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5권 16화 –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

47명의 마법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하여튼 5사이클을 구사해 마법사라는 칭호를 받은 인물들은 여기 다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궁정 제1마법사 토지에르 경과 그의 제자도 있었다.

그들 모두는 70센티미터의 모서리가 둥글고 널찍한 육면체를 보고 있었다. 가로 1.2미터, 세로 1.0미터, 높이 70센티미터의 이 물건은 보통의 타이 탄에 사용되는 엑스시온보다 월등하게 큰 것이었다. 엑스시온의 외부에는 엄청나게 복잡한 마법 주문이 빽빽하게 쓰여 있었고, 약간 오목한 형태를 하고 있는 윗부분에는 마법 주문 대신 여러 개의 마법진들이 교차되어 있었다.

“오오, 이게 청기사의 심장입니까? 정말 크군요.”

노마법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보통의 엑스시온보다는 당연히 크지. 자네들을 여기 모두 부른 것은 이제부터 저기에 새겨진 주문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야. 저 녀석이 깨어나 면 통상 출력의 세 배나 되는 마력을 발휘하는 만큼, 그 작업에 필요한 마력도 엄청나지.”

“도대체 어느 정도의 마력이 필요한데 저희들을 다 부르셨습니까?”

“9천2백만 기간트라.”

“9천2백만 기간트라라구요? 그건 보통의 엑스시온을 만드는 데 필요한 마력의 세 배가 넘는 양입니다.”

“물론 얻는 게 크면 대가도 큰 법이니 어쩔 수 없지 않나? 저게 돌아가기만 하면 우리의 노력은 보상받을 수 있어. 안 그런가? 자, 이제 모두들 마법 진에 각자의 위치를 알려 줄 테니 거기 서게. 이제부터 마법진을 돌려 저 엄청난 거인을 깨워야지. 흐흐흐…….”

곧이어 그들은 토지에르의 지시에 따라 거대한 마법진의 곳곳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주문을 외워 마법진을 돌렸고, 거기서 발생되어 나온 엄청난 마법의 힘이 마법진의 중앙에 놓아 둔 엑스시온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엑스시온은 한낱 죽어 있는 금속 덩어리에서 생명을 가진 물질로 재탄생하고 있었다.

세 시간이 지난 후 토지에르 경의 지시에 의해 마법진의 구동이 멈추자 사방에서 탈진할 정도로 힘을 쏟아 낸 마법사들이 픽픽 쓰러져서 비 오듯 땀 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겨우 한 대의 엑스시온이 완성된 것이다. 토지에르 경도 피곤에 지친 모습이기는 했지만 완성 일보 직전에 있는 엑 스시온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금 가사

상태에 있는 저 엑스시온은 청기사의 몸체가 완성된 후, 그 속에 정확하게 자리가 잡힌 다음에야 잠에서 깨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 면 엑스시온이 자신에게 주어진 육체를 인식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그게 다 끝나면 완벽한 최강의 병기로 탄생하는 것이다.

모든 마법사들이 힘을 다 뽑아내고 지쳐서 비실거리고 있을 때 허름한 작업복을 입은 인물이 토지에르 경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질문을 했다.

“저, 토지에르 경. 엑스시온이 완성되었으면 청기사에 탑재해도 상관없겠습니까?”

“프로토타입(Prototype: 시작품, 원형) 청기사의 외형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나?”

“이제 미스릴 입히는 작업이 남았을 뿐입니다. 그 전에 엑스시온을 넣어야만 하기 때문에…………

“알겠네. 지금부터 시작하게.”

“예.”

작업복을 입은 자의 지시로 여러 작업 인원들이 달라붙어서는 도르레를 이용해 엑스시온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엑스시온은 공중에 매달린 채로 천천히 프로토타입이 위치한 지점까지 이동했고, 또 다른 작업 인원들이 달라붙어 청기사의 머리 윗부분을 해체했다. 제대로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붙여 두었지만, 머리 부분을 해체해야만 엑스시온을 안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머리와 어깨 일부분까지 해체하자 그 안에 거대한 사각형의 공간이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도르레에 매달린 큼직한 용광로가 이동해 왔다.

“천천히 부어. 야, 이 새끼야. 천천히 하란 말이야. 이게 얼마짜린 줄 알아? 한 방울도 밖으로 나가지 않게…………….

사각형 공간으로 검붉은 색의 쇳물은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 열 배나 비싸다는 ‘크로네’였다. 크로네를 어느 정도 채운 후 엑스시온을 구멍 안으로 천 천히 내렸다. 마침내 엑스시온은 크로네에 완전히 둘러싸였고, 튼튼하게 청기사와 결합하게 되었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일부 기술자들이 달라붙어 위로 튀어나온 크로네들을 말끔하게 깎아 내기 시작했다. 엑스시온의 윗부분…………. 복잡한 마법진들 이 그려진 이 부분에 기사가 탑승하게 된다. 그렇기에 청소나 유지 관리가 편하게 끝손질을 깨끗하게 해 두어야 했다.

“빨리 조립을 끝내. 빨리 움직여, 이 새끼들아. 그 의자도 제자리에 붙여. 야, 너 죽을래? 계집 다루듯 살살 다루란 말이야.”

입이 거친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기술자들은 재빨리 움직여, 엑스시온의 윗부분에 프로토타입을 지급받게 된 최고의 기사 프로이엔 폰 론가르트의 체형에 맞는 의자를 부착시켰다. 그리고 그 위로 청기사의 거대한 강철 머리가 내려지면서 고정되었다.

기술자들이 작업에 여념이 없는 동안 지친 마법사들은 쉬기 위해서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오늘과 같은 작업을 앞으로 열한 번이나 더 해야 한다. 이 정도 힘을 뺐으니 다음 작업은 일주일 후에나 있을 예정이었다.

그들이 떠나고 난 다음 멋진 근위 기사복 차림의 기사가 작업장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붉은색과 금색을 합해 놓은 그의 근위 기사복은 정말 멋있었고, 허리에는 배틀 소드(Battle Sword)를 차고 있었다. 남자답게 잘생긴, 검은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40대 초반의 기사가 들어서자 욕설을 퍼 부으며 기술자들에게 지시하던 우두머리가 깍듯이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론가르트 단장님. 이런 누추한 곳에는 무슨 일로……………”

“아니, 신경 쓰지 말고 일을 하게. 나는 내 귀염둥이를 보러 왔네. 참, 자네에게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예?”

“저 아이는 언제 완성되나?”

“방금 엑스시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미스릴을 입힐 거고, 그게 다 식은 후, 그러니까 3일 후에 청색 페인트를 칠하게 되죠. 그다음 장갑판 들을 조립하고 나면 엑스시온을 깨우게 됩니다. 엑스시온이 자신의 육체를 완전히 인식하는 데 거의 두 달이 걸리죠.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엑스시온 은 처음이니까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알겠네. 으음, 정말이지 멋진 녀석이야.”

다음 날 아침 시드미안 경 일행은 또다시 추격을 시작했다. 오랜만의 휴식으로 모두들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몇 사람만 빼고는 말이다.

라나는 신관인 주제에 술에 대한 유혹을 참지 못하고ᅳ사실 열네 살짜리한테 먹인 놈이 더 나쁘지만ᅳ약한 칵테일 몇 잔으로 시작해서 맥주까지 몇 잔 마시고는 아직도 띵한 표정이었고, 라나에게 술을 먹인 장본인인 미디아도 술이 덜 깼는지 얼굴이 부석부석했다. 막강 주량을 자랑하던 팔시온과 미카엘까지 아직도 멍한 표정이었고, 가스톤은 강인한 정신력 덕분에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입에서는 아직도 술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니까 상태가 그런대로 좋은 인물은 높은 무예의 경지 덕분에 술기운을 제압해 버린 시드미안과 상관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못 마신 스미온과 안 토니, 그리고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몽땅 풀고 기분 좋게 잠든 다크뿐이었다.

“야, 너 괜찮냐?”

입에서 술 냄새를 풍기며 팔시온이 묻자 꺼칠한 수염을 문지르던 미카엘이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투덜거렸다.

“말도 마라…………. 골이 깨지는 것 같다.”

이들의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던 가스톤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게 작작 마시라니까…………….”

그러자 미카엘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가스톤도 남의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입에서 술 냄새 난다구. 그리고 술 마시는 게 절제가 되냐? 오랜만의 술 파티인데, 죽기 직전까지 마셔야 지. 그건 그렇고 팔시온.”

“왜?”

“점심 먹을 만한 곳은 있냐?”

“있어. 조금 늦은 점심이 되긴 하겠지만 작은 마을이 있더라. 거기서 얻어먹지 뭐. 안 주면 해 먹어도 되고.”

“설마, 그 정도까지 인심이 야박하려고………….”

그들이 마을에 도착한 것은 팔시온의 말대로 점심시간도 한참 지나서였다. 그곳에서 인심 좋은 시골 여자를 만나 일행은 따뜻한 식사를 배불리 할 수 있었다. 물론 돈을 지불하기는 했지만………….

빵을 억지로 씹어 삼키고, 돼지고기가 들어간 뜨끈한 스프를 들이켜고 난 후에야 그런대로 얼굴 표정들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음식을 날라 준 시골 여자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미카엘이 투덜거렸다.

“제길, 조금 더 얼큰하게 끓였으면 좋았을 건데…………..”

그러자 미디아가 곧장 면박을 줬다.

“이런 산골짜기에서 고춧가루 구하기가 어디 쉬운 줄 알아? 여기서는 재배가 잘 안 되니까 귀한 거야.”

“하기야…………….”

미카엘은 미디아의 말에 수긍하면서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작은 병을 하나 꺼내서는 그 가루를 스프에 조금 뿌렸다. 그 독특한 향기.. 

“이봐, 나도 좀 줘.”

후추였다.

팔시온이 말했지만 미카엘의 작은 후추 병은 재빨리 그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헛소리하지 마. 이게 얼마나 비싼 건데………….”

미카엘이 질색을 하는 이유도 있었다. 고추는 웬만한 기후 조건에서도 재배가 되지만 후추는 열대 지방에서만 재배된다. 하지만 열대 지방보다는 온 대지방에 인구가 더 많았고, 또 강대한 제국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타이렌 왕국의 경우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일치를 이용해서 후추를 독점함으로써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타이렌이라는 망할 놈의

나라 때문에 후추 가격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쌌다. 그래도 요즘은 가격이 많이 내린 편이지만 예전에는 동일한 무게의 황금과 맞바꿔질 정도 로 비쌌던 때도 있었다. 어쨌든 돼지고기의 그 독특한 냄새를 없애는 데는 후추만 한 것도 없었고, 멧돼지 같이 맛은 있지만 냄새가 더 고약한 놈은 후추가 필수였다.

“제길, 겨우 후추 가지고 그럴래?”

“후루룩, 내 것을 내가 안 주겠다는데 왜 그리 잔소리가 많아. 아니꼬우면 너도 가지고 다니라구.”

미카엘이 약을 올리자 팔시온이 미카엘을 덮쳤고, 둘은 겨우 후추 병 하나를 두고 드잡이질을 시작했다.

그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는 인물들이 있었다. 하는 짓거리를 한참 지켜보던 그들 중 한 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꽤나 유쾌한 패거리군.”

그의 말에 뒤에 서 있던 인물이 조심스레 물었다.

“지금 시작할까요?”

“아니야, 나중에 하지. 여기는 지형이 안 좋아서 타이탄을 사용하기는 별로야. 이 산맥을 통과한 후에 하기로 하자.”

“너무 늦지 않을까요?”

“아니야, 이런 산길에서 저놈들이 도망치면 잡기도 어려워. 일단 평지로 나가면 그때 타이탄을 불러내서 시작하기로 하지.”

“예.”

“또 놈들 중에 마스터급이 있다고 하니까……………. 만약에 그놈이 타이탄이 없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기회에 죽여 버려야 한다. 산속이라면 추격 자 체가 불가능해. 그러니까 지시가 있을 때까지 멀찍이서 추격만 하기로 하자.”

“알겠습니다.”

프로토타입 청기사의 거대한 몸체가 수많은 쇠사슬들에 연결되어 들리기 시작했다. 청기사의 몸체 구석구석에는 대마법 주문들이 기록되어 특이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

“천천히 올려, 이 새끼들아……….”

청기사의 거대한 몸이 완전히 들렸다가 천천히 눕혀졌고, 기술자들이 달라붙어서 청기사의 몸체 위에 미스릴을 녹인 액체를 부어서 두껍게 코팅을 했다. 한쪽이 모두 끝나면 청기사의 몸을 조금씩 돌리면서 작업을 계속했다. 청기사의 몸체 전체에 미스릴을 입히는 작업을 하는 데 무려 이틀이나 걸렸다.

청기사의 본체가 완성되자 이제는 페인트 공들이 달라붙어서는 조금 짙은 푸른색 페인트를 매끄럽고 세심하게 칠하기 시작했고, 이 작업도 저녁때 에 이르러 끝났다. 이제 청기사를 만드는 공정은 완성에 다다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청기사의 조립이 시작되었다. 손, 발, 요부(腰部:허리), 흉부( 견부肩部: 어깨)의 요철 부위에 이미 미스릴을 입 가슴), 힌 후 페인트까지 세심히 칠해서 준비해 둔 1차 장갑이 부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청기사의 흉부 2차 장갑을 부착했다. 그리고 그게 떨어지 지 않도록 확실하게 마무리한 후, 가장 두꺼운 타이탄의 갑옷인 2차 장갑과 흉부 3차 장갑을 입히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보통의 타이탄은 흉부라도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2차 장갑을 붙이는 것으로 끝내지만 청기사는 3차 장갑까지 입혔던 것이다.

그날 저녁 늦게야 모든 장갑판들을 청기사에 부착하는 데 성공했다. 그때 궁정 제1마법사 토지에르 경이 등장했다. 그는 청기사의 왼손에는 거대한 방패를, 오른손에는 3.6미터에 이르는 엄청난 장검을 장착한 다음 청기사의 위로 올라갔다. 청기사의 머리는 뒤로 젖혀진 상태였기에 토지에르 경은 손쉽게 청기사의 조종석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자리에는 앉지 않고 그냥 선 채로 손을 앞으로 뻗어 주문을 외웠다.

“그대 위대한 힘을 간직하고 있는 자여, 그대에게 새로운 몸이 주어졌으니 이제 잠에서 깨어, 이 세상을 오만하게 굽어보며 그 위대한 힘을 자랑하 라.”

그와 동시에 엑스시온에서 희미하지만 영롱한 빛이 뿜어 나오기 시작했고, 토지에르 경은 재빨리 프로토타입 청기사에서 내려왔다.

“두부를 원상 복구하고 청기사 주변에 있는 모든 철 구조물을 치워라.”

“예. 야, 모두들 빨리 움직여라. 이봐, 그 사다리 빨리 치워. 머리에 감긴 사슬 천천히 내려, 이 새끼들아, 너희 마누라 유방 만지듯 살살………. 옳지, 그렇지.”

청기사의 머리가 닫히고 쇠사슬까지 완전히 제거되자 토지에르 경이 기술자들의 우두머리에게 말했다.

“자네 아랫사람 부리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군. 나는 완전히 조립이 끝나려면 내일 점심때는 넘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우두머리는 상급자의 칭찬에 입이 귀까지 찢어졌다.

“감사합니다, 토지에르 경.”

토지에르 경은 품속에서 제법 묵직해 보이는 가죽 주머니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모두들 함께 술이라도 한 잔씩 하게나. 청기사의 프로토타입이 완성된 데 대한 폐하의 기쁨의 표시라 생각하고 오늘은 모두들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 보게.”

“감사합니다, 토지에르 경.”

평지에서는 그런대로 따라왔지만 험난한 산길을 통과하게 되자 라나가 드디어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런 여행을 감당할 만큼 체력이 따 라 주지 못했던 것이다.

“팔시온, 발 아파요. 좀 쉬었다가 가요.”

워낙 험한 산길이어서 말을 탈 수는 없었고, 적당히 짐만 싣고 끌고 다녀야 하는데, 라나는 조금만 걸으면 “발 아파요”였고 약간만 강행군을 하면 얼 굴색이 하얘지면서 뒤로 넘어갔다. 그야말로 체력은 완전 꽝이었던 것이다.

이 짐 덩어리로 인해 시간은 더욱 지체되고 있었고, 모두 곱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당연했다. 거기다 약간만 힘든 일을 시키면 연약한 여자가 어쩌구 해 대면서 반항하고……………. 심지어는 설거지조차 안 하려고 드니 좋아할 사람이 있겠는가 말이다.

“제길, 그때 꽁꽁 묶어서 병사들 편에 보내 버리는 건데………….”

시드미안의 투덜거림에 팔시온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때 보냈어야 하는 건데………….”

“그래도 중간에 도망쳐서 또 따라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나.”

“이왕에 데리고 왔으니 일단 이 산맥을 넘어야지요. 놈들의 흔적으로 봤을 때 아무래도 토리아 왕국 쪽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토리아와는 사이가 안 좋으니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요?”

“흐음, 토리아의 국경 요새를 거치지 않고 들어가는 길은 없나?”

“몇 군데 있습니다. 사실 그 넓은 곳을 다 지킨다는 건 무리니까요. 요새가 건설된 곳은 많은 군사들이 통과할 만한 널찍한 산길들이죠. 좀 험하더라 도 돌아가면 길은 많습니다.”

“좋아. 제일 안전한 곳으로 부탁하네.”

“하지만 라나가 따라올 수 있을지…………….

그러면서 둘은 저 뒤 말 등에서 위태위태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소녀를 쳐다봤다. 이렇게 험한 산길에서까지 말을 타야만 하는 짐 덩어리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