호른족 전사들도 하나같이 사납고 용맹해 보였지만, 특히, 족장인 웅카스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우람한 덩치에서 발산되는 기운의 흉맹함은, 인간의 얼굴을 한 괴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론 중령, 아니, 론 매퍼가 매퍼가를 떠나있는 동안에는 저 인간 괴수가, 괴수 계열에서 짱먹고 있었겠군. 기세 좋게 선봉으로 달려와서 호른족과 대치하고 있는 중인, 대장 늑대 크루버와 늑대 군발 아저씨들이 썩 죽어있는 분위기가 되어 버린 것은, 웅카스라는 인간 괴수의 포스가 그만큼 위압적이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으음~”

웅카스가 먼저 굵은 입술 사이로 목소리를 흘려내기 시작했다.

“좋은 혈통의 늑대 무리로군.”

커다란 북을 천천히 치는 듯한 목소리였고, 얼핏 들으면 칭찬 같기도 했다. 그러나 늑대 인간 부대를 살피던 시선을 대수롭지 않게 거두는 태도도 그렇고, 누가 봐도 ‘좋은 혈통의 멍멍이 들이군’이라고 말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웅카스의 시선이 새로 향한 방향에는, 당연히 나의 대교가 있군. 대교는 크루버 부대의 뒤쪽 높은 나뭇가지 위에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리따운 자태로 숲의 여신과도 같은… 커흠! 큼! 진정하자 진정해, 진유준! 나뭇가지 사이로 파고든 햇살속의 대교가 아무리 싱그러워 보여도, 그래도 지금 정신줄 놓을 때가 아니잖아!

팔불출 모드를 겨우 누르며 웅카스를 보니, 그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잇고 있었다.

“진유준! 그 남자는 오지 않은 건가? 나는 그 남자가 여자와 늑대 뒤에 숨는 남자일 줄은 몰랐다.”

어머나, 이를 어째. 멀고 먼 한국 땅에 숨어서(?) 구경만하고 있는, 그런 나는 그렇다 치고, 우리 대교 마님의 스팀 스위치 올라가겠네.

“크루버.”

응? 대교가 상대인 웅카스와 인사도 나누지 않는 건 물론이고, 그가 아닌 우리 편 크루버를 먼저 부르네?

“천주에 대한 무례는, 언제든 제가 징계할 수 있어요. 하지만 크루버, 당신이 당한 모욕까지 제가 갚아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요?”

오우. 우리 대교 마님께서 저렇게 나오는 건 또 처음보네. 안 그래도 누구보다 빡 돌아 있는 크루버가 대교의 차가운 질책성 도발 때문에 입가를

실룩이더니 곧바로 늑대인간 특유의 상어같은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붉게 물드는 눈동자도 완전 늑대화 때 못지않은 분위기를 보이네.

크르르르~

거친 목울림 소리를 내기 시작한 크루버가 허리춤의 커다란 대검부터 빼들었다. 전황마군과 전마부대’의 정글도급 대검보다는 약간 작았으나, 천음마군의 견신정도 크기는 됨직한 대검이었다.

다른 늑대 부대원들도 대검을 빼드는데, 크루버와 부하들은 엄연히 현역 군발들, 저들의 대검술을 처음으로 보게 되는 건가?

“음~ 좋은 눈빛이야. 역시 좋은 늑대였군.”

웅카스는 크루버 부대의 용맹한 살기에도 태연히 나름의 칭찬의 말을 영어로 하더니, 문득 자기 부하들 쪽으로는 알 수 없는 언어로 뭔가 명령하는 것 같았다. 호른 부족 고유의 언어(아마도)로 내려진 명령에 따라, 크루버 부대와 비슷한 숫자의 호른족 전사들이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대부분 머리띠에 깃털 하나를 꽂고 있었으나, 그중 한명은 웅카스보다 조금 작은 크기이긴 해도, 그처럼 많은 깃털의 장식을 쓰고 있었다.

깃털 크기와 갯수로 부족내의 지위를 나타내는 건가? 그럼 저자가 부두목쯤 되는 모양인데, 크루버보다 약간 작은 체구지만 단단하면서도 날렵한 느낌, 그리고 크루버보다 조금 젊다 싶지만, 이건 뭐 그렇다 치고! 음~ 역시 저 부두목(?)이 대표로 크루버 앞에 나서는군. 호른족 부두목의 손에 들린 병기는 짧은 자루의 도끼! 미국 군발의 대검술과 미국 원주민의 도끼질 대결, 과연?

크!

크루버가 먼저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고, 거의 동시에 벼락같은 검광이 그어졌다. 나도 놀랄 정도로 빠르고 치명적인 일검이었으나, 호른족 부두목이 뒤로 피하는 것이 조금 더 빨랐다. 호른족 부두목의 도끼가 반격할 듯 움찔했으나, 크루버의 다음 공격은 더욱 빠르게 연속으로 이어졌다. 쐐액! 팩!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이검, 삼검까지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퍼부어졌다. 하나같이 치명적인 급소를 노리는 살인검이었고, 늑대 인간의 파워와 스피드로 펼쳐지는 살인검이 서늘한 검풍을 끊임없이 몰아쳤다.

이, 이거, 생각보다 대단한 걸? 주간에 풀 파워를 쓸 수 없는 약점을 군대 살인술로 보강한 셈인데, 저 정도면 크루버 혼자서 웬만한 특수 부대 한 소대쯤은 몇 분 만에 해치워 버릴 수도 있겠어. 그런데, 쭛! 상대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로군.

일견, 크루버의 맹공에 반격의 엄두도 내지 못하고 피하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저런 공격을 피해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호른족 부두목도 비인간적인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매퍼 형제들처럼 눈에 띄는 요마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대체 어떤 방식으로 초자연적인 힘을 쓰는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떤 이유로든 지금 최소한 늑대 인간급의 전사들이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었다.

그런데 뭐지? 저 호른족 부두목의 움직임에서 어딘가 상당히 낯익은 느낌이・・・ 아, 이런!

까캉~!

금속성의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피하기만 하던 호른족 부두목의 도끼가 불연 듯 크루버에게 날아들었으나, 크루버가 침착하게 쳐냈던 것이다. 하지만 역동작으로 애매하게 쳐낸 도끼는 곧바로 다시 찍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쉬익! 깡! 쉭~! 까칵!

연이어 날아들며 점점 더 속도를 높이는 도끼질에 맞서, 크루버의 대검도 지지않고 춤추며 불꽃을 튀겼다. 호른족 부두목이 한순간에 공격의 흐름을 가져가 버리기는 했어도 그전까지는 피하기만 했던 그와 달리, 크루버는 어느 정도 수세가 되어서도 적극적으로 막아내고 있는 거였고, 아주 약간이지만 크루버 쪽의 전투력이 우세해 보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차이가 큰 것은 아니야. 게다가 내가 알고 있는 크루버의 전투 패턴은 더 이상 새로운 카드가 나올 여지가 별로 없는데, 상대의 능력은 아직도 미지수라 걱정, 음? 호른족 부두목의 왼손이 살짝 수상한데? 기회를 봐서 뒷춤에 꼽혀있는 단검으로 기습적인 공격을 하려는 걸까? 크루버에게 어떻게든 귀띔을 해줘야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참견을 하긴 싫었고, 가만 보니 크루버도 그 정도는 눈치까고 있는 듯 했다. 크루버의 왼손 손톱(발톱?)도 어느 틈에 좀 더 길고 날카로워져 있었던 것이다.

오른손의 주력 공격으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면서, 왼손으로 뭔가 노리는, 같은 패턴의 작전을 서로가 눈치깐 상태에서 과연 누가 먼저, 그리고 효과적으로 감행할 것인지가 승패의 향방을… 음? 훗~! 결국 둘 다 포기한 건가?

어느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대검질과 도끼질 타이밍을 늦춘 두 전사는, 사이좋게 각자의 비밀 패턴을 공개적으로 쓰기로 한 모양이었다. 크루버는 왼손의 손톱을 더욱 길게 돋아나게(?) 하면서 손날까지 세워서 왼손끝을 또 하나의 칼로 만들었고, 호른족 부두목도 왼손에 단검을 빼들었다.

둘 다 한손에는 큰 발톱, 다른 손에는 작은 발톱을 가지고 싸우게 되는 셈인가? 어쨌거나 다시 치열한 눈싸움부터 시작하더니, 곧바로 재격돌! 으으음음. 지금까지도 꽤 긴 시간 전력을 다해서 접전을 펼쳤는데도, 둘 다 거의 지친 기색도 없이 치열한 맞짱 대결을 이어가네. 체력까지도 막상막하인 거 같아.

대장들의 대결이 길어지자 지루함을 느꼈던 걸까? 호른족 전사들 뒤쪽에서 작지만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몽몽 선생도 해석불가의 호른족 언어였지만, 왠지 해석을 듣지 않아도 누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여자 목소리였으니, 저 호른족의 홍일점 아가씨일 테고, 저 아가씨의 몇 마디에 호른족 전사들의 전체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것으로 보아, ‘누가 젤로 멋지게 잘 싸우는지 봐서, 내가 뽀뽀해 줄지도 몰라염’이라고 했을, 큼. 이건 너무 유치한가?

내가 떠올린 말은 아니라도, 젊은 남정네들을 자극하는 말은 틀림이 없었는지, 웅카스가 앞서 지목했던 전사들 모두가 도끼를 더욱 굳게 움켜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우리 측 늑대 부대원들은 적 병력들의 호전적인 기세에 겁을 먹은 것 같지는 않으면서도 왠지 미적대고 있었다. 뭐야 저 친구들. 설마 자기들도 우리 비연대 미녀들의 응원이나 데이트 약속 같은 것이 있어야 기운을 내겠다는 거야? 어랏? 몇 명은 정말 슬그머니 비연대쪽을 돌아보기도 하네? 이 친구들아, 비연대 아가씨들의 냉랭한 표정 안보여? 비연대는 항상 군기가 완충된 최정예 여군 특공대로서, 결코 자네들이 바라는 행동은 하지 않을…..

“화이팅~! 낭아대에~!”

에? 웬 낭아대(狼隊)?! 아니, 늑대 군발들을 뭐라고 불렀는지는 둘째 치고, 지금 누구야? 누가 이렇게 곱고 낭랑한 목소리로 응원을 해 버린 거지? “다를 힘내요오!”

이어서 흘러나온 미성도, 앞선 목소리처럼 분명히 귀에 살짝 익은 비연대원의 목소리였다. 대교가 고운 아미를 살짝 찡그리며 자신의 수하들을 돌아보았지만,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고개와 손까지 저어 보였다. 대교와 나까지 더욱 황당하게도, 모든 비연대원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데도 두 명의 또 다른 목소리가 더 늑대 군발들을 응원했다(?).

“낭아대, 파이팅!”

“늑대씨들, 화이팅!”

-요몽! 너!

「에고, 들켰네!」

-얌마 너, 무슨 장난을… 응?

요몽이 자기 방송장비를 통해서 장난으로 내 보낸 비연대원들의 아리따운 음성은 이미 단순한 수컷들의 귓속으로 쏙쏙 파고든 모양이었다. 

우워어엉어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