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권 20화 – 사군자 결성

사군자 결성

묵향은 부교주 임명 때 그의 독립 호위대 네 명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임명식에 참가한 인물은 채 30명이 되지 않았다. 이때 묵향은 부교주임을 나타내는 살아 있 는 듯한 용이 그려진 작은 옥패를 받았다. 원래는 이때 교주가 주는 무기도 받아야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그건 묵혼검으로 대신했다.

그의 호위들은 남자 셋에 여자 하나였는데, 묵향의 요구대로 마기를 풍기지 않는 고수들이었다. 그걸로 봐서 이들은 정통 마공을 익힌 자들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 다. 아마도 살수나 첩자 계통의 여러 분야에서 일하던 인물들인 모양이다. 교주는 그들을 옥련(玉蓮), 환수(幻壽), 마식(馬殖), 진춘(辰椿)이라 소개했다. 묵향은 별 관심이 없이 그들을 이끌고 초옥으로 가면서 물었다.

“자네들의 명호는 있나?”

진춘이 모두를 대표해서 답했다.

“없습니다. 정식으로 활동하지 않았기에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럼 자네들 전직을 물어봐도 괜찮나?”

“예, 저와 옥련은 얼마 전까지 비영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은퇴한 것이지요.”

그러자 마식이 말을 이었다.

“속하는 호법원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끝으로 환수가 말했다.

“속하는 흑살대 소속이었습니다.”

환수의 말을 들은 묵향이 반가워했다.

“나도 흑살대 소속이었네. 반갑군. 같은 살수를 만나다니……. 그런데 이름보다는 좀 다르게 부르는 게 어떻겠나?”

“명을 따르겠습니다.”

“나는 자네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네. 그래도 네 명이니 사군자(四君子)로 정하는 게 어떻겠나? 매(梅), 난(蘭), 국(菊), 죽(竹)이라 하고, 자네들이 하나씩 정하게 나.”

“독립 호위대의 명칭은 그들의 주인이 정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교주님의 호위대는 십혈룡(什血龍)이라 불리며 붉은 옷에 각자의 서열이 써 있는 붉은 두건을 쓰 고 있는 걸 아실 겁니다. 사군자라, 괜찮군요. 그런데 너무 마교 같지 않은 기분이 드는데요?”

“괜찮아, 아주 괜찮은 이름이라구. 딴 녀석이 시비를 걸면 나한테 끌고 오게나. 껍질을 벗겨 놓을 테니. 각자의 명칭은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

그러자 유일한 여자인 옥련이 말했다.

“소녀는 난을 하겠습니다.”

“그거 괜찮군.”

묵향이 찬성하자 냉큼 마식이 말을 이었다.

“속하는 죽을 하죠. 나머지는 너무 남자 같지 않아서…….”

그러자 이에 질세라 진춘이 말을 이었다.

“속하는 매를 하겠습니다. 나무라서 그래도 국보다는 나을 것 같군요.”

묵향은 환수를 보며 말했다.

“자네가 국이라도 상관없겠나?”

“저는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그럼 모두 정해졌군. 나는 이제부터 집에 가서 무공연마나 할 테니까 자네들도 돌아가서 쉬게나. 호위 따위는 필요 없으니, 무공연마를 하든 술을 마시든 뭘 하든 자네들 마음대로 하게나.”

그러자 매가 말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부교주님을 모시는 독립 호위들인데…….”

“교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그럼 이렇게 하지. 내가 밖에 나갈 때만 호위해 주게나. 그리고 나한테 맡겨질 일이라면 대단한 고수들을 상대해야 할 가능성도 크니 자네들도 열심히 수련을 쌓아 두는 것이 좋을 거야. 처음으로 맡은 부하들이 내 눈앞에서 죽는 걸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한 달 후 묵향은 사군자를 소환했다. 그들은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해하며 묵향에게 왔다. 그들을 보고 묵향이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잊은 게 있어서 불렀어. 자네들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고 싶네. 나를 따라오게나.”

묵향은 그들을 거느리고 널찍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묵향은 한 명씩 무기를 들고 나서라고 지시했다. 처음 무기를 들고 나선 것은 매였다.

“속하는 도(刀)를 사용하겠습니다.”

“자네가 가진 모든 기량을 펼치게 암기도 상관없어. 어떤 수단을 사용해도 좋으니 마음 쓰지 말고 공격해 보게나.”

둘은 비무를 시작했다. 매의 무공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하지만 독립 호위대에 끼일 정도로 대단한 실력은 아니었다. 둘은 열심히 비무를 했고, 묵향은 매와 70초식을 겨룬 다음 말했다.

“매! 정말 제법이군. 하지만 아직 미숙한 점이 많구나. 자네의 실력은 이제 알겠으니 이번에는 난의 실력을 알고 싶군.”

그러자 난이 나섰다. 그녀의 무공은 매보다는 떨어졌지만 경공은 약간 뛰어났다. 그녀는 정통 검법과 더불어 뛰어난 암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 다음으로 나선 사람은 죽이었다. 죽은 호법원 출신답게 사군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 국은 흑살대 출신답게 살기를 숨기는 실력이나 은잠술이나 살인에는 뛰 어났지만 사군자 중에서는 무공이 가장 약했다. 하지만 그의 원칙을 벗어난 살인 검술은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었다.

비무를 마치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묵향이 입을 열었다.

“자네들의 무공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야. 하지만 그중에서 죽이 가장 뛰어나니 자네가 수장(首長)이 되게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네들의 무공은 보통의 독립 호위대 수준보다 떨어지지. 그건 내가 무공을 기준으로 선발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라 마기를 적게 풍기는 녀석들을 보 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야.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자네들의 부족한 무공을 내가 닦아 줘야겠어. 한 명씩 아침에 나한테 오게나. 2각 정도 대련을 하면서 무공을 가르쳐 주겠네. 나머지는 자네들끼리 알아서 수련을 하게나.”

그러자 모두 감격하여 외쳤다. 이 정도 뛰어난 고수가 직접 지도해 주는 것은 정말 대단한 영광이며 생애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기연이었기 때문이다.

“부교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