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91화 : NWG (Neo Wind Gate). II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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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91화 : NWG (Neo Wind Gate). II (3)


7.NWG(Neo Wind Gate) II. (3)

순간적으로 ‘캔들 리에게 긴급 사태 발생’이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곧바로 ‘그건 아니지’로 바뀌어졌다.

현재 캔들 리 경호의 핵심은 S와 사영이야. S가 아닌, 나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건, 적어도 캔들 리 경호에 긴급 상황이 발생한 건 아니라는 거지. 그렇다곤 해도, 사영이 나한테 가벼운 안부 전화를 할 양반도 아니니, 뭔가 일이 발생하긴 한 거겠지?

-여보세요, 장인어른?

“흠, 아직도 그렇게 불리는 건 달갑지가 않군.”

훗. 반응을 보니, 역시 긴급 상황은 아닌 거 같네.

-그럼 경호 팀장님, 아니면 경호 대장님이라고 불러 드릴까요?

“그런 건 상관없네만, 아무래도 자네가 이곳으로 와줘야 할 거 같네.”

사영의 음성은 여전히 그리 심각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약간 긴장하며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제가, 어떤 자리에 있는지는 알고계시죠?

“그래, 오늘 사신 후배에게 중요한 손님들을 소개해 주는 자리가 있다고 들었네.”

알고 있으면서도 날 부르는 거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S가 캔들 리 저택에 없을 때를 선택해서 부르는 거라고 봐야 하려나?

-S와 흑주가 모르게 오라는, 그런 말씀이신 거 같네요.

“맞아. 자세한 얘기는 와서 듣게나.”

거참, 분명 위급한 상황이 아닌 분위기면서도 심상치가 않네. 어쨌든, 울 이쁜 대교의 파더께서 부르시는데 생깔수는 없겠지?

나도 모르게 S쪽으로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S는 다시 산드라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사영과의 비밀 통화가 끝나자마자, 페트라에게 전음을 보내, 내 쪽으로 오게 했다.

“천주! ‘블랙 스마이커 비행 소대’로부터 긴급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페트라는 내 지시대로 거짓 보고를 했고, 난 당연히 그걸 명분으로 모두에게 양해를 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하게 S의 러브 하우스를 나와, 십여 분 정도가 지났을 때, 나는 빠르게 준비된 승용차에 앉아있게 되었다. 자룡대 소속인 듯한 요원이 모는 차가 안정적이면서도 빠르게 캔들 리의 저택을 향해 나아갔다. 본래 S의 러브 하우스로부터 캔들 리의 저택은 차로 몇 분 거리에 불과했다. 뒷좌석에 동승한 페트라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천주! 이런 식으로 혼자 나오신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게, 캔들 리 경호팀의 팀장으로부터, 날 좀 보자는 연락이 왔어. 근데, ‘S와 흑주 모르게’라고 하시는군.”

“아! 그 분이 그런 연락을?”

“페트라, 당신도 짐작되는 일이 없는 거야?”

페트라는 신중하게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사항들을 재검토해보는 것 같았으나, 결국 작게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천주. 속하로서는 사영님과 S님 사이에 특별한 이상 기류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흐음. 페트라, 이 아가씨는 나이에 비해, 굉장한 수완가이고, 조직관리에도 뛰어난 인재야. 그런 페트라가 감을 잡지 못했다면, 사영과 S의 직접적인 갈등은 아닐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대체 왜……………

“다만, 경호 팀장쪽에서 저희들과 사전 협의가 없었던 움직임을 보이긴 했습니다.”

“뭐?”

“아, 천주!”

응? 이 양반, 성격도 급하시지!

페트라가 놀란 건, 차가 목적지에 도착하여 멈추자마자, 길 가의 가로수 그늘에서 스윽- 검은 그림자가 분리되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절정의 은신술을 가볍게 선보인 사영이, 페트라와 교대하듯 뒷좌석에 오르며 피식 웃었다.

“자네가 넥타이까지 맨 건 처음 보는 것 같군.”

“저 자신도 자주 못 봅니다. 그보다, 대체 무슨 일인 겁니까?”

“뭐, 가면서 얘기하지.”

사영은 운전병에게 어딘가를 알려 주었고, 차는 지체 없이 다시 출발했다. 글고보니, 난 지금까지 한 번도 캔들 리의 저택에 들러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도 집 앞까지 왔다가 그냥 가는 셈이었다.

원래는 S의 러브 하우스보다도 작고 마당조차 없는 집에서 검소하게 살던 사람인데, 최근 내 친구 천우신의 강력한 권고로 조금 전의 ‘마당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고 했지?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이 차가 점점 캔들 리의 저택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야.

차는 비슷비슷한 규모와 형식의 집들이 늘어선 거리를 계속 달렸고, 가면서 얘기하자던 사영은 말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장인어른, 아니, 경호 팀장님!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캔들 리 경호와 관계된 일이긴 한건 가요?”

“글쎄? 어쩌면!”

윽. 이 양반이 이제 와서 왜 이러셔?

“아, 잠깐! 저기, 저 모퉁이 붉은 문의 집 앞에 세워주게.”

지목된 집은, 다른 집들에 비해 작고, 마당도 거의 없다시피 한 낡은 집이었다. 운전병이 지시에 따르자, 사영은 먼저 내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아까 이 집에 놀러왔다가, 지갑을 깜박했거든. 차 태워줘서 고마웠네.”

우이쒸! 이 양반이 진짜!

“호오, 대교의 애비인 나에게 살기를?”

“아, 아니, 죄송! 무심결에 그만!”

“천주! 이 곳은 어르신의 조직이 확보한 거점 중의 한 곳입니다.”

페트라가 조수석에서 내리며 잽싸게 보고하자, 사영은 페트라를 돌아보며 약간 놀란 표정이 되어 버렸다.

“대단하군. 이곳은 불과 삼일 전에 확보된 곳이고, 캔들 리 저택으로부터 십 킬로 가까이 떨어진 곳인데, 여기까지 파악하고 있었단 말인가?”

“실례였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캔들 리 경호에 만전을 기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을 뿐, 어르신 조직의 활동을 감시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설프게 들킨 건 우리 쪽인데 누굴 탓하겠나. 좋아. 아주 좋아! 내 사윗감의 수하들이라면 이쯤은 되어야지.”

사영은, 대견하다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붉은 색으로 칠해 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까 페트라가 말했던, 우리 측에 상의하지 않은 사영 쪽 움직임이 이거였었나 보군. 어디보자~ 막 들어선, 이 거실은 물론이고, 집안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하지만, 내 감각에 잡히는 미세 기척이 하나, 둘・・・ 총 다섯 명이 곳곳에 은밀하게 짱박혀 있군. 사영의 사조직, 현대판 ‘혈의문(血衣門)’의 살수들답게 은신술이 탁월한 건, 그렇다 치고, 이 양반은 우리도 모르게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3호!”

사영의 짧은 호출에, 주방으로 여겨지는 출입구 쪽에서 상하의가 이어진, 붉은 슈트 차림의 여자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토바이 헬멧을 쓰면 남녀 구분이 힘들 정도로 홀~쭉하고 굴곡이 적은 몸매였지만, 긴 머리채의 얼굴도 제법 예쁘장한 편이었다.

“페트라야. 여기 이 3호, 아니, ‘홍’과 함께 커피라도 한잔하고 있게 유준과 나는, 별 일없으면, 두 시간정도 후에 돌아오게 될 거야.”

페트라를 남겨두고, 둘이서만 어딘가 다녀와야 한다는 거군. 근데 ‘별일 없으면’이라고?

페트라는 사영의 말이 ‘필시 별 일이 있을 거야’로 들렸는지, 긴장한 얼굴로 날 보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안심하고 기다리라는 전음을 보내며 사영의 뒤를 따라 붙었다. 사영은 거실을 가로질러 주방까지 지나치더니, 주방 끝의 작은 쪽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가로등 불빛이 미치지 않아 어두운 골목이었다.

“아, 가세. 내공을 되찾은 모양이니, 잘 따라 올 수 있겠지?”

“잠깐만요!”

난 곧바로 경공을 발동하려는 사영을 불러 세웠다.

“계속 이렇게 무슨 일인지 말해 주지 않으실 겁니까?”

“아, 내가 얘기 아직 안했었나?”

“역시, 이제 연세가… 웃!”

쉬긱! 쨍~!

예상대로 날아 든 칼질을 비교적 가볍게 막아낼 수 있었다. 이런 예비 장인어른을 둔 사윗감 입장이다 보니, 오기 전부터 일찌감치 정글도를 아공간에서 빼내어 들고 다녔던 것이다.

“흠, 아쉽군. 내공을 되찾기 전에 해치웠어야…………”

난 아직 제대로 내공을 되찾았다기보다, 정글도에 내공을 모아쓰는 상황이지만, 그걸 굳이 밝힐 필요는 없겠지?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큰 사윗감한테.”

“뭐, 어때, 안 죽으면 됐지.”

젠장, 역시 빨리 본신의 내공을 되찾아야지. 정글이 없을 때 걸리면, 진짜 예비 장인어른의 살수에 메롱 되겠어.

“어쨌든, 얘기해 주지.”

사영의 시선이 향한 골목 바깥의 상당히 넓은 도로, 아니 그 너머의 장소였다.

“공원인가요?”

“그렇기도 하고, 어떤 구역을 상징하는 거대 성벽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저곳을 들어가려면, 최첨단 보안 장치들과 잘 훈련된 요원들의 방어를 통과해야 하니 말야.”

사실은, 사영의 설명이 시작되기 전부터 몽몽이 먼저 참조 영상을 띄워주고 있었다.

캔들 리의 저택을 포함한, 이쪽 구역은 중산층 정도가 사는 동네. 그리고 저런 나무숲공원으로 둘러싸인 구역은 소위 ‘최상층 부자’들 동네라고? “우리가 지금부터 가야 할 장소는 저 안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부자의 집이지. 나는 어젯밤에 한 번 저택 앞까지 가보았는데, 단시간에는 침투할 엄두가 나지 않더군.”

이것, 봐라? 표적이 된 대상이 그 어떤 곳에 숨어있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안겨줬다는, 그런 양반이 문 앞에서 포기하고 돌아왔었다고? “저기, 그런 곳이라면, 두 시간 가지고 되겠습니까?”

대기 중인 페트라 생각이 먼저 들어서 물었더니, 사영은 피식웃기부터 했다.

“잘난 사윗감 믿고 한 말이었는데, 패기가 부족하구먼.”

우씨! 자기 필요할 때만 잘난 사윗감이래.

“나 참. 사전 정보도 없이 그런 곳을 어떻게 간단히 오갑니까? 그냥 무식하게 돌파해 버리는 거라면 몰라도.”

“후후, 무식한 돌파는 자신 있다는 건가?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군.”

“정말 그런 걸 바라십니까?”

“아니.”

으~ 이 양반, 오늘 유난하네. 대교가 없어서 그런가?

“어쩌다보니, 자꾸 말장난을 하게 되었군. 이제 그만하지.”

사영은 비로소 어느 정도 웃음기를 지우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계속 갈등했네. 내 사윗감이 정말 얼마나 강한지, 싸우는 걸 제대로 보고 싶다는 욕구와, 일이 시끄러워지면 곤란하다는 판단 사이에서 말야.”

응? 그러고 보니, 내가 예비 장인어른 앞에서 제대로 전투력을 선보인 일이 없었던가? 그럼 이 기회에…아, 아니야. 순간적인 감정대로 나가면 안 되지.

“그러셨군요. 전 또, 용돈이 궁하셔서 부잣집을 터시는 건줄 알았.

쉭! 챙!

계속 사영 페이스에 따라가기 싫어서 한소리 했더니만, 여지없이 칼질이시군.

“저도 어쩌다보니, 말장난을 멈추지 못했네요. 크흠! 우선, 이걸 확실히 해야 겠네요. 장인어른이 저만 따로 부른 이유가, 저의 내상 회복정도의 확인입니까? 아니면 S가 이 일을 알면 안 되서 입니까?”

“둘 다, 일세.”

아직은 애매한 대답이었지만, 사영은 문제의 최상층 부자 구역을 바라보며 말을 잇기 시작했다.

“저 현대판 귀족들의 성역 안에는 ‘도널드 웨인’이라는 자의 저택도 있다네. 공식적으로는 미국 50대 부자에도 끼지 못한다고 하네만, 내가 조금 알아보니, 이곳 보스턴 최고의 재력가인건 물론이고, 숨겨진 재산과 영향력은 상위 2% 안에 들 정도의 인물이라는 소문도 있더군.”

역시, 그 숨겨진 재산을 터시려는.. 에고, 나 왜이러니?

계속 딴 길로 새려는 정신을 챙기며 얘기에 집중해보니, 이건 아무래도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았다. 사영은 평소의 느슨한 모습과 달리, 상당히 치밀하고 철저한 성격이다. 그런 만큼, S, 흑주 콤비와 교대하여 쉬는 시간에도 공연히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산책 겸 정보 수집을 직접 하시곤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캔들 리의 저택으로부터 100미터정도 떨어진 블록의 어떤 집 마당에서, 슬피 우는 모녀를 목격하게 되었다 이거지? 그런데 그

모녀의 대화가, 적어도 우리들에게는 가볍게 흘릴 수 없는 얘기였던 거야.

‘엄마! 그럼 이제 이모는 오지 못하는 거야? 뱀파이어에게 잡아 먹혀서?”

이게 꼬마 여자아이 입에서 나온 말이란다.

“아이 엄마는, 그게 아니라, 이모는 나쁜 병 때문에 우리 곁을 떠난 거란다’라고 아이를 달래더군. 어찌 보면, 별 거 아닌 정황일 수도 있었어. 어린 아이가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 때, 그 원인이 악마나 요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는 건, 그리 드물지도 않으니 말야. 그런데도 내가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건, 당연히 우리 측에 진짜 흡혈귀 S가 있기 때문이지.”

“S를 의심하셨던 건가요?”

무심결에 물었지만, 사영은 픽하고 웃을 뿐이었다.

“아무렴, 사신 후배가 그렇게 생각이 없겠나. 난 흡혈귀들의 흡혈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는 잘 알지 못하네. 하지만 적어도, 이 보스턴 내에서 일을 벌일 친구는 아니야.”

그건 그렇다. S가 만약 흡혈 욕구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으면, 캔들 리가 있는 보스턴은 물론이고, 아예 이 미국땅을 떠나 버렸을 것이다. “나중에, 부모가 없을 때, 여자 아이를 잘 달래서, 그 아이가 목격했던 이모의 죽음 과정을 듣게 되었지. 원인 불명의 악성빈혈로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되었으나, 그러면서도 어딘가 비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발산, 무엇보다 점점 자주 주변 사람들을 물어뜯으려는 행동을 보였다고 하더군. 그리고 또한, 아이는 이모의 입술 사이로 삐져나온 송곳니가 무서웠다고 하더군.”

“전형적인 뱀파이어 증후군 환자였군요. 그런데 그 불쌍한 여자분이 문제의 때부자, 도널드 웨인이라는 사람과 연관이 있었다는 거죠?”

“그 자의 비서였어. 본래는 도널드 웨인의 회사에서 다른 일을 하던 사원이었는데, 그녀가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언니집에 오기 며칠 전, 그 자의 비서실로 발령이 났었다는군. 그래서 그녀가 병원에서 사망했을 때, 비서실장이라는 인물이 찾아오기도 했었다고 하네.”

이것 봐라? 이거 어째 좀.

“수상한 점은 추가 조사를 시작하고 하루도 못되어 드러나더군. 저 부자들의 성역 속에 있는 호화 저택조차도 도널드 웨인에게는 가끔씩 들러서 며칠정도 쉬다가는 별장일 뿐이었다고 하네. 그런데 20여일 전에 이곳에 들른 그가, 이번에는 계속 떠나지 않고 있으면서 이곳 출신의 여사원을 비서실로 끌어들이기까지 했던 거지.”

“공교롭게도, 우리의 S가 뱀파이어가 되어 이 구역에 나타난 시기와 맞물리는군요.”

“그래, 나로서는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네. 그래서 이곳에 거점을 확보하고 기회를 노리다가 어젯밤…

“저기, 잠시만요.”

끝까지 더 듣고 물을까도 했으나, 아무래도 가장 궁금한 사항이 쉽게 나와 주지 않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얘기로도 충분히 수상한 상황이긴 해요. 그렇지만 왜 S를 배제하고 혼자 이러시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도널드 웨인이라는 자도 뱀파이어이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S나 캔들 리를 노리고 있는 거라면, 그렇다면 외려 S에게 먼저 알리고 공동 대응하는 편이 나은 거 아닌가요?” 내 말에 사영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내 시선을 회피하며 어딘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직감적으로 캔들 리 저택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준, 자네는 캔들 리가 이대로 계속 약진하여 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 양반, 여기서 왜 새삼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글쎄요. 저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캔들 리 같은 사람이라면, 이 나라보다, 우리나라에 먼저 대통령으로 스카웃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일의 가능성은, ‘내 친구를 믿는다’로 대답하고 싶군요.”

그래. 난 무엇보다, 내 친구 천우신의 안목과 능력을 믿는다. 그래서 미국 최초의 동양인 대통령이라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꿈처럼 느껴지는 일에도 한손을 거들고 있는 것이다.

“나도 같은 마음일세.”

사영은 속마음을 드러내기 싫은 듯,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덧붙였다. “그래서 도널드 웨인, 새로운 흡혈귀의 출현을 S에게 알리지 않은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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