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6권 19화 – 한밤중의 침입자 (16권 끝)

한밤중의 침입자

“어? 이게 무슨 소리야?”

깊은 밤중에 묵향은 문득 잠에서 깼다. 주위를 둘레둘레 둘러봤지만, 결코 어디에도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묵향이 배정받은 방은 성내의 깊숙한 곳이었기에 달 빛마저 스며들지 못했다. 하지만 복도에는 언제나 작은 등잔들이 밝혀져 있었다. 창호지를 통해 들어오는 그 정도 불빛만으로도 묵향 같은 고수는 바닥에 떨어진 바 늘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밝았다.

옆을 둘러 봤지만 아르티어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묵향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내심 중얼거렸다.

“참, 영주가 방을 하나 더 줬었지.”

아르티어스는 아마도 옆방에서 퍼져 자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옆방에서 슬그머니 움직이고 있는 존재가 아르티어스일까?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 었다. 아르티어스가 뭐가 답답해서 저렇게 기척마저 죽인 채 살금살금 움직인단 말인가? 묵향의 손은 거의 본능적으로 머리맡으로 올라가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 했다. 그러나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젠장! 검이 없었지.”

투덜거리던 묵향은 이부자리를 박차고 옆방으로 뛰어들었다. 창호지문이 박살 나는 순간, 묵향은 경악한 듯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복면을 뒤집어쓴 괴한 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손에는 처음 보는 괴상한 표창 같은 것과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괴한은 그것을 써 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묵향에게 목을 틀어잡히고 말았다. 거의 순간적인 접촉으로 상대의 혈도를 제압한 상태였기에 그의 양손은 무기 를 쥔 채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다.

“젠장! 말을 알아야 심문을 하든지, 뭘 하든지 하지.”

묵향은 다리로 툭툭 아르티어스의 이부자리를 건드리며 말했다.

“아빠, 빨리 일어나 봐요.”

하지만 그 속에는 아무도 없었다.

“젠장, 또 어디로 간 거야?”

욕지거리를 내뱉는 순간, 괴한의 눈이 크게 부릅떠지는 듯하더니 흰자위를 드러내며 축 처져 버렸다. 묵향은 이미 그 괴한이 절명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괴한의 등에는 표창 한 개가 박혀 있었다. 묵향은 시체를 내던진 후, 옆방을 구분하고 있는 창호지 문을 박살 내며 돌진해 들어갔다.

“또 한 명 더 있었냐?”

바로 그 옆방에는 다섯 명의 무사들이 쓰러져 있었다. 이부자리가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면 자신들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몰랐던 것이 분명했다. “빌어먹을! 내가 아무리 술에 취해 있었다고는 하지만, 너무 방심했어. 주변이 이 지경이 되도록 모르고 있었다니.”

이때 어둠 속 저편에서 아주 날카로운 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어디선가 그 피리 소리에 화답하듯 몇 번인가 피리 소리가 울렸다.

묵향은 상대가 도망치며 흘리는 미세한 흔적을 따라 엄청난 속도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묵향의 발에 따끔하는 것이 있었다.

“으갸갸! 이게 뭐야?”

밑을 바라보니 꽤 넓은 거리를 두고 철질려(鐵?藜 : 마름쇠)가 뿌려져 있었다. 끝이 송곳처럼 뾰족한 네 개의 발을 가진 철질려는 안 그래도 눈에 잘 띄지 않는데, 거기에다가 시커먼 칠까지 칠해져 있었다.

묵향은 발바닥을 뚫고 들어온 철질려를 인상을 찌푸리며 뽑아냈다. 내공을 이용하여 독을 밀어내자 철질려가 뽑혀 나온 작은 상처에서 시커먼 피가 몇 방울인가 흘러나왔다.

“이런 젠장! 별 추잡스러운 짓을 다 하는군. 이제 걸리기만 해 봐라. 아예 죽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게 해 주지.”

묵향이 다시 몸을 날렸을 때, 그의 발은 땅바닥에 아예 닿지도 않았다. 초상비(草上飛)보다도 한 단계 높다는 능공허도(能空虛徒)의 신법이었다.

묵향이 문을 부수며 달려가기 시작하자, 각 방에서 자고 있던 무사들이 무슨 일인가하여 일어나는 기척이 들려왔다. 그리고 일부는 “닌자”라고 떠들어 대며 묵향 을 따라 달려갔다. 그들이 묵향을 닌자로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닌자가 달아나는 것을 보고 따라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묵향처럼 허공을 밟고 달려가는 재주가 없었다. 사방에서 뛰어나온 무사들은 닌자가 뿌려 놓은 암기를 밟고 죽어 나자빠졌다.

복면을 뒤집어쓴 괴한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수법을 동원하여 길을 차단하며 달아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처음 마름쇠를 뿌린 다음부터 오히려 창호지문이 박살 나는 소리는 더욱 빠르게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괴한은 처음에는 반항할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곧이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의 동료가 순식간에 제압당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오히 려 적에게 사로잡힐 가능성이 훨씬 컸다. 상대는 정말이지 꿈에서조차 만나기 싫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병법자였던 것이다.

괴한은 곧장 자신이 가지고 있던 단검으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 괴한의 손은 아무런 떨림도 없이 스스로의 목 깊숙이까지 파고 들어갔다.

묵향은 자신이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에는 검은 복면을 뒤집어쓴 괴한의 시체 한 구가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무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저마다 뭐라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며 여기저기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묵향은 자신의 목 깊숙이 단검을 찔러 넣고 죽어 있는 괴한의 시체를 지긋이 바라봤다. 그는 대단히 뛰어난 실력을 쌓은 자객이었다. 아무리 묵향이 방심하고 있었 다고 하지만, 거의 지척에까지 다가왔던 자였다. 그런 뛰어난 자객의 종말치고는 너무 허무한 감이 있었다.

이때 주위를 둘러보던 무사들 중에서 제법 비싸 보이는 고급 옷감으로 옷을 해 입은 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묵향에게 정중한 어조로 물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무사가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훑어보는 것으로 보아 그 뜻은 뻔한 것이었다. 묵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괜찮아, 새꺄.”

묵향은 털레털레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기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아빠는 어디로 갔지? 젠장, 저놈들이 혹시 아빠를 잡아 간 게 아닐까? 설마 아직까지도 겁이 나서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천천히 방으로 돌아가는 묵향의 얼굴에 깊은 수심이 깔려 있었다.

영주의 부름을 받은 사메지마는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급하게 준비를 갖춰 성의 2층에 마련되어 있는 알현실로 허둥지등 달려왔다. 그는 알현실로 올라오는 도 중에 누군가를 붙잡고 물어볼 필요도 없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알현실로 올라가는 도중에 시커먼 복면을 뒤집어쓴 닌자의 시체 몇 구를 치우는 무사를 보며 사메지마는 씁쓸한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달이 뜨지 않는 날을 택해, 칠흑과도 같은 어둠 속에서 감행된 닌자들의 기습 공격. 그나마 미리 경계 태세를 강화해 뒀던 것이 다행이었다. 사메지마는 알현실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어딘가로 걸어가는 요시나가를 발견했다. 사메지마는 얼른 그를 불러 세웠다.

“요시나가 상.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 사메지마 상이셨군요. 한밤중에 닌자들의 기습 공격이 있었습니다. 겨우 막아 내기는 했지만 이쪽의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말에 사메지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피해가 심각한가요?”

“거의 1백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죽었습니다. 정말이지, 목숨을 버리고 달려드는 닌자들의 공격은 무섭군요.”

병사들의 희생이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크자 사메지마는 침통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부상자는?”

“부상자는 거의 없습니다. 닌자들의 무기에 독이 발려 있었기에 약간의 상처라도 치명상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 사방을 수색하면서 혹시 닌자들이 뿌려놓은 마름 쇠 같은 것이 남아 있나 확인하는 중입니다. 단 한 개라도 놓친다면 한 사람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요시나가 상. 그럼 수고하십시오.”

“예, 사메지마 상.”

영주는 알현실 상석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 위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영주도 자다가 일어나서 그런지, 취침용 옷을 입고 있었다. 사메지마는 깊숙이 절을 한 후 입을 열었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자네도 오면서 닌자들의 기습 공격이 있었단 말은 들었겠지?”

“옛.”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닌자의 공격은 두 방향으로 행해졌네. 한 패거리는 나를 목표로, 또 다른 한 패거리는 이방인들을 향해서 말일세.”

영주의 말에 사메지마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이방인들에게도 공격이 가해졌단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닌자는 나를 목표로 세 명, 이방인을 목표로 두 명이 침입했어. 물론 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처치한 숫자가 그렇다는 말일세. 하지만 단 한 명도 사로잡지 못했기에 배후를 캘 도리가 없군.”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사메지마는 곧 입을 열었다.

“주군, 만약 그들의 공격이 주군과 이방인을 향한 것이었음이 확실하다면 그것만으로도 많은 가정을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그래? 자네 생각은 어떤가?”

“옛 그들이 주군을 해칠 의도였음이 확실하다면 그 범인은 영지 주위에 있는 영주들이 행했음이 틀림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주군께서 돌아가신다면 가 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니까 말입니다.”

영주는 자신의 생각도 그러한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럴듯하군. 그리고?”

“옛. 그렇다고 가정한다면 주군을 해칠 만한 영주는 두 명으로 압축됩니다. 겐페이의 미나모토 대영주와 요시노의 이시와라 대영주지요. 하지만 저는 미나모토 대 영주가 범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지와라 영주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멍하니 있다 미간에 주름살을 만들며 침중한 어조로 물었다.

“그 이유는?”

“이시와라 대영주의 경우, 영주님께서 돌아가신다면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시와라 대영주는 주군께서 미나모토 대영주의 명령을 건성으로 듣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할 것입니다. 이시와라 대영주도 이곳에 간자들을 심어 놨을 테니까요. 그리고 좀 더 나가서 주군께서 계심으로 인해 뒤를 확실하게 믿기 힘든 미나모토 대영주가 이시와라 대영주와 정면 대결을 할 수 없다는 점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지 않을까요?”

“글쎄. .?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미나모토 대영주는 영주님께서 돌아가신다면 대단한 득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영주님께서 돌아가신다면 미나모토 대영주는 압력을 가해, 자신들이 볼 모로 잡고 있는 요시스네 도련님을 후계자로 내세울 것이 확실합니다. 주군께서 만약 돌아가신다면 영지 내의 모든 무사들은 구심점을 잃고 흔들릴 테고, 미나모토 대영주는 손쉽게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식적으로 선포된 주군의 후계자는 요시스네 도련님이 아니십니까?”

후지와라 영주는 생각만 해도 울화가 치미는지 사메지마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거칠게 대꾸했다.

“그래, 일이 그 지경까지 된다면 미야모토가 그렇게 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겠지.”

“바로 그것입니다. 요시스네 도련님의 부인은 미나모토 대영주의 여식이 아닙니까? 미나모토 대영주는 장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요시스네 도련님께 사사건건 간 섭해 올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리고 어쩌면, 요시스네 도련님까지 암살해 버린 후에 도련님의 아들, 그러니까 대영주의 외손자를 영주직에 올리겠죠. 그런 후에 자신의 딸을 섭정으로 올려놓으면 완전히 후지와라 가는 미나모토 대영주의 손아귀에 떨어진 거나 다름없는 지경이 될 것입니다.”

“흐음, 그럴 테지.”

후지와라 영주가 자신의 의견에 찬성이라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사메지마는 더욱 힘을 내어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범인을 미나모토 대영주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 외국인들에 대한 공격은 어떻게 생각하나?”

“어쩌면 미나모토 대영주도 외국인의 존재를 간자를 통해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이쪽에서 밀무역이라도 하려는 생각이 아닐까 의심할 수도 있겠지요. 그 래서 암살하려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 않다면 납치를 하려고 했거나……..

“납치? 그렇지. 아루테에스라는 이방인은 지금도 그 술집에 있나?”

갑자기 아르티어스가 사라졌기에 당황한 것은 묵향뿐만이 아니었다. 마사코는 즉시 그 사실을 사메지마에게 보고했고, 사메지마는 그에 대한 조처를 재빨리 취했 던 것이다.

“옛! 적당하게 사람을 붙여 뒀으니 그자의 신변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아루테에스라는 이방인이 이번 닌자 침입과 관련이 있는 것을 아닐까 요? 그가 사라진 것과 닌자의 침입이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그가 성내의 사정이라든지 뭐 여러 가지 정보를 닌자에게 흘렸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자네가 너무 앞서 나가는 게 아닐까? 그가 닌자에게 정보를 흘렸다면 왜 닌자들이 그 다쿠라는 이방인을 공격했다는 말인가? 닌자 둘이 그 소년 때문에 죽 었어. 만약 이방인이 첩자라면 닌자들은 모든 세력을 나에게 집중했을 걸세. 그 말은 다쿠라는 소년이 닌자하고는 별 상관이 없다는 증거가 될 테지. 안 그런가?” “옛, 제가 생각이 모자랐던 것 같습니다.”

사메지마는 이쯤에서 물러섰다. 이방인이 외부와 내통하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자신은 영주에게 이방인이 그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고, 영주도 자신이 무슨 목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것이다. 그러면 된 것이 아닐까?

“주군, 이번 닌자의 습격을 통해 닌자들의 무서움이 드러났습니다. 저는 닌자들을 제압하는 데는 닌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주군. 닌자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사메지마의 말에 영주는 얼굴을 굳히며 노성을 터뜨렸다.

“닥쳐라.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는가? 내가 닌자를 얼마나 혐오하는 줄 알면서 그딴 소리를 하는가? 닌자를 쓰는 것은 사내로서 가장 추잡스러운 짓이야. 내 주위의 경호를 두 배로 늘려라. 그 정도면 충분하다. 알겠느냐? 다시는 닌자 따위 입에도 올리지 말도록 해라.”

“옛, 주군. 저의 무례를 부디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라. 나머지는 내일 날이 밝은 후에 하기로 하지.”

“옛, 주군.”

사메지마는 경호병들이 보내는 지지를 받으며 천천히 알현실을 빠져나왔다. 경호병들도 영주가 닌자를 키우기를 원하고 있었다. 아주 변칙적인 공격법을 몸에 익 힌 닌자를 정규적인 수련을 쌓은 무사들만으로 상대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심복인 사메지마가 물러가고 난 다음, 영주는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사메지마의 말을 듣고 보니 모든 일은 10년 전부터 시작된 듯했다. 후지와라 영주는 그때가 갑자기 생각났다.

미나모토 대영주는 10년 전, 이웃 영주와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두며 이번에 해적 침입 사건으로 떠들썩한 고다이 영지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고다이 영지를 완전 병합하는 것은 그 당시 막 대규모 전쟁을 끝낸 직후인 미야모토 대영주의 힘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미나모토 대영주는 자신의 사촌동 생을 고다이 영지의 영주로 만드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일단 고다이 영지를 자신의 편으로 확보하고 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미나모토 대영주의 힘은 그전보다 더욱 막강해졌다. 고다이 영지가 안정되자 그다음 군침

을 흘리기 시작한 곳이 후지와라 영주가 다스리는 미우다 영지였다.

전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로 힘을 비축하고 있기는 했지만, 전쟁을 일으킬 명분이 없었던 미나모토 대영주는 수많은 궁리를 해 보다가 후지와라 영 주에게 공식적으로 중개인을 파견했다. 후지와라 영주에게 자신의 딸과 결혼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 제의를 받은 후지와라 영주는 이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제안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이유가 미나모토 대영주의 딸이 이미 결혼했고, 아이까지 둘이나 낳은 유부녀라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청혼이 성립되는 대로 미나모토 대영주는 자신의 딸을 이혼시킬 것이니 말이다.

후지와라 영주가 당황한 것은 그 청혼에 숨겨져 있는 교묘한 함정 때문이었다. 만약 청혼을 거절한다면? 아마 그것을 명분으로 미나모토 대영주는 전쟁을 일으킬 것이 뻔했다. 또, 청혼을 허락한다면? 그렇다면 후지와라 영주는 미나모토 대영주의 사위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물론 사위가 장인 말을 안 듣는 경우도 비일비재하 다. 하지만 그건 사위가 힘이 있을 때 얘기지, 현재처럼 군사력이 세 배 정도 차이가 날 때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주위의 평판도 말 안 듣는 사위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닌가? 그 결혼을 성사시키기만 하면, 미나모토 대영주는 후지와라 영주의 일 에 사사건건 간섭할 수 있는 공식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후지와라 영주는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여, 미야모토 대영주와 결혼하는 대상을 자 신이 아닌 자신의 아들로 바꿔 버렸다.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후지와라 영주가 미야모토 대영주의 딸과 결혼하는 아들을 자신의 공식 후계자’로 선언하겠다는 제안을 하자 그는 딸과의 결혼을 허 락했다.

미나모토 대영주의 딸은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즉시 이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미나모토 대영주의 가신이었던 사위는 이혼 명령과 함께 셋푸쿠를 하라는 지시가 함께 떨어지지 않은 것을 부처님께 감사하며 자신의 부인을 즉각 친정으로 돌려보냈다. 그 후 성대한 결혼식이 치러졌다.

결혼식이 끝난 뒤, 대영주의 딸과 결혼한 후지와라 영주의 첫째 아들은 부인과 함께 미나모토 대영주에게로 보내졌다. 시집간 딸이 친정어머니를 그리워한다는 이 유를 붙여서 말이다. 사실 그것은 표면상의 이유일 뿐, 후지와라가의 후계자를 볼모로 잡아 둔 것이었다.

이로서 후지와라 영주는 미나모토 대영주의 간섭을 일단 배제할 수 있었다. 서로의 아들과 딸이 결혼한 사돈지간이 되었기에, 아무래도 드러내놓고 사사건건 간섭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나모토 대영주는 자신의 외손자가 영주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는 지루했던 모양이다. 닌자들을 보낸 것을 보면 말이다.

다음 날 아침, 사메지마는 영주에게 알현을 청했다. 영주는 사메지마를 알현실이 아닌 내성에 위치한 정원으로 불러들였다. 정원의 중간에는 정원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수 있도록 작은 정자가 세워져 있었다. 정자 위에 앉아 있던 후지와라 영주는 사메지마를 반갑게 맞아 들이며 입을 열었다.

“어서 오게나.”

“옛, 주군. 밤새 편히 주무셨습니까?”

“물론일세. 그건 그렇고 어젯밤 습격에 대한 전모는 밝혀졌나?”

밤새 정보를 취합하여 상황을 이리저리 분석한 터라 사메지마의 얼굴에는 약간의 피로감이 깔려 있었다.

“옛, 주군. 토시조의 보고에 따르면 어젯밤 습격에 가담한 닌자는 여덟 명이라고 합니다. 그중 셋이 야만인을 향해, 나머지 다섯이 주군을 향해 공격했습니다.”

“호오, 그런데 겨우 다섯밖에 잡지 못했다는 것인가? 아니지, 밑에 있던 야만인이 돕지 않았다면 겨우 셋이 되는군. 정말이지 쓸 만한 놈들이 없어. 그 법석을 떨고 겨우 셋이라니 말일세.”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주군.”

사메지마는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엿듣는 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경호병들은 요시나가의 지휘로 정자에서 멀찍이 떨어진 채 네 명씩 조를 짜서 흩어져 있었다. 이 정도 거리라면 그 어떤 대화도 결코 엿들을 수 없었다.

“닌자들은 없는 것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까? 만약 토시조에게 방비하라고 지시했다면 모두 다 잡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토시조의 지휘에 따라 닌자들은 그들 을 멀리서 관찰하기만 했을 뿐,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당황해서 퇴각하는 닌자들의 뒤를 추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가 아니겠습니까?”

닌자들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사메지마와 영주뿐이었다. 그 외에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아무래도 위험 부담이 증가하기에 철저히 비밀에 붙 이고 있었다.

“그래? 아주 잘했군. 그래, 누가 범인이던가?”

“그건 아직 알 수 없었습니다. 도망친 닌자들은 겐페이 영지의 산간 지역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들어간 것으로 보아 미나모토 대영주가 배후일 것이라고 짐작할 뿐입니다. 일단 마을 주변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흐음, 자네 생각은 어떤가?”

사메지마는 밤새 자신이 생각한 것을 후지와라 영주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일단 닌자들의 본거지는 대략적으로 밝혀낸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곳이 본거지가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멀리서 감시만 하라고 일러 놨습니다. 하지만 아 직까지 변동사항이 없는 것을 보면, 잘하면 더욱 큰 고기를 낚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좋도록 하게. 대신, 절대로 이쪽이 역추적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이르게.”

“옛, 주군.”

“그건 그렇고, 다쿠라는 소년이 대단히 뛰어난 검객이라면서?”

순간 사메지마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예, 주군. 그 잔인무도한 성격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실력 하나만큼은 진짜인 듯합니다. 사사키 선생은 그 소년이 야마토 전역을 뒤져도 적수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소년을 감시했던 마사코는 그가 싸우는 모습을 직접 봤다고 합니다.”

“오, 그래? 어떻다고 하던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지만, 20장(약 60미터) 정도를 순식간에 날아갔다고 합니다.”

“날아가?”

“옛, 닌자가 도망치는 방향으로 소년이 달려가는 모습을 마사코가 뒤에서 봤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얼마 후에는 허공을 날아갔다고 했습니다. 그 후에 조사를 해 보니 소년이 허공을 날아간 그 밑에는 닌자가 도망치면서 뿌려 놓은 수많은 마름쇠들이 깔려 있었다고 합니다.”

후지와라 영주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놀랍군.”

“예, 그 당시 소년은 발에 아무것도 신고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잠자리에서 막 뛰쳐나왔을 테니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마름쇠 위를 달려 갈 수 있 을 리가 없습니다. 다만 있다면 마사코의 말대로 하늘을 날아가는 것뿐이겠지요.”

“글쎄..? 자네의 보고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은 아닐세. 하지만 난 토시조 같은 숙련된 닌자들의 경우나 그것이 가능하다고 들었네.”

“물론입니다, 주군.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가는 줄을 치고 그 위를 달려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년이 날아간 그곳에는 그 어디에도 줄을 쳤던 흔적을 발 견할 수 없었습니다.”

영주는 놀라움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대단하군. 그 소년을 어떻게 하면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탐이 나는 인재로군.”

“천천히 정성을 다해 은혜를 베풀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주군.”

“아마도 그럴테지.”

영주는 잠시 궁리를 하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사메지마에게 말했다.

“일단 그 소년이 닌자 둘을 죽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않겠나? 이방인들을 오늘 저녁에 이리로 불러 주게. 도움을 줬으면 사례를 해야 하지 않겠나? 천천히 내 사람으로 만들어 보자구. 그리고 그것을 줘야겠어.”

사메지마는 영주의 말을 곧바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곧 뭔가를 떠올리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주군. 서, 설마…….”

그날 저녁, 술에 절은 아르티어스와 얄미운 듯 그를 힐끔힐끔 노려보는 묵향이 도착했다. 말없이 사라진 것 때문에 혹시나 괴한들에게 납치된 것은 아닌가하여 걱 정했는데, 술에 만취한 상태로 나타났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묵향은 사메지마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억지로 아르티어스에게 미소 지으며 말을 건넸다.

“어디 갔었는지는 나중에 따지겠어요.”

사메지마는 이방인들을 영주가 앉아 있는 정자 위로 안내했다. 아무래도 밀담을 나누는 데는 이 이상 좋은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주는 이방인들을 반갑게 맞이한 후 아르티어스에게 말했다.

“다쿠라는 소년에게 좀 전해 주겠소? 오늘 새벽에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이오.”

그 말에 아르티어스는 어리둥절한 어조로 물었다.

“예? 그건 무슨 말씀이오? 새벽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소?”

“새벽에 닌자 패거리가 기습 공격을 가해 왔소. 닌자라는 것은 아주 고도의 훈련을 받은 자객들이라서 아주 상대하기가 까다롭지요. 그런 닌자가 다섯씩이나 쳐들 어왔고, 그들을 없앤다고 1백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죽었소.”

아르티어스는 원통해서 땅을 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 좋은 구경거리를 술 마신다고 놓쳐 버린 것이다. 영주는 아르티어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묵향 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그 닌자들 중에서 둘을 해치운 것이 바로 당신의 아들이었소. 그 점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오.”

아르티어스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뭐 별말씀을……”

“원래는 내가 곧바로 치하해야 했지만, 통역을 해 줄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늦어지게 된 거요. 그래서 당신을 술집에서 불러오라고 사메지마에게 지시하게 되었 소. 술집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대를 방해하게 된 점 아주 미안하게 생각하오.”

후지와라 영주는 자신이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묵향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새벽녘에 있었던 일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것을 주겠소.”

갑자기 영주가 자기 옷을 벗어 건네자 묵향은 의아한 듯 아르티어스에게 물었다.

“이 새끼는 왜 지가 입던 냄새나는 옷을 벗어서 나한테 주는 겁니까?”

그 말에 아르티어스는 황당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

“여기서는 영주의 옷을 받는 것을 최대의 영광으로 생각하지. 입지 않아도 상관없는 거니까 고마운 척하면서 받아 둬. 네게 결코 나쁜 거는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죠 뭐.”

묵향이 옷을 받는 것을 보며 아르티어스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주절거렸다.

“아들이 이런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무한한 영광이라고 하는군요. 아직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가는 모양이라서 표정이 굳어 있는 것이니 오해하지 마 시길 바랍니다.”

묵향이 퉁명스럽게 뭔가 말하는 것을 보며 표정이 굳어졌던 영주는 그제서야 이해가 된다는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메지마에게 말했다.

“사메지마, 준비한 것을 다오.”

“옛.”

사메지마가 손짓을 하자,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녀가 길쭉한 상자를 들고 왔다. 상자는 아주 특별한 목재로 제작한 듯 검은 광택이 흐르고 있었다. 사메지마는 그것을 받아 들며 하녀에게 말했다.

“너는 그만 가 보거라.”

“옛.”

하녀가 물러가고 난 다음 사메지마는 상자를 후지와라 영주에게 건넸다. 영주는 상자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묵향에게 건네며 말했다.

“검객에게 검이 없을 수는 없는 법. 다쿠 상,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의 보답으로 이 검을 당신에게 주고 싶소.”

묵향은 영주와 길쭉한 나무상자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이윽고 아르티어스에게 물었다.

“뭐라는 거예요?”

“오늘 새벽의 일로 너한테 검을 선물하고 싶다는 거다. 그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지.”

묵향 같은 무인이 검에 관심이 없을 수가 없었다. 묵향은 상자를 받아 든 후 곧장 열어 봤다. 상자 속에는 길고 짧은 검이 두 자루 들어 있었다. 묵향은 장검을 든 다 음 반 정도 뽑아 봤다. 영주나 그 옆에 서 있는 사내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을 보면, 중원의 예법이 이곳에서도 통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예전에 쓰던 검들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뭐 아쉬운 대로 쓸 만은 한 것 같네요.”

아무리 야마토에서 알아주는 명검이라고 해도 아르티어스가 직접 만들어 줬던 그 황금빛 찬란했던 검과 어떻게 비교가 될 수 있겠는가. 하물며 묵향이 과거 중원 에서 활동할 때 사용했던 묵혼검과도 비교될 수 없었다.

묵향의 표정은 하나도 고마워하지 않는 듯했지만, 영주는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묵향에게 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주는 과거를 회상하는 듯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밤하늘을 바라다보며 영주는 회상하는 듯한 시선으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자네의 검을 이어받을 만한 무사를 찾아냈어. 이것으로 자네의 은혜에 조금쯤은 보답을 한 것 같군. 그 검들은 아주 오래전, 나에게 충성을 다했던 부하가 사용하던 것이었소. 그는 당신처럼 대단히 뛰어난 무사였지만, 수많은 적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소. 그가 전사한 후 돌아온 것은 그의 검뿐이었소. 나는 여태까지 이 검에 어울릴 만한 뛰어난 검객을 찾고 있었소. 하지만 지금 내 부하들 중에는 그 검을 소유할 만한 자격을 지닌 우수한 검객은 단 한 명도 없었소. 그대가 나타나 기 전까지는…….”

“백련정강(百鍊精鋼)으로 제법 그럴듯하게 만든 검이네요. 이런 검은 중원에 가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데, 영주가 생색까지 내면서 주다니. 누구를 검 한 자 루 볼 줄 모르는 바보로 아는 모양이죠?”

“여기서는 그것도 꽤 좋은 검에 들어가는 모양이야. 공짜로 주는 건데, 고맙게 받을 생각은 안 하고…….”

아르티어스는 영주에게 말했다.

“이런 소중한 검을 별로 해 준 일도 없이 받아서 약간 어리둥절한 모양입니다. 소중하게 쓰겠다는군요.”

영주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든다니 나도 기쁘군요. 오랜만에 함께 술이라도 들겠소?”

그 말에 아르티어스의 얼굴빛이 핼쑥하게 질렸다. 기생집에 쳐들어가서 영주의 이름을 팔아서 계집들과 어울려 줄창 마셔댔었다. 뭐 영주가 술값을 계산해 주지 못하겠다면, 타르티 족장에게 헌납받은 돈으로 계산하면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또 여기서 술을 마시자고 하니, 아르티어스로서는 황당했던 것이다. 옆에서는 묵 향이 계속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고 말이다.

“험, 험.”

<묵향17 – 묵향의 귀환>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