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비 류 연 : 안녕하세요, 비류연입니다. 이렇게 또다시 독자님들께 정기적인 방문을 하게 되어 무척이나 기쁩니다.
장홍 & 효룡 : 저희도 기뻐요.
비 류 연 : 우선 독자님들께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10권의 오타 부분 말입니다. 10권이 나간 이후 많은 독자님들이 질문해 오셨습니다. “왜 정육면체의 꼭지점이 13개예요?”라고 말입니다.
장 홍 : 참 많았었지!
룡 : 음음!
비류 연 : 저도 세어봤는데 애석하게도 13개가 아니더군요. 답은 8개였습니다. 흑흑.
장홍& 효룡 : 당연하잖아!
비류 연 : 그럼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생긴 걸까요? 작가의 산수 점수가 엄청 나빴기 때문일까요? 작가가 기하학에 젬병이었기 때문일까요? 효 룡 : 아마 그럴걸.
비류 연 : 그럼 여기서 잠시 작가 M씨를 모시겠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 화면 모자이크 처리와 목소리를 변조하겠으니 그 점은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작가 M : (변조된 목소리로) 에…, 사실은 저도 정육면체의 꼭지점이 8개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여기가 4차원 공간도 아닌데 정육면체의 꼭지점이 13개일 리 가 없잖아요. 물론 4차원 공간이라 해서 꼭지점이 반드시 13개여야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 대사가 문제였거든.
장 홍 왈 : 그건 바로 정육면체일세. 그렇다면 가장 완벽한 도형인 정
육면체를 이루는 꼭지점은 모두 몇 개인가?
비류연 왈 : “열세 개! “(?여기가 바로 그 문제의 대사였죠.)
이 대사 사이에는 많은 말이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장면만 설정해 놓고 ‘나중에 채워 넣어야지’ 하고 넘어가버린 게 실수였습니다. 그 후 계속 미루고 미루다 마감 때가 되자 작가는 ‘마감 증후군’에 걸려 머리가 멍해지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이 장면은 완성되어 있던 것이기에 생각 없이 넘어가버리고 만 것이지요. 이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것도 짚고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 마감 증후군의 무서운 점이지요. 독자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장 홍 :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작가 M : 사람이 조급하기는! 그걸 지금부터 얘기할 거니깐 기다리게. 원래 의도됐던 장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솰라솰라.. 꼭지점은 몇 개인가?”
“여덟 개!”
“그럼 면은? “
“여섯 개! “
“그럼 모서리는?
“열두 개! “
“이 세수를 더한 합은? “
“이십육!”
비류연 : 오옷! 과연 나의 수학 실력은 대단했군!
효 룡 : 저건 산수 아닌가?
비류연 : 쯧쯧, 모르는 소리! 기하학이 들어갔으니 수학이야! 수학!
장 홍 : 아직 안 끝났어, 계속 보자고. 그 다음에 내가 이렇게 말하지.
“그럼 그걸 반으로 나누면?”
“십삼!”
작가 M : 이렇게 해서 13이라는 숫자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효 룡 : 왜 거기서 굳이 반으로 나눈 거죠?
장 홍 : 그건 13이 1과 자기 자신 이외에는 나눌 수 없는 소수이기 때문일세. 에흠!
비류연 : 굳이 그래야 할 이유는?
작 가 M : 너…, 너희들은 지금 건드려서는 안 되는 암흑의 영역을 건드리고 있어. 그냥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장홍 : 자자, 더 이상 추궁하면 작가도 곤란할 것 같으니 그냥 넘어가자고.
비류연 : 잠깐! 우리 예린이 문제도 확실히 해결하고 넘어가야지!
작 가 M : 아! 미안, 미안! 잠시 깜빡했었네.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비류 연 : (찌리릿!) 실수를 한 개로 줄여보려는 계획된 음모 아냐?
작 가 M : (허걱!) 그…, 그럴 리가 있나. 자네의 과민한 착각이야!
장 홍 : 심히 믿기 힘들군.
효 룡 : 신용이 가질 않아!
작가 M : 아아, 믿음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구나. 이렇게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세상에서 내가 살고 있다니…….
비류 연 : 서론이 기니 본론으로 빨리 들어가자고.
작가 M : 나예린이 무림맹주 나백천의 손녀냐 딸이냐 묻는 분이 계신데 원래 ‘딸’이라는 설정이었습니다. 앞에 건 잊어주시고 앞으로는 무림맹주의 딸로 기억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장홍 : 그럼 10권 문제는 일단 끝난 건가?
비류연 : 그런 것 같군. 아마 다음 권에도 또 생길 거야. 내 장담하지.
작 가 M : 악담을 해라! 악담을 해!
비류 연 : 그럼 내기를 하자고!
작 가 M : (이, 이놈이) 무서운 놈, 그냥 넘어가자고! 넘어가!
비류 연 : 좋아, 일단 넘어가주지! 나같이 순진무구하고 견실하고 마음씨 좋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고용해서 운이 좋은 줄 알라고!
작가 M : 앗! 저기 새가 날아간다.
비류연 : 아, 그러고 보니 작가 M씨, 이번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면서?
작가 M : 재미는 무슨 재미. 아, 물론 나야 유쾌 상쾌 통쾌했지만 한편으로는 끔찍하기도 했지. 그 마감의 처절함이란…….. 정말 무시무시하더군.
비류 연 : 무슨 일인데?
작가 M : 우리 사무실에 전설적인 엽기맨, 또는 그 험악한 인상 때문에 통칭 깍두기라 불리는 일묘 형이라고 있거든. 그 형이 마감을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 이 번에 된통 걸렸지.
비류 연 : 호오, 그런 일이 있었나?
작가 M : 엽기의 극치, 엽기대왕, 케세라세라, 휠 오브 포츈, 깍두기 등등으로 불리며 사해에 그 엽기성을 떨치는 일묘 형의 전설은 현영 형의 마천루 스토리에 잘 나와 있지. 그러니 구차하게 부연 설명하지는 않겠네. 그래봤자 재탕일 뿐일 테니깐.
비류연 : 아, 부록으로 무슨 거지 이야기가 딸려 있다는 그 소문의 마천루 스토리 말이지.
작가 M : 그렇지, 아 물론 거기 나와 있는 나에 대한 이야기는 다 뻥이야. 모함이지. 그런 건 믿지 말게.
비류 연 : 잡설은 그만두고 본론만 말하게. 그래서 뭘 본 건데?
작가 M : 아아, 난 그런 일은 만화에나 있는 줄 알았지. 왜 그 있잖아. 작가의 담당이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진을 친 다음, 원고를 받을 때까지 3일이고 4일이고 버 티는 거지.
비류연 : 아아, 작가에게 전설의 영약 박카스를 먹여가며 24시간 글 쓰게 만들거나, 원고 완성하게 만드는 그거? 만화에서 자주 나오잖아. 그 부작용으로 만화가 들이 다들 폐인이 되어 좀비처럼 움직이는 것 말이야. 근데 뭘 쓰고 있었는데 그렇게 산고의 고통이 심했던 거야?
작가 M : 뭐, 무협 소설이라고 하던데 엄청 재미있나 봐! 여기에서는 차마 그 제목을 밝히지는 못하겠지만(뭐 본인도 글로 승부하겠다고 했으니 알아서 하겠지) 정말 제목답게 무상(無想)하게 쓰고 있었거든.
비류 연 : 무상?
작가 M : 응, 무상(無上)인지 무상(無常)인지 무상(無想)인지, 어느 무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그 이야기가 재미는 억수로 있는데 억수로 안 나온다는 데 문제가 있었지!
비류연 & 효룡 & 장홍 : 호오~.
장 홍 : 그거 아마 2번일걸!
작가 M : 가장 큰 문제는 그 형이 그 무상검을 무상하게 쓰는 것까지는 좋은데 원고 마감조차도 무상(無想)하게 넘기고 있었다는 거였거든. 원고 마감일이란 게 언제였는지 워낙 고대에 있었던 일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 후로 세월이 무상(無常)하게 흐른 것만은 확실해.
비류연 : 과연 그 이름 그대로구만. 이름값을 한다고 해야 하나?
작가 M : 뭐난 그 출판사의 인내에 박수를 보냈지만, 아무리 그래도 현실 세계에는 한계라는 게 존재했지. 드디어 인내심에 바닥이 드러난 그 출판사는 최후의 카드를 쓰기로 했대. 그리고 드디어 그가 마천루를 방문하게 된 것이지!
비류 연 : 그가 누군데?
작가 M: 전설의 남자 담당 장, 혹은 통칭 장 독사라 불리우는 남자지.
비류연 : 어?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작가 M : 아마 그럴 거야. 아는 사람은 다 알지. 그 사람도 한때는 전설의 ᄋᄋᄋᄋ였거든!
비류연 & 장홍 & 효룡 : 그 소문의 ᄋᄋᄋᄋ 말인가!!
작가 M: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더 이상 깊이 알려고 하지는 말게. 나도 계속 살아야 하지 않겠나. 이 세계에는 금기시되는 영역과 어둠의 영역이 존재하지. 함부 로 건드리면 좋은 꼴 보기 힘들어.
비류연 & 장홍 & 효룡 : 흐흠…….
작가 M : 그 후로 전설이 시작되었지. 장 독사는 위성 궤도를 도는 감시 위성의 초정밀 초고해상도 감시 카메라를 능가하는 눈으로 일묘 형을 감시하기 시작했 지.
비 류 연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작가 M :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지은 죄가 있는 일묘 형은 찍소리 못 하고 아우슈비츠 가스실에 끌려 들어가는 유태인처럼 작업실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 지. 사실 이건 일묘 형 본인의 피해 의식적 부분을 강조한 거고, 실상은 배트맨에게 잡혀 들어간 펭귄맨이라 할 수 있었지.
이때부터 엉덩이 가볍기로 유명한 일묘 형이 엉덩이에 접착제라도 붙은 듯이 앉아 책상에 박카스 한 박스를 올려놓고 마감의 혼을 불태우기 시작했어. 간간이 의자를 이탈해 유흥의 세계에 몸담아 보려 시도하기도 했지만 장 독사의 물샐틈없는 감시와 철통 같은 방어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말았대. 프로젝트 2501 처럼 전자 네트 속으로의 도망도 용납되지 않았어. 미라클 장 독사가 요즘 우리 사무실은 그를 그렇게 부르고 있네 – 렌 선을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뽑아버렸거든.
효 룡 : 좀 불쌍하군. 그래서 사무실 사람들은 그 깍두기라 불리는 남자를 도와주지 않았나?
작가 M : 물론 도와줬지. 얼마나 성심성의껏 도와줬는데! 바로 장독사를 말이야. 장 독사가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그 시간들을 우리들이 메워줬지. 눈물 나는 우정 아닌가?
비류 연 : 누군가에게는 피눈물 나는 우정이겠군.
작가 M: 인과응보, 뿌린 대로 거둔다, 하늘은 불의를 참지 않는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등등의 속담이나 사자성어를 떠올리면 우린 유쾌 상쾌 통쾌한 기분을 느꼈지. 그 3일처럼 즐거웠던 날들도 근래에 들어서는 드물었지. 어때? 아름다운 우애이지 않나?
장 홍 : 요즘 ‘아름답다’의 용법이 많이 바뀐 건 같군.
효 룡 : 그래서 어떻게 됐나? 쓰긴 다 쓴 건가?
작가 M : 어허! 사람 성급하기는.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질문하게. 아직 과정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결과부터 물으면 어떻게 하나. 소문에 의하면 그때 3일 동안 쓴 양이 일묘 형이 지난 3천 년 동안 쓴 양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하더군.
효 룡 : 그…, 그건 좀 과장된 게 아닐까?
작가 M : 뭐 소문은 언제나 좀 과장되는 법이지. 하지만 출판 작가가 아닌 영원한 계약 작가로 머물 거라 생각했던 일묘 형이 그리하여 한 남자의 힘으로 끝내 출 판 작가가 되기에 이른 거지. 일묘 형이 마감을 해서 출판을 하다니. 그런 날은 영원히 안 올 줄 알았거든. 기적이 일어난 거야.
그래서 그때 3일은 기적의 3일, 지옥의 3일, 피와 마감의 3일, 인간 승리의 3일 등등으로 불리운다네. 아, 물론 여기서의 인간 승리는 미라클 장 독사를 가리키는 것이지.
효룡 & 장홍 : 대…. 대단하군.
작 가 M : 아마 당분간 장 독사 볼 때마다 경기를 일으킬걸. 담당 내습이라……. 나도 소문으로만 들었지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야. 나같이 성실하고 착실한 작가는 그런 일 당해 본 적이 없어서.
비류연 : 그건 왠지 미심쩍은 말이군.
작가 M : 그, 그래서 자네는 믿음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는 거라고. 난 너의 창조주라고! 내가 말하면 그냥 좀 믿어! 난 이래봬도 제 날짜에 꼬박꼬박 내고 있다 고!
비 류 연 : 글 속의 캐릭터가 작가 맘대로 움직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어. 그런 건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야. 이제부터라도 신세대의 캐릭터들은 작가의 손을 벗어나 알아서 움직일 줄 아는 강한 의지를 지녀야 한다고!
작가 M : 제…, 제발 더 이상 타락과 방종의 길로만은 들지 말아줘! 제발!
비류 연 : 일단 생각해 보고.
작 가 M : 여기서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가는 무슨 사건이라도 하나 일어날 것 같으니 이만 끝내자고.
비류연 : 그럴까? 그럼 그만 하도록 하지 뭐.
작가 M : 항상 하던 건 하고 끝내야지.
비 류 연 : 물론! 이번 그림은 비뢰도 다음 카페, 검류혼 장편 신무협 환타지 소설☆비뢰도★ (cafe.daum.net/TGSNOSF )와 ▷비뢰도(cafe.daum.net/biroido)에서 활발히 그림 활동을 하고 계시는 사과마녀님의 그림입니다. <사과마녀님, 항상 멋진 그림 감사합니다! >다른 그림도 많지만 다 싣 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분께는 역시 마찬가지로 비뢰도 11권 사인북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혹시 다른 건 없냐고, 또 그거냐고 그러셔도 죄송 하지만 이것뿐입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외에도 카페에 여러 종류의 그림을 갖가지 개성을 발휘해 올려주고 계시는 많은 독자님들께도 아울러 감사드립니다.
작가 M :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비류연 & 효룡 & 장홍 & 작가 M:여러분! 지금까지 『비뢰도』 11권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나 사서 보신 분들께는 더욱더 감사드립니다. 미숙한 점이 있 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세요. 다음 권에서는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