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26권 4화 – 도대체 어디에 숨은 거야?

도대체 어디에 숨은 거야?

그렇지 않아도 무림의 세세한 움직임마저도 놓치지 않으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편복대였는데, 장인걸의 새로운 지시사항들이 떨어지다 보니 더욱 바빠지게 됐다.

장인걸의 집무실에서 나온 편복대주는 수하들에게 지금까지 수집한 묵향에 대한 자료를 몽땅 다 가져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런 다음 장인걸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수색대를 편성하려고 했지만, 이게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수색해야 할 면적은 1개 성(省) 단위보다 조금 더 넓었다. 엄청나게 광활한 면적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넓은 지역을 최소한의 시간 내에 수색하려면 많은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문제는 편복대에 여유 인력이 거의 없다는 데에 있었다. 인력 충원을 위해 편복대주가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 구하고,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편복대주는 참모들을 모아놓고 여기저기에서 뽑아 낼 수 있는 가용 인력을 최대한 따져 봤다.

“32개 조……. 그 이상은 곤란합니다, 대주님.”

그 조들이 빠져나가서 생긴 빈틈을 인근의 조들이 메워 주기는 하겠지만,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1개 조가 맡을 수 있는 구역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시키면, 결국에 는 구멍이 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사람은 강철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피와 살로 만들어져 있으니까.

그렇기에 정보에 있어 어느 정도 구멍이 뚫리는 걸 각오하고 빼낼 수 있는 인원의 최대치가 32개 조였던 것이다.

혹, 3~5명으로 이뤄진 각 조에서 사람을 한 명씩 차출해 새로운 조를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이게 장기적으로 수행해야만 하는 작전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옳겠지만, 적을 찾아내기만 하면 끝나는 단기작전인 만큼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 온 조를 통째로 투입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은 뻔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편복대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수색대를 투입한 후, 그들의 보고가 들어오기 전까지의 여유 시간을 활용해 편복대주는 묵향과 무림맹 사이에 있었던 사건에 대한 모든 문건들을 조사하기 시작했 다. 그가 조사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은 간단했다.

‘과연 무림맹이 자신들과 비밀협약을 맺으려고 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을까??

너무 오랜 시간 집중해서 문건을 조사한 탓일까? 편복대주는 읽고 있던 문서를 탁자 위에 내려놓은 다음 피로해진 눈을 비볐다. 그의 눈은 어느새 시뻘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편복대주는 마치 자신에게 질문이라도 던지듯 중얼거렸다.

“나 같으면 이런 인물을 믿을 수 있을까? 이렇게 끊임없이 사건을 일으켜대는 인물을 말이야.”

무림맹으로서는 치명적인 일이었겠지만, 첩자들의 조사를 토대로 앞뒤를 잘 따져 본다면 이해 못할 일은 의외로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북팽가의 장로 팽선을 묵사발 낸 것이라든지, 그 후에 양양성 무림인들의 총수(總帥) 수라도제를 칩거케 만들어 버린 사건 같은 것들 말이다. 자세한 부분까지 알아낼 수는 없었지만, 십중팔구 권력 다툼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한 산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함께 살 수 없듯, 둘 사이에 알게 모르게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 으리라.

하지만 편복대주가 가진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왜구를 끌어들인 것이었다. 그는 왜 하등의 쓸모도 없는 왜구 따위를 끌어들여서 황실 및 무림맹의 의심을 자초했던 것일까? 10만이나 되는 왜구가 황도 부근을 통과한다고 하면 그걸 황실에서 기꺼이 허락해 줄 거라고 생각 했던 것일까?

더군다나 악비 대장군의 죽음을 둘러싸고 황군과 충돌까지 일으키지 않았는가. 그 때문에 지금 황실은 묵향을 없애라며 무림맹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이런 짓을 반복한다면 맹주가 얼마나 커다란 심적 부담을 느껴야 될지 그는 모른단 말인가? 어떻게 이렇게 생각이 짧은 인물이 교주님 을 밀어 내고 반란에 성공한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

고개를 갸웃거리는 편복대주. 그처럼 총명한 사내가 그걸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그가 정통 마교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십만대산에서 성장한 게 아니라 장 인걸이 요동 땅에서 직접 키운 인물이었으니까.

한동안 고심하던 편복대주의 머릿속에 문득 한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강자지존(强者之尊). 철혈을 숭상하는 마교인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사고관이다. 강하기 만 하면 누구든지 지존(至尊)이 될 수 있다.

언뜻 생각해 보면 강한 단체를 만드는 데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듯싶지만, 이건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무공밖에 모르는 무식한 인물이 지 존이 되는 만큼, 효율적으로 조직을 이끈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다는 점 말이다.

일대일의 격투라면 몰라도, 집단과 집단 간의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면 단순히 무공만의 고하로 승리를 점치기는 힘들다.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모사 (謀) 형태의 두뇌가 더욱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 그 때문에 마교는 그토록 강대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림일통을 이룩하기는커녕 지금껏 저 머나먼 변방을 떠돌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 그는 본교가 배출한 최강의 고수라고 했지. 탈마의 경지를 개척한 유일한 고수.”

편복대주는 자신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외에 다른 답이 있을 수 없었다. 강자지존의 세계인 마교였기에 그의 반란이 성공할 수 있었으리라. 아니, 그는

반란을 일으킬 필요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강자였기에, 마도를 걷는 모든 고수들이 그에게로 모여 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가 성장한 곳이 마교가 아니라 다른 곳이었다면? 그의 반란은 절대로 성공했을 리가 없다는 게 편복대주의 생각이다. 그런 멍청하기 짝이 없는, 자기 마 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무공광에게 자신의 인생을 의탁할 멍충이는 단 한 명도 찾기 힘들 테니까. 어떻게 뒤통수를 쳐서 반란에 성공했다손 치더라도 그 문파는 곧이어 자중지란 속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리라.

1주일에 걸쳐 묵향과 무림맹의 관계에 대한 치밀한 조사를 진행한 후, 편복대주는 장인걸에게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검토 결과 맹주의 제안이 함정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사료되옵니다. 더군다나 맹주는 협약을 맺음과 동시에 양양성에 집결한 고수들을 해산하겠다고 약속했사 옵니다. 직속 무력 세력을 보유하지 못하는 무림맹의 특성상, 모여 있던 고수들을 해산해 버린 다음에 다시 모집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겠사옵니까?” 편복대주의 보고에 장인걸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해산하겠다는 말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자신의 최측근에게조차 본좌와 동맹을 맺겠다는 사실을 숨겼을 정도인데…, 그걸 다른 문파의 장문인들에게 어떻게 납 득시키지?”

“그 부분도 생각해 봤사온데…, 한 가지 방법이 있사옵니다.”

장인걸의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그 기책(奇策)이 무엇이더냐?”

문파를 이끄는 수장들이 무공 실력만 높다는 선입견을 가졌다가는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 물론 무림의 세계에서 힘이 강한 게 최선의 미덕이기는 했지만, 강대한 문파들 틈바구니에 끼어 있는 상태에서 생존해 나가려면 시류를 읽는 외교적 감각 또한 필수였다. 특히, 대놓고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하기에는 아무래도 도의상 꺼림 칙한 구석이 많은 정파 계열의 문파들일수록 그 감각의 필요성은 더욱 컸다.

그렇게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들을 속여 넘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아직 상대가 사용하지도 않은 술수를 짚어 본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편복대주가 그걸 알아냈다고 하니 장인걸로서는 놀라울 수밖에.

“저희들이 예전에 진행하던 보물찾기가 그 해답인 것 같사옵니다.”

“그건 일전에 놈들에게 들켰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작전을 중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이야.”

“예, 교주님. 그런데 맹에서는 그 사실을 아직까지도 각 문파에 공포하지 않고 있사옵니다. 오히려 그 부분을 더욱 과장되게 문파들에 전함으로써, 모든 문파들을 두려움에 떨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거~ 참, 이상한…….”

여기까지 중얼거리던 장인걸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도 눈치 챈 것이다. 바로 그 점을 이용해서 맹주가 양양성에 집결해 있던 무림인들을 해산하려 하고 있다는 것 을. 각 문파들이 처한 보이지 않는 위협을 좀 더 과장해서 선전한다면, 양양성에는 단 한 명의 무림인도 남아 있지 않게 되리라.

무림맹의 각 문파들에 대한 통제력은 강제적이지 못했다. 각 문파들이 맹의 지시에 따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 져 있고, 맹은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맹의 지시에 따르려 하겠는가. 더군다나 그 일이라는 게 무림의 안녕을 위한 것도 아니고, 썩어빠진 황실 따 위나 유지시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장인걸은 맹주가 대단히 진지한 자세로 협약에 응하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맹주가 우리 쪽에 접근하는 게 거짓이 아니라면, 굳이 양양성에서 정파 세력을 철수시킬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들이 철수한다면 묵가놈도 곧바로 뭔가 이상하다 는 것을 눈치 챌 테니 말이야.”

“속하도 그 부분을 교주님께 말씀드리고 싶었사옵니다. 대신 같은 이유로 이쪽에서 감금하고 있는 무림인들을 계속 인질로 붙잡아둘 수 있으니, 절대 손해 보는 것은 아닐 것이옵니다. 더군다나 그 인질들의 상태가 석방하기에는 좀…….”

이미 몽땅 다 세뇌시켜 버린 마당이니 석방할 인질이 어디에 있겠는가. 편복대주는 그걸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그것은 장인걸도 인정하는 바였기에 고개를 주억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흠, 과연 그렇군.”

이어서 편복대주는 정파 세력이 양양성에서 철수한 이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 장인걸에게 보고했다.

양양성에서 정파 세력이 완전히 철수한다면, 묵향은 어떻게 나올까? 이곳에서 장인걸과 정면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있긴 했지만, 십만대산으로 후퇴하여 그곳에서 농성할 가능성이 더욱 컸다.

그렇게 되면 장인걸로서는 더욱 골치가 아파진다. 광활한 평야라면 또 모르겠지만, 무공도 제대로 익히지 않은 군사들을 이끌고 천혜의 요새인 십만대산을 공략한 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었으니까. 설혹, 장인걸이 직접 수백만의 병사를 이끌고 가더라도 말이다.

“부교주와 비교했을 때, 우리 쪽은 질적인 측면에서는 떨어지지만 양적인 측면에서는 월등하지 않사옵니까. 그런 만큼 60만 대군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어려움 없 이 움직일 수 있는 드넓은 전장으로 적을 꿰어 내는 게 관건이라고 봐야 할 것이옵니다. 그러자면 부교주가 필승을 다짐할 수 있을 정도의 미끼를 던져 주던지, 아니 면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 붙여야만 하옵니다.”

“옳은 말이야. 어쨌건, 맹주에게 기별을 넣도록 해라. 맹약을 맺자고 말이다.”

장인걸의 결정에 편복대주는 고개를 조아리며 답했다.

“존명! 만수진인에게 교주님의 고견(高見)을 전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잠깐.”

장인걸은 물러나려는 편복대주를 불러 세웠다. 그에 편복대주는 발길을 멈추고 고개를 조아렸다.

“예, 하명하시옵소서.”

“기별은 만수진인을 통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보내도록.”

“예?”

“그 말코는 인질로 잡아 두도록 해.”

장인걸의 얼굴 가득 음흉한 미소가 번졌다. 만수진인은 고지식하기는 했지만, 아주 쓸 만한 인재였다. 무공도 꽤나 고강했고 말이다. 그런 사람을 맹주에게 곱게 돌려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묵향을 없애고 난 다음에는 무림맹과 싸우게 될 게 뻔한데 그런 인물을 곱게 돌려보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그렇다면 선택은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인질로 쓰다,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세뇌를 해서 활용해 먹으면 그만이다.

“지시대로 이행하도록 하겠사옵니다.”

고개를 조아리는 편복대주를 향해 장인걸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서둘러 말했다.

“마교 세력을 찾아보라고 했던 것은 어떻게 되었느냐?”

“수색해야 할 면적이 워낙 넓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고 있사옵니다. 조금만 더 시간 여유를 주시옵소서.”

“알겠다. 나가 보거라.”

편복대주가 나가고 난 후, 장인걸은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깊은 산골짜기에 숨어 있다고 하지만, 적도들의 수는 만 명이 넘는다. 더군다나 그 많은 숫자가 저마다 짙은 마기까지 흘려대고 있다. 그런 적들을 아직까지도 찾 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장인걸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내가 잘못짚었나.. 그렇다면 놈은 지금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지?”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까여서 마교에서 쫓겨나는 치욕을 당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전황이 무르익고 있는 시점에서 놈의 위치를 놓쳤으니 찜찜하지 않을 수 없 었던 것이다. 지도를 훑고 있는 장인걸의 두 눈에는 이번에는 절대로 뒤통수를 맞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묻어 있었다.

편복대주는 마치 지도와 눈싸움이라도 하듯 노려보며 서 있었다. 장인걸이 슬슬 조바심을 내는 걸 보면, 그를 기다리게 하는 것도 이제 한계점에 달한 모양이었다. “도대체 어디에 숨었지??

지도를 척 보기만 해도, 놈들이 숨을 만한 곳은 빤히 드러난다. 산세가 험하여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 거기에다가 만 명 단위를 상회하는 대규모 집단이 주둔 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면적까지 갖추고 있어야 했다. 더군다나 놈들은 마교가 자랑하는 최정예인 만큼 무시무시한 마기를 뿜어 대고 있을 게 아니겠는가.

편복대주는 장인걸의 명령을 받을 때만 해도 이 수색 작업을 빠른 시간 내에 완수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점차 시간이 흐르고 있음 에도 불구하고 적들을 찾아냈다는 보고는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대별산맥이 아무리 넓다고는 하지만, 수십 리 밖에서도 파악이 될 만큼 지독한 마기를 뿜어 대고 있는 놈들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다못해 대별산맥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나무꾼이나 사냥꾼, 그리고 약초를 캐러 다니는 자들을 붙잡고 탐문해 봤지만, 그런 괴이한 기운을 느꼈다는 자는 단 한 명도 만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었다.

“여기가 아니라면 대파산맥(大巴山脈)쪽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많은 인력을 투입했는데, 아직까지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

양양성의 뒤를 받치고 있는 거대한 산맥 즉, 대별산맥(大別山脈)에 놈들이 숨어 있을 거라고 보고, 그곳부터 수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4일이나 샅샅이 뒤졌음에도 ‘마기’의 ‘마’자도 감지되지 않은 걸 보면 헛다리를 짚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점점 더 그의 뇌리를 지배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면 대파산맥일지도 모른다. 양양성에서 좀 더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대별산맥에 비해 산세가 훨씬 험해서 숨기에는 더욱 좋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섣불리 그렇다고 단정 짓기도 어려웠다. 진세를 이용해 자신들의 기척을 숨기는 수법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아니, 놈들도 바보가 아니라면 진세 를 이용해 기척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수색 작업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리라. 의심나는 곳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봐야만 할 테 니까.

“어찌된 게 쉬운 일이 하나도 없군. 젖먹이 어린애도 기척을 느낄 수 있다는 마교도를 찾지 못해서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다니. 쓸모없는 놈들! 좀 더 노련한 조들을 투입할 걸 그랬나?”

이렇게 중얼거리던 편복대주는 수하들 중 한 명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각 조로부터 생존 신호는 제대로 접수되고 있나?”

편복대 같은 정찰조들의 경우, 하루에 한 번은 자신들이 생존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그걸 보내오지 않는다면, 그 조는 전멸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 리고 그것은 곧 그들이 정찰하는 위치에 적이 있다는 말과도 같은 것이었다.

“5개조를 제외하고는 다른 조들의 생존 신호가 모두 접수되었습니다.”

이때, 편복대원 한 명이 뭔가를 그에게 건네 줬다. 받아서 재빨리 읽어 본 그는 보고 내용을 정정했다.

“방금 84조의 생존 신호가 접수되었답니다.”

편복대주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시선을 지도로 옮겼다. 그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 고민이 충돌하고 있는 중이었다.

‘얼마나 더 오랫동안 대별산맥을 뒤질 것인가?”

‘차라리 몇 개조만이라도 대파산맥으로 보내는 게 좋지 않을까?”

어느 쪽이 정답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적을 포착하는 시간이 더욱 늦춰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크나큰 실책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편복대주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사실 그의 업무가 워낙에 많다 보니 이 일에만 매달릴 수도 없었다.

그렇게 망설이는 동안에 어느덧 하루가 지나가 버렸다.

“대파산맥으로 10개 조를 이동시키도록 해라. 그런 다음 이쪽과 저쪽을 중심으로 수색을 시작하라고 지시하도록.”

“옛.”

결국 편복대주는 몇 개 조를 먼저 대파산맥 쪽으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어제부터 계속 고민해 오던 문제를 결정하기는 했지만, 막상 그러고 나니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새록새록 일어났다.

“차라리 총력을 다해 대별산맥을 이 잡듯 뒤지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놈들이 있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 곳은 대별산맥인데…….?

그러다 문득 어제 부관이 보고하던 내용이 떠올랐다.

““각 조의 생존 신호는 모두 다 접수되었나?”

“그게…, 아직 1382조로부터의 연락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것으로 판단됩니다.”

생존 신호는 당연히 전서구를 통해 보낸다. 깊은 산골짜기에서 폭죽을 터뜨린다고 해 봐야 누가 그걸 볼 것이며, 비표를 남긴다고 해도 그들을 뒤따라 다니며 챙길 인원을 따로 투입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비둘기 고기를 즐기는 놈들이 꽤나 많다는 데 있었다. 각종 야생동물들부터 시작해 사냥꾼들까지…….

편복대주도 처음에는 좋게 생각하고 넘기려고 했다. “다음 생존 신호가 날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 며 명령을 내렸다.

“방금 전에 하달했던 인원을 분산시키겠다는 지시는 취소한다. 대신, 1382조가 담당하던 지역 쪽으로 지금 당장 132조와 286조, 그리고 427조를 투입해라.” 편복대의 경우 대체적으로 평준화된 실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뒤쪽 번호보다는 앞쪽 번호를 부여받은 조의 실력이 좀 더 우수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뒤 번 호의 조들보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편성되었기에, 더욱 노련한 인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연락이 들어온 게 없나?”

새로이 투입된 3개 조에서도 연락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분명히 3시진(6시간)마다 한 마리씩 생존 신호를 보내라고 지 시했었는데… 그렇다면 지금쯤 첫 번째 전서구가 들어왔어야 하지 않는가.

편복대주가 초조하게 기다리는 와중에도,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기 짝이 없는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갔다. 이제 다른 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았다. 벌 써 1시진째 지도만을 멍하니 바라보며 앉아 있는 편복대주를 안쓰럽게 생각했는지 부하 하나가 따뜻한 차를 권했다.

“고맙네.”

찻잔에 기계적으로 입을 대고는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지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뒤이어 투입한 3개 조와의 연락까지 두절된 지금, 저쪽이 놈들의 집결지일 가능성은 9할 이상이라고 봐야 하겠지. 그렇다면 지금 당장 교주님께 보고 드려야 할 까? 아니면 좀 더 확실해진 다음에 보고를 드려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