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6권 11화 – 초죽음이 된 묵향
초죽음이 된 묵향
며칠 동안은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바다는 잔잔했고, 더욱이 순풍까지 불어 주어 선단은 순조롭게 목적지를 향해 항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평온한 일상 이 계속되자 오히려 묵향은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항해가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묵향에게 너무나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모든 것이 신기하게만 보였고, 특히나 끝도 보이지 않 는 드넓은 바다는 묵향의 가슴을 탁 틔워 주는 듯한 후련함마저 안겨 주었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묵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드넓은 바다는 더 이상 그에게 후련함을 안겨주지 못했고,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한곳에 얽매여 있기를 좋아하지 않는 묵향에게 있어서는 비좁은 배 안에서만 생활해야 한다는 것은 거의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배 전체를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해 봐야 반 각(약 8분)이면 넘치도록 충 분했다. 그런 상황에서 몇 날 며칠을 그 비좁은 공간을 뱅뱅 돌아야만 했던 것이다.
따분한 얼굴로 연신 하품을 해 대고 있는 묵향을 보며, 아르티어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빙글거리며 물었다.
“어때? 재미있냐?”
아르티어스의 말에 묵향은 지겹다는 듯 대꾸했다.
“빌어먹을! 재미 하나도 없어요. 배로 하는 여행이라는 것이 이렇게 따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구요. 어휴~, 저놈의 바다도 매일 보니 이젠 질렸다구요. 매일 똑 같은 경치에 똑같은 음식! 뭐 좀 바뀌는 맛이라도 있어야지. 육로로 하는 여행이었다면 경치도 보고, 지역마다 다른 음식도 먹어 보고, 뭐 그런 잔재미라도 있는 데……. 이건, 젠장! 너무 지겨워서 죽겠네.”
“호오, 지겹다고? 물론 바다에서도 경치가 바뀌는 경우가 간혹 있지. 그때도 지겹다는 말이 나오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
아르티어스의 빈정거림에 묵향은 발끈하며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경치가 바뀌기는 뭐가 바뀌어요? 보이는 것은 저 시퍼런 수평선과 하늘뿐인데. 에잇, 차라리 폭풍우라도 치면 심심하지는 않겠다. 젠장!”
그런데 묵향의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그날 저녁때부터 서서히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파도가 일렁거리는 것이었다. 천천히 파도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배 위에서 자신이 디디고 서 있는 발판이 흔들흔들 거리자 묵향은 재미있어 못 견디겠다는 듯 환히 웃었다. 이런 것은 육지에서는 도저히 경험해 볼 수도 없는 생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야~, 이거 재미있는데요? 흔들흔들 하는 것이…….”
묵향이 낄낄거리며 말했지만, 아르티어스는 걱정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끝까지 재미있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파도가 점점 더 거칠어지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 모르겠네.”
결국 밤이 되자 아르티어스의 우려대로 파도는 더욱 거칠어졌다. 눈을 뜨기도 힘들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어왔고, 그때마다 바다는 선불 맞은 멧돼지마냥 날뛰기 시작했다. 한 번씩 큰 파도가 덮칠 때마다 선체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러 댔다. 하지만 그토록 험한 바다에서도 병사들은 상관의 명령에 따라 신속하고 침착하 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 바람이 거세지자, 대족장의 명령에 따라 선단은 폭넓게 산개하기 시작했다. 만약 이런 바다에서 배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가는 밀려오는 파도에 밀려 서로가 충돌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모든 돛을 내리고 배의 앞부분에 있는 돛만을 남겨 두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모든 돛을 다 내리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다. 그리고 노잡이들도 모두 다 각자의 노에 배치되어 대기하고 있었다. 혹시나 측면에서 파도가 덮칠 때를 대비해서였다. 만약 큰 파도가 옆에서부터 밀어닥친다면 즉시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했다. 안 그러면 이 정도 크기의 배는 곧장 뒤집어지게 되는 것이다. 밤이 깊어 갈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졌고, 미친 듯이 밀어닥치는 파도를 뚫으며 배는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밤새도록 바람은 쉴 새 없이 불어왔고, 출렁이는 파도가 뱃전을 때릴 때마다 병사들은 바짝 긴장하며 꼬박 밤 을 새워야 했다.
다음 날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처럼 날씨는 맑았고, 바다는 잔잔해졌다. 하지만 어젯밤에 비해서 많이 잔잔해졌다는 것이지 결코 파도가 낮다고는 볼 수 없었다. 병사들은 밤새 대기하느라 한잠도 못 잤기에, 저마다 여기저기에 몸을 누이고 쉬고 있었다. 대족장 타르티는 그 와중에서도 선단의 피해를 보고 받고, 이것 저것 지시를 내린 후 아르티어스에게로 다가왔다.
대족장 타르티는 뭔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눈길로 묵향을 한번 지그시 바라보더니, 아르티어스와 뭐라고 한참 떠들어 댄 후 다시금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위해 돌아갔다.
“무, 무슨 일이에요?”
“아, 별거 아니다. 저 녀석 눈치는 빨라가지고…, 아무래도 천신인 네가 뱃멀미를 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더라. 그래서 내 한소리해 줬지. 그건 그렇고 너 한테는 좋은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이라는 말에 묵향은 힘겹게 고개를 들며 물었다.
“뭔데요?”
“타르티의 말이 혹시 폭풍으로 발전할까 봐 노잡이들을 배치해 두고, 대비하고 있었는데 생각 외로 파도가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하더구나. 이것도 다 천신의
덕분이라면서 신의 은혜에 감사하다고 떠들어 대더군.”
파도가 생각 외로 심하지 않았다는 말에 묵향은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
“세상에, 폭풍이 친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구요? 진짜 폭풍이 치면 어느 정도라는 말이에요?”
아르티어스는 빙긋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내, 네가 궁금해할 줄 알았다. 사실 이 정도 파도로 끝난다면 네가 너무 서운하지 않겠냐? 안 그래도 심심하다고 그 난리였는데……. 나도 예전에 배를 좀 타 봐 서 아는데 안타깝게도 며칠 동안은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될 거야. 흠,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단다. 진짜 네가 바라는 폭풍은 그다음에 올 테니까 말이다. 아 마 그때가 되면 이 배가 날아다닐걸?”
순간 묵향의 얼굴은 샛노랗게 질렸다. 슬쩍 그런 묵향의 얼굴을 본 아르티어스는 내심 키득거리며 다정하게 물었다.
“그래, 재미는 있었냐? 그렇게 심심하다고 난리더니 아주 기분 좋았겠구나?”
한쪽 구석에 널브러져 있던 묵향은 밤새 얼마나 시달렸는지 아르티어스의 빈정거림에도 대꾸할 힘이 전혀 없었다.
“젠장, 자꾸 말 시키지 마…, 우엑!”
힘겹게 말을 하던 묵향은 갑자기 뱃전을 잡고 한바탕 토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꺽꺽거리던 묵향은 기진맥진해졌는지 아예 갑판에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그런 묵 향을 바라보는 아르티어스의 눈가에 살짝 통쾌하다는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언제나 이런저런 이유로 휘둘리기만 했던 아르티어스였기에 오랜만에 보는 나약한 모습의 묵향에게 신선함마저 느끼는 중이었다. 사실 그것도 다 아르티어스가 해적 생활을 할 때 뱃멀미로 죽은 호비트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기에 느끼는 기분이었 지만….
갑판에 누워서 헉헉거리던 묵향은 도저히 못 참겠는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아르티어스를 바라봤다.
“아, 아빠! 힐링 마법 좀 걸어 줘요.”
하지만 아르티어스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물론 내심으로는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지만 말이다.
“뱃멀미는 상처가 아니기에 아무리 힐링 마법을 쓴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지. 그저 익숙해지는 수밖에 방법이 없단다.”
“그, 그러면 아빠가 드래곤으로 변신해서 날아가면 안 될까요?”
그 말에 아르티어스는 이게 웬 떡이냐는 듯 반색을 하며 되물었다.
“호오~, 역시 뱃멀미가 대단하기는 대단한 모양이구나. 네가 나한테 그렇게까지 우는 소리를 다 하고 말이다. 좋다! 사랑하는 아들의 그 정도 부탁도 내가 못 들어 주겠냐? 그 대신, 조건이 있다.”
묵향은 아르티어스의 의외의 말에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 뭔데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아르티어스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또박또박 말했다.
“그것이 무엇이건, 앞으로 이 애비의 말을 절대로 거역하지 말 것.”
““저, 절대로요? 그, 그리고 무엇이건 말이죠?”
잠시 생각해 보던 묵향은 비록 내키지는 않았지만 지옥 같은 지금의 상황에서 탈출할 수만 있다면 그까짓 조건쯤은 들어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만큼 뱃멀미 로 초죽음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승낙을 하려고 고개를 들던 묵향은 왠지 전신에 소름이 쫘악 끼치는 것을 느꼈다. 아르티어스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 라보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순간 분노가 울컥 치미는 묵향이었다.
“정말 치사하게 이럴 거예요?”
하지만 아르티어스는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 빙글빙글 웃으며 대꾸했다.
“치사하다니? 세상에 어디 대가 없는 부탁이 존재하든? 쯧쯧, 그러니 내가 너에게 평소에 누누이 말했잖니. 넌 좀 세상을 더 배워야 한다고 말이다.”
“빌어먹을, 아빠는 내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인지 알고나 있는 거예요? 웬만한 사람들이 이 정도 오래 살면 늙어 죽었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구요. 그런데 배우기는 뭘 더 배워요? 젠장, 더럽고 치사해서! 이젠 됐어요!”
매몰차게 소리친 묵향은 그 후로도 계속 뱃멀미에 시달려야만 했다. 처음 뱃멀미를 할 때만 해도 묵향은 이런 고통도 다 수행의 한 방편이라고 자위하며, 명상이나 운기조식을 하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뱃속이 뒤집히는 판국에 무슨 명상이고, 무슨 운기조식이라는 말인가? 결국은 뱃전에 뻗어서 힘없이 늘어져 있을 수밖에 도 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좀 참을 만했다. 하지만 뱃속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낸 후, 노오란 위액까지 토해 냈음에도 불구하고 구역질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나중에는 내장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르티어스가 이렇게 뱃멀미 심하게 하는 놈은 처음 봤다고 투덜거릴 정도였지만, 그걸 당하는 입장에서 는 화를 낼 기력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아르티어스는 저 멀리 수평선 위에 아련히 보이는 희뿌연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묵향은 그 말을 듣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다.
“우웨에에엑! 우웩!”
속이 뒤집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 한바탕 토한 묵향은 창백한 안색으로 고개를 들어 아르티어스가 가리키는 부분을 힘없이 바라봤다. 며칠 사이에 그의 얼굴은 말 이 아니었다. 퀭하니 들어간 눈에, 핏기가 가신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 그리고 두 뺨은 홀쭉하게 야위어져 있었다.
멀리 뭔지 모를 물체가 수평선 저편에 어슴프레 보이고, 갈매기 떼가 날아다니고는 있었지만 그의 시야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심한 구토에 머리가 완전 히 텅 비어 버린 듯했고, 코끝에 느껴지는 짭짤한 소금기가 더욱 그의 속을 뒤집어 놓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묵향은 손가락 하나 까닥거릴 정도의 기운조차 없었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이 망할 놈의 배에서 내리고만 싶었다.
수평선에 육지가 그 모습을 보이자 각 배의 병사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모두들 아래쪽 선실에 놔뒀던 무기들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여분으로 가지고 온 창과 화살 다발을 꺼내더니, 곧이어 각자가 완전 무장을 갖추었다.
병사들의 등에는 둥그렇게 생긴 두툼한 가죽 방패가 메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무장은 모두 동일하지는 않고 세 가지로 나뉘었다. 먼저 배에 타고 있는 병사들의 반 정도는 커다란 활과 화살을 준비해 뱃전으로 뛰어갔고, 그 외의 병사들 반은 2미터 정도 되는 창을, 그리고 나머지 병사들은 커다란 칼을 들고 상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대족장 타르티가 조심스럽게 아르티어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뭔가 잘못을 했는지, 송구스런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뭐라고 말하자 아르티어스 는 괜찮다는 듯 그의 어깨를 다독거려 주었다. 그러자 대족장은 환히 웃는 얼굴로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상륙 준비를 하기 위해 선실로 내려갔다. 뱃전에 널브러져 있던 묵향이 불안한 표정으로 아르티어스에게 물었다.
“뭐, 뭐라는 거예요?”
아르티어스는 그런 묵향의 마음을 잘 알겠다는 듯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응, 며칠 전 심한 파도 때문에 목적한 곳에서 많이 남쪽으로 밀려내려 왔다고 하길래 괜찮다고 했다. 어차피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르는 상태인데 그놈이 목적한 곳까지 갈 필요가 없을 것 같길래 말이다. 네 생각은 어떠냐?”
묵향은 더 이상 배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도 죽을 것만 같이 고통스러운데 배를 타지만 않는다면 이곳이 어딘들 상관이 있겠는가?
“어디에 상륙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빨리 배에서 내리게 해 달라구요.”
“그러냐? 뭐 그럼 잘됐군.”
아르티어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선상을 내려봤다. 돌아선 그의 얼굴에는 약간이기는 하지만 왠지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그동안 뱃멀미로 고생하는 묵향을 놀리 는 재미도 배를 내리는 순간 끝나기 때문이다.
병사들의 무장이 다 갖춰지고 난 후, 선실 아래쪽에서 대족장이 당당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대족장은 배가 요동치는 가운데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며 뱃전에 늘 어선 병사들에게 뭔가 기나긴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하는 중간 중간에 탱게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천신께서 함께하시니 힘을 내라는 뭐 그 런 식의 연설인 모양이었다.
묵향은 뱃멀미 때문에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상태였기에 대족장의 연설이 단 한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말 이다. 그리고 아르티어스는 아르티어스 대로 육지를 바라보며 수심에 잠겨 있었다. 만약 저기가 자신들이 찾던 중원이라면 아들과의 관계는 또다시 어떤 상황으로 변하게 될지 걱정도 되었고, 또 심하게 뱃멀미를 하고 있는 아들을 그동안 놀려먹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은근히 그 보복도 두려웠던 것이다.
대족장이 기나긴 연설을 하고 있는 동안 수평선 저 너머에 보이던 희뿌연 것들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섬처럼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쭉 뻗은 해안선을 갖춘 육지로 변모해 나가고 있었다.
묵향과 아르티어스는 대족장이 옆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가운데서도 갑판에 서서 점점 커져가는 육지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묵향이 갑 판에 서 있었던 것은 점점 커지는 육지를 바라보기 위함도 아니었고, 대족장의 연설을 듣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속을 뒤집어 놓는 뱃멀미 때문 이었다. 밀폐된 선실로 내려가면 오히려 멀미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을 요 며칠간의 호된 경험으로 깨달았기에 갑판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대족장은 길고도 긴 연설을 끝낸 후 아르티어스를 향해 납죽 엎드리며 천신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배에 타고 있던 모든 병사들도 무기를 높이 쳐들며 대족장을 따라 천신의 이름을 외쳐 대기 시작했다.
“탱게르! 탱게르! 탱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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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외침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옆의 배에서도 탱게르를 외쳐 대기 시작했고, 또 그 옆의 배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에는 선단에 승선하고 있는 모든 병사들이 아르티어스를 바라보며 탱게르를 소리 높여 외쳐 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