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5권 18화 – 대륙 동맹군의 결성

대륙 동맹군의 결성

코린트의 수도 케락스는 난데없는 손님들의 방문으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황궁 외곽에 만들어져 있는 이동 마법진에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경비병들은 일순 기겁을 할 정도로 놀랐다. 이때 먼저 연락을 받았는지 기사 한 명이 달려 나오며 그들을 맞이했다.

“빨리 오셨군요.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 나왔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로체스터 공작 전하께 연락을 드렸으니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자, 이쪽으로 오십시오.”

로체스터 공작은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그들을 환대했다. 로체스터 일행은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들어서는 다크 일행 중에서 우선 아르티엔과 아르티어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크는 한눈에 용병대장이 누구인지 눈치 챘다. 그렇기에 빙긋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야~, 역시 살아 있었군. 하기야 처음부터 나는 자네가 죽었다는 소문을 믿지 않았어. 그때 죽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히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그 말에 용병대장은 해골 가면 밑으로 일그러진 미소를 띠었다. 출혈 과다로 거의 죽을 뻔하게 만들어 놓고는 저딴 소리를 내뱉다니 말이다.

“자네는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 같지 않군.”

“참, 소개할게. 이쪽은 카렐이야. 숲 속에서 조용히 사는 친구인데, 내가 끌어냈지.”

“설마, 그랜드 마스터?”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용병대장은 한눈에 카렐의 실력을 알아보고 경악했다. 그런 그를 보고 카렐은 빙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다크 외에도 이렇듯 대단한 실력을 지닌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소. 나는 카렐 아미타유스라고 하오. 그리고 이쪽은 내 아내인 키아드리아스라고 하 “지요.”

아내라는 말에 로체스터 등은 놀란 듯했다. 드래곤을 데리고 사는 엘프가 존재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 대륙에 성질 더럽기로 소문 이 난 블루 드래곤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위대한 분이시여. 저는 키에리 발렌시아드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현재 코린트의 총사령관인 까뮤 드 로체스터 공작입니다. 그리고 저쪽은…..”

키에리의 소개에 따라 회의실에 모여 있던 로젠, 제임스, 까미유 등이 카렐, 키아드리아스, 그리고 루빈스키와 인사를 나눴다. 일단 서로 간에 소개와 인사가 끝난 후 로체스터의 권유에 따라 모두들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아르티엔과 아르티어스는 없었다. 아르티엔이 자신은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밖으로 나 가면서 아르티어스의 귀를 잡아당겨 같이 나가 버렸던 것이다.

“현재 마왕군의 세력은 알카사스 쪽으로 점차 집중되고 있소.”

얼마 전까지 마왕 편에 가담해서 싸웠기에 누구보다도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루빈스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확실한 정보입니까?”

“그렇소, 새로운 마수들이 대거 등장한 덕분에 알카사스의 기사단이 뒤로 밀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소.”

로체스터 공작의 말에 루빈스키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며칠 전 서부 전선에 투입된 몬스터의 대군은 알카사스 기사단의 허를 찌르는 기습 작전으로 3만에 이르는 막심한 피해를 입은 후 점차 뒤로 후퇴하는 중이었다.

그 전투는 알카사스의 주력을 한꺼번에 투입하여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내 버린 것이었기에, 루빈스키 대공으로서는 뒤로 빠져 있던 기사단을 투입할 여유가 없었 다. 그 때문에 무려 3만이라는 몬스터를 잃고 대패했던 것이다. 그 전투가 끝난 후 토지에르에게서 새로운 지시가 내려왔다. 모든 기사단을 뒤로 후퇴시키라는 것이 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런 지시가 내려왔던 것일까? 토지에르는 서쪽에 대량의 몬스터를 추가 투입한 모양인데…….

“그렇다면 알카사스 쪽에는 마왕 토벌군을 보내 달라는 말을 할 수 없겠군.”

다크의 말에 로체스터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도 그럴 거요. 그들은 지금 자기들 앞가림을 하기에도 벅찰 테니까 말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한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어?”

“일단 크루마와 아르곤에 마왕 토벌대를 파견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도록 합시다.”

“크루마에는 공문 같은 거 보낼 필요가 없어. 통신으로 내가 미네르바에게 부탁하면 되겠지. 하지만 아르곤도 지금 몬스터와 전쟁 중인데 보내 줄까?”

“글쎄, 하지만 시도는 한번 해 봐야지요. 일단 병력을 치레아 공국에 집결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오. 안전을 위해서 실력이 우수한 몇 명은 타이탄에 탄 채로 공간 이동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려면 공간 이동을 위한 거리가 짧은 것이 훨씬 유리하지 않겠소? 그런 면에서 치레아가 가장 적격인 것 같소. 치레아 공국 북쪽에 있는 치론시 근처를 기점으로 잡으면 어떻겠소?”

다크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다크가 동의하자 로체스터 공작은 지금껏 자신이 짜 놓은 작전을 설명했다.

“먼저 마왕의 주력 부대는 이쪽 알카사스에 있소. 하지만 우리 쪽 정찰대가 상대해 본 결과 발록을 주축으로 하는 상급 마족들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마법을 사용 할 수 있다고 하오. 그놈들은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기에 어디로든지 이동 가능하다는 말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이쪽에서 기습 공격을 가한다고 해도, 그들은 곧 크라레인시로 돌아올 거요. 하지만 그 많은 부하들까지 함께 거느리고 오지는 못할 테니, 엄청난 수의 마물들과의 격전은 피할 수 있어 다행이 아닌가하

오.”

“그렇다면 마왕을 처치한 후에 남은 마물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 마물들은 마왕이 불러낸 것들이오. 그런 만큼 그들을 소환한 주체인 마왕이 사라지면 그들 또한 마계로 돌아갈 거라는 것이 우리 쪽 마법사들의 의견이오.”

“그래? 그렇다면 알카사스가 엄청난 피해를 입으면서 마왕군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는 말이군.”

다크의 말에 로체스터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건 치레아 대공의 말이 맞소.”

“흐음, 그래?”

잠시 머리를 굴리던 다크는 루빈스키에게 말했다.

“이봐, 이 기회에 알카사스에도 빚을 만들어 두는 게 좋지 않을까?”

그 말에 루빈스키는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

“방금 전에 말했던, 그 의미 없는 싸움에 끼어들어서 본국도 피를 흘리자는 말인가?”

“아니, 그게 아니야. 기습 작전에는 근위 기사단만 있으면 돼. 그러니까 나머지는 알카사스로 보내 그놈들을 도와주는 거야. 현재 격전을 벌이고 있을 테니까, 그들 이 마왕군을 피해서 후퇴할 수 있게만 해 주면 되지 않겠어?”

루빈스키는 다크의 말에 뭔가 깨달았다는 듯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했다.

“아하, 그러니까 정면충돌은 할 필요 없고, 후퇴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말이군.”

“맞아, 그렇게 해두면 알카사스와의 관계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마왕의 능력이 그렇게 강하다면 웬만한 기사들로서는 보탬이 될 수 없거든. 그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그 작전에 투입해야 해. 안 그러면 황제를 구출하는 신성한 작전에 자기들이 빠질 수 없다고 난리를 부릴 테니까 말이야.”

“자네 말이 맞는 것 같군.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쪽은 대충 끝내 놓고 빨리 돌아와. 여기도 자네가 필요하니까 말이야.”

“황제 폐하를 구출하는 일인데, 내가 빠질 수는 없지 않겠나? 조금만 기다려. 금방 끝내고 돌아올 테니까.”

그렇게 말한 후, 루빈스키 대공은 기사단을 거느리고 알카사스로 떠났다.

다크와 통신을 끝낸 미네르바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것을 보고 이블리스가 슬쩍 말을 건넸다.

“근위 기사단에 출동 명령을 내릴까요?”

한동안 어떻게 하는 것이 크루마에 도움이 될 것인지 머리를 굴리던 미네르바는 이윽고 결심했는지 명령을 내렸다.

“아니, 지발틴 기사단에 출동 명령을 내려라. 상대는 마왕…, 아마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본국의 영광을 위한 전쟁도 아닌데 근위 기사 단의 엘리트들을 낭비할 수는 없다. 이런 명분만 세워 주면 되는 싸움에는 일류 정도만 데려가도 충분히 생색을 낼 수 있어.”

이블리스는 미네르바의 현명한 결정에 감탄했다.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전하. 곧, 알프레드 쟉센 후작에게 지시하겠사옵니다.”

“참, 오너들만 집합시켜라.”

미네르바의 말에 이블리스는 의아해했다. 타이탄이 움직이면 당연히 부수적으로 함께 이동해야 하는 보조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타이탄을 지급받은 오너만 을 집합시키라는 것일까?

“예? 오너들만 말이옵니까? 하지만 타이탄을 보조하기 위해서는 정찰조와 마법사가…….”

“마물들을 상대로 정찰조는 무의미해. 기습해서 마왕의 본거지를 박살 내는 작전이다. 오직 마물을 상대하기 위한 타이탄만이 필요할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필 요 없다.”

“옛! 그렇게 전하겠사옵니다, 전하. 그런데 전하께옵서도 가실 것이옵니까?”

“물론이지.”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미네르바에게 이블리스는 기겁을 한 듯 만류했다.

“그건 너무 위험하옵니다.”

“후후, 괜찮다. 내 몸은 내가 지킬 수 있으니까. 그럼, 준비하도록.”

“옛!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