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70화 : 날마다 파티? (1)
4. 날마다 파티? (1)
늑대와 곰같은 야수들의 무서운 기운을 가진 호른 부족!
그런 야수 종족 중에서도 짱먹는 괴수 인간 웅카스. 그는 자존심에 흠집 생긴 분노로 인해서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검붉은 기운을 활활 타올리고 있었다. 웅카스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경시하고 있던 여자, 대교에게 오히려 ‘당신은 나보다 약하니, 수준 맞는 내 수하 하고나 싸워 보셈’이라는 말을 들은 셈이니, 저럴 만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의 대교 마마님께서는 웅카스의 반응에 아랑곳없이 잔잔한 미소만 머금고 있군. 사실 우리 대교 마마님께서는 나보다도 쎈, 우리 측 최강자이시니만큼, 매퍼 가문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도 모를 웅카스와 굳이 맞상대 해 줄 필요가 없는 거긴 해.
나도 다시 생각해보니, 이쯤에서 수하를 내보내는 것이 맞는 그림인 거 같았다. 하지만 인간 괴수 웅카스와 일대일 맞짱 뜰 정도의 수하는 함께 오지 않은 상황이고, 어차피 오늘 대교는 자신의 비연대만으로 승부를 볼 생각인 듯 했다.
그렇다면, 웅카스를 상대로는 대체 몇 명의 비연대원이 합공을 해야 할까? 저 홍화가 부대장답게 비연대에서는 가장 뛰어난 고수겠지만, 웅카스의 부하인 버스커 형제들을 봐선, 저 인간 괴수 웅카스에게는 최소한 세 명 이상의 비연대가 필요하겠지? 물론 저렇게 용감하게 혼자 나서는 모습도 나름 멋져 보이지만 저건 자살 행위, 응? 뭐야? 진짜 혼자?
설마 했으나, 정말로 홍화 혼자 몇 걸음을 더 나아갔으며, 다른 비연대 누구도 움직일 기미가 없어 보였다.
「옴마나? 정말 저 부대장 혼자 싸울셈인가 봐요! 저건 대체 뭔 작전이래요?」
-자살 작전, 아, 아니, 그건 아닐 테고! 가, 가만? 요몽! 영상 비교, 아니, 실측 비교 데이터 쫌 뽑아라!
「넵!」
요몽이 재빨리 내 지시를 따르는 사이, 웅카스는 대교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여자! 그대의 부하들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정말 저 어린 여자 한 명으로 이 웅카스를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단지, 나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 이러는 것인가?”
저 인간 괴수 아저씨, 심하게 빡 돈 상태인 것에 비해서는 어느 정도 차분한 어조로 말하고 있군. 하긴, 처음 모욕을 느꼈을 때 곧바로 쳐들어오지 않은 것부터도 그랬고, 저런 참을성도 없는 스타일 같지는 않았어.
“웅카스님!”
응? 대답도 대교 대신 홍화가 한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분은, 우리 지하무림의 천모! 이 분은 당신이 상대할 수 없는 분이라는 것을 모르겠나요?”
부대장 홍화의 말은 웅카스를 좀 더 자극하는 말일 것 같았으나, 조금 주춤했던 웅카스의 분노와 살기의 불길은 오히려 더욱 사그러 들고 있었다. 그는 홍화 부대장을 새삼 찬찬히 살피는 기색이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비연대 답게(?) 빼어난 미모의 아가씨라는 건 패스하고, 비연대 중에서 가장 키가 크고 팔다리도 긴 체형이며, 비교적 살집도 있어서 체중이 최소한 50킬로는 나갈 듯 한 것 도 건너뛰고! 그게 그러니까, 태양혈이 나름 도톰해서 비연대 중에서는 가장 내력이 깊은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차이는 아니고, 쯧.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기본 조건이 다른 비연대원들 보다 ‘약간’ 좋다는 결론이로군.
보이지 않는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그게 소위 만화 주인공급이 아닌 이상, 자신이 자처하고 있는 인간 괴수의 맞상대로는 택도 없어 보였다. 나는 그래도 대교의 ‘숨은 안배를 믿어 보기로 하며, 웅카스쪽 분위기도 살폈고, 그는 굵은 입술을 조금 비틀어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음~ 알겠다. 네가 모시는 여자에게, 이 웅카스를 내려다 볼 자격이 있는지는, 너의 그 검에 묻기로 하지.”
윽! 지금 뭘 알고 말한 거야? 아니면 그냥 상징적인 표현을 한 거야?
나는 다시 불안 해졌고, 웅카스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오며 양팔을 좌우로 벌려 털가죽 망토를 열었다. 예상대로 웅장한 계곡의 암벽 같은 근육질의 상체가 드러났고, 그 위에는 크고 작은 흉터가 하나 가득이었다.
흉터 장식(?)은 그렇다 치고, 저 괴수 인간도 다른 호른족처럼 허리 양쪽에 도끼와 단검을 차고 있는데, 저건 아직 뽑아들 생각이 없는 거 같군. 그런데 저 인간의 양팔, 주먹부터 팔꿈치까지의 피부색이 다른 신체의 색과 달라. 저 색감은 혹시?
“뭐하는가? 나는 이것으로 준비가 된 것이다.”
웅카스는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이며 말했고, 홍화는 그제야 검을 뽑아 들었다.
치잉~!
맑고 청량한 발검 소리가 허공에 울리는 순간, 웅카스의 거대한 그림자가 홍화의 시야를 가득 채우며 덮쳐왔다.
후우웅!
웅카스의 바위 같은 주먹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기세는, 장난이 아니었고, 그 결과는 더욱 엄청났다.
꽈릉!
로켓탄의 직격 같은 위력으로 지면이 폭발해 버렸다. 홍화는 자신의 의지로 신형을 날려 피한 것이었으나,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 내리꽂힌
웅카스의 주먹질 충격파에 날려진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젠장! CR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BB형제’의 로켓 펀치를 보는 것 같네. 게다가 웅카스 저 인간, 여유롭게 ‘이건 시작 인사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로군. 그러면서 날카로운 눈은 홍화의 신형을 놓치지 않고 있어. 홍화는 공격을 피한 직후에 곧바로 반격을 시도하려는 것 같았는데, 저렇게 강력한 공격에도 겁먹지 않은 건 일단 대견하고, 그 반격을 포기한 것은 더욱 칭찬해주고 싶네. 웅카스 저 인간은 오히려 그런 반격을 기다렸던 것 같으니 말이지.
웅카스의 주먹은 땅에 거의 다 파묻힌 상태였다가 스윽 뽑혀지고 있었으며, 주먹질을 당한 지면이 사방으로 몇 미터나 움푹 패여 있었다. 홍화는 그 테두리 바깥을 돌며 보법을 펼치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오행미종보? 아니, 그 정도는 못되는 거 같지만, 그래도 은근 현란한 보법을 차분한 분위기로 펼치고 있네. 저런 패턴의 보법은 상대에게 원근감을 잃게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고, 방어가 불가능한 공격의 표적이 되지 않으면서, 빈틈을 노리려는 전법을 택한 거군. 보법 자체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웅카스에게 저런 대처는 통하지 않을, 읏, 역시나.
나의 우려대로, 잠시 홍화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보던 웅카스가 피식 웃으며 다시 주먹을 들었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거침없이 홍화를 향해 나아가며 팔뚝과 주먹에 불끈불끈 힘줄이 솟게 했다.
꽈!
다시 한번 지면에 작렬한 핵주먹(?)의 충격파가 사방으로 파편을 날렸고, 비교적 쉽게 공격을 피하는 것 같았던 홍화의 보법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작은 파편 하나가 그녀의 뺨을 스치고, 조금 더 큰 파편은 손목을 쳤던 것이다. 실질적인 이동 공간이 작은 보법으로는 웅카스의 초강력 폭격식
공격을 완전히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었다.
「오똑케! 오똑해에! 저 고운 피부에 상처가 나버렸어염!」
-요몽! 사소한 일에 호들갑 좀 떨지 마!
「그치만 주인님! 홍화 부대장은 최강의 피부 미인이기도 하단 말예요! 저건 청자, 백자, 국보급 도자기에 흠집 생긴 사건 못지않은, 옴마나! 또?」 몽몽!
난 결국 참지 못하고 요몽을 체포, 구금시킴으로서, 다시 평화롭게(?) 싸움 관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꽝! 꽈앙! 꽈릉!
그 사이에도 웅카스의 무차별 폭격이 연이어 작렬하고 있었다. 홍화는 계속해서 잘 피하고 있기는 했으나, 웅카스는 점점 더 빠르게 그녀의 신형을 따라붙으며 폭격을 가했고, 그만큼 점점 더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에구. 저러다가 제대로 걸리면 국보급 피부고 뭐고 전부 끝장인, 음? 웅카스가 제풀에 공격을 멈춘다. 하지만 웅카스의 저 표정, 잡기 어려워서 포기하는 것이 아닌 거 같지?
“어린 여자야! 계속 도망만 칠 생각이냐?”
웅카스는 비죽이 웃으며 손가락을 들더니, 천천히 경공을 멈추고 있는 홍화, 아니,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을 가리켰다.
“그 칼은, 장신구였던 거냐?”
웅카스의 도발은 성공적인 것 같았다. 좀처럼 반격의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던 홍화가 지긋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검을 고쳐 잡았던 것이다. 그녀는 잠시 멈추고 있던 보법을 다시 펼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적극적인 공세를 위한 패턴이었다.
그래. 나도 보기가 좀 갑갑했는데, 힘내라구 홍화 부대장!
나의 응원에 힘입은(?) 홍화의 신형이 빠른 춤사위처럼 현란한 움직임으로 웅카스를 향해 육박해 들어갔다. 웅카스가 처음으로 긴장의 빛을 띠는 순간, 하얀 검광이 웅카스의 목줄기를 향해 내달렸다.
채앵~!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작은 불꽃이 튄 것은 웅카스의 손등이었다. 손등으로 검을 막은 것이었고, 피가 튀긴 커녕 작은 생채기조차 없어 보였다. 쳇! 저 팔의 피부색은 역시 ‘금속’의 색감이었나? 저 두 팔만은 ‘철갑 마족, 투르가’와 같다고 봐야 하려나?
치잉! 챙! 킹~!
연속으로 이어지는 맹공을 웅카스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거의 한 팔만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무공을 전혀 모르는 자가, 야수 특유의 동체 시력과 손놀림만으로 무공 고수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 홍화의 기본기로는 역부족인 자였어. 이렇게 승산이 없는데도 ‘대교의 안배’는 왜 아직 작동(?) 기미가 안 보이는 거야? 그리고 저 홍화 부대장 자신도 그렇지, 어째서 저리도 고지식하게만 싸우고 있는 걸까? 우린 명색이 자랑스러운(?) 사마외도인 인데, 필요하면 암기고 폭약이고 마구 써먹어야지! 더구나 상대도 이미 ‘늑대 어금니’, ‘사이보그 팔(?) 등의 오컬트 장비(?)를 동원하고 있는 건데 말이지!
나는 답답한 마음에 평소 안 하던(?) 생각까지 떠올리고 있었지만, 의외로 고지식한 홍화 부대장은 끝내 아무런 암수를 쓰지 않고, 성실한 공격을 계속하다가 지친 기색과 함께 검과 신형을 뒤로 물리고 있었다. 그녀는 웅카스에게 쉴 새 없이 검광을 뿌려대느라 송글송글 땀이 맺힌 이마를 소매로 닦으며 하아하아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거둔 성과는 웅카스가 방어를 위해서 한 팔을 더 들어 올리게 했다는 것뿐으로 보였다. 웅카스 저 인간, 홍화의 땀에 절고 지친 모습을 보며 빙긋이 웃어 버리는군. ‘이제 재롱은 다 끝난 건가?’라고 하는듯한 태도랄까? 그러면서 ‘이제 그쪽 차례다’라는 시선을 대교에게 던지고 있네. 대교는 여전히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고 있지만, 저렇게 지치도록 열심히 싸운 홍화양은 분해하며 미소를, 응? 미소? 저 아가씨야말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네? 이, 이런, 내가 놓친 것이 있었구나.
“웅카스님! 그 팔, 너무 두꺼워서 감각이 느린 모양이군요.”
홍화의 말과 함께 웅카스의 안색이 일변하고 있었다. 그는 두 팔을 다시 들어 올려보며 ‘설마?”하는 표정이 되었고 다음 순간에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극심한 고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제서야 무적의 방어력을 자랑하던 철갑 팔의 여기저기가 찌직, 찌직 갈라지며 선혈이 튀기 시작했다.
“이, 이건, 이건 무슨 마법이지? 역시 그 칼인가?”
이를 악문 웅카스가 묻자, 홍화는 대교처럼 잔잔한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검, ‘청명이 얼음처럼 차가운 반투명의 검기를 은은하게 발산하고 있었다.
훗. 저 청명 녀석, 주인인 대교가 직접 홍화에게 주면서 협조를 부탁했을 텐데도, 공연히 비싸게 굴다가 뒤늦게야 암중에 힘을 써준 모양이군. 웅카스는 처음부터 청명이 보통 칼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까긴 했지만, 저렇게 무서운 소녀 검인지까진 몰랐었나벼. 우리 도도한 새침떼기 청명검께서, 임시 사용자인 홍화가 힘들어 할 때도 계속 생까고 보통 검인척하는 바람에 속은(?) 것이기도 했고 말이지.
“아참! 잠시만요.”
홍화는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웅카스에게 뭔가 양해를 구하는 말을 하더니, 갑자기 허공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녀가 휘두르는 옷소매 속에서 무수한 암기가 쏟아져 나왔고, 그건 웅카스 뒤쪽의 호른족들에게 우박처럼 퍼부어졌다.
호오. 암기가 없었던 게 아니고, 고지식해서 암기를 쓰지 못 한 것도 아니었군. 호른족 전사들이 밀집해 있지 않아서 적중된 자는 많지 않지만, 암기 투척 후 착지한 홍화는 만족스럽게 웃고 있네.
“이런 식은 죄송하지만, 음~ 그쪽이 조금 많은 거 같아서 수를 맞춰봤어요.”
웅카스와 호른족 모두가 X씹은 얼굴이 되었지만, 나는 그만 하핫, 웃고 말았다. 오늘 내가 비연대, 특히 울 이쁜 대교와 저 홍화 부대장에게 기분 좋은 한방을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 내가 현장에 직접 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놓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오늘 비연대가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정말이지 여러모로 미래가 기대되는 지하무림의 보물들 일세!
“전군, 앞으로!”
홍화 부대장의 명령에 따라 비연대 전원이 나름 각 잡힌 분위기로, 그러면서도 너무나 여성스럽고 샤방한 분위기로 걸음을 옮겨, 홍화의 양 옆으로 도열했다.
“전군! 전투준비!”
비연대가 일제히 각자의 병장기를 살벌하면서도 이쁘게(?) 뽑아 들자, 호른족 전사들도 저마다 손도끼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약간 쭈뼛대는 기색으로 웅카스를 보았고, 웅카스 역시 착 가라앉은 분위기로 싸울 의욕을 잃은 모습이었다.
웅카스가 입은 부상은 결코 가볍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전투 불능 정도는 아니지. 그럼에도 저 ‘역전의 용사'(아마도)가 저렇게 간단히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은, 자기 자신이 한 말 때문이겠지? 웅카스는 대교가 자신을 내려 볼 수 있는 여자인지를 홍화가 들고 있던 칼, 청명검에게 묻겠다고 했는데, 바로 그 청명이 자신의 강철 팔을 베어 버림으로서 대답을 해준 거니 말야.
“홍화!”
대교의 부드러운 음성이 자신을 부르자, 홍화는 마악 전투 개시를 외치려던 것을 멈추고 옆으로 물러났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비연 소녀들을 손수 양성하신 그녀께서 드디어 그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내시었습니당! 불쌍한 적들의 비루한 안구를 정화 시켜 주심은 물론이고, 범우주적 미모 깡패로서의 진면목을 만천하에 전파하여 경천동지할 추종자 속출 사태를ᆢ -요몽! 됐거든?J
요몽 녀석, 감금된 상태에서도 목소리는 내보내서 끼어드네. 어쨌거나, 요몽의 멘트는 사실, 트집 잡을 곳이 없는 팩트, 커흠! 암튼, 울 이쁜 대교는 나오면서 홍화와 검부터 바꿔 드는군. 오늘처럼 몰래 서로 바꿔서 쓰려고 저렇게 유사한 형태의 검을 홍화에게 주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구체적인 이유는 나중에 대교에게 물어봐야겠네.
나야 대교가 안 하던 행동을 해서 사연이 궁금했지만, 웅카스는 자신의 강철 팔을 깬 청명의 주인이 대교라는 점에만 주목하는 눈치였다. 그는 청명이 대교의 손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웅카스.”
대교는 ‘야무지고 단정하면서 다소곳하고 조신 해 보이는'(이게 뭔지는 나도 잘 모름) 홍화 부대장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아이는 아직 미숙하여, 본래는 당신을 이길 수 없었어요. 당신은 이 아이에게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니니, 창피해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살짝 헷갈리는 얘기를 부드럽게 하지만 결국, ‘나는 고사하고, 내 칼을 든 아이한테도 깨졌으니, 할 말 없지?”라는 얘기군. 대교는 자신의 강함과 우위를 내세우는 화법을 싫어하는데, 오늘은 맘 독하게(?) 먹고 ‘마군황 마누라’, 커흠! 큼! 큼! 하여간 그런 컨셉을 유지하고 싶은 모양이야. “이제 어려움을 알았으면, 이만 물러가 주세요.”
대교는 간단하게 축객령을 내리고는 산뜻하게 돌아섰다. 평소의 대교에 비해서는 쌀쌀맞다 싶은 모습이었으나, 먼저 빨리 돌아서 주는 행동 자체가 상대를 배려해주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패하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적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건, 모든 패장들의 마음이겠지. 으으음~ 그나저나, 오늘은 비연대가 첫 출진에서 승전을 거둔 날이 되었잖아? 이거 이거, 오늘 밤에도 또 파티를 해야 하는 거 아냐?
「우히히~ 오늘 밤에도 신나는 파티하겠당!」
훗. 이럴 때는 누구나 생각하는 게 비슷한 건가? 그럼 오늘의 주인공인 비연대원들도 당연히 응? 가만? 뭐지? 왜 갑자기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드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