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권 6화 – 엇갈림

엇갈림

잘 정돈된 방. 방 안의 호화로운 가구들이 그 주인의 신분을 알려 주고 있다. 그 방은 둘로 나누어져 있고 그사이에는 발이 드리워져 있다. 발 안으로 앉아 있는 사 람의 신형이 흐릿하게 비치고 있었다. 엷은 분홍색 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여인인 듯싶다. 그리고 발 앞에는 한 명의 남자와 아리따운 묘령의 여인이 부복 하고 있었다. 그중 약간 앞쪽에 위치한 남자가 발을 향해 말했다.

“미행에 실패했습니다. 사천성까지는 잘 따라갔지만, 호북성에 들어선 다음에 도저히 추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발 속에서 여인의 뾰족한 음성이 들려왔다.

“본문의 정예 8할을 가지고도 실패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하지만 문주님, 그자의 경공술은 너무나도 빨라 도저히 추격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예상 지점에 본문의 무사들을 배치하지 않았나요?”

“배치했습니다. 그자는 본문의 추격을 받으면서 네 번 경공술을 썼습니다. 모두 다 엄청나게 빨랐는데, 세 번은 그렇게 먼 거리를 도약하지 않았기에 포착할 수 있 었지만, 네 번째는 한밤중에 그것도 초장거리를 도약하는 바람에…….”

“그렇다면 그도 우리의 추격을 눈치 채고 있었다는 말이군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경의 고수를 추격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거리에서 그를 관찰했나요?”

“최소 50장(약 150미터) 밖입니다.”

“그럼 다음에 그를 포착하면 100장 밖에서 추격하라고 이르세요.”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놓칠 우려가…….”

“놓치고 놓치지 않고는 별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그의 이목(耳目)을 속이고 어느 정도 거리까지 접근이 가능한지 알아내세요. 그것은 아마도 나중에 커다란 도움 이 될지도 몰라요.”

“존명!”

“호북성에 있는 사파 중에서 주의할 만한 단체가 있나요?”

“호북성은 무당파의 본거지기에 그렇게 주의할 만한 사파는 없습니다. 그리고 사파들의 상당수가 호남성을 본거지로 하기에……. 참, 이름난 문파도 아니고 요즘 들어 쇠퇴하고 있기는 하지만 살막(殺幕)이 있습니다.”

“흐음, 그가 호남성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있나요?”

“그쪽으로 갔을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일단 호북성에 들어서자 무서운 속도로 동쪽으로 30리(약 12킬로미터)가량 이동하다가 남하(南下)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 다. 그다음은 추격에 실패했기에 그 뒤의 행동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단순히 우리를 따돌리려는 행동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호남성으로 이동했을지 도…….”

“정말 골치 아프게 만드는 위인이군. 처음부터 찬찬히 생각해 봅시다. 지금 흑룡문에는 약 3천 명의 마교도들이 집결해 있어요. 그리고 이번에 새로이 설무지를 받 아들였다는 점도 본문이 알아냈지요. 그다음 개방이 발견해서 본문이 그의 위치를 다시 잡아낸 것이 사천성 북쪽, 홍원이지요?”

“그렇습니다.”

“그가 왜 사천성에 갔을까요? 사천성 북쪽에 그와 면식이 있는 단체가 있나요?”

“어쩌면..

“어쩌면?”

“혹시… 흑풍단의 잔여 세력과 접촉하지 않았을까요? 본문의 32대가 흑풍단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행적이 사천성 북쪽에서 끊겼는데, 그때가 묵향이 홍 원에서 포착된 시간과 거의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 관계가 있다고 봐야 옳을 것입니다. 그들과 묵향이 만났다고 가정한다면 아마 그들도 묵향의 세력에 포 섭되었다고 가정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요. 그렇다면 흑풍단의 잔여 세력이 그에게 흡수되었다고 하고, 그럼 묵향에게 없는 게 뭐죠?”

“예?”

“마교의 세력, 흑풍단의 잔여 세력……. 모든 것이 다 전투 집단들이예요. 하지만 전투 집단만 가지고 있어서는 무림의 패권에 도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렇다면 그가 정보 단체를 원한다는 겁니까?”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유추가 아닐까요? 이렇다 할 정보 단체라면……

“역시 사파의 정보 단체 중 가장 큰 것은 하남성에 위치한 하오문(下午門)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얻는다면 막대한 자금력까지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

지만 장강수로연맹(長江水路聯盟)이나 동정십팔채, 사파 연합과의 충돌을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들과의 충돌에서 승리할 수 있을 만한 힘이 있어요. 거기에 묵향의 본거지는 섬서성 남쪽! 호남성 북쪽으로 주력을 이동시키는 데 별로 시간 이 많이 걸리지 않아요. 묵향을 뒤쫓던 모든 수하들을 호남성으로 집결시키세요. 그리고 이 사실을 무림맹과 사파 연합에 흘리세요.”

“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