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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38권 34화 : 발키란 성으로 – 3


발키란 성으로 – 3

라이가 데스 나이트와 싸우는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대형 언데드들을 처리해 준 덕분에 그의 동료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람을 비롯한 각종 가축, 각종 초식 야생동물 등이 그 주력이었기에 그나마 전멸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힌 건 각종 맹수의 언데드들이었다. 그쪽이 훨씬 이동속도도 빠르고, 공격 수단도 다양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넓은 사막 위에서 전투를 펼쳤다면 이렇게까지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껏 언데드를 토벌해 오면서 이렇듯 매복 포위공격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끄, 끝난 건가?”

“언제 다시 튀어 올라올지 몰라. 빨리 이곳을 벗어나자.”

“경계를 늦추지 마라.”

언데드가 있었던 지점을 동료들이 벗어날 때까지 라이는 타이탄을 탄 채 지켜봤다.

라이는 주위를 꼼꼼히 살펴봤지만, 데스 나이트는 찾을 수가 없었다.

서로의 거리를 간신히 벌린 후, 타이탄을 꺼내 급히 탑승하는 데 정신이 팔려 데스 나이트의 위치를 놓친 것이다.

그런데 의외였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공격해 올 거라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틈을 준 것을. 그리고 타이탄이 나오자마자 깨끗이 포기하고 물러가 버렸다.

동료들이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할 때까지 호위를 하던 라이는 안전하다고 생각되자 타이탄을 돌려보냈다.

처음부터 타이탄을 꺼내 싸웠으면 좋았겠지만, 발키란 성에서 나온 병사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태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강철인형을 부리는 인형술사와 라시드가 관계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부족연합은 순식간에 붕괴될 게 뻔했다.

그만큼 강철인형과 인형술사는 사막민족에게 악마적인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상당히 많은 병력을 동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키란 성을 구원하기 위한 병력에는 라이와 가장 가까운 동료들만 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발키란 성의 외성을 하루 저녁에 함락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보유한 언데드 무리라면, 타이탄을 꺼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급적 목격자는 최소화하는 게 최고였다. 병력 몇천 더 데리고 온다고 해서 그리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타이탄에서 라이가 내리는 걸 보자 동료들이 다가왔다.

예전부터 함께 사막에서 고난을 함께해 왔던 오랜 동료들이다. 권력이나 물질에 무관심한 라이를 그들은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급속도로 세력이 팽창하다 보면 권력투쟁이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핵심 인원들이 전혀 권력과는 무관하게 행동하고 있었기에 이들이 구축하고 있는 느슨한 동맹체제가 별 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속으로는 어찌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겉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성으로 가자.”

“돌아가지 않고?”

아즈리아의 제안에 상당수는 반대했다.

자신들이 위급하다는 걸 보자마자 내뺀 녀석들이다. 그런 놈들을 위해 피를 흘리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졌던 것이다.

“이 엄청난 언데드들을 놔두고 돌아갈 수는 없어. 이것들이 발키란 성을 함락시키면, 그다음은 어디로 몰려가겠냐. 난공불락의 성과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는 이곳에서 끝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

일리가 있었기에 모두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즈리아는 가장 마지막으로 라이의 의향을 확인했다.

가장 큰 전력이 바로 라이였으니까.

“자네 생각은 어때?”

아즈리아의 물음에 라이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내가 자네 말에 토다는 거 봤나? 자, 가자고, 부상자도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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