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8권 11화 – 철없는 드래곤 아빠
철없는 드래곤 아빠
“린넨 백작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하게.”
“al!”
새로이 보충된 열여섯 명의 인원은 보초의 안내를 받아 실내로 들어섰다.
“안녕하시옵니까? 공작 전하.”
그 말에 소녀는 고개만 까딱 하여 인사를 대신했고, 곧이어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크로아 백작이 입을 열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했소. 보고받은 인원보다 훨씬 많이 오셨군.”
“예.”
“힘든 전쟁터로 이렇듯 와 주니 마음이 든든하군. 크루마 쪽에서는 이쪽의 사기 저하를 염려해서 적들의 전력이 현재 120대 정도라고 속이고 있지 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어려운 전쟁이 될 것 같으니 모두들 힘을 내주게나. 그런데 그쪽은 잘 모르는 얼굴인 것 같은데?”
“예, 공작 전하. 이쪽은 과거 코린트에 멸망당한 트루비아의 기사단이옵니다. 이번 전쟁에 참전해 주시겠다고 하셔서 이렇게 함께 왔습니다.”
“오오, 어려운 결정을 내려 주셔서 감사하오. 그래, 왕자 전하께서는 평안하신지?”
“옛, 공작 전하.”
“자, 이리로 오기 전에 몇 가지 들었겠지만 오는 도중에 며칠 경과되다 보니 정확한 정보를 듣고 싶겠지. 오늘 오전에 본국과 연락을 취한 결과를 말 해 주게.”
크로아 백작의 말에 소녀는 입을 열었다.
“예, 3일 전 엠페른 기사단에서 로메로-H형 22대가 추가되어 이쪽은 132대로 증강되었습니다. 그때 적은 140대로 증원되어 있었고, 그때부터 상 대의 전력이 이쪽을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16대의 타이탄이 증원되었다고 하지만 상대는 176대로 증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본국 에서 정보 집계에 하루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봤을 때 지금 적은 180대를 넘는 타이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180대………….”
신음 소리 같은 음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때 그라드 시드미안이 주위를 환기시키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쩐지 이곳 전선이 더 위험한 듯 보이는군요. 제가 알기로 코린트의 병력이 세 곳에 집결 중인데, 그중 최대 집결지가 바실리시로 알고 있사옵니 다. 코린트는 지휘 체계를 혼란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모든 동맹군 병력을 이곳 바실리시에 집결시키고 있사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 록 더욱 많은 병력이 모일 것이고, 제 예상으로는 250대에서 3백 대 정도가 모일 것이 분명합니다. 과거 겨우 8대의 타이탄을 가진 트루비아를 정복 하기 위해 은십자 기사단 소속 타이탄 20대와 동맹국 타이탄 50대를 동원한 놈들이지요. 그런 그들이 수백 대의 타이탄을 가진 크루마를 멸망시키기 위해서라면 최대한 많은 동맹군을 동원할 것은 분명하옵니다.”
“경의 말이 옳은 것 같군. 자, 먼 길을 왔을 텐데 숙소에 가서 모두들 좀 쉬게나. 본국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그때그때 알려 주겠네.” “옛, 전하.”
수정 구슬을 통해 들려오던 말소리가 잠잠해지자 바지오 남작이 입을 열었다.
“크라레스의 전력이 정말 놀랍군. 그때 ‘까만 토끼’라는 녀석이 보내 준다고 했던 ‘두 번째 귀염둥이’는 역시 타이탄이었어. 아마 린넨 백작이 이끌 고 온 열여섯 명이 가지고 있는 타이탄이겠지.”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에 합류한 그라드 시드미안이라는 녀석! 상당히 날카로운데? 아마도 자신의 조국이 코린트에게 멸망당했기에 그 녀석들에 대한 조사를 많이 했던 모양이야. 그가 말한 250대 이상이 모일 거라는 말도 지금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숫자야.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는 중이었습니다.”
“오늘 알아낸 것을 상부에 보고해. 그리고 그 여자 마법사, 이름이 뭐라고 했지?”
“예? 글쎄요. 그 여자 마법사 이름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그냥 마법사라고만 부르니까요.”
“그렇던가? 그 마법사 방에도 도청 장치를 할 수는 없나? 번번이 숨어들려니까 매우 성가시잖아.”
“그럴 수 없습니다. 만약 그 마법사가 어느 날 심술이 나서 방 안 조사라도 하는 날에는 간단하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큽니다. 로 니에르 공작의 방이야 여자 마법사가 임의로 조사할 수가 없기에 설치했습니다마는. 사실 그 방에 설치한 것만으로도 중요한 정보는 모두 다 얻을 수
있었잖습니까? 몇 번 실험을 해 봤지만 통신 마법으로 주고받은 말과 공작에게 보고한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럼, 마법사의 방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포기하기로 하지.”
바지오 남작은 밖으로 나가다가 해를 슬쩍 바라보며 대충 시간을 가늠한 후 말했다.
“한 시간 후에는 정기 연락 시간이잖아?”
“예, 남작님.”
“혹시 정찰조로부터 특이한 보고가 올라오면 재빨리 나한테 전해 줘.”
“예.”
스칼의 대답을 뒤로 들으며 바지오 남작이 밖으로 나왔을 때 눈부시게 아름다운 두 사람이 자신의 앞을 스치며 지나갔다. 바로 여마법사와 그녀에 준할 정도로 아름답게 생긴 남자였다.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아버지하고 놀 시간이 어디 있어요? 그렇게 할 일이 없으시면 파이어해머하고 노시라구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버지한테 할 수 있니? 그따위 신의 실패작하고…………”
“좋아요. 그럼 지금 해야 할 일만 끝내고 나서 놀아 드리죠.”
“진작에 그랬어야지. 그래 얼마나 기다리면 되겠냐?”
“한두 시간 정도?”
“그렇게 오래?”
“싫으시면 말구요.”
“좋아, 좋아. 뭐 내가 싫다고 했냐? 그건 그렇고 이거 한번 안 해 볼래?”
“그게 뭔데요?”
호기심을 보이는 아들에게 아르티어스는 주머니 속에 감춰두고 있던 자그마한 물건을 꺼내들며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쨘! 자, 봐라. 얼마나 예쁜 귀걸이냐? 너한테 특별히 잘 어울리도록 주문 생산한 것이지.”
“주문 생산이요?”
“응, 파이어해머 그 녀석을 협⋯, 아니 그 녀석한테 부탁한 거야. 어때 예쁘지?”
“설마, 그딴 거 만들라고 매일매일 파이어해머를 괴롭히는 것은 아닐 테죠? 요 며칠 제법 바쁜 듯이 돌아다니더니 이걸 만들고 있었던 모양이군요.” 아르티어스는 속으로 찔끔했지만 열심히 부인했다.
“아니, 절대로 그 녀석을 괴롭힌 적은 없어.”
“그래도 명색이 드…, 아니 약자를 괴롭히면 안 되잖아요.”
“하늘에 맹세코 절대 그놈을 괴롭힌 적 없다니까. 내 말이 거짓말이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질 거야. 그 녀석이 알아서 너한테 어 울릴 거라면서 만들어 준 거야. 자, 한번 걸어 보라구.”
원래가 드래곤이란 것이 지상 최강의 생명체. 설혹 날벼락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아르티어스의 방어막을 뚫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아르티어스 는 배짱 좋게도 신의 이름을 팔아 가며 거짓말을 해 대는 것이다.
“에이, 그따위 거 싫다니까 그래요?”
“잘 어울릴 텐데 왜 그러냐? 그러지 말고 해 보라니까.”
두 남녀가 사라질 때까지 뒤를 멍하니 지켜보던 바지오 남작.
“아버지? 도대체 저 남자 나이가 그렇게 많은가? 설마, 아니야. 그럴 수도 있겠어. 그렇다면 부녀가 둘 다 마법사겠군.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은 신학 과 마법밖에 없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신관일수도 있겠군. 맞아. 통신 마법 따위를 사용하는 건 모두 저 여자잖아? 그 아버지란 사람은 아직까지 한 번도 중요한 자리에 나서지 않는 걸 보면 신관이 틀림없어. 아마 전투가 벌어지면 그때쯤 나서서 축복을 하며 돌아다니겠지. 나중에 전투가 벌어지면 잊지 말고 꼭 축복을 받아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