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8권 17화 – 무림맹의 결의
무림맹의 결의
무영문의 옥화무제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니, 그녀가 지금껏 쌓아 올린 것이 일순간에 가루로 흩어질 상황에 처하게 되었으니 미치기 일보 직전의 상태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방어를 어떻게 했기에 일격에 황하 방어선이 뚫린단 말이에요!”
총관은 옥화무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애쓰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까지 확실한 것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초전에 당한 피해가 너무나도 컸던 것 같습니다. 미처 황하에 방어선을 구축하기도 전에 놈들이 밀어닥 “쳤는지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광활한 평원을 주름잡던 오랑캐들은 본능적으로 물을 겁내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도 방어선이 뚫렸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이런 망할!” “소, 송구합니다, 태상문주님. 하지만 몇 다리 거쳐서 뒤를 조종하는 입장이기에, 급작스런 상황이 전개되면 이쪽에서는 어림군을 통제할 방법이 그 무엇도 없다 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옥화무제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얼마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손톱이 살을 파고들면서 핏물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을 그녀도, 또 그녀 앞 에 서 있는 총관도 모르고 있었다.
“황궁에서 전서가 도착했습니다.”
“뭣이? 빨리 들어오너라!”
문사복 차림의 중년인이 허겁지겁 들어오더니 전서 한 장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일을 끝내자 곧바로 인사를 한 후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중년인이 건넨 아주 작은 양피지는 매우 세심하게 처리되어 매미 날개처럼 얇았다. 그 위로 매우 작은 기호들이 빽빽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암호로 기록되어 있음 에도 불구하고 옥화무제는 단숨에 내용을 읽어 내렸다.
“헉!”
전서를 읽은 옥화무제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는지 전서가 자신의 손에서 떨어진 것도 모른 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총관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전서를 집어 들었다. 암호를 해독해 본 총관 역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동관이 보내온 전서는 금과의 화친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서 였다. 물론 황도(皇都)가 포위되어 있는 데다가 금군을 몰아낼 뾰족한 대책도 없으니 일단 굴욕을 감수하면서 화친을 감행한 후 훗날을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그렇게 경악시킨 것은 화친의 조건이었다. 요에 해마다 바치던 양과 똑같은 분량의 세폐를 금이 원하는 것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황제가 태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퇴위해야 한다는 조항은 지금껏 옥화무제가 황실에 만들어 놓은 모든 끈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뜻했다.
재상 채경이 결사적으로 화친을 반대하고는 있었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기에 공염불에 불과했다. 개봉을 포위하고 있는 금군의 압력이 있으니, 결국은 금과 화 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이럴 수가, 그동안 황실을 장악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고정하십시오, 태상문주님. 지금 단계에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개봉에 주둔하고 있는 황군은 4만밖에 안 됩니다. 아무리 그들이 대 송제국의 최정예라 고 해도 수십만의 금군이 공격을 감행한다면 막을 방도가 없지 않겠습니까?”
“무림맹의 동태는 어떤가요?”
“지금 무림맹도 허겁지겁 대처에 나섰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무림맹의 전 세력이 마교를 치기 위해 대거 청해성으로 이동하고 있던 상황 아니었습니까? 급 히 그들을 뒤로 빼고 있는 모양이지만, 도저히 시간에 맞춰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금군은 바로 코앞에 닥쳐 있으니까요.”
“크흐윽!”
입을 꽉 다문 옥화무제의 눈에서 이슬이 맺혀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가 눈물을 흘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황실에 대 한 통제권을 상실한다는 것은 그녀의 장대한 꿈이 완전히 끝장났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고정하십시오, 태상문주님.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살아날 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뭔가 차분히 대책을 마련해 본다면 방도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일단 화친을 맺은 후 채경에게 지시해서 천도를 하게 만드는 거예요.”
“예? 천도 말씀이십니까?”
“네, 그래요. 지금 금군을 달래 놨다고 하더라도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 알 수 없는 일 아니겠어요? 물을 겁내는 오랑캐들이 쳐들어오기 힘든 저 장강(長江 : 양자 강) 이남으로 황도를 옮겨야 해요. 그러고 보니, 태호 인근에서 봉황을 봤다는 사람이 많잖아요. 상서로운 짐승인 봉황이 나타났다는 말은 곧 나라가 그곳에서 세워 진다는 말. 그 점을 이용하면 남쪽으로의 천도가 힘을 얻게 될 수도 있어요.”
옥화무제의 말에 총관은 기가 막힌 전략이라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과연! 태상문주님의 혜안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총관은 장강 이남의 도시들 중에서 황도로 쓰기에 적합한 곳이 있을지 알아 봐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군부의 동향은 어떻던가요?”
“문사들로 구성된 추밀원(樞密院)은 지금 믿을 것이 못 되고, 정군관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고위급 장수들이 일거에 다 전사해 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죠. 하지만 연경(燕京 : 북경)에서 벌어진 대회전(大會戰)에서 살아남은 패잔병들이 후퇴하며 새롭게 전력을 정비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옥화무제는 지도를 펼치면서 말했다.
“새롭게 천도를 감행한 후, 가장 중요한 전장이 될 곳은 바로 여기가 될 거예요.”
옥화무제가 가리킨 곳은 양양성(襄陽城)이었다.
“회하 유역에 수군이 배치되고 전열이 가다듬어진다면 금은 결코 회하를 넘어올 수 없어요. 그렇다면 그들은 회하의 상류를 빙 돌아 공격해 들어올 수밖에 없겠 죠.”
바로 그 길목을 막고 있는 것이 양양성이었다.
총관은 존경심 어린 눈빛으로 옥화무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속하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총관은 사람을 보내서 연경 대회전에서 살아남은 장수들을 이쪽으로 돌려 주세요. 양양과 무한(武漢)을 연결하는 방어선만 구축할 수 있다면 훗날을 도모할 수 있어요.”
“명대로 따르겠습니다.”
“황도를 옮긴다고 하더라도 양양성이 뚫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에요. 그런 만큼 그들이 원하는 것은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마세요. 돈, 군량, 무기 등 원하는 것은 뭐든지 말이에요. 그리고 본문의 고수들도 파견해서 그들을 돕도록 하세요.”
“명대로 시행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일대에 있는 모든 무림문파에 격문을 보내 황실을 위해 일어서 달라고 요청하세요. 만약 주변의 무림인들이 돕는다면 충분히 금을 막아 낼 수 있을 거 예요.”
“예.”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제국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뭔가 허점이 될 만한 것이 있는지 알아 보세요. 저놈들이 본녀에게 이토록 큰 피해를 입혔으니, 받은 만큼 돌려 줘야 할 거 아니겠어요?”
“물론입니다, 태상문주님. 철저하게 조사하라 이르겠습니다.”
총관이 나가고 난 후, 홀로 남은 옥화무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씁쓸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휴우~, 남쪽에 봉황이 나타났다고 할 때 그게 상서로운 조짐인 줄만 알았더니, 설마 그게 남쪽으로 천도해야 한다는 최악의 징조였을 줄이야…….”
금의 갑작스런 남하로 인해 치욕적인 화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송의 상황은 무림맹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금 이곳 드넓은 평원에는 수천 명의 무림맹 고수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무림맹의 주력 고수들답게 그들의 눈에는 정기가 가득했다. 그들은 저마다 담소를 나누 며 가운데에 쳐진 커다란 천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저 안에서는 무림맹의 수뇌들이 모여 앞으로 자신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논을 하고 있었기에 저곳에서 결정된 사항이 그들의 미래와도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무림맹의 주력은 금군이 갑작스럽게 남하하여 송의 주력 부대를 격파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마교 정벌을 포기하고 최대한 빨리 개봉으로 직행했다. 하지만 그들이 개봉에 도착하기도 전에 화친이 성립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보고를 받자마자 이곳에 자리를 잡고 회의를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관과 무림은 서로 간섭하지 않음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아 왔소이다. 그런데 어찌 맹주께서는 금과의 전쟁에 뛰어들려 하시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소이 다. 그 때문에 마교를 멸망시키기 위해 장시간 공들여 마련해 놓은 모든 계책이 허사가 되지 않았소이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처음 계획대로 마교를 끝장 내야만 합니다.”
맹호검군(猛虎劍) 백량) 장로였다. 그는 마교도라면 치를 떠는 매우 호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매화문검 옥진호 장로 쪽의 사람이기도 했다. 사실 옥진호 파의 장로들은 무림맹이 황실의 일에 얽매이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맹주는 황실과 민초를 위한다는 생각에 금과의 전쟁에 무림맹이 나설 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회의는 이 두 세력 간의 의견 절충을 위한 자리라는 성격을 띠고 있었다.
역시나 백량 장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맹주 파의 청호진인이 슬그머니 걸고 넘어졌다.
“이보시오, 맹호검군 장로. 관과 무림이 서로 불간섭해 왔던 건 사실이외다. 하지만 금도 무림에 대해 간섭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오? 과거 요가 남하하여 연운 16주를 차지했을 때, 그 일대에 터전을 잡았던 모든 문파는 남쪽으로 피난을 가야만 했소이다. 그 이유가 뭣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요? 결코 오랑캐 놈들은 무림을 인 정하지 않을 거라는 걸 왜 모르신단 말이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공수개 장로가 청호진인의 의견에 손을 들어 주었다.
“청호진인 장로의 말씀이 옳으신 것 같소이다. 이 땅을 점령한 오랑캐들은 우리 한족들이 검이나 도, 창 같은 무기류를 소지한 채 돌아다니는 것을 결코 묵인해 주
지 않을 것이오. 처음 요가 연운16주를 차지했을 때, 그들은 무림 세력이 끼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림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었소. 하지만 그게 헛소 리가 된 것이 몇 달 만이었소이까? 사실 그들에게 저항하는 한족 세력과 무림인들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 결국에는 이런저런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 었지요.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권법의 명가인 하북팽가(河北彭家)까지 끼어들어 더욱 큰 난리통을 만들지 않았소이까? 연경 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민란을 진압하 는 데 수십만의 정병을 쏟아 부은 후, 요는 한족은 결코 무기를 소지할 수 없다고 공포했소. 무림인도 포함해서 말이오.”
백량 장로는 공수개 장로의 말에 대해 따지고 들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여기 모인 장로들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정보통이었기에 부인 자체가 불가 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공개적으로 망신당했다고 느꼈는지 노기로 인해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거친 숨만 몰아쉴 뿐 다른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무림맹을 대표하는 맹주 앞이었기 때문이다.
백량 장로가 판정패한 것이 분명해지자 여기저기서 장로들이 중얼거렸다.
“결국은 싸울 수밖에 없는 것 같소이다.”
“노부도 찬성이오.”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옥진호 장로는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노부가 저어하는 것은 본맹에서 오랑캐들을 몰아내기 위해 총력을 다할 때, 마교 놈들이 뒤통수를 치면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오. 처음부터 딴 거 신경 쓰지 말 고 무조건 마교부터 끝장내 버렸다면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을…….’
그 말을 시작으로 기가 오른 백량 장로가 청호진인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의 어조는 그의 심사를 반영하듯 비비 꼬여 있었다.
“허, 듣고 보니 매화문검 장로님의 말씀이 옳은 듯합니다. 그놈들은 애당초 황실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행동해 온 무뢰배들이 아닙니까. 지금 당장 공수개 장로께 서 그놈들이 금과 협약을 맺어 한쪽은 송을 집어먹고, 한쪽은 무림맹을 집어삼키기로 합의했다고 말씀하셔도 노부는 믿을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말을 한 당사자는 화가 난 김에 반쯤은 농담 삼아 또 반쯤은 위협 삼아 떠든 말이었던 모양이지만, 그 말을 들은 다른 장로들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들 모두가 마교 놈들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족속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탓이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무림맹은 파멸의 길을 달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송은 이미 거의 무너진 상태였고, 그들은 금과 마교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맹주의 안색이 급격하게 흐려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맹주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무량수불…, 듣고 보니 맹호검군 장로의 말도 그럴듯한 것 같소. 허~, 만약 그렇게 된다면 큰일이 아니겠소?”
맹주는 공수개 장로에게 말했다.
“공수개 장로, 혹시 마교 놈들이 금과 손을 잡았다는 정보가 들어온 적은 없었소?”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맹호검군 장로의 말씀을 듣고 보니 뭔가 짚이는 것이 있군요. 마교가 갑자기 왜 화산파를 멸문시켰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바로 정사대전으로 연결될 것을 분명히 알면서 말입니다. 그건 정사대전을 벌이기만 하면 무조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겠습니까?” 여기까지 들은 옥진호 장로도 뭔가 떠오른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요 몇 달간 있었던 일을 되짚어 보면 뭔가 묘하게 끌려 다니며 농간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소이까? 먼저 마교 놈들이 화산파를 치면서 바람을 잡고, 본맹의 모든 이목은 마교 쪽으로 이동하고, 또 본맹의 모든 세력이 청해성 쪽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금이 남하한다. 덕분에 중간에 끼여 버린 본맹은 이도저도 못 해 보고 우왕좌왕하다가 지금 여기에 있지 않소이까.”
그 말을 들은 공수개 장로는 피가 나도록 두 손을 꽉 그러쥐었다. 옥진호 장로의 말을 가만히 듣다 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이 망할 마교 놈 들이 금과 손을 잡았다는 말인가? 그런 사실도 모르고 있었던 것은 분명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자신의 실책이었다.
“본방에 연락해서 그것이 사실인지 최대한 빨리 확인해 보라 이르겠소이다.”
공수개 장로의 말을 들은 맹주는 침중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말에는 깊은 분노가 어려 있었다.
“수고해 주시오, 공수개 장로. 만약 마교 놈들이 무림의 일에 외세를 끌어들인 것이 사실이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교의 씨를 말릴 것이오.”
“본방은 맹주님의 명을 목숨 바쳐 받들 것입니다.”
그때 옆에서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백량 장로가 입을 열었다.
“만약 금이 마교와 손을 잡았다면 무림의 미래는 풍전등화와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교의 총타는 워낙 험지에 세워진 난공불락을 자랑하는 요새인 데다, 그들은 또한 수많은 고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교주는 엄청난 마공을 지닌 자라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금 황제는 다르지 않습니까? 노부에 게 명만 내려주신다면 금 황제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아닙니까?”
그 의견에 대한 대답은 옥진호 장로가 대신했다. 괜히 다른 사람들이 이견을 제시하게 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자신의 편인 백량 장로의 체면을 보중하 는 길이라 여긴 것이다.
“그건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외다. 만약 진짜 마교와 금이 동맹을 맺었다면, 그 간교하기 이를 데 없는 마교 놈들이 금 황제를 위험에 노출되게 그냥 놔둘 이유가 없지 않겠소이까? 틀림없이 마교의 정예 고수들이 금 황제를 암암리에 보호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외다.”
만약 다른 사람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면 억지라도 부려 볼 텐데, 옥진호 장로가 하는 말이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백량 장로였다.
맹주는 좌중을 둘러본 후 더 이상 의견을 말할 인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위엄 있는 음성으로 말했다.
“자, 일단 서로 간에 합의는 끝난 것 같으니 어느 정도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총타로 돌아가서 대기하도록 합시다. 무작정 여기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 소.”
회의가 끝난 후, 무림맹주 이하 모든 고수는 무림맹으로 돌아갔다. 혹시 마교의 공격이 가해진다면 요새화된 무림맹이 훨씬 더 안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