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4권 20화 – 미네르바와 그린레이크의 갈등

미네르바와 그린레이크의 갈등

다크가 술에 절어 있는 그 절호의 기간 동안 미네르바의 수도 피난 계획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미네르바가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해도, 수도 전 체를 비우는 것이 쉬울 리는 없었다.

그린레이크는 다짜고짜 미네르바를 찾아와서 인상을 구기면서 말했다.

“지오그네에게서 사냥 계획에 대한 협조 공문은 전달받았소.”

미네르바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심정으로 그린레이크를 빤히 쳐다봤다. 그린레이크는 크루마에 있는 열두 명의 공작들 중의 한 명이었으며, 원로원의 의장 이자 마법사협의회의 의장이었다. 그는 엘프들의 세력을 규합하여 미네르바가 이끄는 군부와 세력을 다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네르바는 평소에는 하지 않 던 짓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원로원이나 의회의 승인도 받지 않고 대규모 사냥 대회를 계획하고 발표했던 것이다. 물론 귀족들이나 기사들이 참석하는 사냥 대회였다면 그들과 충돌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그 대회에 황제 및 그 일족들이 전부 다 참석한다는 데 있었다. 황제가 참석해야 하는 모든 업무 계획은 원로원과 의회의 재가를 거쳐 황제의 허락을 받아 야 했다. 그런데 미네르바는 그것을 무시해 버렸던 것이다.

미네르바는 분노에 찬 그린레이크를 빤히 올려다보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침착하게 말했다.

“공문에 쓰여 있는 대로 황제 폐하께서는 오늘 저녁 식사를 프루니아의 여름 별장에서 하시게 될 거요. 그러니까 그 일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경은 마법사들을 이 끌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소.”

그린레이크는 공문을 드넓은 책상 위에 살며시 놓은 것이 아니라, 공문을 잡고 있는 손바닥으로 쾅 소리가 크게 울리도록 내리치면서 씩씩거렸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어떻게 황실의 일정과 계획을 군부에서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단 말인가? 사냥 계획 자체가 문제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계획을 추 진하는 과정에서 경은 엄청난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소린가?”

미네르바는 그린레이크를 쏘아보며 말했다.

“나도 일의 순서는 알고 있소. 먼저 국무대신에게 계획서를 보내고, 국무대신은 그 계획을 다른 일정들과 비교하여 일정을 조정하겠지. 그런 다음 의회의 심의와 원로원의 재가를 거쳐 폐하께 보고되어 최종 결정을 얻어 낸다는 것을 말이오.”

국무대신 지크니아 얼스웨이 후작도, 원로원 의장인 그린레이크 공작도, 또 의회 의장인 어스무스 그랜딜 공작도 다 엘프들이었다. 그러니까 그린레이크와 한통속 이라는 말이다. 그들은 엘프들 간의 연대감을 높이기 위해서 성과 이름 사이에 ‘엘’자를 붙여서 엘프보다는 훨씬 하등한 종족인 인간들과 차별화하려는 노력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아무리 긴급 사안이라고 사냥 대회를 개최하자고 말해도 그것이 통할까?

그린레이크는 빈정대듯 말했다.

““잘 알고 있군.”

“물론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 최소한 6개월은 걸려야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정확히 파악하고 있소. 현재 시국이 어수선하기에 귀족들의 동요를 억제하 고 폐하를 중심으로 결속을 다지자는 취지에서 마련하는 행사요. 지금 꼭 해야만 한단 말이오. 6개월은커녕 1개월만 지나도 그 효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거요. 현재 폐하께서는 비교적 한가하신 상태가 아니오? 며칠 더 지난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오. 그래서 지금 당장 시행하겠다는 것이오. 이의 있소?”

그린레이크는 미네르바의 눈을 쏘아보며 말했다.

“물론 이의가 있소. 경은 군을 통솔하는 총사령관이오. 대규모 사냥 대회를 직접 계획했고, 또 군대 및 기사단이 폐하를 호위한다는 명목 하에서 대대적으로 이동 하기 시작했소. 오늘 낮에 마법진으로 수도 방위군의 1개 사단을 프루니아로 보냈고, 내일도 또 다른 1개 사단을 프루니아로 보내 달라고 협조 공문이 왔더군. 그 외 에 제1근위대를 제외한 모든 기사단도 폐하의 호위라는 명목으로 프루니아에 간다고 하던데? 평소 폐하의 호위 규모치고는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그린레이크는 미네르바를 압박해 가면서 서서히 기분이 풀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인간 따위가 감히 위대한 엘프와 사사건건 맞서려고 하다니. 그는 미네르바가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고 아예 딴 생각을 못하도록 쐐기를 박기 위해 손수 찾아온 것이다.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니까 만전을 기하자는 것 외에 별 뜻은 없소.”

애써 변명하는 미네르바를 향해 그린레이크는 준비해 뒀던 가장 큰 쐐기를 무자비하게 박았다. 마음속으로 승리의 V자를 그리면서 말이다.

“훗, 누가 아는가? 그런 것은 다 핑계고, 고위급 귀족과 황족들을 프루니아에 모아 놓고 반란이라도 일으킬 생각인지 말이야.”

설마 자신의 행위를 반란과 연관지을 수도 있다는 것을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네르바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 그만큼 반란이라는 단어가 파급 하는 효과는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미네르바와 그녀의 부하들은 물론이고, 그녀를 낳은 크루마 굴지의 무가(武家)인 켄타로아 가문을 비롯한 수많은 가문들에 소속 된 모든 남녀가 죽임을 당하거나 노예 신세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반란에 대한 징벌은 잔인할 정도로 철저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이 되는 소리일 수도 있지. 저 코린트의 총사령관인 로체스터 공작도 하룻밤 사이에 정권을 잡아 버렸어. 그런 다음 꼭두각시 황제를 세워 놓고 국정을 좌지우 지하고 있지 않나.”

새파랗게 질려 있는 미네르바를 정면에서 쏘아보며 그린레이크는 말을 이었다.

“경은 폐하께 위임을 받아 군을 통솔하는 총사령관일 뿐이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야. 왜 국정 전반에 걸쳐 자신의 힘을 뿌리내리려고 하는 거지? 폐하께서 행 차하실 때 그렇게 절차가 복잡한 것도 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만들어 둔 안정 장치라고 봐야 해. 폐하께서 한 사람, 혹은 한 집단에게 둘러싸여 눈과 귀가 막히 시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겠나? 이 나라는 폐하의 나라이지, 경의 나라가 아니란 말이야.”

미네르바는 우선 숨을 깊이 들이쉬면서 마음을 안정시켰다. 지금 곧장 말을 했다가는 “그딴 반란 따위 여기서도 충분히 일으킬 수 있어”라든지, “내가 만약 반란 을 일으킨다면 네 녀석 모가지부터 날아간다는 것을 몰라? 그걸 잘 알면서 여기로 제 발로 기어 들어오다니”라든지 뭐 그런 종류의 악담이 튀어나올 우려가 있었다. 아마도 그 말을 내뱉을 때는 통쾌할지 모르지만, 그 후환은 엄청날 것이다. 반란을 모의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밖에 안 될 테니까 말이다. 그녀는 약간 마음을 안 정시켜서 말을 시작했지만, 말을 하던 중에 열이 뻗쳐올랐기에 결코 좋은 방향의 대화는 진행될 수가 없었다. 그만큼 ‘반란’이라는 단어가 미네르바에게 준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말 다 했나? 뒷공론이나 일으켜서 쓸데없이 정쟁이나 일삼는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남을 모함하는 거지? 경은 마법사들의 수장이라면서 그렇게 할 일이 없는 것 인가? 도대체가 지금 시국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오크 정도의 지능만 있어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찬성했을 거야. 이 머리에 똥밖에 안 들어 있는 미친 엘 프늙은이야! 늙으려면 곱게 늙어야지.”

“뭣이?”

그린레이크는 기가 꽉 막힐 정도로 노기가 치솟아 올랐다. 자신이 누구인데 이렇듯 지독한 폭언을 듣는단 말인가? 위대한 엘프족의 대변인이자, 원로원의 의장이 아닌가? 그리고 덧붙여서 마법사협의회의 의장직도 겸임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미네르바와는 쌍벽을 이룰 정도로 높은 실권자가 바로 그였다. 그런데, 이렇듯 지독 한 쌍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학식이 높은 마법사였기에 별로 욕을 많이 알고 있지 못했던 그린레이크는 자신이 아는 한 가장 지독한 욕설을 토해 냈다.

“이, 이런 미친 계집년이…….”

마법사는 열 받으면 정신이 산란해져서 주문을 외우기 힘들지 몰라도, 검객인 미네르바에게는 그 어떤 제약도 없었다. 미네르바는 곧장 검을 뽑아 들었다. “뭣이? 다시 한 번 더 지껄여 봐. 그 빌어먹을 혓바닥을 잘라 버릴 테니까.”

급기야 미네르바가 검까지 뽑아 들자 그린레이크는 어느 정도 냉정을 되찾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맹렬하게 위험 신호가 울리는 것을 무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린레이크가 아무리 마법에 능통하다고 해도 마스터급의 검객과 싸워 이길 가능성은 만에 하나도 없었다. 그런 데다가 지금 자신은 치밀어 오르는 노기 때문에 정 신마저 산란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린레이크는 이 자리를 회피한 후 다른 방법으로 미네르바에게 복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그린레이크는 노회한 마법사답게 꼬리를 말며 후퇴했다. 하지만 조용히 떠나기는 아무래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는지, 노기에 찬 한마디를 남기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젠장, 두고 보자. 내 오늘 일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미네르바는 그린레이크가 떠나고 난 후 물밀 듯 밀려드는 후회감에 머리를 싸쥐며 외쳤다.

“빌어먹을,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할 수만 있다면 방금 있었던 일을 모두 잊어버리고 싶군.”

악담을 퍼붓고 돌아간 그린레이크는 자신의 말을 곧 실행에 옮겼다. 미네르바는 그린레이크와 한바탕한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타났는지 몇 시간 후에는 뼈저리게 느낄 수가 있었다.

“뭐라고?”

“예, 방위사령부에서 온 보고에 따르면, 프루니아에는 오늘 폐하께옵서 출발하시기 전에 공간 이동시킨 제3사단만으로도 당분간 충분할 테니 제2사단의 공간 이 동은 사냥 대회 직전으로 연기한다는 통보가 마법사협의회에서 왔다고 하옵니다.”

이블리스는 분노 때문에 얼굴색이 점차 상기되고 있는 상관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보고를 멈출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다시금 말을 이었 다.

“그리고 마법사협의회에서 공문이 도착했사온데, 전하께서 넘겨 달라고 하셨던 그 포로들 말이옵니다. 그들은 모두 다 세뇌 중이기에 절대로 돌려줄 수 없다는 회 답이었사옵니다.”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는 마법사를 제외한 모든 마법사들은 그린레이크의 세력권에 있었다. 그렇기에 그린레이크는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한 것이다. 그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미네르바는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며 외쳤다.

“망할 자식,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다니.”

“어떻게 하면 되겠사옵니까? 전하.”

“기사단에 있는 마법사들을 모두 동원해라. 오늘 밤 안으로 제2사단에 대한 공간 이동을 끝마치도록 해라.”

“예, 전하.”

이블리스는 잠시 미네르바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법사들이 협조를 하지 않는다면, 아니 그린레이크 전하께서 협조를 하지 않으신다면 철수 작전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옵니다. 뭔가 대책을 세우셔야 하지 않겠 사옵니까?”

미네르바는 이블리스의 조언을 못 들은 척 천천히 일어서서 포도주병을 잡고는 한 잔 가득히 따랐다. 이블리스가 그런 조언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는 이미 뭔 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작심한 상태였다. 미네르바는 짐짓 시치미를 떼고 이블리스에게 물었다.

“경도 한잔할 텐가?”

“아니옵니다, 전하.”

미네르바는 포도주잔을 들고 창가에 서서 밖의 경치를 보며 조금씩 마셨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블리스에게 말했다.

“타이탄 생산 공장에 있는 마법사들을 모두 다 귀족들의 이동에 동원해라.”

“예?”

“폐하께서 프루니아로 출발하신 후에 각 생산 공장에 연락을 넣도록 해라. 내일 아침부터 귀족들을 프루니아로 공간 이동시킬 것이다. 그리고 각 귀족들에게도 연 락을 넣어. 마차로 그 먼 거리까지 여행할 필요 없이 황궁에서 마법진으로 출발하라고 말이야.”

“그렇게 하시면…….”

미네르바는 슬쩍 손을 들어 이블리스의 말을 제지하며 말을 이었다.

“경도 알다시피 프루니아로 개설되어 있는 영구 이동 마법진만 사용해서는 황족 및 그 사용인들, 그리고 황궁에서 사용되는 각종 집기들의 이동만 해도 3일은 족 히 걸린다. 운이 없어서 그 전에 드래곤이 나타난다면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 거야. 그런 만큼 놀고 있는 그 마법사들을 이용하자는 거지. 귀족들의 이동이 없다면 황궁의 물자도 이동시킬 수 있게 말이야.”

“좋은 계획이시옵니다. 하오나 그렇게 하시면 그린레이크 전하와 또다시 충돌할 수밖에 없사옵니다. 기사단에 소속된 자를 제외한 마법사들은 모두 그분의 관할 이 아니옵니까? 그린레이크 전하께서 가만히 계실 리 만무하옵니다.”

“물론이지.”

미네르바는 그 정도는 잘 알고 있다는 듯 빙긋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다음 다시금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처리할 일이 많을 걸세, 빨리 가 보게.”

“예, 전하.”

미네르바는 밖으로 나가려는 이블리스에게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시선은 창밖에 고정시키고 말했다.

“참, 가는 길에 스메르 경을 불러 주겠나?”

스메르 경이라면 제1근위대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블리스는 왜 그를 찾는 것인지 의아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예, 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미네르바의 예상대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린레이크가 부하들을 거느리고 미네르바의 집무실로 쳐들어왔다. 그 전날에 미네르바의 무력 에 꼬리를 말았던 것이 그의 분노를 더욱 재촉했는지, 그는 자신의 수하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엘프 마법사를 무려 열두 명이나 이끌고 온 것이 다.

“그린레이크 전하께옵서 오셨사옵니다.”

집무실 밖에 배치되어 있던 경비병은 그린레이크가 왔음을 알렸다.

“드디어 왔군.”

미네르바는 싱긋이 미소 지었다. 밖이 소란스러운 것으로 보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린레이크가 부하들을 거느리고 시비를 걸려고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에서 몸을 사렸다면 내가 실망했겠지. 과연 예상대로 움직이는군. 아무리 머리가 잘 돌아가는 마법사라도 분노에 가득 차서야 판단력이 흐려지는 법이 지.”

그녀는 그린레이크가 이렇게 행동하도록 충동질하기 위해서 그의 관할이었던 타이탄 공장에 소속된 마법사들을 독단적으로 이동시킨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곧이어 성이 잔뜩 난 그린레이크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에잇, 비켜라.”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전하.”

경비병의 만류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쿠당하는 소리와 함께 문짝을 세차게 밀치며 그린레이크가 부하들과 함께 들어왔다. 그린레이크는 미네르바의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보고 싶지 않아도 그 안의 광경을 볼 수밖에 없었다.

실내에는 다섯 명의 기사가 미네르바와 함께 뭔가를 의논하고 있었던 듯 그녀와 함께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린레이크는 그런 것은 개의치 않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럴 수가 있소? 내가 어제 경고했잖소. 내 권한을 침범하지 말라고 말이야.”

미네르바는 그린레이크는 본체만체한 상태로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기사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안 그런가? 스메르 경.”

스메르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대답했다.

“전하의 선견지명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좋아, 저 반란의 무리들을 모두 다 체포해라.”

“옛!”

미네르바 입에서 반란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그린레이크와 그를 따라온 마법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이어 미네르바와 함께 있던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고 그들을 압박해 왔고,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또 다른 10여 명의 기사들이 가세하여 포위해 왔다. 그린레이크가 보니, 그들은 모두 다 스메르가 이끄는 제1근위대 소속의 기사들이었다.

기사들은 재빨리 마법사들을 하나하나 제압하여 마법을 쓸 수 없도록 만드는 구속 장비를 채운 다음 꽁꽁 묶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은 자신이 반역에 연루되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거의 반항조차 하지 않았다.

그린레이크는 순식간에 기사들에게 포박당한 상태에서 무릎 꿇려졌다. 그가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있었는가? 그는 머리끝까지 분노하여 외쳤다.

“이게 무슨 짓이냐? 켄타로아 공작, 지금 경이 하는 짓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이나 하고 행하는 것이오?”

“물론이야. 감히 폐하께서 안 계신 틈을 타서 반란을 일으킬 궁리를 하다니.”

“반란? 무슨 반란. 누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말인가?”

“당신이 누군 누구야. 그게 아니라면 왜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마법사들을 거느리고 내 집무실에 난입했다는 말인가?”

“그거야…….”

어제 그렇게 호된 일을 경험한 만큼,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부하들을 끌고 온 것이다. 하지만 미네르바는 상대가 변명할 틈을 주지 않았 다.

“나를 마법으로 제압한 후에 반란을 일으킬 계획이었음이 자명한데, 무슨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하는가?”

미네르바는 기사들을 향해 명령했다.

“즉시 모두 다 끌고 가서 지하 감옥에 수감해라. 죄수들은 반란 미수죄를 적용받는 만큼 그 누구와도 접촉을 하지 못하게 해라. 폐하께서 돌아오신 후에 신문을 시 작할 것이다.”

“옛.”

미네르바는 그린레이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이자는 주모자인 만큼 신문할 것이 있으니 남겨 두도록.”

그린레이크가 끌려가는 도중에 그의 부하들과 뭔가 의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제 홀로 미네르바와 마주한 그린레이크는 마법을 쓸 수도 없는 상태 가 되어 버렸지만 조금도 기죽지 않고 이빨을 갈며 외쳤다.

“네년이 나를 이렇게 만들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물론 그건 나중에 결과가 나오겠지.”

“폐하께서 돌아오시면, 곧이어 나의 무죄가 입증될 것이다. 그리고 네년은 나를 모함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거야.”

미네르바는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폐하께서는 곧바로 돌아오시지는 않을 거야. 왜냐하면 이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보고는 올라가지 않을 것이거든.”

“뭣이? 그렇다면 네년은 지금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것이냐? 나를 가두고 진짜 반란이라도 일으킬 생각이냐?”

“훗, 그런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다. 어쨌든 그대가 지하 감옥에 갇혀 있으면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일하기는 편하겠군.”

미네르바는 그린레이크의 뒤에 살기등등하게 서 있는 기사를 향해 명령했다.

“끌고 가서 가장 깊은 지하 감옥에 가둬 둬라.”

“예, 전하.”

미네르바는 스메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뒤처리는 자네가 직접 해 줘야겠어. 아주 신속하면서도 비밀스럽게 말이야.”

“예, 맡겨만 주시옵소서.”

“우선 그린레이크의 심복들부터 모두 다 체포해라. 절대로 이 사실이 황제 폐하께로 흘러 들어가서는 안 된다. 아마도 드래곤은 늦어도 10일 내로 올 거야. 그때까 지만이라도 폐하께서 이곳으로 오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는 말이다. 알겠나?”

“옛,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행하겠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