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6권 1화 – 마도사에 관한 정보
마도사에 관한 정보
한참 서류를 뒤적거리며 읽고 있던 토지에르는 문이 열리며 제자가 들어오는 걸 보고 말했다.
“어떻게 되었느냐?”
“죄송하지만 한 발 늦었습니다. 며칠 동안 몬스터 사냥을 한다고 통행증을 발급받아서는 고헨으로 떠났습니다. 그들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그레이시온 산맥에 있 는 몬스터를 잡으러 갔겠지만… 거짓말일 수도 있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그레이시온 산맥을 넘으면 뭐가 있지?”
갑작스런 질문에 제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예, 산맥을 넘으면 크발룬 제국이 나오죠.”
“흐음, 그놈들이 크발룬에는 왜 갔을까? 거기에는 딱히 이렇다 할 뭔가도 없는데……. 아니야, 그놈들이 크발룬에 갈 가능성은 없어. 어딘지 모르겠지만 중간에 딴 곳으로 샜을 가능성이 크지. 그래, 뒤처리는 어떻게 해 놨느냐?”
“일단은 미네온과 고헨에 첩자들을 남겨 뒀습니다. 추격을 할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너무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오히려 놈들에게 역추적당할 수도 있기에 그 냥 뒀습니다.”
““잘했다.”
“참, 미네온에 있던 녀석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코린트 기사 네 명하고 마법사 한 명이 그쪽에 도착했답니다. 목적은 무투회 관람 및 관광이라는데요?”
코린트라는 말이 나오자 노마법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불편한 심정인 듯 약간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그놈들의 신상은 파악했느냐?”
“예, 신상 파악은 의외로 쉬웠습니다. 마법사는 길레트 지오네. 기사들은 크로돈 안티네스, 토리오 지르네인, 리나 인트레인, 지단틴 카메오. 모두들 철십자 기사단 의 그래듀에이트들입니다. 전쟁의 신전에 가서 그들이 맞는지 확인까지 끝냈습니다.”
제자의 말에 토지에르는 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신음을 터뜨렸다.
“으음, 드디어 올 것이 왔군.”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도 드로아 대 신전에서 추격이 지지부진하니까 황궁에 보고를 올린 모양입니다.”
“큰일이군. 어쨌든 모든 일을 알카사스에서 벌일 수밖에 없겠어. 사건을 만들어 코린트의 이목을 그쪽으로 집중시켜 놓고는 시간을 버는 수밖에 도리가 없겠지. 아직도 나머지 청기사들이 모두 깨어나는 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해. 우선, 첩자들에게 그놈들의 동행을 철저히 감시하라고 일러라. 대신 꼬리 안 잡히게 조 심하라고 하고…….”
“스승님, 철십자 기사단이라면 가장 좋아 봐야 카로사 또는 로메로급 타이탄을 쓰는데……. 그놈들을 몽땅 없애 버리면 어떻겠습니까?”
“없애 버린다고? 그렇다면 알카사스 내에서 타이탄 전쟁을 벌이자는 말이냐? 네놈은 정신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마도 왕국에서 그딴 짓을 했다가 잘못하면 공 간 이동을 역추적당해서 이쪽의 정체가 노출될 수도 있는데…….”
그러자 제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제3국을 통해서 기사들을 투입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뭔가 눈치 챘을지도 모르는 그 시드미안이라는 놈의 일행까지 몽땅 다 잡아들이는 겁니다. 아마 로 메로 열 대 정도 동원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겁니다. 승리하면 다섯 대의 타이탄이 거저 생기는 거구요. 어떻습니까?”
“하지만 안전하게 해치우는 데 로메로를 열 대나 동원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어쨌든 궁리는 한번 해 보자. 어이구! 그놈의 소드 마스터를 해치워서 한시 름 놓나 했더니. 만약 그놈들이 시드미안과 접촉한다면… 그러니까 그놈들도 드래곤 하트를 추격해 왔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손을 써야겠지만, 지금은 놔두 는 게 좋겠다. 진짜 관광이나 하러 온 놈들인지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시드미안 경 일행은 미네온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시드미안의 지시로 수정 지팡이 여관’이 아닌 유리구슬 여관에 자리를 잡았다. 아마도 지미와 라빈이 다크 와 함께 있고 싶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따른 시드미안의 배려였다. 하지만 지미와 라빈의 생각은 이번에도 그의 생각과 달랐다.
조용하고 끈질긴, 그러면서 군소리 안 하고 어려운 일을 해 나가는 다크에게 그 둘은 슬슬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자아가 남자면 어때? 저렇게 예쁜 데……. 암, 그렇고 말고. 자고로 미인에게는 모든 게 용서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2인용 방 있어요?”
“예.”
“오, 잘되었군. 그럼 4인용이나 5인용 방은요?”
“4인용 방은 있습니다.”
“그럼 4인용 방 둘하고 2인용 하나 주세요.”
“2인용이면 더블(double)? 트윈(twin)?”
“트윈!”
주문을 자세히 듣고 있던 지미가 화를 내며 끼어들었다.
“잠깐! 그럼 침대가 모자라잖아요? 한 명은 땅바닥에서 자란 말이에요?”
그러자 시드미안이 능청스레 말했다.
“방을 네 개나 빌려서 전력을 분산시킬 필요는 없잖아. 번갈아 가며 바닥에서 자기로 하지. 이번에는 다크 때문에 잔심부름 할 일도 없으니 오히려 잘되었잖아? 안 “그래?”
짐을 푼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마법사 길드로 향했다. 또다시 문의할 사항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마법사 길드 1층 접객실에 앉아 있던 여자가 물어 오자 팔시온이 재빨리 대답했다.
“흑마법에 대해 문의할 게 있어서 왔는데요. 잘 아시는 분이 계시면 좀 주선해 주십시오.”
“흑마법이라…….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 여자는 한참 두툼한 책을 뒤적거렸다.
“원래가 흑마법을 연구하시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 본격적으로 흑마법에 뛰어드는 사람은 흑마법사뿐이죠. 그러니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군요. 6층에 있는 2 호실에 들어가세요. 문에 ‘2’라고 쓰여 있을 겁니다.”
“고맙소.”
일행은 계단이 있는 곳으로, 아니 계단이 있을 법한 곳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리저리 기웃거렸지만 계단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 여자는 일행이 돌아다니는 걸 처음에는 이상한 눈길로 쳐다봤지만 곧이어 그들이 찾는 게 ‘계단’이란 걸 눈치 채고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 여기는 계단이 없어요. 6층으로 가시려면 저기 있는 마법진에 서서 ‘고매하고도 아름다우신 세레네 님이시여, 제발 우매한 저희들을 6층으로 보내 주십 시오’하고 말하면 되죠.”
모두 자신들의 무식함에 얼굴이 벌게져서는 그 마법진 위에 섰다. 팔시온도 빨개지려는 얼굴색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이따위 이동 마법진은 신기할 것도 없다는 듯 일부러 노련한 인상을 풍기며 재빨리 시동어를 외쳤다.
“고매하고도 아름다우신 세레네 님이시여, 제발 우매한 저희들을 6층으로 보내 주십시오.”
주문을 외우고 5초 정도 지나자 갑자기 그들의 시야가 흐려졌다가 밝아졌고, 그 여자가 앉아 있던 테이블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 왔군. 아주 편한데?”
“이런, 이것도 몰라서 계단을 찾는다고 돌아다니다니, 이런 개망신이…….”
“뭐 나중에라도 알았잖아? 자, 빨리 가자.”
“2자가 적힌 문이라……. 음, 저기 있네.”
똑똑.
“들어오시오.”
문을 열자 거기에는 전에 그들과 대화를 나눴던 그 근엄한 마법사 할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당신들은?”
“어? 여기 계셨군요. 그때 도움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노마법사는 일행의 뒤에 서 있는, 전에 봤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살아 있는 눈빛을 한 아름다운 소녀를 볼 수 있었다. 노마법사는 그쪽으로 다가가서 는 그 소녀를 가볍게 들어 올려 뺨에 뽀뽀를 했다.
“이야, 놀랍게 변했구나. 정말 예쁜 아이군. 쪽!”
“아니, 이 변태 영감이 뭐 하는 짓이얏!”
퍽!
“으윽! 성질은 하나도 안 변했군. 여자 아이라면 다소곳한 맛이 있어…, 윽!”
또다시 노인의 정강이를 걷어차고는 씨근거리는 소녀를 뒤로하고, 노마법사는 아픈 곳을 문지르며 시드미안에게 물었다.
“아야야야……. 그래, 이번에는 무슨 일로 왔나?”
“아…, 예. 혹시 이렇게 생긴 마신이 있나요?”
시드미안 경은 신탁에서 받은 그림을 내밀었다.
“어디 보자……. 으음, 이렇게 생긴 건 없고 이거 비슷하게 생긴 건 있지.”
“비슷하게라도 생긴 게 있으면 좀 말씀을……..
노마법사는 서가에 꽂힌 수많은 책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그중 한 권을 꺼내서는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 책을 내밀었다.
““바로 이 녀석이지. 크로네티오.”
노마법사가 펼쳐 놓은 페이지에는 신탁에서 받은 그림과 조금 다르긴 했지만, 세 개의 뿔을 가진 대가리를 어깨 위에 얹은 무시무시한 악마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 다.
“그 외에 둘이 더 있지. 어쨌건 뿔 셋을 가진 악마들은 많지만, 뿔 세 개가 이런 식으로 교차하는 건 이 셋뿐이야. 크로네티오, 지르누, 크로돈…….”
“저희들은 흑마법에 대해서는 그리 잘 아는 편이 아니라서 그러는데요, 만약 어떤 사악한 마법사가 흑마법을 쓰려고 한다면 이 셋 중 누구를 택할까요?”
“흐음, 물론 될 수 있다면 강한 마신을 택하는 게 좋지. 저 셋의 순위는 크로네티오, 지르누, 크로돈 순이야. 흑마법은 신성 마법과는 약간 다르지. 신들의 순위는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아. 그러니까 어떤 신을 믿든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면 더 강한 신성 마법을 쓸 수 있고, 또 상대도 거기에 타격을 받게 된다네. 하지만 흑마법은 다르지. 흑마술사끼리 싸우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 자네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는 거의 1백여 종류의 마신들이 있지. 또 고대에 발견된 마신들은 몇 백이나 되는지 알 수도 없어. 아마 내 예상으로는 한 5백은 넘을 거라고 생각되네만. 그 마신들은 순위가 매우 정확하게 정해져 있지. 아무리 강력한 흑마법을 쓰더라도 하급 마신의 힘으로 상위 마신과 계약을 맺은 사람에게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네. 심지어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니까. 그래서 흑마 법을 배우려면 최대한 강한 마신과 계약을 맺는 게 유리하다고 봐야 해. 그래야 더 강한 흑마법을 쓸 수 있고 또 마법의 가짓수도 많으니까…….”
“그렇다면 마왕 크로네티오라는 말입니까?”
“그렇네. 흑마법은 딴 건 몰라도 처음에 마신과 계약을 맺기가 힘들지. 강한 마신을 불러내야지만 계약을 맺을 게 아닌가? 마법사 자신의 실력이 딸리면 강한 마신 을 불러낼 수 없어. 아마 크로네티오를 불러내려면 6사이클이나 그 이상의 실력이 있어야 가능할 걸세.”
“오호, 그렇다면 여기는 마법사 길드니까 각 국가에 소속된 마법사의 명단이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까요? 6사이클 이상만.
그 말에 노마법사는 빙긋이 미소 지었다.
“전쟁의 신전과 달리 마법사 길드는 각 국가 체계로 돌아가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건 알카사스의 마법사들뿐이야. 다른 나라의 마법사가 몇 명인지는 알 수가 없 지. 또 각 국가의 5사이클 이상 마법사의 명단과 수는 국가 기밀이라네. 알겠나?”
“하지만 저희들은 저희를 공격했던 그 마도사 녀석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의 힘으로 봤을 때 6사이클 이상이라고 생각되는데……. 안 될까요? 이미 지만 보면 그놈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건 어느 누구에게 부탁해도 안 될 거야. 타이탄의 수와 그것을 조종하는 그래듀에이트의 수가 외부에 드러나는 국가의 힘이라면, 마법사의 수는 그 국가의 감 춰진 힘이라네. 마법사 개개인의 힘도 어마어마하고, 또 그들이 뭉친다면 웬만한 국가 하나 박살 내는 건 손쉬운 일이지. 공격력은 대단하지만 방어력은 별 볼일 없 는 마법사의 명단이 유출된다면 적국은 당장에 그들을 암살할 테고, 그러면 그 나라는 몇 년 지나지 않아 끝장이지. 알겠나?”
이때, 한참 듣고 있던 다크가 그들의 말에 끼어들었다.
“이봐요. 아까 하위 마신의 흑마법으로는 상위 마신과 계약 맺은 자에게 타격을 줄 수 없다고 했죠?”
“으응?”
한참 대화를 하던 중이었기에 잠시 다크의 말을 못 알아들었던 노마법사가 잠시 시간을 지체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그렇다면 만약 상위의 마신과 계약을 맺으면 하위의 마신에게 걸린 저주는 무효가 되는 건가요?”
“아마 그럴 거야.”
“그렇다면 크로네티오보다 더 강한 마왕에는 뭐가 있죠?”
“크로네티오는 대단히 강한 마왕이야. 그보다 더 강한 마왕은 거의 없어. 비슈누, 시라에뉴, 바크로니아, 도니티에……. 이 넷뿐이지.”
“그럼 그놈들 중 하나를 좀 불러 줘요. 불러 줄 수 있죠?”
“뭐? 너 지금 제정신이냐?”
상대에게 정신 상태를 의심받는 듯한 눈길을 받으면서도 그 소녀는 꿋꿋했다.
“예, 제정신이에요.”
“하지만 그놈과 계약을 맺기에는 너는 터무니없이 약해. 계약을 맺기도 전에 몸이 붕괴된다구. 계약을 맺으려면 엄청난 마나가 필요한데….
“그 녀석에게 부탁하면 되지요. 계약을 맺고 그 후에 마나를 가져가면 안 되겠느냐고……. 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그따위 마나 정도는 얼마든지 줄 수 있어요.”
“완전히 돌았군. 꼭 너는 그 마왕 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원상태로 돌아가고 싶냐? 흑마법사가 되면 점점 마성이 자라나서 계약을 맺은 후 30년, 길게는 50년 도 안 되어 너의 혼이 마왕 놈에게 완전히 먹혀 버리는데도?”
“먹힌…다구요?”
“그럼, 먹히지. 그렇게 되면 피에 굶주린 광기를 부리든지 아니면 죽든지 둘 중 하나가 되지. 어때? 그래도 악마와 계약하고 싶냐?”
“흐음, 그건 좀 생각해 봐야겠는데……?”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미래가 창창한 소녀가 할 소리가 아니라구. 수련이나 해.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힘을 되찾을 거 아냐?”
“그게 좋겠군요.”
둘의 의견이 일치되는 듯하자 시드미안이 노마법사를 향해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식사나 하러 가시죠. 전에 조언해 주신 데 대한 고마움도 표시할 겸…….”
“뭐, 그러지. 하여튼 자네들처럼 특이한 파티는 보다 보다 처음이니까……. 그런데 왜 그 그림의 대상을 찾는 건가?”
“이번에 드로아 대 신전에서 드래곤 하트가 없어졌습니다. 그것의 행방에 대해 신탁을 받으니까 그게 나오더군요.”
“드래곤 하트라고?”
““예.”
“정말 무서운 물건이 없어졌군. 드래곤 하트라면 엄청난 힘을 낼 수 있지. 어쨌든 내려가세. 나도 출출하군.”
“예.”
모두 조르르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자 노마법사가 외쳤다.
“1층으로!”
그와 동시에 일행은 1층으로 이동되었다. 마법진에서 밖으로 나오면서 팔시온이 궁금한 듯 노마법사에게 물었다.
“어? 주문이 다른데요? 저 여자는 ‘고매하고도 아름다우신 세레네 님이시여, 제발 우매한 저희들을 6층으로 보내 주십시오’라고 말하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노마법사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쫓아가서 윽박질렀다.
“세레네, 너 또 손님들한테 장난쳤구나. 그러지 말라고 얼마나 얘기했냐?”
그러자 그 여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움츠렸는데, 간혹 어깨가 떨리는 것이 우는 것인지 소리 죽여 웃고 있는 건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어쨌든 노마법사의 행동을 보고 자신들이 완전히 농락당했다는 걸 알아챈 팔시온의 얼굴이 시뻘게졌지만, 노마법사가 대신 화를 내고 있으니 참을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아마도 속으 로는 욕지거리를 하고 있겠지만…
노마법사는 일행들과 함께 밖으로 나오며 사과했다.
“미안하군. 애는 참 좋은데, 장난기가 좀 지나쳐서 말이야. 애교로 봐주길 부탁하네.”
“괜찮습니다.”
팔시온은 그렇게 말했지만 뒤에서 누군가가 킥킥거리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 말에 속아서 그렇게 기나긴 ‘주문’을 외웠다는 게 분했 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닌가?
‘새끼들…, 지들도 속았으면서 대표로 주문을 외운 나만 비웃다니. 나쁜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