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1권 2화 – 노망난 드래곤 비위 맞추기

노망난 드래곤 비위 맞추기

“이게 문제란 말이야. 도대체가 이 주문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어.”

수백 장이 넘는 복잡한 문양들이 그려져 있는 도면을 보면서 토지에르가 짜증스럽게 투덜거리자 토지에르와 함께 마법진을 바라보고 있던 마법사들 중의 한 명이 공손하게 말했다. 그 중년의 마법사는 바로 토지에르가 아끼고 있는 수제자인 다론이었다.

“스승님, 마법진을 계속 연구만 한다고 해도, 본국에 있는 자료에도 나와 있지 않은 마법진을 알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무조건 하나 만들어서 실험을 해 보 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전에 청기사 때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까? 저 녀석을 통째로 복사해서 우선 하나 만들어서 실험을 해 보는 것이 가장 빠를 것 같습니다.” 수제자라는 다론의 입에서 이따위 말이 튀어나오자, 토지에르는 처음에는 어이없는 얼굴이었다가 곧이어 불같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뭐라고? 이런 멍청한 녀석! 이게 어디 저출력의 시험용 엑스시온인 줄 아느냐? 그따위 소리를 하게?”

“예? 제 생각이 짧았다면 용서해 주십시오, 스승님.”

당황해서 얼버무리는 다론을 노려보며 토지에르는 자신의 제자가 무엇을 잘못 알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을 시작했다. 토지에르로서는 일단 이 녀석을 제대로 가르 쳐 놓을 필요성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없어진다면, 그다음부터 다론은 크라레스의 마법사들을 이끌어 나갈 지도자적인 위치에 올라서게 되기 때문이다.

“이건 추정 출력 2.3 정도를 낼 수 있는 최강급에 들어가는 엑스시온이야. 이걸 대충 만들어 놓고 마력을 불어 넣었다가는 십중팔구 대 폭발로 이어진다. 만약 이 정도 엑스시온이 폭발을 일으키면 실험실 정도만 박살 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수도 전체가 쑥대밭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너는 모르느냐?”

“하지만 스승님, 이런 식으로 아무리 연구를 계속해 봐야 더 이상 진전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자료도 거의 없는 지금,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제자가 계속 우기자 토지에르는 짜증 어린 어조로 질책했다.

“아직도 내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느냐? 네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엑스시온의 후면 마법진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면 그건 자살 행위야. 지금으로서는 전 면에 드러나 있는 마법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청기사의 엑스시온 연구를 함께 병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봐야지.

청기사의 엑스시온은 현재 개발된 것 중에서는 최강일 것이야. 그러니 그것과 노획한 엑스시온의 연구를 함께 병행해 나간다면 어쩌면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 각에서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인 것이지. 전에 청기사의 경우, 설계도가 있었기에 그걸 토대로 차근차근 실험용 엑스시온을 만들면서 연구를 해 나갈 수 있었지만, 이 번에는 얘기가 완전히 다르다. 후면 마법진에 대한 데이터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만들고 볼 수는 없는 것이지. 너무 무리한 과욕을 부리다가는 아무것도 안 돼. 오히려 피해만 가중시킬 뿐이지. 알겠느냐?”

“예.”

지금 크라레스 제국은 1.3이라는 강력한 출력을 내는 타이탄들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의 군사력을 10년쯤 전에 가지고 있었다면 그야말로 세 계 최강이란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주변의 국가들이 그것을 상회하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상적인 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코린트나 크루마의 경우 출력 1.5 이상의 타이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수적으로는 크라레스 쪽의 타이탄 보유량이 조금 더 많았지만, 성능 면에서는 상대국들이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아무리 크라레스 제국이 최강의 타이탄인 청기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건 드래 곤 하트를 구할 수 없었기에 더 이상 추가적인 생산이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드래곤을 때려잡아 그것을 구하는 것에도 문제가 따랐다. 드래곤을 잡기도 매우 힘이 들뿐더러, 치레아 대공의 아버지가 드래곤인데 그가 자신의 동족인 드래곤을 학살하는 것을 묵인할지 그것이 의문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크라레스는 드래곤 하트 같은 희귀한 재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엑스시온을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크라레스의 마법 기술로 봤을 때 새로운 엑스시온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거의 90퍼센트 이상 완성되어 있었던 청기사의 엑스시온 설계도를 가지고도 그것을 완성해 내는 데 수십 년 이 걸렸을 정도로 타국들에 비해 엑스시온 제작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포기하고 있을 수도 없기에 토지에르는 전선에서 노획한 타이탄들의 엑스시온을 복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리를 하게 되었다.

토지에르는 1차 제국 전쟁이 끝난 후 전선에서 노획한 타이탄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들을 모아 봤지만, 정작 필요한 엑스시온을 탑재한 타이탄은 노획된 것이 없었다. 전쟁에서 코린트가 1.2 이하의 출력을 내는 미네르급이나 미노바급을 주력 타이탄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1.5의 출력을 내는 미노바-P형도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보유하고 있는 발렌시아드 기사단은 전장에 투입되지 않았기에 노획 자체가 불가능했었다.

1.5 정도의 엑스시온만 노획되었어도 1.3을 만들던 기술이 있으니 어느 정도 극복할 가능성이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1.5는 아예 없었고, 덩그러니 붉은색 타이탄 만이 그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며 이곳 실험실에 놓여 있었다. 그 거대한 붉은 타이탄에서 기사가 탑승하는 의자를 해체한 후 그 안을 들여다본 토지에르는 그 거대 한 엑스시온의 크기와 거기에 그려져 있는 복잡한 마법진을 보고 절망감을 느꼈다. 1.5 정도라면 겨우 0.2 정도밖에 안 되는 출력 차이였기에 어느 정도 극복이 가 능할 것으로 여겼는데, 이건 최소한으로 잡아도 2.0은 확실하게 넘는 진품이었던 것이다.

대마법사인 자신도 알지 못하는 몇 가지 마법진들. 그 마법진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른 채 그대로 복사했다가는 나중에 무슨 사태를 당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후면에 그려져 있을 마법진은 아예 추측도 하기 힘든 상황이 아닌가?

만약 실험 도면을 입수했다면, 작은 실험용 엑스시온들을 만들면서 계속되는 실험을 통해 그 지식을 간접 흡수할 수도 있으련만, 완제품만 들어와서는 그게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엑스시온이 마법을 가장 잘 전달하는 금속인 크로네에 감싸져서 완전히 그것과 한 덩어리가 되어 있다는 것도 가장 큰 문제점들 중의 하나였다. 타이탄을 제작할 때 엑스시온에 생명을 불어넣은 후 타이탄에 집어넣고 크로네를 부어서 완전히 한 덩어리로 만들게 된다.

그 때문에 결과적으로 타이탄에서 엑스시온을 완벽하게 해체할 방법이 없게 되는 것이다. 크로네를 녹인다면 생명이 없는 엑스시온의 외장을 감싸고 있는 금 (Gold)도 함께 녹아 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 금에는 복잡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 말은 엑스시온의 위쪽에 그려져 있는 마법진은 어느 정도 복사를 해낸다고 하더라도, 크로네와 달라붙어 있 는 쪽의 마법진은 뭐가 그려져 있는지 도저히 알아낼 길이 없다는 것과 같았다.

“젠장, 골치 아프군…….”

무려 6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해서야 겨우 몇 겹으로 중복되어 그려져 있는 마법진을 분리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그 대부분은 익히 토지에르가 알고 있던 마법진 이었다. 그 부분을 분리시키고 난 남은 마법진들을 하나하나 해체하여 그것들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파악해 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작업은 대단히 힘들었고, 지 금에 이르러서는 연구 자체가 완전히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었다.

“스승님.”

“뭐냐?”

“이럴 것이 아니라 알카사스에서 1.5짜리 엑스시온을 하나 수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거라면 어느 정도 연구만 하면 복사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번에 제시한 제자의 의견은 꽤나 타당성이 있었기에 토지에르는 장시간 고심을 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글쎄…, 알카사스는 1.25 이상의 엑스시온은 수출을 금지하고 있지 않느냐?”

“하지만 아르곤 제국에는 판매를 했었지 않습니까? 단 한 개뿐이었지만 말이지요.”

“흐음…, 글쎄다. 아르곤에 팔았으니까 우리 쪽에도 팔아야 한다고 우길 수는 없지. 아르곤이야 그걸 팔았다고 해도 생산할 능력이 없으니까 상관없겠지만, 우리 들은 그것을 생산할 능력이 있지 않느냐? 만약 알카사스에서 이쪽에 수출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크루마나 코린트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건 그렇겠군요, 스승님.”

“그것 때문에 내가 이 엑스시온을 잡고 시간만 보내고 있는 거야. 하지만 지금의 연구 진척 상태로 봤을 때 과연 내가 살아생전에 이것을 해독이나 해낼 수 있을지 도 의문이 가는구나.”

한참 궁리를 하던 다론은 교활한 표정으로 토지에르를 향해 말문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스승님.”

“어떻게 말이냐?”

“만약 판매를 하지 않는다면 협박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본국의 군사력은 알카사스보다 훨씬 우위에 있습니다. 일단 밑져 봐야 본전이니까 협박을 해 보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알카사스의 속국인 엔테미어 공국 근처에서 대규모 기동 훈련을 하면서 넌지시 압력을 가해 보라는 것이냐?”

“예, 그렇죠, 스승님. 상대가 들어주면 좋고, 못 하겠다고 하면 그만이고 말이죠. 하지만 여러 개도 아니고 1.5짜리 엑스시온 한 개만 비밀리에 팔라고 한다면 못 들 어줄 부탁도 아니지 않습니까?”

“글쎄…, 한번 생각을 해 보자꾸나.”

토지에르가 어느 정도 제자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을 때 젊은 마법사 한 명이 다가와서 조용하게, 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황궁 경비실로부터 연락이 들어와 있사옵니다, 전하.”

“그래? 무슨 일이지?”

“예, 치레아 대공의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전하를 뵙기를 청한다고 하옵니다. 우선 기사단에 연락을 했으니까 진위 여부를 가린 후 맞다면 이곳으로 안내할 것이옵니다.”

“치레아 대공의 아버지라고? 으응? 그렇다면 그 드래… 에구구, 큰일 나기 전에 빨리 가 봐야겠군.”

제자의 의견을 궁리한다고 정신이 없었기에 대충 들어 넘기려고 했던 토지에르는 ‘치레아 대공의 아버지’가 누구를 뜻하는지 불현듯 떠오르자 허둥지둥 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지에르가 재빨리 건물 밖으로 달려 나왔을 때, 저 멀리서 붉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아름다운 청년이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오는 모습이 보였다. 토지에르는 재빨리 자신이 지을 수 있는 한 최대한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상대에게 다가가 깍듯이 인사를 보냈다.

“안녕하셨습니까? 아르티어스 님. 이렇게 먼 곳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그냥 치레아에서 부르셨으면 제가 만사를 제쳐 놓고 달려갔을 텐데 말입니다.”

토지에르로서는 파격적일 정도로 매우 아부성이 심한 발언이었다. 아르티어스를 안내해 온 기사들은 토지에르의 이런 모습을 보고 속으로 키득거리지 않을 수 없 었다. 토지에르는 황제 폐하에게도 하지 않던 짓을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확실히 드래곤이란 것이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아르티어스 어르신은 자신을 향한 토지에르의 태도가 매우 마음에 들었는지 싱글거리며 말했다.

“뭐 자네같이 바쁜 사람이 치레아까지 달려올 필요는 없지. 그건 그렇고 내가 여기에 온 것은 내 아들 녀석 때문이야.”

“예? 그것은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들 녀석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그걸 물어보려고 왔단 말일세.”

“아, 예. 험험…, 이보게 자네들은 이제 볼일 보러 가 보게.”

토지에르가 헛기침을 하며 점잖게 말하자 기사들은 즉각 인사를 건넨 후 자신들이 왔던 길로 되돌아가 버렸다. 토지에르는 기사들이 멀리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공 전하께선 폐하의 칙명을 받아 미란 국가 연합으로 가셨습니다.”

토지에르의 말에 아르티어스는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미란에? 거기에는 왜?”

“예, 아리아스 왕자 전하의 호위 때문이지요.”

“쯧, 왕자의 호위를 하는데 왜 내 아들이 가야 하지? 여기는 그렇게 인재가 없다는 말이냐?”

“저, 그게 아니고 아주 비밀을 요하는 일인 데다가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몇 명 안 되는 기사들만을 가지고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하거든요. 사실 대공 전하께서도 겨우 세 명의 기사밖에 데려가지 않으셨구요.”

그 말에 아르티어스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면서 토지에르를 노려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토지에르의 머릿속에는 위험 경보가 울려 퍼졌다. 말을 조금 잘못했다 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토지에르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얼굴 가득 지으며 말했다.

“에에,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기사들을 보냈을 때 얘기지 마스터급의 실력을 지니신 전하라면 얘기가 다르지요. 원래는 스바시에 대공 전하께서 오랜만에 휴양이 나 하실 겸 가실 예정이었습니다만, 전하께서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치레아 대공 전하께 부탁을 하신 것이죠. 아마도 지금쯤 대공 전하께옵서는 편안하게 휴식 을 취하고 계실 것입니다. 겨우 날파리 몇 마리쯤 날아든다고 해서 전하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겠습니까? 헤헤….

미소 띤 토지에르의 얼굴을 슬며시 노려보며 아르티어스가 윽박질렀다.

“흐음, 설마 거짓말은 아니겠지?”

“저는 결코 아르티어스 님께 거짓말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가급적이면 진실만을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흐으음…

신음을 흘리며 무언가를 궁리하고 있는 아르티어스를 바라보며 토지에르는 속으로 ‘하지만 진실을 말하지 않고 건너 뛴 적은 많죠. 모르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 않 습니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궁리 저 궁리 하는 것이 확실한 아르티어스를 향해 토지에르는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말했 다.

“그렇게 제 말을 못 믿으시겠다면 직접 미란에 가셔서 아드님과 함께 휴양하며 즐기다가 오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치레아 공국의 기반을 새롭게 다지신다고 힘 드셨을 텐데 이 기회에 푹 쉬시다가 오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럴까?”

“아무렴요, 그러셔야죠. 원래 아들하고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시는 것도 남들이 보기에 좋지 않잖습니까? 헤헤헤..”

아르티어스는 그 제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마치 자신은 가기 싫은데 억지로 밀려서 간다는 듯 둘러 댔다.

“으음,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한번 가 볼까?”

“예, 부자간에는 꼭 붙어 있는 것이 남들이 보기에도 좋지요. 그럼 마법진을 준비시키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고, 좌표만 일러 주게.”

아르티어스는 토지에르가 좌표를 말하자마자 곧장 공간 이동해서 사라져 버렸다.

토지에르는 아르티어스가 사라지자 얼굴 가득 짓고 있던 미소를 싹 지워 버린 후 투덜거렸다.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빠른 표정 변화였다.

“제기랄! 요즘 안 그래도 일이 꼬이는데 드래곤까지 말썽이라니! 내가 이 나이에 노망난 드래곤 비위나 맞추고 있어야 하다니,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한 것 같구먼.” 투덜거리고 있던 토지에르는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외쳤다.

“아참! 이럴 때가 아니지. 작전 회의 시작될 때가 되었는데, 딴 데 정신이 팔려 있었군.”

황태자비의 생신 축하 관계로 이번 달에 있어야 할 전체 회의는 생략되었다. 대신 황제를 포함한 최고 측근들만의 소규모 회의가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다. 토지에 르가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비행 마법까지 써서 회의 장소로 날아갔지만, 이미 그곳에는 모두 다 모여서 그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루빈스키 폰 스바시에 대공이 탐탁치 않은 눈초리로 노려보는 가운데, 토지에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곳에 모여 있는 인물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자신에게 배정되 어 있는 자리에 재빨리 앉았다.

토지에르가 앉은 원형 탁자에는 겨우 다섯 개의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앉게 되어 있는 다섯 명의 인물들은 모두 다 크라레스 제국을 이끌어 나가 는 최고의 권력자들이었다.

토지에르가 자리에 앉자 비대하게 생긴 인물이 입을 열었다. 그는 지그발트 폰 안티노스 후작으로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인물들 중에서 가장 계급이 낮았다. 원래 는 정보를 관장하는 안티노스 후작이 토지에르보다 높은 직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제1차 제국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공훈을 인정받아 토지에르가 공작으로 승급해 버리자 서로의 위치가 뒤집어졌던 것이다.

안티노스 후작은 좌중을 쭉 둘러본 후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 달에는 황태자비 전하의 생신 축하 무도회가 열리고 있는 관계로 회의가 없을 계획이었지만 긴급 정보가 입수된 관계로 회의를 주선하게 되었습니다. 치레 아 공작 전하께서는 칙명에 의해 미란 국가 연합에 가 계신 관계로 회의에 불참하셨습니다.”

그런 후 안티노스 후작은 뒤를 돌아보며 대기하고 있던 노마법사에게 지시했다.

“준비해 둔 영상을 비춰 보도록!”

노마법사는 원탁 위에 놓여 있던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널찍한 판에 다가가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마법진 위로 붉은색의 타이탄 모습이 나타났다. 그것은 코린 트가 자랑하는 신형 타이탄인 적기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조금 달랐다. 두툼한 장갑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추가로 크고 단단해 보이는 사각형의 방패를 들고 있었 다.

마법진을 발동시킨 노마법사는 인사를 건넨 후 밖으로 나갔다. 안티노스 후작은 마법사가 나간 후에야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 자료는 어제 첩보망에 걸린 것입니다. 코린트의 근위 기사단 전용 기동 연습장에서 첩자들이 간신히 포착한 것이지요.” “자네의 그 말은 이것이 코란 근위 기사단의 신형 근위 타이탄이라는 말인가?”

탁자 위에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붉은 타이탄을 바라보며 루빈스키가 묻자, 안티노스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예, 그렇사옵니다, 대공 전하. 전체적인 외형으로 추리해 봤을 때 적기사의 신형 모델인 것이 확실하옵니다.”

루빈스키는 영상을 노려보며 내뱉듯 말했다.

“놀라운 일이군.”

“대공 전하, 그것은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신형 적기사가 일단 개발된 이상 그것이 실전 배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토지에르의 말에 루빈스키는 토지에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경은 이걸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이오?”

“예, 전하. 본국에서도 카프록시아를 원형으로 하여 다섯 가지 모델이 추가로 생산되었습니다. 엑스시온을 새로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이지, 타이탄의 외형을 바 꾸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것이 벌써부터 실전 배치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노획한 적기사를 두고 추론해 보건대 적기사 두 대를 생산할 자원으로 흑기사 세 대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작업인데…, 신형이 개발되었다는 것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흑기사를 적기사로 대체할 만큼 막대한 액수의 자금이 확보되었다는 것이겠죠. 그건 그렇고 안티노스 경.”

토지에르의 부름에 안티노스 후작은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며 답했다.

“예, 공작 전하.”

“정보국에서는 코린트가 저 신형 적기사를 몇 대나 실전에 배치했다고 보고 있나요?”

토지에르의 물음에 안티노스 후작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아마도 30대 정도로 추측됩니다. 그보다 많을 수도, 혹은 적을 수도 있습니다만 30대 정도가 정확한 추측일 것입니다.”

안티노스 후작의 말에 루빈스키가 놀라서 말했다.

“30대씩이나? 그렇다면 그 숫자가 나오게 된 배경은 뭔가? 정확한 추리인가?”

“예, 사실상 타이탄의 숫자는 그 나라에서 발표하지 않는 한은 정확한 숫자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하물며 코린트의 경우 적기사의 신 모델 생산 자체를 숨기고 있었을 정도니까 두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 생산 대수를 추측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렌시아드 기사단을 참고로 한 결과 어 느 정도 숫자를 추측하게 된 것이지요.”

“발렌시아드 기사단이? 발렌시아드 기사단과 적기사가 무슨 연관성이 있지?”

“예, 물론 생산된 적기사가 발렌시아드 기사단에 배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기사가 근위 기사단에 배치된다면, 여태까지 거기에 있었던 흑기사가 딴 곳으 로 돌려지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근위 기사단보다는 발렌시아드 기사단 쪽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고, 그 변화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안티노스 후작은 좌중을 한번 둘러본 후 말을 이었다.

“요 근래 발렌시아드 기사단이 서서히 증강되기 시작해서 지금은 20명의 새로운 기사들이 합류했습니다. 물론 오너가 아닌 정찰조가 보강되었을 거라고 추측할 수도 있겠지만, 발렌시아드 기사단으로 보내진 기사 20명은 모두 다 일류들입니다. 그렇기에 발렌시아드 기사단의 총 타이탄 수가 10대에서 30대로 증강되었다고 예측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왜 발렌시아드 기사단이 30대로 증강되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전쟁 후 코린트는 약화된 근위 기사단을 보강하기 위해 흑기사를 추가 생산했을 것은 당연합니다. 정확한 흑기사의 추가 생산량은 추측이 불가능하지만, 근 위 기사단에 재편성된 인원은 30명가량이었습니다. 그 말은 흑기사가 30대 정도로 급속히 증강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발렌시아드 기사단이 30대로 증강되었으니 아마도 근위 기사단의 흑기사들이 모두 다 그쪽으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된 것입니 다. 물론 흑기사가 빠져나가고 난 근위 기사단에는 그만큼의 적기사들이 그 공백을 메웠을 겁니다.”

안티노스 후작의 보고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어 보이자, 모두들 긴장하기 시작했다. 지난번 전쟁에서 이미 겪어 봤지만 적기사의 파워는 엄청난 것이 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적기사가 두 대 정도 합치면 청기사 한 대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전쟁에서 적기사 두 대가 손쉽게 박살이 난 것도, 그들을 상대한 사람이 치레아 대공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다른 근위 기사들에게 치레아 대공처럼 그들 을 손쉽게 제압하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무리한 주문이었다. 아무리 막강한 청기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코린트가 지금처럼 엄청난 속도로 군비를 증강하기 시작해서 근위 기사단을 적기사로 완전히 채우고, 흑기사를 대량 생산한다면 현재 3국 간의 군사 균형은 무너

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가 된다면 코린트를 향해 칼을 들이밀고, 또 패배에 가까운 치욕을 선물했던 크루마와 크라레스가 첫 번째 분풀이 대상이 되어 줘야 할 것이 분명했다.

토지에르는 이제 이 보고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창백한 어조로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폐하,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정보이옵니다. 만약 적기사가 진짜로 그렇게 많은 수가 생산 배치되었다면, 또 코린트가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조만간에 3 국 체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사옵니다.”

루빈스키 또한 토지에르의 말에 찬성했다.

“폐하, 토지에르 경의 말이 맞사옵니다. 현재의 3국 체제는 코린트의 군사력보다 크루마와 본국의 군사력의 합계가 더 많기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옵니다. 그런데 본국과 크루마의 군사력을 합친 것보다 코린트의 힘이 우위에 서는 그날, 3국 체제는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 분명하옵니다. 폐하, 단안을 내리셔야 할 때이옵니다. 시일이 지나면 어쩌면 너무 늦어 버릴지도 모르옵니다.”

이번에는 안티노스 후작이 말을 이었다.

“폐하, 아직까지는 시간이 조금 있사옵니다. 우선 제가 보고드린 그 정보가 정확한지부터 확실히 검증을 해야만 하옵니다. 그런 후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 졌을 때 손을 써도 늦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세 명의 중신들의 의견을 모두 다 들어 본 후 황제는 결정을 내렸다.

“좀 더 확실한 정보를 최대한 빨리 입수하도록 해 보게나.”

“옛, 폐하.”

황제는 안티노스 후작에게서 토지에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케프라 공작!”

“옛, 폐하.”

“새로운 엑스시온 개발 계획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예,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거의 진척이 없사옵니다.”

고개를 푹 수그리며 대답하는 토지에르를 향해 황제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6년이라는 시간을 줬는데, 아직도 진척이 없다고? 짐이 그대에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고 하지는 않았네. 참고하라고 노획한 적기사 두 대까지 보내줬지 않았던 가?”

“폐하, 본국에 축적되어 있는 엑스시온 제작 기술을 훨씬 초월하는 적기사의 엑스시온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사옵니다. 엑스시온의 윗부분에 드러나 있는 마법 진은 엑스시온에 새겨진 수많은 마법진들 중에서 겨우 20퍼센트 정도……. 윗부분에 드러나 있는 20퍼센트만으로 나머지 80퍼센트를 짐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 옵니다.”

“그렇다면 어쩌자는 것인가? 코린트는 모든 타이탄을 1.5 이상의 출력으로 상승시켰다고 하지 않는가? 거기에다가 적기사까지 30대가 생산되었다면, 본국과의 전력 차이는 더욱 벌어지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3국 간의 군사적 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어. 그리고 그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 본 국이 멸망하는 날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그래서 한 가지 대안을 세운 것이 있사옵니다, 폐하.”

“말해 보라.”

“예, 알카사스에서 그것을 구입하는 것은 어떠하는지요?”

“알카사스에서? 안티노스 경, 알카사스에서 1.5 이상의 출력을 내는 엑스시온을 판매할까?”

황제의 말에 안티노스 후작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신중하게 답변했다.

“폐하, 알카사스에서 엑스시온을 판매하고는 있사오나, 그런 고출력 엑스시온은 판매를 금하고 있사옵니다.”

“폐하, 물론 판매를 금하고 있다는 것을 소신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알카사스에서 1.5짜리 엑스시온을 아르곤 제국에 판매한 전례가 있다는 것도 기억하 셔야 할 것이옵니다. 많이 구입할 필요도 없고 단 한 개만 비밀리에 구입하면 되옵니다.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한다면 한 개 정도야 어떻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옵니 다.”

“안티노스 경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예, 폐하. 단 한 개만 구입한다면 가능성도 있을 것이옵니다. 본국의 군사력이 코린트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알카사스보다는 월등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사옵 니다. 침략하겠다고 협박을 한다면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갈지도 모르겠사오나…, 만약 그것이 외부에 발설된다면 코린트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해 올 것이 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스바시에 대공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알카사스에 웬만한 협박은 아예 통하지도 않을 것이 분명하옵니다. 알카사스는 엄청난 군사력을 가지고 있고, 또 그들의 뒤에는 코린트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사 옵니다. 협박보다는 회유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물론 알카사스 국왕이나 의회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엑스시온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고위 마법사들을 상대로 공작을 벌인다면 성과가 있을지도 모르옵니다.”

“경의 의견이 옳은 것 같군. 안티노스 경.”

“옛, 폐하.”

“첩보원들을 보내서 알카사스의 마법사들을 회유해 보라.”

“옛, 폐하.”

이번에는 루빈스키가 황제를 향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폐하, 본국의 모든 타이탄을 카프록시아급으로 대체하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사옵니다. 그런데 1.5급의 엑스시온을 생산하는 방법을 터득해서 지금부터 생 산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코린트를 따라잡으려면 또다시 몇 년을 허비해야만 하옵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코린트가 가만히 있을 턱이 없사옵니다. 그들은 지난번 전쟁에서 고급 타이탄으로 등급 향상시키는 것을 게을리 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 래하게 되는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옵니다. 코린트는 본국보다 타이탄 제작 기술에서 월등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사옵니다. 그들을 타이탄의 성능에서 이겨 보겠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사료되옵니다.”

“그렇다면 경에게는 다른 방법이라도 있는가?”

“예, 폐하. 동맹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옵니다. 과거 코린트가 어이없이 무너졌던 것도 동맹의 힘을 너무 하찮게 본 것이 원인이라 사료되옵니다. 코린트와 그 동맹 군의 타이탄 2백여 대가 아주 간단하게 전멸당하지 않았나이까? 그 때문에 본국에서는 카프록시아의 신 모델인 테리아를 동맹국에 수출하고 있사옵니다. 동맹국이 강대해질수록 본국이 전시에 동원할 수 있는 고급 타이탄의 숫자는 증대된다고 봐야 할 것이옵니다.

그리고 더불어 코린트의 동맹국들을 점차적으로 해체해 나가야 할 것이옵니다. 그렇게 한다면 코린트 자체의 힘이 강하다고 해도 능히 군사적 균형을 이룰 수 있 을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경의 말은 코린트의 동맹국들을 치자는 말인가? 그렇게 한다면 코린트가 가만히 있을까?”

“물론 본국이 직접 침공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옵니다. 하지만 타국을 이용한다면 상관이 없을 것이옵니다. 예를 들어서 코린트의 동맹국인 토리아 왕국을 치는 데 트루비아를 이용한다면 코린트가 상관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예로부터 코린트는 약소국들 간의 다툼에는 별로 참견을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옵니다.” “트루비아를? 하지만 트루비아의 군사력은 형편없지 않은가? 본국에서 전쟁 후에 그들을 독립시켜 주고, 그들이 어느 정도 안정을 유지할 때까지 2개 사단의 병 력까지 지원해줬지 않았는가? 이제 간신히 안정을 유지한 국가에 어떻게 타국을 침공할 만한 여력이 있겠는가?”

“아마도 테리아 네 대 정도를 더 보충해 준다면 충분할 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테리아만 열 대가 되옵니다. 거기에 안토로스급도 두 대가 남아 있으니까 토리아 를 정복한 후, 새로운 영토의 방어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옵니다.”

테리아는 카프록시아의 수출용 모델이었다. 크라레스는 자국의 타이탄 증강 작업이 완료된 후 동맹국에도 신형 타이탄을 수출하여 동맹국들의 힘을 키우기 시작 했다. 그렇게 해서 제작된 것이 카프록시아VI인 테리아였다. 테리아의 외형은 국적 식별이 어렵도록 안토로스급 타이탄과 유사하게 만들어졌기에 카프록시아급들 이 가지고 있는 원형의 방패가 아닌 모서리가 각이 진 사각형의 방패를 채택하고 있었다.

크라레스는 테리아를 자신들의 동맹국이 된 8개국에 총 16대를 수출한 상태였고, 그중에서 트루비아 왕국에 6대를 준 상태였다.

미란 국가 연합에는 아직 수출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과거 미란이 크라레스에 군사 원조를 해 준 점과 둘째 왕자의 결혼 등 두 나라의 사이가 매우 친밀해지고 있 었기에 조만간에 수출 협약이 체결될 것은 분명했다.

“그것 참 좋은 의견이로다. 그렇다면 스바시에 대공은 코린트의 동맹국들을 맡으라.”

“옛, 폐하.”

“그리고 안티노스 후작은 알카사스에서 고성능 엑스시온을 수입할 수 있는지 접촉해 보라.” 

“옛, 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