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20권 7화 – 10년간 봉문하라
10년간 봉문하라
장생전(長生殿)에 장문인의 지시에 따라 소림을 떠받치는 모든 원로들이 집합했다. 평소에는 모두들 늙어서 열반에 드신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될 정도로 모습조 차 드러내지 않았던 공(公) 자배의 고승들이 모습을 비췄고, 대(大) 자배의 고승들도 이날만큼은 소림에 원로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싶을 정도로 많은 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문인은 장생전에 모인 고승들에게 현재 소림이 처한 위기를 소상히 말했다.
“물론 저들의 수가 엄청나다고 하지만 본사가 지닌 저력이라면 충분히 저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가 국가라는 데 있습니다. 이번에 저들을 물리친다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만의 금군이 또다시 몰려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장문인의 말에 원로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공식적으로 입을 연 것은 전대 장문인인 공지대사(空知大使)였다.
“허어, 본사가 창건된 후 지금까지 수많은 제국들이 하남을 지배했었소이다. 하지만 이토록 광오한 요구를 해 온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 단 말이오.”
“사숙, 더 이상 생각해 볼 것도 없습니다. 지금껏 쌓아 놓은 소림의 위상을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저들의 횡포에 굴복한다면 무림동도들이 소림을 어떻게 생각하 겠습니까? 드높은 명예를 한순간에 떨어뜨리기는 쉽겠지만, 그걸 다시 되찾기에는 엄청난 피와 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사제의 말이 옳소이다. 장문인께서는 상대가 국가라서 저어하시는 모양인데, 병사들이 집단 전투에는 이쪽보다 능할지 모르지만, 무공에 있어서는 보잘것이 없 지 않습니까? 한밤중에 기습을 가한다면 집단전 같은 거 몰라도 하등의 지장이 없습니다. 또, 수십만의 병사들이 몰려와 도저히 상대하기 힘들다면 퇴각하면 되지 요. 남쪽에는 무림맹이 있고, 또 대 송제국도 건재합니다. 그들과 합류한다면..
“사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나. 중원불교의 성지(聖地)인 소림사를 놔두고 어디로 간단 말인가? 오랑캐의 횡포에 굴복한다는 것이 치욕스럽기는 하지만, 성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 후로 수많은 토론이 오고가자 결국 원로들은 두 파로 나뉘었다. 하나는 성지를 오랑캐들의 말발굽에 짓밟히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치욕스럽더라도 저들의 요 구를 받아들여 봉문하자는 파와 또 하나는 무림에서 지켜온 대 소림의 위상이 있는데 이렇듯 적의 무력에 굴복하여 꼬리를 내리느니 결사 항전(決死抗戰)하자는 파 였다.
새벽이 되자, 양쪽은 더 이상 설전을 벌이기도 질렸는지 한 가지 타협안을 내놨다.
“공공 사형께서 돌아오셨다고 하니 그분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사제의 의견이 옳도다.”
공자 배의 최연장자라고 할 수 있는 공지대사가 그 의견에 찬성하자, 그 말에 모두가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결사 항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소림 최강의 고 수인 그의 도움은 절실한 것이었다. 그런 만큼 가장 깊은 수련을 쌓았다고 생각되어지는 공공대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수많은 원로고승들이 줄을 지어 참회동(懺悔洞)으로 향했다. 참회동은 소림의 가장 깊은 곳에 마련된 조사들의 유품을 모아놓은 조사전(祖師殿)의 뒷산에 뚫린 동 굴이었다. 그렇기에 원로 고승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다른 승려들이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비육걸개는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자신이 기거하는 암자 또한 소 림의 아주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엇? 저분들은! 공자 배 고승들이 아닌가?”
공자 배라면 전대에 소림사를 이끌던 주축들이었다. 후진들에게 모든 것을 물려준 후, 그들은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정보통이라고 하는 개방에서조차 대부분의 공 자 배 고승들은 열반에 들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보니 그게 아니었다. 무려 10여 명에 이르는 노승들이 살아남아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소림사가 뭔가 결단을 내리려고 하는 모양이군.”
몰래 가져온 술을 한 모금씩 아껴 마시며 구경하고 있던 비육걸개는 그 육중한 몸을 비호처럼 날렸다. 과연 소림의 선택은 뭘까? 너무나도 궁금했던 것이다. 신법 을 구사하며 조심스럽게 달려가는 비육걸개의 모습은 도저히 돼지 같은 몸매를 지니고 있음을 믿지 못할 만큼 은밀한 것이었다.
하지만 비육걸개의 그런 움직임도 오래가지 않아 소림승들에게 포착되었다. 이곳에 모인 고승들 중에서 무공이 낮은 승려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어쩌면 이들 이야말로 소림이 감춰 두고 있는 최강의 세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거기 숨어 있는 시주는 누구신고?”
고승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쏠리자 비육걸개는 쑥스러운 미소를 띠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사람이 충분히 껴안을 수 있을 정도밖에 안 되는 두께를 지닌 나무 뒤에서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는 비육걸개. 방금 전에 그 엄청난 덩치가 그토록 가느다란(?) 나무에 의지해 모습을 감출 수 있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 름이었다.
비육걸개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장문인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시주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곳은 외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이외다. 그러니 돌아가 주셨으면 합니다.”
인자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 무엇으로도 타협할 수 없는 단호함이 듬뿍 묻어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방장스님. 제가 워낙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지라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하시기를 바랍니다.”
비육걸개는 용서를 구한 후, 발길을 돌렸다. 암자로 돌아가는 비육걸개의 발걸음에는 아쉬움이 담뿍 배어 있었다.
“공공 사숙, 참회 도중에 정말 송구스럽습니다만,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긴히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많은 고승들이 참회동 앞에 집결해 있음을 공공대사가 모를 리 없었다. 소림의 모든 원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그만큼 중대한 일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었다.
잠시 후, 공공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모습은 처음 참회동에 들어갈 때에 비해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사실 하루 식사량이 겨우 벽곡단 한 알이라는 것은 굶 어죽기 딱 알맞은 분량인 것이다.
“무슨 일인고?”
그 말에 공지대사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말을 걸었다.
“사제 오랜만이구나.”
“예, 사형.”
정말 오랜 시간 헤어져 있던 사형제 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공지 사형만이 아니었다. 많은 사제들이 있었고, 또 사질들도 있었다. 그들의 거의 대부분을 공 공대사는 알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기쁨에 뛸 듯이 기뻐해야 함에도 그들을 바라보는 공공대사의 두 눈은 무심하기 그지없었다.
“그래 상의할 일은 무엇이오이까?”
장문인인 대덕대사가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대 금제국과의 갈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무력을 앞세운 금제국의 협박을 들어줘야 하는지, 아니면 그에 맞설 것인지. 그 말을 다 들은 공공대사는 무심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허어, 모든 것이 헛되고도 헛되도다. 명성이라는 것은 무엇이고, 자존심이라는 것은 또 무엇인고? 그리고 불제자가 불도를 쌓는 데 산속이면 어떻고, 들판이면 또 어떤고?”
잠시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고승들을 바라보던 공공대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노납을 붙잡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모두들 불도에나 정진하시게나.”
더 이상 대화할 필요를 못 느꼈는지 공공대사는 조용히 몸을 돌려 참회동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의 말에 다른 고승들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부끄러웠던 것이다. 자신들이 소림에 들어온 것이 무엇 때문이었던가? 바로 불도를 닦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언제부터 세속적인 명예와 위상에 눈이 멀어 이렇게 변해 버렸는지.
공지대사는 참회동 안으로 들어가는 공공대사를 바라보며 나직이 탄식을 터트렸다.
“허어, 지금까지의 수행이 헛되고 헛된 것이었구나. 정작 참회동에 들어가야 할 사람은 노납이었는데 그걸 몰랐으니…, 아미타불.”
공공대사가 한 말은 몇 마디 되지 않았지만 공지대사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 공공대사 말은 불도를 닦는 데 있어서 소림사라는 굴레에 집착하고 있 는 원로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이었다. 사실 공공대사의 말은 하나도 틀린 점이 없었다. 불도를 닦는 데 소림사에서 닦으면 해탈하고, 다른 곳에서 닦으면 해탈하 지 못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미망 속에서 헤매던 자신을 일깨워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인지 공지대사는 참회동을 향해 합장을 하며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장문인을 향해 고 개를 돌렸다.
“오늘 많은 것을 배운 듯하이. 그래, 장문인의 생각은 어떤고?”
그 말에 장문인은 합장하며 대답했다.
“사숙 어른의 뜻을 따르겠나이다.”
원로들과 공공대사와의 만남을 기점으로 소림의 행동은 무림맹이 전혀 원하지 않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어 버렸다.
비육걸개가 멀리서 훔쳐보는 가운데 장문인의 발표가 있었다. 이런 저런 말이 많았지만 그 요점은 이런 것이었다.
‘세속적인 명예와 위상에 연연하지 말고, 불제자로서의 본분을 다하라.’
그 말은 곧 10년간 봉문하겠다는 말과도 같은 것이었다.
선승들은 장문인의 결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대부분의 무승들은 그렇지 못했다. 물론 그들도 승려인 만큼 장문인의 결정이 심히 못마땅했겠지만 그걸 대 놓고 따지지는 못했다. 그들이 장문인 앞에서 떠들어댈 만큼 발언권을 지니고 있지도 못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들 또한 불제자였다. 무공을 익히는 데 불경을 읽 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오랜 세월 소림에 기거하며 주워들은 풍월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불제자로서의 본분을 다하라는데 뭐라고 반박할 것인가.
“젠장! 일이 꼬이는군, 꼬여.”
소림의 결정을 확인하자마자 비육걸개는 암자를 향해 구르는 듯이 달려갔다. 그는 암자에 도착하자마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따뜻한 햇볕을 쬐며 사이좋게 이를 잡고 있는 거지들을 향해 소리쳤다.
“본방과 무림맹을 향해 전서구를 띄워라. 소림은 봉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이다.”
그 말에 방도들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있더니, 곧이어 허둥지둥 전서를 쓰기 시작했다.
장인걸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소림사가 이쪽의 제의를 수락했다고 했느냐?”
편복대주(??隊主)는 더욱 깊숙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옛, 교주님.”
소림사의 승려들은 상대의 협박 따위는 이빨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무리들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림은 찬란한 명예를 지니고 있었고, 지닌바 힘은 막강했다. 강호에 나가면 소림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강호인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성장한 승려들이 소림의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봉문 제의를 간단히 수락했으니 장인걸로서는 황당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는 이 계획을 세우면서 소림이 그 제의를 순순히 응락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장인걸은 소림사를 공격하는 데 있어서 자신이 보유한 최정예 고수들을 모두 다 집결시켰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소림에 보내는 전령을 일부러 무공 을 연성하지 않은 자를 골라서 보내지 않았던가. 소림이 이쪽을 가볍게 보고 대비를 하지 않게 만들기 위한 가벼운 술수였다.
모든 준비를 다 갖춰 놓고도 안심이 안 되어 장인걸은 소림사가 거부했을 때 곧바로 공격을 가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많은 병력이 모일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릴 것 인지 머리를 굴리고 있던 참이었다.
“허엇, 참. 언제나 본좌의 뒤통수를 치는 땡중들이구먼. 설마, 순순히 백기를 들어 버릴 줄이야.”
“계획대로 소림사를 공격하실 것이옵니까?”
장인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외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공격해 봐야 얻을 게 없다. 소림사가 지닌 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꼭 필요하다면 혹 모르겠지만, 구태여 찾아가서 싸울 만큼 만만한 상대는 아니야.”
그가 무림의 태두라고 불리는 소림사를 박살 내려고 한 것은, 자신의 말을 안 듣는다면 아무리 강력한 무림의 방파라고 해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려 함 이었다. 희생은 크겠지만 그만큼 얻는 것 또한 많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소림을 친다면 소기의 목적을 전혀 달성할 수 없었다.
소림은 이쪽의 요구를 들어줬다. 요구를 들어준 자를 쳐서 없앤다면, 다른 문파들에게 ‘이렇게 해도 죽고, 저렇게 해도 죽으니 최후의 힘까지 짜내어 발악해라’하 고 충동질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힘들여 잡아들인 인질들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들이 되는 것이다. 인질을 잡고 상대를 협박 할 때는 나름대로 신용도를 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야 인질의 안위를 생각하며 이쪽의 말을 들을 게 아닌가.
“인질들의 정확한 신상명세를 파악하는 작업은 언제 끝나겠는가?”
“수많은 문파에서 잡혀오고 있는지라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교주님.”
“그래? 그렇다면 지금까지 작성된 명단을 무림맹에다가 넘기도록 해라. 본국에 반항하는 종남파 제자가 보인다면 종남파에서 잡아온 인질의 목을 벨 것이고, 황보 세가의 제자가 반항한다면 황보세가에서 잡아온 인질의 목을 베겠다고 말이야. 그렇게 되면 많은 방파들이 무림맹으로부터 이탈하지 않을 수 없게 되겠지.”
“소림을 파괴하지 못한 이상, 그런 협박을 해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옵니다.”
“흠,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 그런 말을 꺼낸 것으로 보아 자네는 뭔가 생각해 둔 것이 있는 모양이군.”
“아뢰옵기 황송하옵니다만, 소림 대신 공동파를 치는 것은 어떻겠사옵니까?”
“공동파라고?”
“예, 공동파가 무림맹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대단히 높은 것이옵니다. 과거 무극검황 옥청학이 맹주직에 오른 후 장로들을 거의 대부분 공동파 출신의 인물들 로 바꿨습니다. 지금 맹주가 태극검황(太極劍皇)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상당수의 장로들은 공동파 출신이옵니다. 공동파를 파괴하고, 또 그 식솔들을 인질로 잡는다면 대단한 효과가 있을 것이 분명하옵니다.”
“하지만 공동파는 본국의 영토 밖에 위치하고 있지 않느냐?”
“오히려 그 때문에 공동파를 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되옵니다. 만약 본국의 비위를 거스른다면 어디에 위치하느냐를 불문하고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드 러내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그렇게 되면 수많은 무림의 방파들이 몸을 사릴 것이옵니다.”
그 말이 매우 장인걸의 마음에 들었는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조언을 받아들이도록 하겠네.”
“감사하옵니다, 교주님.”
“좋아, 무림맹에 사신을 보내는 것은 공동파를 파괴한 뒤로 미루도록 하지.”
“현명하신 판단이시옵니다. 참, 기왕에 소림사가 문을 닫았으니, 그들을 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이용할 수는 있지 않겠사옵니까?”
“어떻게 말이냐.”
“예, 무림에서 소림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대단히 높은 것이옵니다. 그런 그들조차 본국에 거역하지 못하고 봉문을 선언했다는 것을 전 중원에 걸쳐 광고하는 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면 작은 군소문파들이 감히 본국에 대들 엄두를 낼 수 있겠사옵니까? 거기에다가 그렇게 하면 무림맹과 소림사 간에 갈등도 조성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니겠사옵니까?”
그 말에 장인걸은 무릎을 탁 치며 외쳤다.
“그거 괜찮은 생각이로다. 그대로 시행하라.”
“옛, 그럼 속하는 물러가겠사옵니다.”
“나가는 길에 나하추 원수보고 나한테 오라고 전하게.”
“예, 교주님.”
편복대주가 물러가고 난 다음, 잠시 후에 나하추 원수가 묵직한 갑주를 철그렁거리며 들어왔다. 그는 우렁찬 목소리로 군례를 올리며 외쳤다.
“대원수님을 뵈옵니다. 본관을 찾으셨다고 해서 달려왔사옵니다.”
“본좌는 공동파를 친 후 귀관과 합류할 것이다. 그동안 귀관은 본좌를 대신하여 즉시 모든 병력을 이끌고 남양(南陽)으로 가서 군량(軍糧)을 지켜라.”
양양성에서 후퇴한 무안 대장군과 50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한 고나합 원수가 합류하여 주둔하고 있는 곳이 노하구(老河)였다. 그리고 이들 60만이나 되는 대군 이 소비할 막대한 식량을 비축하고 있는 곳이 바로 남양이었다.
전사한 파저 원수가 양양성을 공격할 당시만 해도 남양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양양성이 쉽사리 함락될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다. 이제 전쟁은 지루한 장기전으로 변질돼 가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에다가 계절은 지금 겨울을 코앞에 두고 있지 않은가. 긴 겨울이 지나갈 동안 군사 작전 을 감행할 수는 없지만, 싸움이 없다고 병사들을 굶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남양은 금군 60만 대군이 수개월에 걸쳐 소비할 막대한 군량을 쌓아 두고 있는 장소였다. 만약 적들이 이곳 남양의 군량을 없애 버린다면 60만 대군은 싸우지도 못하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남양의 방어는 매우 중요한 현안이었다.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하겠나이다.”
“그렇게 장담할 만큼 손쉬운 임무는 아니야. 무림인이라고 불리는 무공이 뛰어난 놈들이 송군을 돕고 있어. 그 점을 감안하여 귀관에게 여섯 명의 고수와 쓸만한 녀석 1백 명을 골라 주겠네. 그들을 잘 활용한다면 무림의 떨거지들을 손쉽게 막을 수 있을게야.”
그 말에 나하추 원수의 안색이 환하게 밝아졌다. 방금 전 대원수가 거론한 인물들은 모두 다 대원수 직속의 엄청난 수준의 고수들이었다. 특히나 그들 중 여섯은 대원수의 명령만을 받드는 도무지 인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강자들이었다. 그들을 자신에게 준다면 무공 강한 놈 한둘쯤 야밤에 침투해 와도 겁날 것이 없었 다.
“옛, 감사드리옵니다, 대원수.”
소림사가 봉문을 결의한 다음 날 오후가 되자 수라도제가 이끄는 1천여 명에 달하는 구원 세력이 숭산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쉬지 않고 달려와서 그런지 모두 들 피곤에 지친 모습이었지만, 고르고 고른 고수들답게 그 눈빛만큼은 형형하기 그지없었다.
수라도제는 소림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 워낙 화급을 요하는 것이었기에 자신이 이끌고 갈 고수들을 실력에 따라 다섯 개의 무리로 나눴다. 각 문파들이 자 랑하는 가장 뛰어난 고수들을 1진으로 삼고, 그 외에는 문파별로 평균적인 실력을 측정하여 네 개의 무리들로 나눴다. 1진은 수라도제가 직접 지휘하고, 그 외의 다 른 무리들은 각각 이름 있는 명숙들을 선택하여 지휘를 맡겼다.
적들이 소림으로 몰려오고 있는 이상, 더 이상 지체할 시간 여유는 없었기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동하여 소림에 도착하라는 지시를 모두에게 내렸다. 그런 다음 수라도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 이곳 소림사에 도착한 것이다.
묵향은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거대한 사찰을 보며 이죽거렸다.
“저기가 그 유명한 소림사로군요.”
뭔가 비꼬는 듯한 어조였지만, 일단 묵향이 말을 꺼냈기에 만통음제는 질문을 던졌다.
“동생은 소림사에 온 것이 처음인가?”
“물론이죠. 제가 여기 올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하기야 생각해 보니 언젠가는 한 번 여기 와야 할 일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죠.”
묵향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광기가 번쩍인다고 느껴졌다.
“허어, 소림이 동생과 뭔가 은원(恩怨)을 맺은 모양이군. 이 우형에게도 말 못할 사연인가?”
“뭐 그렇게 큰 은원은 아닙니다. 멍청한 부하 놈 하나가 땡중들을 만만하게 보고 싸우다가 박살 났을 뿐이니까요.”
언뜻 들으니까 별로 큰일도 아닌 듯했기에 만통음제는 속으로 저으기 안심했다. 사실 이런 시기에 마교가 소림사를 박살 내겠다고 든다면 정파와 큰 충돌이 벌어 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자신은 마교와 정파의 사이에 끼어 아주 입장이 난처해지기 때문이었다.
가볍게 한담을 나누며 달려가다 보니 어느덧 소림사에 도착하게 되었다. 소림사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미동조차 하지 못한 채 소림사 정문을 뚫 어지게 바라보며 서 있는 수라도제의 모습이었다.
“이상하네, 수라도제 정도의 인물이 도착했다고 하면 소림승들이 화급히 마중 나올……!”
바로 그때, 수라도제가 보고 있는 쪽을 향해 이리저리 시선을 맞추고 있던 묵향의 눈에도 소림사 정문에 붙어 있는 방이 보였다.
「소림은 향후 10년간 봉문하노라.」
“봉문이라고? 어떻게 이럴 수가!”
경악하는 묵향의 반응을 바라보며 만통음제는 거참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만히 옆에서 바라보니 소림이 봉문한 것에 대해 정파의 거두라는 수라도제보다 오히려 마교 교주가 더욱 경악하고 있는 듯했으니 말이다.
“동생도 소림이 봉문한 것이 대단히 의외인 모양이군.”
“물론 의외지요. 지금껏 본교의 앞을 가로막아 온 놈들인데, 왜 금나라에 대해서는 맞설 생각을 안 하는 겁니까?”
“글쎄, 우형도 소림의 속사정까지는 알 수 없으니 뭐라고 대답을 해 줄 수가 없구먼.”
잠시 후, 승려 몇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도 절문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웅성거리는 것을 알고 밖으로 나온 모양이었다. 승려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지 긋해 보이는 인물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소승은 지객당의 굉량(宏亮)이라 하오이다. 이곳에 모이신 시주분들의 신색을 보니 모두들 무림을 종횡하시는 영웅들이신 모양인데 어찌 이곳에 왕림하셨소이 까?”
굉량이 보니 많은 호걸들 중에서 이제 갓 서른을 넘긴 듯한 새파란 녀석이 앞으로 쓱 나서는 것이 보였기에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 젊은이의 말을 듣는 순간 굉량의 표정은 경악감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노부는 서문길제라고 하오.”
서문길제라면 바로 저 서문세가를 이끌고 있는 수라도제의 이름이 아니었던가. 환골탈태를 했기에 그토록 젊게 보였던 것이다. 그토록 강한 고수가 많은 무림인들 을 이끌고 이곳에 나타날 이유는 뻔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굉량은 만면에 웃음을 가득 담아 정중하게 합장을 하며 답례를 했다. 하지만 얼굴과는 달리 그의 말투는 침중하기 그지없었다.
“아미타불, 본사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아시고, 이렇듯 여러 무림의 영웅들께서 본사를 도와주러 달려와 주시다니 소승 감격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헛된 걸음을 하시게 되어 뭐라 말씀드리기가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 말에 수라도제도 굉량을 향해 가볍게 포권하여 답례했다.
“소림은 정파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소이다. 위기에 처해 있다면 응당 도우는 것이 도리지요.”
예법에 따른 절차상의 대화는 이 정도로 하고, 수라도제는 이제서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정문에 걸려있는 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 했다.
“하지만, 저런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었소이까?”
“아미타불, 소승도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방장 스님께서 결정하신 것을 소승이 어찌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허헛, 참. 지금껏 큰 일만 터지면 꼬리를 감추더니, 역시 소림은 믿을게 못 되었군. 이런 한심한 무리들을 돕기 위해 밤낮으로 달려온 내 자신이 한심하구나. 허명 만 높은 소인배들이 무림의 태산북두라고 떠들다니…….”
수라도제의 말에 굉량의 안색에 은근한 노기가 서렸다.
소림사를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상대하는 곳이 지객당이었고, 그것은 무림인들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굉량의 경우도 지객당에서 생활하며 많은 무림인들과 접했지만, 오늘처럼 지독한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만약 다른 중생이 저딴 소리를 했다면 즉시 그 주둥이를 틀어막고 다리를 분질러놓겠지만, 상대는 수라도 제였다. 그렇기에 굉량은 감히 발작하지 못하고 못마땅한 어조로 대꾸했다.
“시주,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그 말이 되려 수라도제의 심기를 더욱 건드린 듯 그의 언성은 더욱 높아졌다.
“지나치기는 뭐가 지나치다는 말이냐! 네놈이 승려고, 또 이곳이 절이기에 노부가 지금 참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곳이 다른 곳이었다면 당장 그따위 결정을 내린 놈의 목을 쳤을 것이다. 알겠느냐?”
수라도제의 노기 어린 질책에 굉량의 안색 또한 노기로 붉게 물들었다. 사실 대부분의 무승들이 그러하듯 굉량 또한 대 소림을 무시하는 금군들과 싸우고 싶었다. 장문인의 결정만 아니었다면 그놈들의 머리통을 박살 내 놨을 것이다. 안 그래도 장문인의 결정이 매우 마음에 안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수라도제로부터 이런 조소 어린 질책까지 받게 되자, 수십 년 동안 쌓은 불력이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무림최고수 들 중 한 명에게 뭐라고 대꾸할 것인가? 잘못하면 정말 소림을 박살 내고도 남을 인물인데 말이다. 그렇기에 굉량은 분노를 참으며 무뚝뚝한 어조로 대꾸했다.
“시주의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지객당주님께 시주의 말씀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본사는 봉문한 만큼 손님을 받지 못하기에, 어려운 발걸음 하셨는데도 차 한 잔 대접해 드리지 못하겠군요.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굉량은 자기 할말만 퉁명스럽게 내뱉은 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런 빌어먹을 새끼들!”
말 상대할 인물까지 없어지자, 수라도제는 도저히 노기를 주체하기 힘든 상태였다. 한참 동안 거친 숨만 내쉬고 있던 수라도제의 눈에 또다시 문짝에 붙어 있는 방 이 보였다.
「소림은 향후 10년간 봉문하노라.」
수라도제의 손이 어느 순간 등 뒤에 걸린 거도(巨刀)를 향해 움직였다.
쾅!
어느새 뽑혔는지 수라도제의 거대한 도는 한바탕 칼부림을 일으켰고, 그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소림사의 정문이 엄청난 굉음을 일으키며 희뿌연 먼지를 자욱하게 피워 올렸던 것이다.
“사돈, 소림의 행태에 분노하신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지만, 과연 이럴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 분노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종리영우가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수라도제는 다시금 소림사로 시선을 돌렸다. 이때, 자욱하게 피어올랐던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박살이 나 있는 소림사의 정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림사의 정문은 1백 년 된 소나무를 가공하여 만든 대단히 튼튼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문 뒤 편으로 아연한 표정으로 서서 멀뚱히 무림의 군웅들을 바라보고 있는 중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을 보고 수라도제는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렸다.
“개새끼들! 그래, 10년간 봉문하겠다고? 좋다. 봉문의 시작은 네놈들 마음이겠지만, 끝도 그렇게 될 성 싶으냐? 이후 소림사 밖으로 나오는 새끼들은 노부가 친히 다리 몽뎅이를 분질러서 다시 처넣어줄 테다.”
“허어, 사돈. 노기를 참으십시오. 이렇게 역정만 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듯합니다. 자, 가시지요. 술이나 한잔 하면서 노기를 달래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소림의 정문이 박살 날 정도의 소란이 벌어졌는데, 그것을 장문인이 모를 리 없었다. 장문인은 참혹하게 파괴되어 있는 정문을 보고는 한동안 말조차 하지 못했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장문인은 정문을 손으로 가리키며 옆에 서 있던 지객 당주를 향해 물었다.
“아미타불!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장문인의 말에 지객 당주는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수라도제 시주께서 많은 시주들을 이끌고 달려오셨던 모양입니다. 쾅하는 소리를 듣고 소승이 달려갔을 때는 이미 이렇게 된 후였습니다.”
그러면서 지객 당주는 아예 정문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모습을 하고 있는 ‘정문’을 손으로 가리켰다.
“수라도제 시주께서? 허어, 그 시주의 성정이 불같다고 하더니, 과연 소문대로인 모양이구려.”
“그런데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소승이 그 시주께 정문을 파괴한 것에 대해 따지려고 할 때, 그분의 노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오더군요.”
그러면서 지객당주는 수라도제가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을 장문인에게 전했다. 그 말을 들은 장문인은 깊은 한숨이 섞인 불호를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마 음이 무거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미타불, 난제로고.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옛말에 있지 않습니까? 처음에 자신의 이름을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이지만, 나중에는 이름이 사람을 만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본사는 지금껏 만들어진 위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선택을 했으니, 그만큼 그 시주들이 느꼈던 배신감도 컸던 모양입니다.”
“아미타불, 노납도 그리 생각하고 있다네. 본사가 처음부터 불제자들의 도량(道場)으로 알려져 있었다면, 이번 선택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인데…… 허어, 큰일이로다. 정문이 파괴된 것으로 끝나지 않고, 어쩌면 이번 선택으로 본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음이니……. 그것이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음이야.”
장문인은 깊은 시름에 잠겨 방장실로 돌아갔다. 혼자서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해 봤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대 금제국이라는 적이 버티고 서 있 기에 모두들 정신이 그곳에 팔려 있겠지만, 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해 있을지 알 수가 없지 않은가. 만약 그때쯤 금과 무림 간의 분쟁이 끝난 후라면, 소림사는 서문 세가, 아니 최악의 경우 무림맹과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소림사가 지닌 저력이 아무리 막강하다고 해도 무림맹과 싸워서 살아남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허어, 늑대를 피해 범의 소굴로 발을 들여 놓았음이니…, 이 일을 어찌할꼬? 아참, 공공, 아니 공지 사숙께 여쭤 보는 것이 옳겠군.”
공공대사는 일신에 지닌 무위도 무위지만, 워낙 세속에 초탈해 계신 듯하여 이런 것을 물어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이런 세속적인 문제는 조금 세속적인 인물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