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9권 – 13화 : 새로운 날개를 얻다 (4)
새로운 날개를 얻다 (4)
“신왕단은 어디 있는 거지?”
설우진은 방의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찾아 봐도 신왕단으로 짐작되는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저 안에 감춰 둔 건가?’
설우진의 시선이 청동 인형에 꽂혔다.
청동 인형은 인간과 아주 흡사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머리에는 투구가, 상체와 하체에는 실제 군부에서 쓰이는 철갑주가 씌워져 있었다.
한데 이상한 건 수련 용도로 만들 어진 것 같은데 겉면에 아무런 흔적 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장식으로 둔 건 아닐 텐 데………….”
설우진은 청동상 가까이 손을 가져갔다.
그런데 그의 손이 청동상에 닿는 순간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낭패스러운 상황 전개였다.
하나, 설우진의 표정은 의외로 담 담했다.
“확실히 이 안에 뭔가 있군. 그게 아니라면 저런 장치를 해 둘 리가 없지.”
설우진은 좀 더 자세히 청동 인형 을 살폈다.
그리고 한참 만에 원하던 답을 찾 아냈다.
그 답은 청동 인형이 걸치고 있는 갑주에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갑주의 등판 부분이다.
연자는 보아라.
네 눈앞에 보이는 이 청동상은 내 평생의 적수였던 금강신장의 몸을 빗대어 만든 것이다.
난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금강 신장과의 대결에서 단 한 번도 승리 하지 못했다. 이 세상에는 내 검으로 못 베어 낼 것이 없다 생각했는데 그의 몸만은 예외였다.
연자여, 이곳을 나가고 싶다면 천 왕무결을 익혀라.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이 청동 상을 부숴라.
그리하면 문이 열림과 동시에 작은 선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저것만 부수면 된다는 거로 군.”
담천월의 유지를 모두 읽고 난 후, 설우진은 곧장 천뢰도를 빼 들었다. 그리고 청동상의 목 언저리를 향해 가볍게 휘둘렀다.
캉.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었다.
금강신장의 몸을 본떠 만들었다는 게 과장은 아니었는지 내려친 자리 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이에 설우진은 벽뢰진천의 뇌기를 한껏 끌어올려 천뢰도로 이끌었다. 모여든 뇌기는 시퍼런 빛깔의 강기 로 변모했다.
벽뢰도강이었다.
“강맹하기로는 천지간에 뇌기를 따 라올 것이 없지. 어디 천왕무결과 벽뢰진천 중 어느 것이 더 강한지 시험해 보자고.”
설우진은 극에 달한 벽뢰도강을 청동상의 가슴을 향해 거침없이 휘둘 렀다.
천뢰도의 도신이 청동상의 가슴을 깊게 훑고 지나갔다.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이에 힘입어 설우진은 반복적으로 벽뢰도강을 청동상에 쏟아부었다. 뇌기의 소모가 극심했지만 그는 천 뢰도를 멈춰 세우지 않았다.
쩌저적.
그렇게 얼마를 씨름했을까, 꿈쩍도 하지 않던 청동상의 몸에 가는 실선 이 그어지더니 이내 그 범위가 폭발 적으로 늘었다.
그 모습을 본 설우진은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청동상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렸다.
순간, 청동상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단단하긴 정말 단단하군, 삼 갑자 의 내공을 다 쓰게 만들다니.”
설우진은 단전을 매만지며 청동상 의 파편을 자세히 살폈다. 담천월이 언급했던 작은 선물, 그러니까 신왕 단을 찾기 위함이었다.
부서진 파편 속에서 신왕단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가슴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에 신왕단을 넣은 작은 함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신왕단의 생김새는 평범했다.
오 갑자의 내력을 늘려 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설우진은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신왕단을 복용했다.
신왕단은 침이 닿자마자 그대로 녹 아들었다.
처음엔 별다른 느낌 없이 그저 입 맛이 쓰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신왕단의 기운이 단전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하자 몸 안에서 노도와 같은 열기가 일기 시작했다. 그 열기는 빠르게 단전을 중심으로 사지백해로 뻗어 나갔다.
“크윽.”
설우진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신왕단이 품고 있던 약력은 그 예상을 훨씬 상회했다.
‘이거 선물이 아니라 마지막 시험대였군.’
설우진은 담천월이 남긴 신왕단이 단순한 선물이 아님을 직감했다. 천신 담천월은 자존심이 강한 무인 이다. 그런 그가 쉬이 천신이란 수 식어를 넘겨줄 리 없다.
설우진은 신왕단의 약력을 억제하 기 위해 벽뢰진천을 운기하며 야수 감각도를 전개했다.
쉬쉭쉬쉭.
설우진의 신형이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방 안을 누비고 다녔다.
그때마다 천장과 바닥 그리고 벽에는 깊숙한 생채기가 생겨났다.
격한 움직임 속에서 천왕단이 품고 있던 약력은 벽뢰진천의 뇌기에 조 금씩 길들여졌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설우진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시종 일관 거칠게 날뛰던 숨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해졌다.
“단전의 크기가 확연하게 늘어났 군. 하기야, 담아야 할 양이 많아졌 으니 그릇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이치 일 테지.”
천왕단이 품고 있던 약력이 단전에 온전히 자리 잡으면서 설우진은 무 려 팔 갑자에 이르는 내공을 얻게 됐다.
무림의 역사를 통틀어도 그만한 내 공을 지닌 자는 손에 꼽을 것이다.
‘이걸로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기 반은 마련됐어. 마천 놈들아, 이제 조금만 기다려라. 내 철사자회와 설 가장을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 게 해 주마.’
목적을 달성한 설우진은 그길로 곧 장 천신동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