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5권 13화 – 마법 병기 타이탄
마법 병기 타이탄
성내(內)였기에 마법사들의 정장인 로브를 입은 토지에르 경은 거대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사라진 드래곤 하트를 찾겠답시고 오는 놈들이 무시 못 할 정도로 강한 전력을 갖춘 놈들이라는 것이 예상을 벗어났을 뿐………….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 잘되어 가고 있었기에 기분이 별로 나쁘지만은 않았다.
건물 안에는 수많은 기술자들이 매달려 매우 바쁘게 작업을 하고 있었고, 일부 기술자들은 엑스시온 마무리 작업에 한층 더 분주했다. 토지에르 경 은 그 기술자들 중 한 명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어떻게 되어 가나?”
한창 바쁘게 일하느라 자신의 뒤에 누가 왔는지도 몰랐던 기술자는 뒤를 돌아본 후 재빨리 일어서서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토지에르 경. 일은 순조롭게 되어 갑니다.”
“엑스시온들 안에 드래곤 하트는 아직 넣지 않았나?”
“예, 내일 봉인 작업이 시작될 겁니다.”
“지금 전 세계에 남아 있는 드래곤 하트는 몇 개 되지도 않으니까 아주 조심해서 다루게.”
토지에르의 말에 상대는 아주 공손하게 대답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프로이엔 경께서 그걸 정확한 크기로 잘라 주셨습니다.”
“몇 개나 만들어졌나?”
“다행이 이번에 가져온 드래곤 하트는 많은 마나를 간직하고 있기에 아홉 개나 만들 수 있었지요. 조금 남았는데, 가져가시겠습니까?” “나중에 내 방으로 보내 주게.”
“예, 다행히도 모두 다 준비되었으니 더 이상 드래곤 하트를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흠…, 그럼 전에 가지고 있던 것까지 열두 개군.”
“예.”
“내일 봉인 작업을 보러 오겠네.”
“안녕히 가십시오, 토지에르 경.”
토지에르는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가며 흥겨운 듯 괴소(怪笑)를 흘렸다.
“흐흐흐, 대마법사 안피로스의 던전을 발굴한 것은 정말이지 큰 수확이었어. 그가 만년(晩年)에 개발한 ‘엑스시온’, 이것만 완성되면 이 엑스시온을 심장으로 열두 대의 블루 나이트(Blue Knight:청기사)가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폐하와 모든 국민들의 소망인 코린트 놈들에게 복수하는 것 도 꿈은 아니지. 흐흐흐.”
그가 지나고 있는 통로의 좌우에는 각 여섯 대씩 총 열두 대의 어깨까지의 높이가 6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강철로 만든 사람 모양의 형상들이 서 있 었고, 수많은 기술자들이 달라붙어서 여러 가지 손질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갈로시아로 가는 길에 모두들 약간은 들뜬 듯한 표정으로 말을 몰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마음속에 사악한 악마의 앞잡이인 무서운 마도사와 영웅 적인 전투를 그리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극악무도한 흑마법사와의 멋있는 대결………….
몇몇 경험 있는 인물들은 그 마도사와 싸우려면 어느 정도 힘들 것을 고심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인물들은 자신들이 패배하리라고는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멋진 일격에 최후, 최강의 주문을 외우다가 채 외우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마도사…………. 그러면서 “으으윽! 조금 있으면 세계가 내 손 안에 들어올 뻔했는데…………” 어쩌구 하는 상투적인 말도 내뱉지 않을까? 원래 악당들은 다 그러니까………….
이런 영웅 이야기들이 종종 순진한 청년들을 버려 놓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수많은 영웅들 대부분이 청년들이었던 이유는 아마도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덤볐다가 운이 좋아서 성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그 한 명의 영웅이 만들어지기 위해 같은 목표를 세웠던 파티들이 얼마나 많이 허무하게 전멸했는지 말해 주는 전설은 없었다. 그것까지 알 려 주면 감히 도전할 골빈 놈들은 없을 것이 뻔하기에, 그 부분은 전해 내려오면서 자연히 심의 삭제된 것이었다.
사실 강력한 조직을 갖춘 악당을 없애는 데 극소수로 구성된 파티가 승리하려면 그 가능성은 소수점 이하로 떨어진다. 개개인의 실력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성공률을 따져 보면, 최고 1퍼센트에서 최하 0.00000000000001퍼센트 정도 되려나?
어쨌든 막상 부딪치면 ‘정의가 승리한다’는 말도 안 되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일행들은 빨리 놈들을 찾을 수 있기만을 간절히 빌고 있었다. 사실 빨 리 만나면 누가 먼저 저세상 갈지는 거의 정해진 수순이었지만…………….
딴 인물들은 달콤한 꿈을 꾸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다크가 조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중원으로 돌아가는 것…………. 사실상 다크가 원하는 것은 단 하 나, 그것뿐이었다. 생판 알지도 못하는 낯선 이곳에서 살다가 뼈를 묻기는 싫었다. 벌써 이곳에 온 지도 2년이 넘었고, 세월이 약이라고 자신과 피 터 지게 싸웠던 인물들의 얼굴을 보면 아마 반가움에 끌어안고 뽀뽀라도 하고 싶어질 거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는 판이었다.
자신과 같이 치사한⋯, 아니 격조 높게, 비열한 장인걸, 배신자 한중길, 거기에 함께 동조해서 까불어 댄 옥청학,이 알 수도 없는 세계로 보낸 얼굴 도 모르는 못된 놈들…………. 그들 중에서 과거 자신의 가장 큰 원수였던 한중길이나 옥청학은 장인걸에 의해 제거되었고, 또 장인걸은 자신에게 교주 자리를 뺏긴 후 잠적해 버렸다.
서로가 교주 자리를 놓고 다투었을 뿐 그렇게 직접적으로 원수진 일은 없다고…………. 아니지, 모든 나쁜 일은 장인걸 녀석이 배후 조종을 했으니, 가장 못된 놈은 장인걸인데……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기분 나빴던 일은 서서히 잊혀졌고, 싸우고, 죽였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이 가중될 뿐이었다. 오죽하면 장인걸이 보고 싶겠냐구……………
모두 각자의 생각에 빠져서 대화도 없이 길을 가는데 갑자기 분위기를 깨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망나니 무예 수련자 미카엘로, 나이가 있는 만큼 꿈 에서 빨리 깼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미카엘이 소리치자 팔시온이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뭐냐?”
상대의 반응이 어떻든 신경 쓰지 않고, 미카엘이 약간 겁먹은 어조로 물었다.
“상대방의 배후에는 어쩌면 국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드미안 경이 말했지?”
“그랬지.”
“그렇다면 혹시, 놈들이 타이탄(Titan)을 동원한다면 어쩔 거야?”
일순간 다크를 제외한 모두의 안색이 하얗게 바뀌어 버렸다. 아무도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해 봤던 것이다. 사실 놈이 엄청난 세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 시대 최강의 마법 병기 타이탄을 가지고 있지 않을 가능성은 없었다. 타이탄이 만들어진 후부터 마법사는 일거에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았던가?
팔시온은 시드미안 경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질문했다.
“그에 대한 대비책은 있습니까?”
시드미안 경은 안심하라는 듯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내 타이탄인 ‘쿠마’가 있지.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그러자 마법사 둘을 제외한 모두는 사방을 기웃거렸다.
“어? 타이탄이 어디 있어요? 있다면 벌써 봤을 텐데.
그러자 시드미안 경은 빙긋이 미소 지었다.
“타이탄은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지. 자신과 관계를 맺은 주인이 부르면 공간의 틈새에 숨어 있다가 이쪽 공간으로 이동해 온다네. 쿠마는 바로 옆 에 있지만 서로의 공간이 다르기 때문에 쿠마의 모습을 볼 수 없을 뿐, 내가 소환하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좋아, 동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불러 주지.”
그와 동시에 한쪽 공간이 갈라지면서 거대한 덩치의 금속 인간이 튀어 나왔다. 그 타이탄은 길이 3미터는 됨직한 거대한 검을 들고 있었고, 한쪽 손 에는 엄청나게 큰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 방패에는 트란 근위 기사단을 뜻하는 쌍두 사자의 문장이 그려져 있었고, 타이탄 곳곳에도 여러 가지 문양 이 그려져 있었다.
“정말 엄청나게 크군요.”
거의 5미터 크기의 금속 인형…
“이게 뭐죠?”
…….
두터운 갑주를 걸친 무사의 형상을 한 타이탄은 사람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다크의 질문에 팔시온이 타이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대답했다.
“이 시대 최강의 마법 병기(魔法兵器) 타이탄(Titan)이야. 나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구.”
“병기라면, 그럼 저게 움직인다는 말이에요?”
“그렇지. 그것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세상에…….”
다크는 새삼스레 거대한 강철로 된 그 거인을 쳐다봤다. 저게 움직인다면 정말 대단하리라…………….
모두가 얼빠진 모습으로 타이탄을 보고 있을 때 시드미안 경이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 녀석이 쿠마야. 트루비아에 있는 여덟 대뿐인 타이탄들 중의 한 대지. 이제 안심이 되나?”
그러나 팔시온이 약간은 걱정스럽다는 듯 시드미안 경을 바라봤다.
“상대가 더 많은 타이탄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되나요?”
“그때는 내가 막고 있는 동안에 도망치는 길밖에 도리가 없지. 아무리 인간이 강하다고 해도 타이탄에게는 상대가 안 되니까…………. 타이탄을 부술 수 있는 건 타이탄뿐이니 말이야. 이제 돌아가라.”
시드미안 경의 말이 떨어지자 공간이 갈라지며 타이탄은 그 모습을 감추었다.
“쿠마 한 대만 해도 충분할 거야. 보통 어지간한 국가도 4백 대 이상의 타이탄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그 국가 자체라면 몰라도 그들이 후원하는 단체에 타이탄을 여러 대 줄 수 있을까? 열 대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말에 용기를 얻은 일행은 또다시 보이지 않는 적을 찾아 출발했다. 이 최강의 파티에는 타이탄까지 있으니 허무하게 전멸당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다크는 안토니 크로와에게 도대체 저 타이탄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다.
“안토니, 저 타이탄이란 건 어떻게 움직이는 거예요?”
“마법으로 움직이지.”
“마법으로요?”
“응, 과거 마법 시대에는 골렘(Golem)을 만드는 많은 방법들이 연구되었지. 참, 골렘이란 건 사람 형상을 하고 움직이기는 하지만, 나무나 돌 따위 로 만들어진 걸 말하는 거야. 나무, 돌, 철 등 뭐든지 골렘을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어.”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의 다크……………. 사실 혈교와의 전쟁에서 시체에 특별한 처리를 가해 만들어낸 강시(따屍)는 봤지만, 쇠나 돌덩어리 가 걸어 다니는 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돌이나 쇳덩어리가 사람처럼 움직인다는 말이에요?”
“응.”
“그게 왜 움직여요? 돌이 움직이는 건 본 적도 없는데…………….”
“일종의 부적 마법 같은 거지. 초기에 골렘을 움직이던 동력은 부적이었어. 하지만 나무나 돌덩어리 같은 경우 부적을 넣기 쉽지만, 쇳덩어리 안에 부적을 집어넣기는 힘들거든. 그래서 마법사들은 철의 골렘을 만들기 위해 사람 형상의 강철 덩어리에 넣을, 주문과 강력한 마법을 새겨 넣은 ‘가고 레’라는 걸 만들어 냈지. 가고레는 골렘의 주인이 보내오는 마나를 증폭시켜 강철 골렘의 곳곳으로 보내 엄청난 힘과 속도를 낼 수 있게 해 줬어.”
“대단하군요.”
“흠, 마법의 힘은 대단한 거야. 하지만 아무리 그것을 움직이는 심장이 가고레로 바뀌었다 해도, 골렘을 움직이는 명령 체계는 변함이 없었어. 자신 을 만든, 또는 자신의 주인으로 인정한 시전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지.
그런데 크류이오라는 대마법사가 외부에서 조종하는 것보다는 내부에 들어가서 조종하는 편이 훨씬 시전자에게 안전하다는 점을 생각해 냈지. 사실 마법사는 기사에 비해 너무나도 형편없는 격투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생각해 낸 방법이었지만 말이야.”
“그래서요?”
“그래서는…………? 그래서 만들어진, 사람이 탑승할 수 있게 만든 골렘을 골렘이라 부르지 않고 타이탄이라고 불렀지. 그 크기는 보통 5미터 정도…………… 더 크게 만들 수도 있지만 사실 덩치가 커지면 가고레에서 만들어 내는 마력(魔力)만으로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쓸모 없어진다구.
타이탄 겉에는 대마법 주문(對魔法呪文)을 새겨 놨고, 그 주문은 타이탄의 마력에 의해 발동되기에 웬만한 공격 마법에는 끄떡도 없어. 오로지 타이 탄에는 타이탄으로……………. 이게 정석이지. 초반에는 타이탄의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그래듀에이트급의 무술 실력을 가진 인물이라면 어느 정도 대적할 수도 있었지만, 그 정도 경지에 올라간 인물들은 거의 없었으니까……………”
“흐음…….”
“하지만 지크로라는 대마법사가 또다시 그걸 변화시켰지. 타이탄은 내부에 타고 있는 사람의 지시에 의해, 그 사람의 능력에 맞는 힘을 구사하지. 타이탄의 심장인 가고레에 힘을 공급하는 건 누구도 아닌 거기에 타고 있는 마법사니까. 하지만 주문을 외워야만 마나를 움직일 수 있는 마법사보다 직접적으로 마나를 제어하여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그래듀에이트급 기사가 타는 게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낸 게 그 사람이야.
그 실험은 성공적이었지. 하지만 공급하는 마나의 양에 있어서 마법사보다 형편없는 탑승자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가고레를 뜯어고칠 수밖에 없 었지. 그래서 더욱 더 복잡하고 수많은 기법들이 동원되었고, 그렇게 탄생한 게 엑스시온이야.”
“엑스시온?”
“응, 엑스시온은 탑승자인 기사가 보내 주는 순수한 마나를 수백 배로 증폭시켜 그것을 마법의 힘으로 바꾼 후 그 힘으로 타이탄을 움직이지. 거기 에 그래듀에이트급 기사가 마나를 움직이는 것은 거의 순간적이니만큼, 타이탄은 대단한 속도를 지니게 되었어. 그다음부터는 타이탄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타이탄밖에 없게 되었지. 기사가 타고 있는 타이탄을 부술 수 있는 것은 같은 수준의 기사가 탑승한 타이탄뿐이었으니까…………. 지금 전 세 계에는 타이탄이 5천 대 정도 있지.”
“5천 대나? 저런 괴물이?”
“응, 사실은 더 많은 타이탄이 만들어졌지만 도중에 파괴된 것들도 많으니까…………. 현재 기록상으로는 그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아.”
“그렇다면, 뛰어난 기사가 타고 있다면 그 타이탄이 다른 타이탄보다 더 세다는 말인가요? 그 기사의 기・・・, 아니 마나에 의해 움직이니까………….”
안토니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 타이탄을 움직이는 건 기사니까 기사의 능력이 뛰어날수록 타이탄도 엄청난 힘을 내는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동급의 기사가 타고 있을 때는 더 좋은 타이탄에 타고 있는 사람이 이기지.”
“타이탄에도 등급이 있어요?”
“그럼. 타이탄을 만든, 그러니까 타이탄의 핵심인 엑스시온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타이탄의 힘이 결정되지. 강력한 엑스시온은 같은 양의 마 나라도 더욱 많은 마력으로 증폭해 내거든. 그래도 그렇게 큰 힘의 차이는 없는 편이야. 그러니까 보통 타이탄이 1백의 힘을 낸다면, 아주 좋은 타이 탄이라도 120 정도의 힘을 내지. 하지만 진짜 유명한 타이탄은 달라. 역사상 유명했던 위대한 마법사들이 만든 타이탄은 그 성능 자체가 다르지. 그 것들은 보통 150 이상의 힘을 내는 걸로 알려져 있어.”
“그럼, 한 배 반 이상이나 강하단 말인가요?”
“응, 안피로스라는 대마법사가 만든 에프리온이나 헬 프로네, 코타스라는 대마법사가 만든 다크 나이트(Dark Knight : 흑기사) 등이 그런 것들이 지.”
“여태껏 많은 타이탄들이 만들어졌을 텐데…………. 왜 트루비아에는 여덟 대밖에 없어요? 좀 더 많이 만들면 다른 나라와 전쟁할 때도 편리할 텐 데………….”
안토니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타이탄 한 대 만드는 데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지. 타이탄은 엑스시온이란 심장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강철로 만든 거대한 인형에 불과해. 인형은 어 떻게 움직이지?”
갑자기 안토니가 이상한 질문을 했으니, 다크가 버벅거렸다.
“그, 글쎄요. 저는 남자라서 인형은………….”
“아참,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했군. 그럼 예를 들어 나무를 깎아 갑옷을 입힌 사람 형상의 인형을 만든다고 하자. 그냥 나무를 통째로 깎아 사람을 만 들면 그 인형이 움직이냐?”
아직도 이해를 못한 다크.
“아니죠, 인형이 왜 움직여요?”
“이런 질문이 잘못되었군. 만일 네가 나무를 깎아서 만든 인형의 손을 잡고 위로 올리면 그 인형의 손이 올라가는지, 그걸 물은 거야.”
“글쎄요.”
“물론 그냥 깎아 놓은 나무 인형의 팔이 부러지지 외부에서 힘을 가한다고 움직이지는 않지. 하지만 그 인형의 팔이 움직일 수 있도록 관절을 만들 어놨다면?”
이제야 어느 정도 감을 잡은 다크는 짧게 답했다.
“그 관절이 허용하는 각도 안에서는 움직이겠죠.”
“바로 그거야. 강철로 하나의 인형을 만들면서 어떤 각도로든 움직일 수 있도록 관절을 만들어 놓은 것. 그게 타이탄의 뼈대지. 그 위에 두꺼운 장갑 을 입히면 타이탄의 겉 부분은 완성되는 거야. 하지만 사람과 같은 움직임을 내려면 수많은 관절이 들어가야 하는데, 한두 사람이 작업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구. 타이탄의 외형이 완성되면 내부에 그 심장이 될 엑스시온을 집어넣지. 그러면 타이탄이 완성되는데, 사실 그렇게 만들어 놓으면 타이탄이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해. 엑스시온에서 나오는 막강한 마력을 타이탄의 말단 부분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해 줄 ‘크로네’를 넣어 줘야 하지. 크로네는 마법을 빨리 전달해 주는 물질인데 그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
“그렇군요.”
“그리고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야. 마법사들이 숨어서 어떤 마법 공격을 가해 온다면 덩치 큰 타이탄은 아주 좋은 목표물이 되지. 그래서 대마법 주문을 타이탄의 전신에 새기지.”
“하지만 시드미안 경의 타이탄에서는 그런 복잡한 주문은 못 봤는데요?”
“물론 못 봤겠지. 일단 타이탄의 표면에 그 주문을 새겨 놓은 다음 그 위에 마법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인 금속으로 알려진 미스릴을 입히는 거야. 미스릴도 엄청나게 비싸지. 그 미스릴 위에 또다시 페인트를 칠하면 타이탄이 완성되는 거야. 타이탄의 외부는 설명했고…………. 그 타이탄의 심장이 될 엑스시온 말인데, 엑스시온을 만드는 건 엄청나게 어려워. 엑스시온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대마법사 정도가 투입되어야 겨우 만들 수 있 다구.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또 얼마나 비싼데……………. 타이탄 한 대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은 거의 웬만한 국가의 1년 예산에 필적하는 거금 이라구. 하기야 예전에 만들어진 일부 타이탄들 같은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미스릴 처리를 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미스릴을 빼도 상관없는 거 아니에요?”
“강력한 마법사나 마법진을 만나지 않는다면 상관없지. 5미터가 넘는 강철 덩어리의 외부에 미스릴을 입히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을 절약하는 것만 해도 엄청나지. 참, 그러고 보니 미스릴 처리를 하지 않은 타이탄 중에서 아주 유명한 게 있는데………….’
“뭔데요?”
“에프리온을 만든 안피로스라는 대마법사가 만년에 만든 세 대의 타이탄이 있지. 안피로스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헬 프로네’들에는 미스릴 처리 를 하지 않았어. 그냥 대마법 주문이 새겨진 문양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는지…………. 뭐, 그것들은 외형이야 어쨌든 안피로스가 만들었기에 강력한 마력 을 내는 엑스시온이 탑재되어 있지. 미스릴 처리가 안 된 만큼 딴 것들보다 가볍고, 그래서 더 빠른… 그러니까 재빠른 몸놀림을 좋아하는 기사가 타 기에 이상적으로 설계되었다고도 하지. 하지만 전해지는 또 다른 말로는 그때 안피로스가 속해 있던 크루마 제국이 전쟁 중이라 미스릴 입힐 돈이 없
어서였다고도 해. 어쨌든 그 심장인 엑스시온이 가동되기만 하면, 엑스시온은 자신의 몸에 부착된 모든 걸 자신의 신체 일부분으로 기억하고, 그게 부서지면 자동적으로 복구하려고 들지. 그 말은 나중에 미스릴을 입힌다 하더라도 그 녀석은 그걸 자신의 몸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더군다 나 한 번 싸울 때마다 충격으로 미스릴이 조금씩 벗겨지는데, 무슨 돈으로 계속 미스릴을 입힐 거야? 그래서 그 셋은 아예 미스릴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았기에 알아보기 쉽지.”
“그럼 미스릴 처리 안 된 타이탄은 그 세대뿐인가요?”
“무슨…………. 엄청나게 많아. 특히 돈이 많이 절약되니까 미스릴 처리 안 한 타이탄이 전 세계 타이탄의 반수 이상이야. 좀 심한 타이탄은 크로네도 거 의 안 넣든지 아니면 아예 안 넣는대. 그래서 별로 유명한 타이탄은 없어. 그런 타이탄들 대부분은 제작비를 절약하기 위해 크기도 작고 말이야…………… 하지만 강력한 타이탄과 싸우기 전에는 그걸 막을 게 사실상 없으니 뭐 상관없지. 크로네를 안 넣고, 미스릴 처리도 안 하고, 기준 출력의 반도 못 내 는 엑스시온을 가진 타이탄이라도 순식간에 성벽을 허물 수 있다구. 타이탄의 강한 점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싸구려 타이탄들이 생산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