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6권 10화 – 아직은 뛰어봤자 벼룩

아직은 뛰어봤자 벼룩

아무리 상대보다 세 시간 정도 빨리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그냥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군견들을 앞세워 쫓는 데다가, 여기에 그래듀에이트까지 열다섯 명이 나 동원되었다. 또 수도 근방의 모든 군대에 비상이 걸려 금발머리 소녀를 찾기 위해 곳곳을 누비고 있는데 잡히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다. 거기다가 정찰 나간 용 기사를 통해 다크의 수법이 드러나면서 이쪽은 매우 정중하게 다크를 도둑으로 몰면서 수소문을 했고, 그러다 보니 목격자들의 확실한 진술을 받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죽자고 도망 다니던 다크는 그날 저녁때쯤 군견들을 이끌고 있는 패거리들에게 포착되었다. 다크는 곧 군견의 목걸이를 잡고 있는 병사들을 헤치며, 최대 한 살기를 억누른 채 무시무시한 눈으로 쏘아보며 다가오는 드미트리 실바르를 볼 수 있었다.

“오랜만이네요.”

드미트리 실바르는 성질이 나 있는데 상대가 빙그레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네 오자 그것까지도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 실바르는 화가 난 김에 그대로 소녀의 뺨 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 꽤 재빠른 손놀림이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성이 약간이나마 남아 있었기에 힘이 너무 세게 들어가지 않게 조절한 것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재빨리 머리를 살짝 뒤로 빼서 그 손을 피했다. 부하들과 동료들 앞에서 헛손질까지 하게 된 드미트리 실바르는 이제 완전히 이성을 상실하고야 말았다. 짝! 짝!

“끼약!”

“곱게 잘 대해 줬더니 도망을 쳐? 거기다가 날 깔보는 그 태도는 뭐야?”

퍽!

아직도 윗사람들에게 들볶인 화가 안 풀렸는지 뺨을 맞고는 쓰러졌다가 비실비실 일어서려는 소녀의 배를 사정없이 차 버렸고, 소녀는 한 2미터쯤 날아가더니 나 무에 처박혔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씨근거리면서 소녀 쪽으로 가려는 실바르를 누군가가 뒤에서 말렸다.

“그만 두게. 더 이상 때리면 죽어 버릴 거야. 일단 임무는 완수했으니 돌아가자구.”

다크가 축 늘어진 채 장기간의 외출을 끝내고 돌아온 것은 해가 완전히 저문 뒤였다. 군데군데 찢어진 옷을 입고 기절해 있는 소녀를 안고 들어오는 드미트리 실바 르를 보며, 토지에르는 미소 지으며 환영했다.

“자네 보기보다 능력 있군. 예상보다 빨리 잡아 왔어.”

하지만 다크를 받아 들고 그녀의 몸을 살피던 토지에르의 눈꼬리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한 거냐?”

“예?”

“얼굴의 멍, 입안은 완전히 다 터졌고, 갈비뼈가 두 개는 부러졌군. 그리고 손등에도 뼈가 두어 개 부러졌고……. 내장은 멀쩡한가? 참 내, 도대체 얼마나 분풀이 를 한 거지?”

“저어, 그게…….”

“나쁜 녀석! 이런 아이를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이렇게 두들겨 패?”

“저, 딱 세 대밖에…….”

“닥치고 나갓!”

“옛!”

열받은 상전을 피해서 기사들이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는 걸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공작이 다가왔다.

“이 아이로군.”

“예, 전하. 아쿠아 룰러 때문에 마법이 통하지가 않으니 공작 전하께서 잠시 살펴봐 주시겠사옵니까?”

“그러지.”

공작은 축 늘어진 소녀에게 다가가서 마나를 그녀의 몸속에 집어넣어 몸의 상태를 살펴 나갔고, 곧이어 소녀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상이 있다.”

“예?”

“내장이 터졌어. 빨리 치료 마법을 사용하게.”

“예.”

하지만 치료 마법은 아쿠아 룰러에게 막혀 아무런 효과를 주지 못했고, 그 때문에 신관을 불러와서 축복까지 해 봤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그들은 절망할 수밖

에 없었다.

“이 아이가 죽는다면.

공작의 물음에 토지에르는 비장한 어조로 답했다. 사태가 점점 심각하게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 피의 대가를 우리가 지불해야만 할 것이옵니다.”

“도대체 방법이 없나?”

“아쿠아 룰러가 모든 마법을 다 무(無)로 돌리고 있사옵니다. 엄청나게 강력한 마법이라면 아쿠아 룰러의 방어막을 뚫을 수 있겠지만, 사실 그렇게 강력한 치료 마 법은 없사옵니다. 공격 마법이라면 몰라도…….”

“정말 큰일이군.”

한 30분 정도 이리저리 궁리를 하던 공작이 물었다.

“아쿠아 룰러는 어느 정도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

“예.”

“그러면 아쿠아 룰러에게 부탁해 보게. 자신이 선택한 주인을 살리는 일이니 제발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한번 해 보겠사옵니다.”

토지에르는 아쿠아 룰러에게 마나와 정신을 집중시켰다.

“아쿠아 룰러여, 그대가 이 주인을 살리고 싶다면 내 말에 응답을 하라. 우리는 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대가 그걸 방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아이가 죽었을 때 그 피의 값은 우리가 아닌 그대가 져야 한다. 만약 그 값을 그대가 지불할 생각이 아니라면 내가 그대의 주인에게 사용할 치료 마법을 방해하지 마라. 알겠는가?”

그 말이 끝나자 아무런 특징도 없는 푸른 보석이 박힌 작은 금반지에서 옅은 마법의 오라(Aura)가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은 곧이어 사라졌다. 빛이 사그라들자 공작 이 재빨리 말했다.

“이제 치료 마법을 써 보게.”

“예.”

그다음에 사용한 치료 마법은 그대로 소녀의 몸속으로 전달되었다. 부러졌던 뼈가 제자리를 찾아가서 붙었고, 내상도 치료되었는지 창백하던 안색도 차츰 발그레 해졌다. 그리고 광대뼈 부근에 나 있던 시퍼런 멍 자국들도 없어졌고, 손발의 군데군데 나 있던 긁힌 자국들도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아으으응…….”

잠에서 깨어나서는 한참 기지개를 펴던 소녀가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는……?”

그녀의 옆에는 언제나와 같이 세린이 서 있었다. 세린의 몸 군데군데에 멍이 좀 들어 있다는 게 다크가 떠나기 전과 달랐을 뿐, 모든 게 이전과 똑같았다. 그리고 다 크의 몸에 잠옷이 입혀져 있는 것하고……. 다크는 언제나 잠옷을 입지 않았다. 낮에 입던 옷을 그대로 입거나, 아니면 내일 입을 새 옷을 입고 그대로 잠이 든다. 잠꼬대를 하지 않고 두세 시간 동안 거의 죽은 듯이 잠이 들기에 옷은 하나도 구겨지지 않았다.

다크는 정신이 들자마자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고 또 만져 봤다. 그 어떤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삐어서 퉁퉁 부어올랐던 오른발도 마찬가지였다.

“기술도 좋군. 벌써 치료를 다 한 건가? 세린, 옷을.. 으응? 이건 뭐야?”

다크는 세린의 손과 발에 나 있는 멍 자국을 노려보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런 다음 그녀의 손을 살며시 만졌다.

“나 때문에 맞은 거구나. 많이 아팠지?”

세린은 상냥하기 그지없는 다크의 위로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주인님, 엉엉.

다크는 울음을 터뜨린 세린을 살며시 안아 줬다. 몸에까지 상처가 있다면 아플 것이므로 아주 살며시 안았다.

“개자식들!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렇게 두들겨 패?”

“주인님, 도망가지 마세요……. 엉엉, 나 죽는 줄 알았다구요, 엉엉.”

울고 있는 세린을 토닥거리며 다크는 아예 탈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힘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탈출하면 어떤 꼴이 되는지 이번에 확실히 느꼈으 니까…….

그날부터 다크는 또다시 예전과 같은 생활을 시작했다. 이제는 아예 바깥출입은 하지 않고 하루 두 번의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다 운기조식에 쓴다 는 점이 달랐을 뿐이다.

다크가 운기조식을 할 때면 아쿠아 룰러는 고수들이 봤을 때는 미약한 양이지만 다크로서는 감히 꿈도 꾸기 어려울 정도의 내공을 전해 줬다. 다크는 처음 아쿠아 룰러를 끼고 운기조식을 했을 때 그걸 느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아쿠아 룰러로부터 들어오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기를 외부로부터 끌어 들이고 있었다.

다크가 현재 하고 있는 수련법은 현문의 정통심법인 태허무령심법. 거기에다가 북명신공을 약간 혼합하여 대자연의 기를 끌어 들여 급속도로 내공을 증진시키는 중이었다.

이제 아예 탈출을 포기한 만큼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운기조식에 쏟고 있었고, 이런 식이라면 6개월 이내에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환골탈태할 정도의 내공만 쌓인다면.. 그다음은 북명신공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다시금 힘을 되찾는다면 이놈의 나라를 묵사발을 내 주고 당당히 떠나겠다. 그것이 다크의 새로운 계획이었다.

“그녀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

다크가 잡혀 온 지 3일 후 토지에르에게 호출된 실바르는 상관의 질문에 재빨리 대답했다.

“예, 아예 탈출은 포기했는지 방 안에만 있습니다. 세린의 말로는 하루 종일 침대 위에 앉아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운동을 좀 하는 게 건강에 좋을 텐데……. 어쨌든 세린을 두들겨 팬 건 잘한 것 같아. 아마도 다음에 도망칠 때는 세린을 함께 데리고 가든지 아니면 아예 도망을 포기하겠지. 지금까지 조사해 본 그녀의 성격은 그렇게 차가운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고, 나는 내일부터 시작될 전쟁 때문에 자리를 비워야 하니 철저히 감시하도록!”

“옛,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좋아. 한동안은 시간이 없으니 오늘은 그녀를 좀 만나 봐야겠군.”

“지금 만나 보시겠습니까?”

“그러세나. 안내하게.”

“옛.”

토지에르가 다크의 방에 들어갔을 때 다크는 침대 위에 책상다리유식한 말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사람이 들어서는데 아는 척도 안 하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자 토지에르는 헛기침을 했다.

“험,험…….”

하지만 계속 반응이 없자 세린을 쳐다봤고, 세린이 재빨리 옆으로 가서 다크를 불렀다. 다크가 자신이 이렇게 앉아 있을 때 절대 몸을 건드리지 말라고 한 말은 잊 지 않고 있었다.

“주인님! 주인님!”

잠시 시간이 흐르자 다크는 천천히 눈을 떴고, 눈앞에 웬수 같은 마법사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이냐?”

“허허허, 우선 손님에게 자리라도 권하는 게 예의가 아닐까?”

“아무 데나 앉아.”

차가운 다크의 대꾸에도 토지에르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화장대 앞에 있는 의자를 가져다가 다크의 앞에 놓고는 앉았다.

“실은 한 가지 돌려받을 게 있어서 왔지.”

“뭘?”

“청기사를 돌려다오. 네가 가져간 거 다 안다.”

“청기사? 처음 들어보는데.. 그런 사람 만난 적도 없으니 돌아가라구. 성질 건드리지 말고.”

“청기사는 사람이 아니야. 자네가 훔쳐 간 타이탄 이름이지. 도망치던 그날 타이탄 한 대를 훔쳐 간 게 자네가 맞지? 그건 아주 비싼 거니까 돌려줘.”

잠시 생각하던 다크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다는 듯 외쳤다.

“타이탄? 맞아! 까맣게 잊고 있었군. 제길! 그때 그 녀석을 불러냈다면 그렇게 두들겨 맞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 청기사의 주인이 되었는지는 묻지 않을 테니 돌려주게나. 그거 한 대를 만드는 데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지. 또 코린트에 대적하려면 그 녀석은 꼭 필요 해.”

“못 주겠다면?”

상대의 심통 어린 대답에도 토지에르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자네가 줄 때까지 자네를 핍박하는 수밖에 없지. 아쿠아 룰러 때문에 마법은 안 걸리지만 물리적인 힘은 통하니까 말이야. 어때, 죽도록 두들겨 맞고 싶나? 아니 면 순순히 말로 할 때 돌려주겠나?”

토지에르가 한 말은 꽤나 잔인한 것인데도 미소를 짓고 말하니 뭔가 느낌이 조금은 달랐다. 하지만 그 위협에 다크는 눈도 깜짝 안 했다.

“꽤 유치한 협박을 하는군. 겨우 그따위 고통이 겁날 줄 아나?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견디고 이 자리에 와 있어. 지옥과 같은 고통들도 수도 없이 맛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감도, 또 쓰디쓴 배신도.. 그 고통들에 비하면 몽둥이찜질쯤이야 별것도 아니지. 좋아, 그렇게 원한다면 지금 그 녀석을 불러내 볼 까? 내가 탄 청기사란 녀석을 박살 내 보라구. 그다음에 나한테서 그걸 빼앗아 가는 거야. 어때? 이 왕궁에서 타이탄들로 전쟁을 벌이면 아주 재미있겠지?”

장난스레 말하는 다크의 말에 토지에르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법이 통하지가 않는 상대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마법이라도 통한다면 시드미안 때처럼

정신 마법을 걸어 의도대로 조종하면 되는데……. 진짜 청기사를 불러내서 타이탄 전쟁을 벌인다면 왕궁이 초토화될 수도 있었다. 어쨌든 주인이 저렇듯 뻑뻑하게 나온다면 무슨 수로 계약을 해제할 것인가? 계약을 해제하려면 주인이 계약 해제를 선언해야 하는데..

드디어 토지에르의 얼굴에서 가식적인 미소가 사라져 버렸다.

“으윽! 제길, 잘 들어. 청기사 한 대에 들어간 돈은 순수하게 귀금속만 따져서 황금 6톤(60만 골드)이 넘어. 그리고 엑스시온을 살리기 위해 들어간 마력은 무려 9 천2백만 기간트라야. 마도 왕국 알카사스에다 그 정도 마력을 넣어 달라고 하면 황금 9.2톤은 줘야 한다구. 알겠나? 우리나라의 전 마법사들이 마법진의 도움을 받 아서 겨우 겨우 엑스시온 안에 9천2백만 기간트라를 흘려 넣었어. 그 후에는 모두들 탈진해서 일주일 동안 휴식을 취해야 했다구. 거기 들어간 인건비와 연구 개발 비, 그리고 그 드래……. 으윽! 또 딴 것까지 합하면 도저히 돈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는 물건인데 그걸 날로 삼키려고 들다니!”

황금이 톤 단위로 막 나오자 그 엄청난 액수에 약간 찔끔했지만 그래도 다크는 비웃듯이 말했다.

“네 녀석이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다크의 말에 찔끔한 토지에르가 생각을 바꿔서 숨을 좀 돌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탁했다.

“좋아! 정 그렇다면 그걸 네가 가지는 대신 우리 일을 도와 다오.”

“무슨 일?”

“코린트에 복수하는 일. 코린트의 멸망을 도와준다면 청기사를 너에게 줄 수도 있다.”

“흐음, 일개 국가를 멸망시키는 일을 도와주는 대가치고는 너무 싸. 내 저주를 풀어 주든지 아니면 나를 내 고향으로 돌려보내 준다면 도와주지.” 토지에르는 잠시 동안 깊이 생각하더니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내 솔직하게 얘기하지. 자네의 저주를 풀어 준다는 것은 불가능해. 사실 자네에게 저주를 건 매개물을 공간 이동을 하면서 공간의 저편에 버렸거든. 그걸 찾아올 방법이 없으니 저주를 풀 수도 없지.”

“뭐야? 이 미친…….”

“아, 그렇게 신경질 내지 말라구. 또 다른 방법도 있으니까. 자네를 돌려보내는 것. 자네가 다른 차원과 공간과 시간에서 왔다는 것은 팔시온 녀석들에게 들었네. 어쩌면 오래전에 사라졌던 마법들을 뒤져 본다면 그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거야. 물론 자네가 살았던 곳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섬기는 어둠의 마왕, 크로네티오의 힘이 미치지 않을 테니 저주는 자연스럽게 풀리겠지. 어떤가? 자네가 우리의 일에 협조한다면 나는 자네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네.”

“제길! 좋아. 선택의 여지가 없군. 어차피 지금 나한테는 필요도 없으니 청기사를 돌려줄까?”

토지에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사이의 약속의 증표로 자네가 받아 주게. 어차피 지금 우리에게도 청기사는 필요 없어. 만약 몇 년 내로 청기사를 써야만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때는 코 린트에게 우리가 멸망당할지도 모를 때이니까. 또 자네도 나중에 힘을 되찾는다면 타이탄이 필요할 거야. 방금 전에도 뭔가 수련을 하는 것 같던데……. 어쨌든 이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타이탄이 한 대 정도는 있어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