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5권 17화 – 밝혀지는 마왕의 정체
밝혀지는 마왕의 정체
드래곤의 경우 한번 둥지를 틀게 되면 보통 세 가지 정도의 행동 양식을 보인다. 그 첫 번째는 자리를 잡은 드래곤이 매우 온순해서 죽은 듯이 살고 있기에 아예 사 람들이 자신들의 뒷산에 드래곤이 사는지조차 모르는 경우이다. 이런 식으로 틀어박혀 있는 드래곤을 수소문해서 찾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두 번째는 자리를 잡은 드래곤이 매우 호전적인 경우다. 이 경우는 자신의 영역에 침입하는 모든 생명체를 아예 말살해 버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예 소문을 퍼 뜨리고 다닐 생존자가 없어지기에 그의 레어가 드러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세 번째는 위협을 통해 평화를 얻고자 하는 경우이다. 지나가는 호비트 몇 마리를 잡아다가 잔뜩 겁을 준 후에 놔 준다. 이때 명심할 것은 다음에 또 걸리면 잡아먹 을 것이라는 협박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몇 번 이렇게 해 놓으면 그곳에 드래곤이 산다는 소문이 그 일대는 물론 대륙 전체에 쫙 퍼져서 아무도 접근하지 않 게 된다. 하지만 드래곤의 보물을 노린다든지, 혹은 드래곤을 잡아 영웅이 되고 싶다는 망상을 품은 놈들의 공격을 받을 우려가 가끔 있다.
키아드리아스의 레어는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쫙 퍼져 있는 그런 곳이었기에, 다론은 찾아가는 데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둥지가 워낙 널리 알려져 있으니까 드래곤의 유형들 중에서 세 번째에 해당되는 그런 대로 온순한 놈이 아닐까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마어마한 착각이었다.
키아드리아스는 정확히 말하면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유형중 그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네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왜 네 번째 유형이라고 정의하 는가 하면, 그런 독특한 성격의 드래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예전의 아르티어스처럼 자신의 영역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을 들볶으며 괴롭히는 스타일 을 말하는 것이다. 그 악행에 얼마나 치를 떨었는지,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여러 차례의 토벌대가 동원되기도 했지만, 토벌대 중에서 살아서 돌아온 자는 전무했 다. 그러다가 요 근래 몇백 년간 조용히 지내고 있는 중인데, 주위의 사람들은 오히려 그 점을 더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공 전하께서는 매우 성격이 특이한 드래곤들을 좋아하시는 모양이군요.”
예의상 드래곤의 영역 밖에서 공간 이동한 후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다론이 라나에게 말을 걸었다.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특이한 성격이라니요.”
“아르티어스 님도 그렇고, 키아드리아스 님도 그렇고……. 모두 다 아주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들이라는 말입니다. 아르티어스 님의 경우 아주 오래전에는 광룡 (狂龍)이라는 칭호를 받으셨고, 키아드리아스 님도 그건 마찬가지거든요.”
“그, 그런가요?”
“예, 그분들의 레어가 있는 장소는 웬만한 지리 서적을 조사해 보면 거의 다 나올 정도로 유명하죠. 물론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아르티어스 님이 그 뒤처 리에 있어서 좀 더 치밀하다는 것 정도죠. 사실 그분은 돌아가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니까요.”
“예?”
의아해하는 라나를 보고, 다론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말토리오 산맥의 폭군, 혹은 광룡이라고 불렸던 드래곤을 잡은 드래곤 슬레이어의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그, 글쎄요.”
“아르티어스라는 용사죠.”
그 말에 라나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예에?”
“코린트에서 성장하셨으니 잘 모르시겠지만, 「아르티어스 애가(哀歌)」라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찬미한 노래는 말토리오 산맥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겁니다. 이것도 예전에 크루마에서 아르티어스라는 드래곤을 조사해 달라는 요청 때문에 알아낸 사실이죠. 여태껏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다가 그게 심드 렁해지자 아주 기발하게 뒷마무리를 해 버리는 것을 보면 아르티어스 님도 아주 재미있는 드래곤이죠.”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며 걷다 언덕을 넘자 눈앞이 탁 트여 있었다. 자신들의 발밑으로 드넓은 구릉지대가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다론은 구릉지대 옆에 쭉 나열 되어 있는 산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키아드리아스 님의 둥지는 저쪽에 있는 산들 중에서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갈 길이 험하군요. 하기야 드래곤의 영토는 레어를 중심으로 반경 수십 킬로미터씩이나 된다고 들었으니까 당연하겠죠.”
“자, 가시죠. 구릉 밑으로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것보다는 이쪽으로 질러가는 것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듯합니다. 힘은 더 들겠지만요.”
이리저리 경치를 둘러보던 라나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다론 님은 저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쪽에 돌무더기들이 많이 보이는데…….”
“돌무더기라구요?”
다론은 드래곤의 레어라면 높은 산의 중턱쯤에 있을 거라는 생각에, 레어가 있을 만한 곳만 둘러봤을 뿐, 밑에 펼쳐진 구릉 쪽은 자세히 바라보지 않았던 것이다
“클레어보이언스(Clairvoyance : 천리안)!”
다론은 지체 없이 마법을 사용하여 구릉을 자세히 관찰했다. 과연 수많은 돌무더기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돌무더기의 사이에 집이 한 채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이상하군요. 이런 곳에 집이 있을 턱이 없는데…….”
“혹시 저것이 키아드리아스의 레어가 아닐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드래곤이 레어 대신 집에서 산다는 말은 들어 본 적도 없거든요.”
“일단 한번 내려가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혹시 저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면 키아드리아스에 대해서 물어볼 수도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러죠, 그것이 좋겠습니다.”
그들이 집을 향해 한참 걸어갈 때, 아름답긴 하지만 쌀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는 왜 왔지? 길을 잘못 든 거라면 좋게 말할 때 돌아가라.”
그들이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그곳에는 초록색의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육감적인 몸매의 엘프 여성이 자신들을 내려다보며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다론은 정중하게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저 집에 사십니까?”
“그렇다면?”
“이 근처에 키아드리아스 님이 사신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 위치를 아십니까?”
“흥, 그 블루드래곤에게는 무슨 볼일이 있는 거지? 설마 너희 둘이서 드래곤 슬레이어 놀이라도 하자는 것이냐?”
다론은 깜짝 놀라 연신 손을 흔들며 말했다.
“드래곤 슬레이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치레아 대공 전하께서 그분의 레어로 가셨다고 하셔서요.”
“혹시 다크라는 꼬마 계집애를 만나러 온 거냐? 키는 요만하고 금발에다가 갈색 눈을 지닌 깡마른 계집애 말이다.”
상대가 치레아 대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꼬마 계집애라고 하는 것을 보고, 다론은 존경 어린 어조로 대답했다. 혹시나 상대가 키아드리아스일지도 모른다 고 생각했던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젠장, 요즘은 별의별 잡것들이 다 이곳에 기어 들어오는군.”
엘프는 턱짓으로 집을 가리키며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저쪽에 가 봐. 거기에 있을 거니까 말이야.”
““예, 감사합니다.”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다론과 라나를 본 다크는 어이없어했다. 그리고 그 둘이 하는 말은 그녀를 더욱 어처구니없게 했다. 다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 거렸다.
“토지에르가 마왕이라고?”
다론은 자신의 경험까지 덧붙여서 가능한 한 상세하게 설명했다.
“예, 대공 전하. 저는 스승님을 모시면서 많은 흑마법사들이 계약을 맺었던 악마에게 육신을 뺏기는 것을 몇 번인가 봤사옵니다.”
“뺏겨? 그게 무슨 말이야?”
“겉모습은 그대로지만, 그 영혼은 악마의 것이라는 말이옵니다. 육체라든지 능력, 그 모든 것이 악마의 것으로 바뀌는 거지요.”
“그, 그렇다면 나와의 계약은 어떻게 되는 거야? 응?”
“아마도 마왕은 그 계약이 뭔지조차 모를 것이옵니다.”
다크는 허탈한 시선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토지에르가 도와주는 한 언젠가는 자신이 살았던 세상으로 갈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그것이 무너진 것 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이때 다론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변을 당하시기 전에 제게 책 한 권을 맡겼사옵니다. 스승님은 대공 전하께서 그 책을 원하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오래전에 잊혀진 차원과 공간, 그 리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마법이 기록된 것이니까요.”
“뭣이라고? 다시 한 번 더 말해 봐.”
“대공 전하께서 스승님께 부탁하셨던 그것을 제가 받았다고 했사옵니다.”
다크는 다론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다급하게 말했다.
““다, 당장 내놔.”
“대공 전하, 제가 그 책을 받은 것은 사실이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책을 전하께 드릴 수는 없사옵니다.”
“어째서?”
“스승님을…, 아니 마왕을 죽여 주시옵소서.”
이제야 다론의 속셈을 눈치 챈 다크는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허허! 하여간 스승이나 그 제자 놈이나 잔머리 굴리는 데는 질려 버리겠군. 내가 마왕하고 싸우느니 그 시간에 네놈을 족치는 쪽이 훨씬 빠르다는 것을 네놈에게 확실히 가르쳐 주마!”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크는 다론의 멱살을 틀어쥐며 살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다론은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황급히 변명했다.
“저, 전하를 이용하려는 것은 절대로 아니옵니다. 제가 스승님께 책을 받은 것은 사실이옵니다. 하지만 원체 다급하게 황궁을 탈출하다 보니, 숨겨 놨던 책을 회수 할 시간이 없었사옵니다. 책은 지금 황궁 지하에 감춰져 있사옵니다. 정말이옵니다, 대공 전하.”
다크는 틀어쥐고 있던 다론의 멱살을 슬쩍 풀어 주며 중얼거렸다.
“뭐야! 황궁 지하라고……?”
“예, 전하. 황궁 지하의 마법 연구소이온데, 지금 마왕이 기거하고 있는 곳이라서 저로서는 도저히 그 책을…….”
다크는 욕설을 내뱉으며 투덜거렸다.
“젠장,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마왕하고 싸울 수밖에 없잖아. 아빠, 당장 그 빌어먹을 황궁으로 공간 이동해 줘요.”
성급하게 크라레인시로 가겠다는 다크의 말에 기겁을 한 다론이 말렸다.
“마왕의 힘은 대단히 강대하옵니다, 전하. 스승님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시면 안 되옵니다. 또한 마왕의 능력도 엄청나지만, 그 수하들의 힘도 무시 할 수 없사옵니다.”
그때 옆에서 말을 듣고 있던 라나가 기억을 떠올리며 끼어들었다.
“아저씨, 전에 제임스 님께서 오셨을 때 저에게 해 주신 말이 있습니다. 코린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기사와 그 부하들이 마왕도 아닌 발록에게 거의 전 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다론이 옆에서 보충 설명을 했다. 그는 크라레스의 황궁이라든지 마왕의 동태를 감시하던 중이었기에 비교적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이 다.
“수녀님이 말씀하신 발록이 한두 마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수많은 몬스터들에다가 흑마법사들, 그리고 이상하게 생긴 괴물들까지…….”
“그렇게 많아? 에이 씨, 그럼 할 수 없이 루빈스키를 만나 봐야겠군. 치레아 기사단을 돌려받으면 충분하겠지?”
다론은 슬쩍 아르티어스의 눈치를 살핀 다음 다크에게 속삭였다.
“저… 어르신도 도와주시는 건가요?”
“아빠가? 아빠가 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구. 물론 귀찮은 거 몇 가지는 가끔 떠넘기기도 하지만 말이야.”
퉁명스레 말하는 다크 때문에 다론은 속이 타서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르티어스를 힐끔거렸다. 아무래도 어르신이 도와줬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득 담고 말이 다.
“그래도 아르티어스 어르신께 도와 달라고 하시는 게 좋지 않겠사옵니까? 스승님의 육신을 빼앗은 놈은 그냥 마왕도 아니고 어둠의 대마왕 크로네티오라고 하옵 니다.”
그 말에 여태껏 뒷짐을 지고 나몰라라 하고 있던 아르티어스가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분명히 대마왕 크로네티오라고 했느냐?”
“예, 어르신.”
갑자기 아르티어스가 끼어들어 다론에게 질문을 던지자 다크는 그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 아빠가 그놈을 알아요? 하긴 나도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 듯한 이름이기는 한데…….”
“조, 조금 알고 있지.”
“그놈 세요?”
“발록 몇 마리 정도라면 아주 가볍게.
아르티어스가 슬며시 딴청을 부리자 다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채근했다.
“발록이 아니라 대마왕 말이에요. 대·마·왕.”
아르티어스는 조금 겸연쩍은 얼굴로 말을 시작하다가, 갑자기 아르티엔을 힐끔 쳐다본 후 아주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말을 끝맺었다.
“그, 글쎄, 대마왕이라. 아, 참, 그렇지. 현존하는 최강의 드래곤이자 대마왕 사냥을 취미로 하시는 대마왕 슬레이어께서 여기 계시지 않느냐?”
자신에게 은근슬쩍 떠넘기는 그 속셈을 잘 알고 있는 아르티엔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르티어스를 바라봤다. 한 대 쥐어박을까 생각하다가 의도는 불순했지만 자 신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이었기에 참기로 했다.
“흠흠, 내가 왜 그놈하고 싸워야 하지?”
“예? 무슨 말씀이세요? 전에 그놈이 나타났을 때 아버지를 포함한 각 드래곤 종족의 수장들이 협공을 가해서 겨우 끝장을 냈다는 기록을 분명히 읽었는데 말입니다.”
그 말에 라나와 다론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드래곤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가? 게다가 각 종족 수장들이라면 적어도 에인션트급일 텐데, 그런 드래곤이 몇 마리씩이나 뭉쳐야 겨우 상대할 수 있었다니……. 그렇다면 인간은 아무리 많이 덤벼도 죽음을 재촉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인가?
아르티엔은 나지막한 어조로 아르티어스에게 말했다.
“그것은 그놈이 드래곤을 건드렸기에 일어난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은 호비트들만을 상대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왜 그 녀석과 대적한다는 말이냐?” 바로 이때, 뭔가 궁리하고 있던 다크가 뭔가 떠오른 듯 외쳤다.
“앗! 생각났다, 크로네티오…….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이라고 생각했더니, 내 몸을 이 꼬라지로 만든 저주의 원흉이 크로네티오잖아. 안 그래? 다론.”
다론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예, 맞사옵니다, 대공 전하. 스승님께서 흑마법을 익히기 위해서 계약을 맺은 상대는 어둠의 대마왕 크로네티오이옵니다.”
“그렇다면 저주의 원흉을 없애 버리면 자동적으로 저주도 풀리는 거야?”
그 말에 다론은 잠시 궁리를 했다. 물론 저주의 힘의 원천을 없애면 저주는 풀리게 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다크를 끌어들이려면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겠다고 생각한 다론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물론이옵니다, 전하. 전하의 저주를 유지하고 있는 힘의 원천은 대마왕 크로네티오이옵니다. 그를 소멸시킨다면 저주 또한 사라질 것이옵니다.”
“호오, 이거 구미가 당기는데?”
그 말에 아르티어스는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너는 방금 내가 한 말을 하나도 듣지 않았냐? 어둠의 대마왕을 마계로 소환시키는 데도 에인션트급 드래곤 다섯이 동원되었다. 그런데 소멸이라니… 그게 말 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래도 한번 해 봐야죠.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인데 말이에요. 그건 그렇고 드래곤 다섯과 동등한 힘이라구요? 그것 참…….”
다크는 어떻게 하면 대마왕을 처치할 수 있을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기 혼자 쳐들어가 이길 수 있을 만한 상대는 아님이 분명했다. 아무리 다크라고 해 도, 아르티어스급 드래곤 다섯을 상대로 이길 자신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크는 먼저 아르티어스를 힐끔 쳐다봤다. 아마, 아르티어스 라면 도와줄 것이다. 그런 후 또 다른 실력자들을 끌어 모아야 하는 것이다. 다크는 여태껏 조용히 듣고 있던 카렐에게 말했다.
“도와주겠어? 사실 이건 인간들의 문제이기에 너에게 부탁하기는 좀 그렇지만…….”
카렐은 빙긋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친구의 일인데 도와야지. 사실 대마왕이 인간들을 정복한 다음엔 또 다른 종족들을 건드리기 시작할 건데 뭐.”
카렐의 말에 그의 옆에 서 있던 키아드리아스는 다크를 섬뜩한 눈빛으로 노려봤다. 자신의 연인을 그렇게 위험한 곳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 었다. 하지만 카렐이 옆에 있었기에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대신 그녀는 다급하게 말했다.
“저도 갈 거예요.”
“그렇다면 모두 일단 크라레스로 가기로 하자. 그곳에서 루빈스키를 끌어들이는 거야. 그런 후에 코린트로 가서 로체스터 공작에게 힘을 빌려 달라고 하면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