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22권 4화 – 드러나는 혈겁의 비밀
드러나는 혈겁의 비밀
이소청(李炤淸)은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었다. 그의 범 같은 할아버지는 칠웅방(七雄幇)의 방주로서, 칠웅방을 세운 일곱 영웅호걸들 중에서 맏형이었다. 그렇기에 이소청은 태어난 이후 줄곧 호사스러운 생활만을 영위해 왔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이렇듯 중상(重傷)을 당한 상태에서 괴한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헉헉헉! 나는 이제 틀린 것 같아.”
지금껏 힘든 일이라고는 단 한 번도 당해 본 적이 없는 그였기에, 문파에 찾아든 혈겁은 견디기 힘들 만큼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천하를 오시할 것만 같던 할아버 지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고, 나머지 여섯 작은 할아버지들도 모두 싸늘한 시체가 되어 나뒹굴었다. 겨우 혈겁을 피해 탈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지금의 상황이 꿈 만 같아 이소청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무서웠다. 꿈이라면 얼른 깨고 싶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악몽이었다. 이소청이 땅바닥에 쓰러진 채 헐떡거리고 있을 때, 그를 붙잡아 일으키는 손이 있었다. 그와 함께 칠웅방을 탈출한 할아버지의 충성스러웠던 가신들 중 한 명이었다. 처음 칠웅방을 함께 탈출했던 열세 명이나 되던 무사들은 다 어디가고 이 사람 혼자만 그의 곁에 남아 있다. 그것도 왼팔이 팔목 어림에서 썩둑 잘려 나간 중상을 당한 상태로 말이다.
“도련님, 힘을 내십시오. 이제 조금만 더 가시면 놈들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헉헉, 민 단주 조, 조금만 쉬었다가 가자.”
이소청이 우는 소리를 했지만, 민 단주의 대답은 단호했다. 왼팔이 잘려나간 데다가, 적지 않은 내상까지 입은 상태였지만 그의 목소리는 평상시와 같이 매섭기 그 지없다.
“언제 놈들이 쫓아올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전에 움직여야 합니다. 이번에 놈들의 이목에 포착당하면 도련님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들 일행의 움직임이 놈들에게 포착된 것은 단 한 번이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그가 친형제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모든 수하들이 희생되었 다. 그리고 그의 왼손도 함께…….
물론 수하들 중 몇 명은 살아남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들 개개인의 실력이 무척 뛰어날 뿐 아니라, 직접 그들이 죽었는지 확인해 본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수길(閔秀吉)은 차라리 자신의 부하들이 단 한 사람도 살아남아 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한솥밥 먹던 처지에 너무나도 매정한 심사인 듯싶지만, 그 것은 현실을 직시한 그의 바램이었다.
만약 수하들이 무사히 도망쳤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누군가가 적들에게 사로잡힌다면, 그리고 지독한 고문을 당한다면……. 결국 이소청이 갈 행선지를 실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칠웅방의 마지막 남은 핏줄은 흔적도 없이 놈들의 손에 의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것만은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서라도 막아야 했다. 아버지처럼 존경했던 칠웅방 방주의 죽음조차 외면한 채 치욕스런 도주를 감행한 것도, 당신의 마지막 핏줄을 보호해 달라는 방주의 간절한 부탁 때문이었다.
민수길은 쓰러지려는 이소청을 우악스럽게 붙잡고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토해져 나오는 숨은 거칠기 짝이 없었고, 입에서는 단내가 풍 기기 시작한 지 오래다. 그러던 그들의 앞에 갑작스럽게 인기척이 나타났다. 평상시 같았으면 저들이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몰랐을 그가 아니었지만, 지금 그는 너무나도 지쳐 있었다.
“헉!”
다급한 숨을 삼킬 때, 상대편도 이쪽에 누군가가 숨어 있음을 감지한 모양이다.
“웬 놈이냐?”
이소청은 아예 저항할 엄두도, 그렇다고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냥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오로지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간 민수길만이 방어 자세를 갖췄을 뿐이다. 그의 분신과도 같았던 장검은 이소청을 끌고 오느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어디에서 흘려버렸는지 사라져 버린 상태다. 그렇기에 그는 품속에 지니고 있던 짧은 단검을 뽑아들고 상대의 공격에 대비했다.
어둠 속에서 단검이 새파란 빛을 발하자, 상대 쪽도 다급히 검을 뽑아들었다. 그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왔을 때, 깜짝 놀란 듯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엇! 미, 민 단주님이 아니십니까?”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 민수길은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풀리는 것을 느꼈다. 단검이 마치 장검이라도 되는 듯 묵직하게 느껴져 들고 있 기도 힘들었다.
“자, 자네는?”
“진천위(陳位)입니다, 단주님.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이십니까? 어찌 하여 이렇듯 큰 부상을 입으시고……?”
“쉿! 너무 목소리가 크네. 자네는 빨리 도련님과 나를 방주께 안내해 주게. 그리고 우리들이 이곳에 왔다는 것은 철저하게 숨겨야만 할 것이야.”
“어찌 되었건 서두르시죠, 치료부터 받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진천위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민수길은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칠웅방을 공격해 왔던 자들은 공포스러웠다.
“수하들을 시켜서 우리가 이쪽으로 오며 남긴 흔적들을 좀 지워 주게. 그게 우리만이 아니라 사해방(四海幇)을 위하는 길이기도 할 걸세.”
민수길의 말에 진천위는 피 냄새를 맡았는지 다급히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문을 열고 황급히 들어오는 중년 사내를 사해방 방주가 반겨 맞이했다.
“어서 오게나.”
중년 사내는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다급한 어조로 방주에게 질문부터 던졌다. 그만큼 이 일은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갑자기 1호 경계령을 내리시다니,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방주님.”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안 그래도 그 일로 자네에게 사람을 보냈었는데, 서로 길이 어긋났었던 모양이구먼. 그건 그렇고 서서 이럴 것이 아니라 일단 자리에 앉게.”
방주는 중년 사내에게 자리를 권한 후, 나지막한 어조로 방금 전에 일어난 일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걸 다 들은 중년 사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천하의 칠웅방이 멸문당했다니……. 더군다나 흉수의 정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뜻밖의 일이군요.”
그 말에 방주도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본좌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중일세. 그래서 혹 놈들이 본방에도 밀어닥칠 우려가 있기에 1호 경계령을 발동해 놓은 것이야.”
중년 사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칠웅방을 친 흉수들이 왜 우리를 칩니까? 그리고 칠웅방이 멸문당한 이유는 뭐라고 하던가요? 뭔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칠웅방 같은 큰 문파가 멸문한 것도, 흉수들이 우리 사해방을 칠지도 모른다는 것도 믿기 힘든 일이군요.”
“그건 이미 알아봤다네.”
“그 이유가 뭐였습니까?”
“뭔가가 있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민 단주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그 너구리같은 놈이 사실대로 얘기해 줄 리 없다고 생각했다네. 그래서 놈이 데리고 온 이소청을 슬쩍 만났지.”
순간, 중년 사내의 얼굴에는 경멸의 기색이 떠올랐다. 칠웅방의 이소청이라면 조부가 일궈 논 가업을 송두리째 말아먹을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망나니였 던 것이다.
“그 애송이 말씀이십니까?”
“물론이지. 당장이라도 내쫓을 것처럼 겁을 주니 공포에 질려 줄줄 불더구먼.”
눈물을 흘리며 제발 살려 달라고 하는 이소청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자 중년 사내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이유가 뭐라고 하던가요?”
“작은 서책 한 권과 지도 한 장일세.”
그 말에 중년 사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방주는 음흉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몇 년 전, 황도(皇都)였던 개봉을 피에 잠기게 했던 정강의 변을 알고 있는가?”
“물론입니다. 아무리 황실과 무림이 연관이 없다고 하나, 그런 대 사건을 제가 모를 리 있겠습니까?”
“요나라가 멸망했을 때, 그 영토의 대부분을 흡수한 것은 금나라 오랑캐들이었지. 오랑캐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황도인 개봉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군을 집결 시켜 놓고, 무력시위까지 벌이며 은과 비단을 요구했었다고 하네.”
“그건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방주는 의아해하는 중년 사내를 다독거리며 말을 이었다.
“가만 들어 보게. 다 연관이 있으니까 말이야. 황제는 오랑캐의 대군이 황도 근처에 집결해 있다 보니 겁이 나서 천도를 결심했지. 물론 그걸 오랑캐들이 눈치 채면 가만히 안 있을 테니, 모든 작업은 비밀리에 실행되었겠고. 사람이야 나중에 일이 급박해지면 한꺼번에 도망치면 되겠지만, 금은보화나 문서, 서책 따위는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게 아닌가?”
아직까지는 방주가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중년 사내는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
“물론 그렇겠지요.”
“선대로부터 차곡차곡 전해져 내려온 것들이다 보니 그 양이 엄청날 것은 당연지사. 그걸 오랑캐 놈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조금씩 밖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보니,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던 모양일세. 또 운반 작업을 한 인물에게 총괄해서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 그놈이 먹고 튀어 버릴 우려도 있을 테고, 비밀 유지라는 면도 무시하기 힘들었을 테니 말이야. 그래서 이 일에 충성심이 강한 열두 명의 관리가 투입되어, 보물을 골고루 분산시켰다고 하네. 그렇게 해 놔야 나중에 혹 무슨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그중 몇 군데는 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야.”
“흠,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군요.”
중년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자신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황궁의 보물을 손으로 만지기라도 한 듯 사해방 방주의 얼굴이 탐욕으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열두 곳에 흩어져서 보관되던 보물을 나중에 새로운 수도로 천도하게 되면 그곳으로 다시 옮긴다. 꽤 괜찮은 작전이었지. 하지만 이때 갑작스런 문제가 발생했다 네. 바로 정강의 변 말일세. 상황제와 황제, 그리고 3천에 달하는 신하들이 금나라에 포로로 잡혀 연경으로 압송되지 않았나? 그 와중에 열두 군데에 묻어 놓은 보물 들의 행방 묘연해졌다 이 말일세.”
중년 사내의 얼굴도 어느샌가 흥분으로 인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방주의 말을 듣다 보니 칠웅방의 혈겁이 바로 그 보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 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이번 사건이 바로 그 보물과 연관이 있는 겁니까?”
“그곳들 중 한 곳의 지도일세.”
방주의 말에 중년 사내의 호흡이 일순 멎어 버렸다.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놀랬던 것이다.
“그, 그 놈팽이 놈이 한 말이 사실일까요? 만약 거짓이라면 보물은 구경도 못 해 보고 사해방의 주춧돌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본좌도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다네. 소청이 놈이 지도 얘기만 했었다면 웃기지 말라고 주둥이를 박살 내고 말았겠지.”
“그렇다면 또 뭔가를…….”
사해방 방주는 목이 타는지 물을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는 주위를 한번 둘러본 후, 속삭였다.
“지도와 함께 발견됐다는 서책, 그게 바로 열두 군데 중 한 곳을 책임졌던 관리가 당시의 상황을 꼼꼼히 기록해 놓은 일기라는 거야. 황제로부터 칙명을 받을 때부 터 시작해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한 여러 가지 사건들을 기록해 놓은 거지. 그놈은 그걸 읽었던 모양이더군. 가만히 얘기를 들어 봐도 전체적으로 아귀가 딱딱 맞아 들어가는 것이, 한편으로는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안 믿을래야 안 믿을 수가 없었네. 더군다나 그 지도와 책자를 노리고 암중의 세력이 칠웅방을 멸 문시키기까지 했으니…….’
중년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황궁에 보관되어 있던 보물이 비록 열두 군데로 찢겨져 나눠졌다고는 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자신의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엄청날 것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그 비밀의 끝자락이 닿았다는 것은 어쩌면 신의 뜻일 수도 있었다.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겠군요.”
“아니면 파멸의 열쇠가 되거나 말이지.”
“방주님께서는 어떻게 하셨으면 좋겠습니까?”
사해방 방주는 대답을 보류한 채 잠시 방안을 서성거리다 중년 사내를 돌아보았다. 그의 두 눈은 이미 탐욕으로 인해 벌겋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위험하기는 해도 일단 굴러 들어온 떡인 만큼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 그리고 저 두 놈을 지금이라도 사해방에서 추방해 버린다고 하더라도, 저들 이 이곳에 잠시라도 머물렀다는 사실을 흉수들이 나중에 알아내면 어떻게 되겠나? 비밀이 새어 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본방을 가만히 두지 않을게 분명해.”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이미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 버렸어.”
“그렇다면 그 지도와 책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소청 그놈이 지금 가지고 있습니까?”
그 말에 사해방 방주는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본좌가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자 이소청 그놈이 벌벌 떨면서 그러더군. 칠웅방을 탈출하면서 숲 속 어딘가에 감춰 뒀는데 자신은 정신이 없어 잘 기억 이 나지 않고, 민 단주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중년 사내는 낙심한 표정이었다. 만약 그들이 지도와 책자를 지니고 있다면 지금 당장 달려가서 그 둘의 목을 베어 버리고, 꿀꺼덕해 버리면 끝인데 일이 조금 복 잡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민 단주와 담판을 지어야 하겠군요. 보물을 찾으면 절반을 주고, 놈을 도와 칠웅방을 재건하는 걸 도와주겠다고 말입니다. 고지식한 민 단주는 아마 우 리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 겁니다.”
중년 사내의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방주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겨우 절반만 먹자는 말인가? 엄청난 금은보화일 텐데.
중년 사내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음흉스럽게 말했다.
“당연히 그놈들에게 보물을 나누어 줄 필요가 없죠. 단지 방주님께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민 단주가 지도와 책자를 숨겨 둔 장소가 어딘지를 말하도록 신뢰 를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도와 책자가 본문의 손아귀에 들어오고 나면 그다음은…, 흐흐흐.”
“옳거니! 그렇구먼. 내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방주님께서는 먼저 민 단주의 마음을 얻는 일에 최선을 다하십시오. 그동안 저는 방도들의 입단속을 시킨 뒤, 몇 가지 시급한 일들을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급한 일이라니?”
방주의 질문에 중년 사내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중년 사내의 두 눈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머릿속을 정리라도 한 듯 생각에 잠겨 있던 중 년 사내는 잠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칠웅방이 무너졌을 정도라면, 그 지도를 노리는 세력의 규모가 상상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만큼 이소청과 민 단주가 본방으로 도망쳐 오다 남긴 흔적을 철 저히 지워야죠. 또 몇몇 부하들을 시켜 아예 다른 쪽으로 흔적을 남겨 놓아 본방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오지 않도록 할 생각입니다.”
중년 사내의 말에 방주는 흡족한지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그렇구먼.”
“제가 그 부분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 염려하지 마시고, 방주님께서는 그 두 놈을 요리하는데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두 사람은 말을 하다 서로 마주 보더니 갑자기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엄청난 보물이 눈앞에 보이기라도 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