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권 7화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리고 거기에 밟히는 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리고 거기에 밟히는 기는 놈

무림맹. 무림맹이라고 해 봐야 그렇게 대단한 문파는 아니다. 무림맹의 맹주가 한 명 있고, 무림맹 내에 각 명문대파(名門派)의 지부와 각 지부에 고수들이 파견 나와 있는 정도의 형식적인 문파다.

무림맹주의 임기는 10년이며 연임이 가능했다. 맹주로 취임한 명문대파의 제자는 그의 일가(一家) 고수들을 이용해 무림을 이끌어 간다. 맹주라고 해 봐야 그렇게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림맹주 단독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하면 한 개 문파 정도의 인원도 동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림맹은 사파(邪派)의 발호를 정파의 힘을 모아 막자는 의도로 만들어졌으므로 한 인물에게 막강한 권력을 주지는 않았다. 만약 잘못되어 한 사람에게 모든 힘이 집중한다면 오히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무림맹의 소회의실, 회의실의 문 위에는 청룡(靑龍室)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기밀을 요하는 회의만 이곳에서 소집되며, 대규모 집회는 백호실(白虎室)에서 열린다. 이곳에는 네모난 넓은 탁자를 기준으로 맹주와 함께 9파1방의 장문인과 5대세가의 장문인, 그리고 요즘 대단한 세력을 떨치고 있는 5대 신진문파의 장문인 들이 모여 있었다. 현 정파무림의 태두(泰斗)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들을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 정도로 볼만큼 젊게 보였다. 모두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임이 그 용모를 통해 드러나고 있었다.

그들은 석산대사의 보고를 신중히 청취(取)한 다음 생각에 잠겼다. 이때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연 것은 현 무림맹주인 무극검황(無極劍皇) 옥청학(玉靑鶴)이었다. “아수혈교가 날뛰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들이 그토록 대규모로 전력(戰力)을 키우고 있는 줄은 소림 장문께서 말씀해 주셔서 처음 알았소. 무슨 좋은 방법이 없 겠소?”

패도적인 기상으로 유명한 제갈세가(諸葛世家)의 가주(家)인 패검천령(覇劍天嶺) 제갈기(諸葛忌)가 의견을 제시했다.

“기습 공격을 하여 적을 먼저 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지대사(空知大使)가 고개를 저었다.

“아미타불, 아무리 기습 공격이라 해도 엄청난 방비를 하고 있는 적진에, 그것도 1천5백여 구의 강시가 있는 곳을 공격하려면 대단한 피해를 각오해야 할 것이외 다.”

두 개로 나뉜 개방(幇)을 대표해 참석한 북개방(北幇)의 만통신개 공수걸(收乞) 장문인이 거기에 동의를 표했다.

“맞습니다. 전번 혈교와의 정면 대결에서 그 강력한 마교조차도 세력의 4할을 상실했습니다. 마교가 회복하는 데 30년이 넘는 세월이 들었다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점창(點蒼)의 청허자(淸許子)는 딱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무량수불…, 하지만 선공을 하는 것 외에 딱히 좋은 방법이 없으니…….”

이번엔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매화검(梅花劍) 이옥연(李玉然)이 말했다. 그녀는 남편이 죽은 후 어린 가주(家)와 남궁세가를 이끌고 있는 강인하면서도 교활한 여자였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마교를 이용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들에게 슬며시 정보를 흘리는 겁니다. 그러면 해묵은 감정도 있으니 전처럼 아수혈교와 사생결단(死生決 斷)을 하겠죠.”

그러자 무영문(無影門)의 옥화무제(玉花武帝) 매향옥(梅香玉)이 반론을 제기했다.

“그건 힘들어요. 우선은 시간이 없는 데다 마교도 전에 뜨거운 맛을 봤기에 강시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요. 그리고 마교는 핵심 고수들이 모 두 총단 안에만 거주하기 때문에 정보 공작을 하기도 대단히 힘들어요.”

개방의 만통신개 공수걸 장문인이 동의했다. 매향옥은 20대 정도의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할머니(?)였지만, 모두들 뒤에서 구미호(九尾狐)라고 쑤군거릴 정도로 속을 알 수 없는 뛰어난 인물이었기에 아무도 그녀의 말을 무시하지는 못했다.

“맞습니다. 십만대산은 요새 중의 요새, 마교로서도 참고 기다리면 무림맹과 아수혈교가 먼저 붙을 게 뻔한데 피해를 각오하고 아수혈교의 코털을 뽑을 이유가 없죠.”

갑자기 생각난 듯이 맹주가 매향옥에게 물었다.

“그런데 전에 말했던 공작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수혈교가 마교를 먼저 공격할까요? 사파의 통일은 상당히 먹음직한 먹이일 텐데…….”

“그것이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마교가 역공작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공작이라뇨?”

“현재 각 명문대파의 전력에 대한 정보가 아수혈교 쪽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그것도 대단히 상세하게…….”

“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말이오? 마교는 예전부터 힘만을 존중해 온 단체! 잘못 안 것이 아니요?”

“아닙니다. 전에 혈교와의 충돌을 통해 그들도 깨달은 것이 있는지 정보망을 대폭적으로 확충해서, 지금은 본 무영문과 막상막하(莫上莫下)에 이르러 있습니다. 과소평가할 자들이 아닙니다.”

맹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그렇다면 마교와 아수혈교를 충돌시키는 것은 힘들겠군.”

청성(靑城)의 옥양자(玉陽) 장문인이 맥빠진 어조로 말했다.

“무량수불…, 참으로 난감한 일이외다.”

무당(武當)의 장노백(張盧栢) 장문인이 큰일이라는 듯이 쏟아 부었다.

“정말 큰일입니다. 아수혈교와 붙으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마교만큼이나 큰 힘을 지닌 단체가 본맹을 제외하고 어디 있어야지 말이죠.”

제갈기(諸葛忌) 가주도 걱정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맞소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붙으면 마교의 세력은 누가 견제합니까?”

그때 갑자기 매화검 이옥연 가주가 갑자기 생각난 듯 외쳤다.

“그만한 힘을 가진 단체가 하나 더 있어요.”

그 말에 공지대사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아미타불…, 도대체 어디입니까?”

“황궁! 황궁이에요.”

하지만 그녀의 말에 점창의 청허자(淸許子)는 회의적이었다.

“무량수불…, 시주의 말은 약간 모순이 있소이다. 황궁은 여태까지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소이다.”

그런데 정보통인 옥화무제 매향옥 문주가 매화검 이옥연의 말에 음흉한 미소를 띠며 조심스럽게 찬성을 나타냈다.

“매화검 장문인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요즘 들어 황궁에서 황궁무고의 무학을 미끼로 대대적으로 무림인사들을 포섭하고 있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도 다 아는 사실! 하지만 황궁은 아직까지 정보망이 별 볼일 없는 미련한 존재들이니 이용을 하는 것도 쉽겠지요.”

“시주는 어째서 황궁이 정보에 약하다 하시오? 시주도 알다시피 황궁에는 금의위와 같은 정보에 능한 단체들이 있지 않소?”

“호호, 하지만 그들은 반역도나 황권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단체! 무림의 일에는 어두울 수밖에 없어요. 그들이 무림인들로 찬황흑풍단(贊皇黑風團)을 만들어 어 디에 사용하고 있나요? 겨우 새외(外)의 떨거지들 청소하는 데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걸 증명하고 있잖아요?”

매향옥의 말에 맹주도 찬성했다.

“확실히 찬황흑풍단은 그 지닌 힘에 비해 너무 시시한 일을 하는 것은 사실이요. 하지만 그들을 어떻게 이용한다는 말이오?”

“황궁은 무림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지만 황권의 보호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죠. 황궁에 약간의 뇌물을 써서 동조자를 만든 다음에 ‘아수혈교가 황실을 넘보 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며 그와 함께 ‘그 증거로 10만 황군을 괴멸시키고 수도를 함락하기 위해 강시 5천 구를 대망산에서 제조 중이다하는 정보를 흘리는 거예 요.”

제갈기가 감탄하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찬사를 보내며 약간 우려하는 점을 말했다.

“그것 참 괜찮은 생각이오. 그러면 아마 황궁에서는 찬황흑풍단을 투입하여 그들을 괴멸하려 들 거요. 하지만 그러면 황실의 피해도 대단할 텐데.

“그건 염려 없어요. 대망산의 방어 상황을 찬황흑풍단에 자세히 알려 주면 그들도 엄청난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제 적당히 의견이 정리되자 종리세가(鍾里世家)의 가주 패도(覇刀) 종리영우(鍾里英宇)가 말했다.

“휴우, 이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군. 찬황흑풍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점점 더 황궁에서 강한 제자들을 보내 달라고 재촉을 해 대서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 니오. 고수를 키우는 것은 우리 문파를 위해서지 황궁을 위해서가 아니지 않소?”

제갈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종리영우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혼사婚事)까지 거론되고 있을 만큼 절친했다.

“맞습니다. 전에는 2류제자들을 보내도 만족하더니 요즘은 적전제자들을 보내 달라고 성화를 부려 난감합니다.”

무당의 장노백(張栢) 장문인이 말했다.

“무슨 수를 내든지 해야지 원.. 맹주께서는 고견이 없으십니까?”

“본좌도 어떻게 할 수가 없구려. 날이면 날마다 뛰어난 제자들을 보내 달라고 성화라……. 1만 명이나 모았으면 되었지 더 모아서 뭘 하려고 하는 건지…….” 맹주가 하소연을 하자 만통신개 공수걸도 우려했다.

“맞습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찬황흑풍단의 힘이 거의 마교와 맞먹을 정도입니다.”

그러자 매향옥은 공수걸의 말에 이의를 제기했다.

“아니에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안 돼요.”

발끈한 공수걸이 매향옥에게 따졌다. 정파의 2대 정보통 중 하나라고 자부하는 북개방의 방주가 공개적인 망신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는 거요?”

“아무리 뛰어난 고수들을 받아들이고, 또 황궁무고의 무학을 더 가르쳐 막강한 고수들만을 거느린 집단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마교의 힘에는 못 미쳐요.”

“황궁무고는 5백 년 이상 황궁의 무사들이 돌아다니며 모아들인 무공비급들이 모여 있는 장소! 그 무공을 익힌다면 범에 날개를 다는 격일 텐데……. 아무리 마 교가 강하다 하나 그런 고수가 1만 명인 찬황흑풍단이 어찌?”

“마교는 1천 년 이상 수많은 무학들을 발전시켜 왔어요. 요 근래에 비밀리에 입수된 정보로는 1천 명에 가까운 고수가 새로 흡수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번 고수들은 아마 아수혈교와의 충돌할 것에 대비해 키워진 자들이겠지요. 처음부터 상승무공을 가르친 인재들인 만큼 지금은 아니겠지만 그들이 밖으로 모습을 드러 낼 10년 정도 후에는 대단한 힘이 될 거예요. 마교의 무공은 우리 명문정파들이 흉내 내지도 못할 만큼 속성으로 고수를 키워 낼 수 있어요.”

“하지만 겨우 1천 명이 가세해서는 저들을 막아 내는 데는 역부족이라 생각되오. 거기다 그들은 아직 완성된 고수들이 아니지 않소?”

“마교의 진정한 저력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거야 강력한 마공(魔功)을 지닌 2만의 고수에 있는 것이 아니겠소?”

“아니에요. 마교의 가장 강력한 저력은 은퇴한 거마(巨魔)들로 이루어진 원로원에 있어요. 원로원에는 최소한 5백 명의 전대(前代)의 노마(老魔)들이 소속되어 있 어요. 사실상 그들의 힘은 마교 전체 힘의 3할에 해당해요.”

이들의 말을 한참 듣고 있던 무당의 장노백이 끼어들었다.

“하지만 원로원의 고수들이 무림을 횡행한 적은 없지 않소? 노납도 원로원이라고는 이번에 처음 들어 보니 말이외다.”

“아니요, 딱 한 번 있었어요. 과거 신검대협(神劍大俠) 구휘(區揮) 대협께서는 무림통일(武林統一)을 할 욕심이 없었지만, 그의 아들 구천(天) 대협은 구휘 대협 이 남긴 무학과 천하제일문(天下第一門)의 힘을 이용해 무림을 통일하려고 혈겁(血劫)을 일으켰죠. 초반에 그렇게 기세가 높았던 그가 마양에서 마교에게 대패해 죽음을 당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때 마교가 천하제일문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원로원의 막강한 고수들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 람은 거의 없죠. 실지 원로원을 뺀 상태에서의 마교의 힘은 천하제일문을 능가할 수 없었어요.”

“호오, 그렇다면 마교와 정면 대결을 하려면 숨어 있는 3할의 힘을 언제나 생각해야겠군.”

“아니오, 그럴 필요까지는 없죠. 그들은 은퇴한 고수들이기에 마교가 멸망할 위험에 처했을 때만 나타나요. 그러니 마교가 공격해 들어올 때는 그들을 볼 염려가 없어요.”

“그것 참 다행이구료.”

“그 원로원 때문에 마교의 1천 년 역사가 지켜진 것이죠. 그렇게 강대한 힘을 자랑하면서 1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단체는 마교를 제외하고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군.”

이들의 말을 한참 듣고 있던 맹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잡담은 이만하고, 황궁에 올가미는 매 여협(女俠)께서 걸어 주시겠소?”

“그러죠.”

마교 교주의 방, 그곳에 세 사람이 차를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찻잔을 올려놓은 탁자 위에는 낡은 책자 한 권과 간단한 다과가 있었다. 교주는 부교주를 향해 말문을 열었다.

“이번 일은 수고했네.”

“뭘요, 별로 힘든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부교주님의 연기 실력이 대단하셨습니다. 부교주님께서 무림에 들어오신 것은 뛰어난 연극인이 한 명 중원에서 사라진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죠.”

교주 앞에서 살짝 미소를 지어 가며 자신을 칭찬하는 왕자영의 모습이 부교주도 별로 싫지는 않았는지 만면에 웃음을 머금었다.

“껄껄… 무슨, 교주님 앞에서 과찬을.. . 그 녀석 비급을 보고 좋아하는 꼴이라니,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그 눈빛은, 킬킬. 그리고 두 번째로 복면을 하고 살기 를 뿜었더니 덜덜 떨더군. 짜식, 그렇게 간이 작아서 나중에 무슨 일을 하려고………….”

“그렇지만 내상과 독상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고수의 눈을 속일 정도로 완벽하게 연기해 내기는 힘듭니다. 그리고 그 녀석이 밖에서 불을 놓을 때 움막 안 으로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서 숨어야 하는데, 그 녀석도 꽤 실력 있는 고수라서 그 이목을 속이고 땅속으로 숨어 드는 것도 보통 노릇이 아니죠.”

“허허, 이거 교주님 앞에서 내 얼굴에 완전히 금칠을 하는군.”

“덕분에 지금 무림맹은 벌집을 쑤셔 놓은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요.”

교주가 궁금함을 나타내며 물었다.

“동정이 어떻던가?”

“각파의 장문인들이 비상소집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로써 한바탕 혈풍이 불겠군.”

“저희 삼비대가 만들어진 이후 최대의 걸작품입니다. 녀석들은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그렇게 깊게 조사를 할 수 없습니다. 저희들도 꽤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얻은 정보니까, 그들도 쉽게 조사하기는 힘들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 모인 것도 어떻게 우리들에게 올가미를 씌워 볼까 모의를 하는 것이 분명한데, 우리가 그 올가 미에 걸릴지도 의문인 상태에서 시간을 끌다가는 강시들이 더욱 많이 만들어질 거고……. 아무리 쑥덕공론을 해 봐야 결론은 기습밖에는 없다는 것이 드러날 겁니 다.”

“자네도 수고했네. 그리고 그대도 참 수고했고.”

교주가 두 사람을 치하하자 부교주가 포권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앞으로도 부담 갖지 마시고 시켜 주십시오.”

“정파에서 기습을 한다고 가정하고,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을 것 같은가?”

“확실히는 모르지만 현재 만들어진 강시들과 또 그곳의 진법, 그리고 거기에 포진하고 있는 뛰어난 고수들을 봐서는 알고 들어가더라도 상당한 피해는 각오해야 할 겁니다.”

“더 이상 강시를 제조하는 곳은 발견하지 못했나?”

“예, 현재 중원에서 부녀자들이나 무림인사들을 상대로 납치 여부를 신중히 탐문하고 있습니다만 이렇다 할 꼬투리는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다 섯 곳은 휘하 고수들을 보내 조사해 본 결과 인신매매단임이 밝혀졌습니다.”

“그 녀석들은 어떻게 처리했나?”

“생껍질을 홀랑 벗겨서 소금을 뿌린 후에 던져 뒀습니다.”

“허허허, 꼴이 가관이었겠군.”

“호호호…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이었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도 계속 조사 중입니다.”

“전에 듣기로 상당수의 부녀자들이 새외로 납치되어 나간다고 하지 않았나? 그것도 인신매매단인가?”

“예! 아쉽게도 대규모 인신매매단이었습니다. 혹시나 아수혈교와 연관되어 있나 해서 잡히는 놈마다 철저하게 고문을 했지만 아수혈교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그 녀석들은 모두 혈도를 제압해 사막에 던져서 말려 죽였습니다. 사막과 같은 불모지에서 벌어진 전투라 혹시 몰라서 여지고 장로가 거느리는 천마혈검대를 보냈는 데, 여 장로에게 들으니 사막을 건너면서 기막힌 고생을 했다고 그러더군요. 물이 떨어져 고생 중인데 운 좋게 마적단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그들에게서 물을 얻었다 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부교주가 경악했다.

“세상에! 천마혈검대까지 투입했단 말입니까? 교주께서는 너무 적들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신지요. 그 1백 명에 천도왕(天王)까지 합치면 그 힘이 파천(破天) 에 이른다는 그들에게 과거 사파의 하늘이라던 사사천림(死邪天林)도 무너졌는데, 전면전도 아니고 그들을 출동시킨 것은 너무 과한 처사가 아닙니까? 잘못해서 사막에서 아사(餓死)할 수도 있는데, 무사히 귀환한 것은 천만다행입니다. 그래, 그 마적단 녀석들에게는 충분한 사례를 해 줬다고 그러던가?”

“예, 몽땅 다 발바닥 가죽을 벗겨서 사막 한가운데 풀어 놨답니다. 살려서 보낸 것만 해도 어딥니까? 호호호, 나중에 태양에 바짝 말라 죽었다 하더라도 그건 그자 들의 실력이 부족해서 죽은 것이지 우리 탓은 아니지요.”

그러자 교주가 거들었다.

“만약 그들이 아수혈교였다면 기왕에 투입한 전력으로 전면전을 벌여야 하기에 천마혈검대를 투입한 것이니 자네는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말게나.”

“예.”

왕자영이 상큼하게 미소 지으며 조심스럽게 교주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든 올가미 말입니다. 겨우 이런 일을 하려고 사용한 밑밥으로는 너무 과한 것 아닙니까? 그냥 그럴듯한 무공비급 한 권 정도만 줬어도 충분하다 고 생각합니다.”

“아니야, 그 정도 경계를 뚫고 나올 정도의 고수라면 품속에서 청월검법 정도의 절전지비(絶傳之秘)는 꺼내 놔야 말이 되지.”

“하긴 그렇군요. 하지만 나중에는 이 패도적인 무공을 익힌 자들이 많이 생길 것이니 그때가 큰일입니다. 청월검법의 위력은 대단하니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교주는 느긋한 표정이었다.

“청월검법은 본교 내에서 많은 연구를 거친 검법. 그것에 극성인 검법을 이미 개발했기에 그들에게 돌려준 것이네. 요 근래에 본좌가 부교주와 함께 벽마혼원공 (壁魔混元功)을 만들었네. 이 무공은 청월검법의 극성이니 이것을 3성만 익혀도 9성의 청월검법을 막아 낼 수 있고, 4성 정도를 익히면 10성의 청월검법을 막아 낼 수 있네. 벽마혼원공은 그야말로 별 볼일 없는 무공이긴 하지만 6성 이상 익히면 타 무공도 일부 막아 낼 수 있는 방어 위주의 무공이라 할 수 있지.”

교주는 품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어 왕자영에게 주면서 덧붙였다.

“이건 나중에 천마보고(天魔寶庫)에 갖다 두게.”

왕자영 장로는 청월검법이라 쓰인 고서를 받아 들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