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4권 16화 – 발록과의 혈투
발록과의 혈투
“이제 모든 것이 확실해졌군.”
용병대장은 저 멀리 보이는 크라레인시를 바라보며 확신 어린 어조로 말했다. 키에리와 용병 기사단은 암흑의 기운이 흘러나오는 곳을 찾아서 여기까지 온 것이 다. 그리고 드디어 그 기운이 흘러나오는 근원지를 찾아냈다. 그런 그를 옆에서 지켜보던 털보가 말을 걸었다.
“크라레인 시내로 잠입합니까? 대장.”
키에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럴 것까지는 없다. 지금까지 모은 정보만으로도 충분해. 크라레인시에서 뿜어져 나오는 암흑의 기운. 그것으로 봤을 때, 몬스터들이 미쳐 날뛰게 된 그 원 인이 크라레스에 있음이 확실하다. 나는 마법사가 아니기에 어떤 흑마법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그들이 몬스터들을 조종하고 있어.”
잠시 말을 끊고 뭔가 생각을 정리한 키에리는 털보에게 명령했다.
“돌아갈 준비를 하라고 마법사에게 지시해라. 정찰은 이것으로 끝마치도록 하지.”
“옛, 대장.”
털보는 마법사들에게 달려가서 코린트의 수도까지 갈 수 있는 장거리 이동 마법진을 부탁했다. 마법사들은 이곳 용병 기사단에 파견 나온 것이기에 서로 간에 정 해진 상하 관계는 없었다. 그 때문에 부탁한 것이다. 마법사들은 강압적으로 자신들을 여기까지 끌고 온 용병대장에게 드디어 복수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하며 흔 쾌히 부탁을 받아들였다. 마법사들이 신이 나서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그때, 그들의 머리 위로 뭔가가 공간 이동해 오며 갑자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뭐냐?”
나타난 것은 전신이 시커먼 빛을 띤 거대한 박쥐같이 생긴 괴물이었다. 기사들이 순간 당황하고 있는 사이, 괴물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그 거대한 날개를 퍼덕거 리며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주 길고 굵직한 채찍으로 연속 공격을 퍼부어 왔다. 8미터가 넘는 거대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어마어마한 것이 었다.
순식간에 마법사 두 명이 비명도 질러 보지 못한 채 싸늘한 시체가 되어 허공으로 날아갔고, 순간 기동력이 뛰어나다는 기사들조차도 여섯 명이나 채찍의 재물이 되어야만 했다.
“모두들 대피하라! 그리고 최대한 빨리 자신의 타이탄을 꺼내라.”
용병 기사들은 키에리의 명령에 따라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을 피해서 전력을 다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키에리는 미동도 하지 않고 검을 뽑아 든 채, 괴물을 노려보고 있었다.
거대한 괴물은 모든 기사들이 사방으로 도망치자 순간적으로 어떤 놈을 먼저 죽이기 위해 쫓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아직도 도망치지 않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괴상한 인간을 한 명 발견하고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던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끌끌끌끌.”
괴상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괴물의 공격은 시작되었다.
쉬엑.
엄청난 파공음을 흘리며 쏟아져 들어오는 채찍, 괴물은 날개를 이용하여 거의 40여 미터 상공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그 채찍의 길이는 서로 간의 거리를 무색케 하 고 있었다.
“도대체 저런 괴물이 있다는 소리는 어디서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그와 동시에 키에리가 꽉 쥐고 있던 검이 타오르듯 밝은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것이 키에리드 발렌시아드가 말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완성한 최강의 검술, 오라 파이어(Aura Fire)였다.
털보는 괴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거리가 확보되었다고 판단되는 거리까지 전력으로 질주한 후, 자신의 주위에 흩어져 있는 살아남은 제1용병대원들에게 다급하 게 외쳤다.
“자, 빨리 타이탄을 꺼내, 허억!”
그 순간 털보는 뭔가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헛바람을 삼키며 몸을 틀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쐐엑”하는 파공음을 흘리며 그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자리를 쓸고 화살이 지나갔다. 하지만 화살은 그것 하나만이 날아온 것은 아니었다. 타이탄을 타기 위해 대기 중이던 대원을 노리고 수십 발이 쏟아진 것이 다. 털보가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봤을 때, 서 있는 것은 단 한 명. 제1용병대에서 자기 다음으로 실력이 뛰어난 한스뿐이었다.
“젠장! 이래서는 타이탄에 타는 것은 자살 행위야.”
자신들이 타이탄에 탑승하도록 상대방이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털보는 숨어 있는 적들을 향해 달려가면서 한스에게 외쳤다.
“내가 시간을 끌 테니 기회를 봐서 타이탄에 타라.”
털보는 달려가면서 검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런 다음 두 번째 날아올 화살을 쳐 낼 마음의 준비를 갖췄다. 화살에 실린 강력한 마나의 기운, 저곳에 매복하고 화살을 날려대고 있는 놈들 또한 기사임이 분명했다.
쐐애액!
또다시 거대한 채찍이 키에리를 향해서 날아들었다. 뭐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금속으로 촘촘히 얽어 놓은 듯 채찍은 금속성의 거무튀튀한 광택을 내고 있었 다. 아무리 가는 부분이라도 어른의 머리통보다 더 굵었고, 끝에는 해골 모양의 검은색 쇳덩어리가 달려 있었다. 키에리가 몸을 살짝 위로 날리자, 그 커다란 쇳덩이 는 강한 힘으로 땅바닥에 작열했다.
꽝.
커다란 소리를 울리며 흙먼지가 피어오르는 그 순간 키에리의 검이 빠르게 회선을 그었다. 그와 동시에 반월형으로 생긴 푸르스름한 빛의 덩어리가 엄청난 속도로 괴물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어엇?”
괴물은 한순간 당황한 듯 보였다. 이런 식의 공격이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가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었기에, 그 어떤 대비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는 마왕이 불러낸 마족들 중에서도 제법 상위에 속하는 존재, 바로 발록이었다. 인간의 공격이 아무리 의외였다고 하지만, 서로 간에는 40여 미터라는 거리가 있었 다. 마법의 사용에 능통한 발록에게는 그 정도 시간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순간 발록은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처럼 보였으나 방금 전까지 있던 곳에서 10여 미터 쯤 떨어진 곳에서 순간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근거리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발록은 이번에는 방어 마법까지 사용해서 전신을 보호했다. 그런 후에 눈길을 돌렸을 때, 이미 그곳에는 해골 뼈다귀를 뒤집어쓰고 있던 그놈이 모습을 감춘 지 오 래였다.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던 발록, 그는 곧이어 해골의 사내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아무리 기사가 빠 른 속도로 달린다고 해도 마법에 능통한 데다가 공중을 날아다닐 수 있는 발록에게 있어 그것은 헛된 도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키에리는 힘껏 달려서 순식간에 부하들의 일부와 합류했다. 아니, 타이탄에 탑승하지도 못하고 사방에서 날아오고 있는 화살을 막느라고 허둥대고 있는 부하들을 앞질러 달려갔다. 일단, 저 괴물을 상대하려면 타이탄이 꼭 필요했다. 그런데, 이렇듯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오는 상태라면 타이탄에 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 웠다. 타이탄에 탑승하기 위해 뛰어오르는 그 순간을 노리고 있던 적들에게 아주 좋은 목표물이 되어 줄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키에리는 곧이어 적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적들은 허둥지둥 활을 내려놓고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모습이 뭔가 이상했다. 눈에서는 희미 한 붉은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고, 그 손발은 미이라처럼 시커멓게 말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키에리는 상대방의 모습 따위에 신경 쓰지 않고 곧장 검을 날렸다. 상대 는 순간적으로 검을 들어 올려 그의 검을 막았다. 하지만 오라 파이어를 뿜어내고 있던 키에리의 검은 무 자르듯 상대의 검을 토막 내며 상대의 몸까지 위에서 아래 로 훑고 지나갔다.
“끼에엑!”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상대는 쓰러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먼지가 흩날리듯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 하지만 키에리는 이런 기괴한 현상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 을 시간 여유가 없었다. 주위에 있던 또 다른 놈들이 달려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록은 감탄했다. 상대의 의도를 깨닫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죽음의 기사 넷이 소멸한 다음이었다. 그리고 그 해골바가지의 사내는 또 다른 죽음의 기사를 해치우고 있는 중이었다. 이곳에 쥐새끼가 숨어 들어왔으니 죽여 버리라는 지시를 마왕에게서 받고 그는 황궁 지하실에서 하릴없이 빈둥거리고 있던 죽음의 기사 들을 몽땅 다 긁어모아 온 것이다. 만약 상대가 이렇게도 애를 먹일 줄 알았다면, 차라리 발록만을 두셋 더 데리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마왕이 거느리고 있는 마족들 중에서 비교적 고차원적인 마법을 쓸 줄 아는 종족인 발록들은 대부분 다 마왕과 함께 소환 의식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발록이나 아니면 발록보다 더욱 강한 존재를 이 세계로 데려오기 위해서…….
“호비트 따위가 제법이로군. 하지만 그래 봤자야.”
저 어둠 밑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껄끄러운 음성을 내뱉으며 발록은 공간 이동을 시작했다. 발록이 공간 이동을 하자 키에리와 발록 간의 거리는 순간적으로 좁혀 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발록의 거대한 채찍이 대기를 갈랐다.
츄앗!
하지만 발록의 예상과 달리 상대는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듯 아주 재빠른 동작으로 옆으로 비켜섰다. 상당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 중이었기에 그 뛰어난 방향 전 환 능력은 감탄을 자아내게 할 만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발록은 여유만만이었다. 마족의 우월함을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피해 보거라.”
발록은 키에리를 향해서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어 댔다. 하지만 키에리는 요리조리 잘도 피해 대며 죽음의 기사들 간의 거리를 좁혔고, 드디어는 그들 중 한 명을 토막 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주위에서 공격에 동참하려고 했던 죽음의 기사 넷은 발록의 채찍질에 산산이 분해되어 버렸다.
“이런!”
오히려 자신의 채찍질에 죽음의 기사들이 더욱 큰 희생을 치르자, 발록은 그제야 슬슬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자신의 엄청난 덩치가 오히려 방해가 되 고 있었다. 상대방은 아주 작았기 때문이다. 그런 적이 대단한 속도로 움직이자 공격하기가 매우 까다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발록은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여태까지 자신의 가장 큰 장기라고 할 수 있는 마법을 쓰지 않고 있는 상태였기에, 그것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마법에 있어서 감히 호비트 따위 가 마족과 대등할 수는 없었다.
“태고의 혼돈이여, 적의 발목을 잡아라.”
키에리가 달려가고 있는 주변의 땅이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며 꼭 수렁과 같이 변해 버렸다. 하지만 수렁처럼 약간 미끌미끌한 것이 아니라 이건 꼭 아교풀을 풀어 놓은 것처럼 끈적끈적하기 그지없었다.
‘이건 또 뭐야? 마법인가??
키에리는 끈적끈적하게 땅바닥이 붙어 오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발록이 날린 두 번째 마법이 그를 향해 뿜어져 오고 있었다. 키에리는 뭔가 가 공할 만한 기운이 자신을 향해 뿜어져 들어온다고 느낀 그 순간, 자신의 검을 힘껏 땅바닥에다가 꽂았다. 그와 동시에 검에 응축된 기운과 마법의 기운이 충돌했다. 대 폭발이 일어난 그때, 키에리는 자신의 발에 더 이상 끈적이며 달라붙는 것이 없음을 느꼈다.
발록은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미세한 차이로 피했음을 알고 즉시 두 번째 공격을 날렸다. 발록의 한쪽 손바닥에서 시커먼 기운이 응집되는 듯하더니 곧이어 엄청 난 기세로 뿜어져 나갔다. 하급 악마라고 하지만 거의 8미터나 되는 거대한 신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흑마법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가공스러움 그 자체였다.
키에리는 위로 몸을 날린 상태에서 두 번째 공격이 가해질 것을 예측하고 손을 앞으로 뻗은 후 마나를 뿜어냈다. 그랜드 마스터급의 강자인 그는 전문적인 맨손 격 투술을 익힌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떤 방식으로 기를 운용하면 뿜어낼 수 있는가는 이미 터득하고 있었다. 손을 통하여 앞으로 엄청난 마나가 뿜어져 나오며 강력한 반발력이 발생했고, 그 결과 키에리의 몸은 그 반대 방향으로 충격에 의해 밀려나갔다. 그리고 바로 그때, 발록의 두 번째 공격 마법이 키에리가 방금 전에 체류하고 있던 공간을 가르며 통과했다.
마법 공격까지 상대가 간발의 차이로 피해 버리자 드디어 바짝 열 받은 발록이 전력을 다해 공격을 가해 왔다. 겨우 인간 따위를 상대로 이렇게 시간을 끌다니. 그 것도 마왕에게서 받은 죽음의 기사들을 태반이나 잃어버리고 말이다.
“크아아악!”
발록은 괴성을 지르며 돌진해 왔다. 키에리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거리를 좁혀 오는 발록을 힐끗 바라본 후 또 다른 죽음의 기사들을 향해 돌격했다. 저런 식으로 상대가 돌진해 들어오면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이미 머릿속으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계의 생명체인 발록은 보통 인간들 이 보이는 움직임과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아주 자유자재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여 수시로 단거리 공간 이동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발록은 공간 이동 한 번에 키에리의 머리 위에 나타났고, 무시무시한 공격을 퍼부은 후 키에리가 반격하면 살짝 옆쪽으 로 초단거리 공간 이동을 했다.
발록의 거대한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라는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것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타이탄 정도나 되 어야 가능할 텐데, 그런 발록이 공간 이동 마법을 통해서 타이탄보다도 더욱 민첩하게 움직이며, 또 마법 공격까지 병행해서 하기 시작하자 키에리는 처음 가졌던 자신의 선입관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뼈저리게 느낄 시간 여유도 없이 부상을 당하고야 말았다.
갑자기 뒤쪽에서 번개처럼 날아오는 채찍을 막기 위해 검을 가져다 댔지만, 오라 파이어로 보호되고 있는 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것 이다. 검과 채찍이 부딪치는 그 미세한 반동을 이용하여 몸을 살짝 회피한 덕분에 직격타를 얻어맞는 것은 피했지만, 그래도 발록이 휘두르는 채찍이 어디 정상적인 크기인가? 길이는 40여 미터에 달하고 그 끝에는 사람의 머리통을 몇 개 합해 놓은 것만 한 금속 덩어리가 매달려 있었다. 그것이 옆으로 훑고 지나갔으니 절대로 키에리의 몸이 무사할 수는 없었다.
키에리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지만, 곧이어 벌떡 일어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 부하들의 안위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부상당한 몸으로 부하들까지 챙 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사실. 자신이라도 살아남아서 친구인 로체스터에게 이런 괴물이 크라레스에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 크라레스가 몬스터들의 배후 집단이라는 것을 확인했지 않은가? 키에리는 그것을 보고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던 것이다.
공간 이동을 마음대로 하면서 돌진해 오는 발록에게서 도망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 불쑥 튀어나와서 무시무시한 공격을 가해 올지 그 야말로 난감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키에리는 숲 속까지 가까스로 도주한 후에야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 아무리 발록의 마법이 대단한 것이라고 해도 키 큰 나무들이 우거진 숲 속으로 공간 이동해 올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발록이 공간 이동해 오는 곳에 작은 나뭇가지 하나만 놓여 있어도 발록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키에리는 자신들이 적들과 싸운 곳 바로 근처에 숲이 있다는 것을 아레스신께 마음속으로 감사하며 사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는 길만이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