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권 20화 – 밝혀지는 진실
밝혀지는 진실
손…. 연한 자색(紫色)이 감도는 기괴한 색깔의 손이었지만 계집의 손처럼 고왔다. 아무튼 특이한 손이었는데 그 손은 지금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잠시 지 나자 그 손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그 종이에 쓰인 내용과 관계가 깊었다.
제목 : 묵향 부교주에 관한 2차 조사 보고서
기간 : 2년
목적: 중간 보고
투입 인원 : 천마(闡碼) 1호부터 10호
작성자 : 천마 1호
내용 : 묵향 부교주 축출 후 3년에 걸친 대대적인 1차 조사가 행해졌었지만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 이번 2차 극비 재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 시작 후 1년도 안되 었는데도 여태까지의 묵향 부교주에 대한 보고 내용이 대단히 많이 왜곡되었음이 밝혀졌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음. 그 이유는 1차 조사 는 묵향 부교주의 배후 세력 내지는 사조직에 대한 일제 조사였지만 이번 조사는 그 성격을 완전히 달리해 그의 모반설 등의 사실 유무나 인위적인 여론 조작 등에 초점을 맞춘 결과이기도 함. 게다가 삼비대를 이번 조사에서 제외시킨 후 그들도 조사 대상에 올려놓은 결과라고 볼 수 있음.
한영영 : 부교주와 함께 무림맹으로 향하는 도중 부교주에게 지독히 쓴 맛을 본 것에 대한 원한으로 대단히 악의에 찬 보고를 올렸었으나 부교주 독립 호위였 던 사군자(四君子) 중 진춘(辰椿), 옥련(玉蓮), 마식(馬殖)에 대한 심문 결과 무혐의로 판명됨. 하지만 그가 했던 말 중 자신은 ‘교주에게만 충성을 하지 나머지에게 는 아니야’라는 말은 사실이었음. 그때의 여러 가지 상황으로 미루어 교주의 퇴진 후 변절하겠다는 말은 아니었음이 확실함.
-. 장인걸 부교주 : 묵향 부교주에 대한 척결에서 가장 큰 득을 본 인물로 놀랍게도 본교와 암흑마교와의 통합 전에도 일부 사조직을 본교 내에 침투시켜 묵향 부 교주에 대한 여론을 조작했음이 밝혀졌음. 그 여론 조작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은 혁무상 장로이며, 그 외에도 일부 고위급 고수들이 관계된 것 같음. 그들에 대 한 확실한 물증을 잡으려면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함.
三. 혁무상 장로 : 삼비대의 수장이라는 지위를 이용, 그에 대한 모반설 등 최악의 경우들만을 상정하여 안 좋은 면만을 교주께 보고함으로 인해 교주님과 묵향 부 교주와의 갈등을 조성해 나간 인물로, 아직 확실하지는 않으나 장인걸 부교주와 상당히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함. 정확한 물증을 잡으려면 이 건도 시간이 필요 함.
四, 마영대(魔影隊) : 묵향 부교주가 포섭한 무리들의 모임이라고 알려졌기에 1년여 기간 동안 철저하게 조사했지만, 부교주 축출 후 있었던 대대적인 1차 조사에 서도 밝혀지지 않았듯이 허위 단체인 것이 확실함.
현재 장인걸 부교주는 모종의 계획을 꾸미고 있는데, 심증은 있으나 그게 무엇인지 확실히 포착하지 못했음. 좀 더 깊게 조사하는 데는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 요함. 극비리에 조사 중이므로 더욱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있음. 거기에 삼비대가 냄새를 맡고 역공작까지 하는 낌새가 보임. 추후 사항에 대한 지시를 조속히 해 주 기 바람.
급기야 그 손은 종이를 움켜쥐었고 곧이어 종이는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감정을 억누른 침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내가 매(鷹)의 먹이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