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권 10화 – 교주의 계략

교주의 계략

으슥한 밀실.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 다섯이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고 있다. 그중 상석에 앉은 인물이 말했다.

 “아무래도 나름대로 또 하나의 준비를 해 두는 게 좋겠어.”

“무슨 준비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강시(?屍)는 지금 몇 구나 완성되어 있나?”

“289구입니다.”

“과연 그것들만으로 가능할까?”

“흐흐, 일반 강시라면 몰라도 혈교의 비법으로 제작된 천령강시(穿靈?屍)올시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살아서 돌아가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본좌는 아무래도 그것만으로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그러 하오시면?”

“함정을 기준으로 사방 10리(약 4킬로미터)에 걸쳐 대천악마나진(大惡魔羅陣)을 준비하라.”

그러자 모두들 경악에 찬 표정으로 잠시 말을 잊었다. 대천악마나진은 그 진세가 오랜 세월 동안 연구되어 만들어진 다음 단 두 번 사용되었을 뿐이다. 천마의 율 법에서도 그 사용을 멸교의 위험이 있을 때가 아닌 한 금지하고 있을 정도로 공포적인 마진이다.

대천악마나진이 사용된 가장 근래의 경우가 구휘(區揮) 대협의 아들 구천(區天) 대협이 마교를 멸하려 했을 때였다. 그때 천마신교는 대천악마나진을 거의 30리 에 걸쳐 구축한 후 상대를 끌어들여서 진세를 발동하였는데, 그 사악한 마기와 요기는 마교에 몸담고 있는 무리들도 처음 느껴 보았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마교와 천하제일문(天下第一門)은 그 진세 안에서 대 접전을 벌였다. 사악한 마기와 요기는 양측에 상반된 작용을 했었는데, 정(正)의 무공을 익힌 자들은 그 힘에 압도되어 제대로 자신의 실력을 낼 수 없었음에 반해 마교도들은 그 힘에 도움을 받아 평상시보다도 더욱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원로원의 도움이 큰 작용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큰 희생을 치르지 않고 천하제일문을 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것은 다시 한 번 더 재고를 해 보심이…….”

“맞습니다. 그것은 천마의 율법에서도 금지하는 사악한 진법.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클클클, 대천악마나진은 그 진 자체가 가진 살상력도 엄청나지만 사악한 악마들에게 사악한 힘을 나눠 주는 것이 더욱 가공할 만하지. 어둠의 자식들인 강시라면 당연히 그 힘을 더욱 극대화하여 그놈을 저세상으로 인도할 것이 분명해. 다만 이것은 최후의 방법이다.”

“최후의 방법이라 하시면?”

“지금 그를 해치우기 위해 이중, 삼중의 그물을 준비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을 빠져나온다면 어쩔 수 없이 그것을 사용해야 할 것이야. 그자는 아주 호기심이 강해서 어물어물 넘기면 죽을지도 모르고 찾아올 거야. 대신 수하들도 그것이 함정이란 것을 알게 하면 안 되지. 눈치가 너무 빠른 놈이니……. 조심 또 조심하도록.” “존명!”

어둠 속에서 또 한 인물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번에 잡아 온 계집 아이 때문에 말씀이온데. 한 가지 문제가…….”

“무슨 일인가?”

“그것이… 마령섭혼심법(魔靈攝魂沁法)이 통하지가 않습니다.”

“그럴 리가?”

“아무래도 태허무령심법(太虛無靈心法)을 익힌 것 같습니다. 그가 타인에게 알려 준 심법은 모두 그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도저히 심지(心知)를 장악할 수 가…….”

“허허허, 난 또 뭐라구.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지. 그가 이리로 올 것이 확실하다면 어떤 고문을 가해서라도 그년의 모든 이성을 무너뜨린 다음 사술을 걸어도 되니까……. 벌써부터 마음 쓸 필요는 없으니 나중에 좀 더 확실해질 때까지 어디다가 가둬 두게나.”

“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