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용휘와 은설란의 재회
– 지상 최강의 공격
“은 소저, 그런데 여긴 어떻게?’
의혹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모용휘가 물었다.
“어머나, 우연이네요! ”
은설란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정색하며 질문한 모용휘가 오히려 무안을 느낄 정도로 해맑은 미소였다. 저 미소를 볼 때마다 모용휘는 과연 저 여인이 흑도의 여 인이 맞는지 의문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흑도 전부를 악으로 규정했던 것이 너무 편협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같은 또래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칠절신검 모용휘도 저 미소에는 한없이 약하다는 점이었다. 은설란의 미소 속에는 모용휘를 당황케 만드는 독(毒)이라도 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우, 우연이라니요?”
‘절대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라고 소리 높여 외치고 싶었지만, 그녀의 생글거리는 그리고 천진난만해 보이기까지 한 미소 앞에서는 감히 입 밖에 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곳엔 어쩐 일로……?”
같은 질문이었지만 이번에는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대답해 주세요’라는 의미가 이중으로 담긴 질문이기도 했다.
“휴가를 받아서 지금 여행중이에요. 여행을 하다 보면 종종 길이 겹쳐지는 일이 있지요. 그때가 바로 길동무를 사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요? 화산은 가볼 만한 명승지가 많아 좋은 여행지라고 들었어요.”
은설란은 여전히 ‘우연한 만남’을 강조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마음 맞는 길동무와 함께하는 여행만큼 즐거운 여행도 없지요.”
마부 장노가 끼어들어 한마디 거들었다.
“서…, 설마……??”
모용휘는 뒤를 이을 말이 생각나지 않자 말을 더듬거려야만 했다. 은설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말 우리랑 함께 동행할 생각입니까?
모용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안 되나요?”
은설란은 흑요석 같은 두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물끄러미 모용휘를 쳐다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궁극 기술 중 하나인 미인계(美人 計)라는 것이었다. 특히나 은설란 정도의 초특급 미인이 이 기술을 사용하면 그 효과는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다.
“모용공자!”
심혼을 울리는 애처로운 목소리에 모용휘의 수려한 얼굴이 가을 단풍처럼 붉게 물들었다.
모범생, 얼음탱이, 혹은 나무토막이라 불리는 모용휘도 그 초롱초롱 사슴 눈동자처럼 빛나는 그 눈동자에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의 거절은 이성과 본능이 함께 거부하고 있었다.
“서, 설마 나 자신이 함께 가고 싶은 건가?’
문득 떠오른 얼토당토않은 생각에 모용휘는 마음속으로 세차게 도리질쳤다.
“노, 노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
현 무림 최고의 후기지수, 무림의 기린아 칠절신검의 완패였다.
‘고단수군!’
비류연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겠다! 예쁜 아가씨가 응원도 하러 오고.”
염도가 이죽거리며 말하자 모용휘는 무척이나 난감했다.
“그…, 그건 오해입니다.”
그 수려하고 단정한 용모의 청년은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무슨 오해? 이렇게 눈앞에 확연히 그 증거가 서 있는데 무슨 오해? 이 세상 오해가 다 얼어 죽었냐?”
모용휘는 점점 더 당혹스러웠다. 서 있는 자리가 가시밭길이라도 되는 것처럼 편치 않았다. 이렇게 불편한 자리는 난생 처음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당황해하는 모용휘를 대신해 남궁상이 염도에게 물었다. 의견과 허락과 동의를 구하는 눈초리였다. 염도는 갑자기 남궁상을 한 대 패주고 싶었다. 자신한테 결정 을 내리라고 열심히 눈빛으로 압박을 가하다니!
이것은 바뀌어 말하면 ‘저는 이 일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 모든 책임은 노사님께서 판단하시고 책임지십시오’라는 말이 아닌가!
매우 어렵고 난해한 선택의 고달픈 기로에 서게 만든 남궁상이 매우 괘씸했다. 그 옆에서 궁상을 보이지 않게 응원해 주고 있는 모용휘도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괘씸죄를 적용해 징벌을 가하기에는 주위의 눈이 너무 많았다. ‘이놈, 어디 두고 보자!’라며 남궁상에게 앙심을 품는 염도였다. 그래서 내일 주작단이 치 러야 하는 수련의 양이 이때 두 배로 결정되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주작단 중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러니깐 화산에 볼 일이 있는 이 흑도 아가씨가 주위의 환경적 위협에 노출되지 않는 안전한 여행을 위해 우리랑 여행을 함께하고 싶다는 그런 이야긴가? 내가 제대로 요약한 거냐?”
물끄러미 모용휘를 쳐다보며 염도가 물었다.
“맞습니다.”
모용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깐 이 마천각 출신의 아가씨가 마천각 출신 애들이랑 한 판 붙으러 가는 우리들과 함께 화산까지 가고 싶다 이거지?”
““마, 맞습니다.”
모용휘와 남궁상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너희들 지금 미쳤냐? 제정신이야? 헛소리 하냐? 확 아가리를 찢어줄까?’
분명 여느 때의 그라면 서슴지 않고 그렇게 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이 작용되고 있었다. 우선 은설란이 흑도 사대 미인 중 하나에 들 만 큼 아름다운 자태의 소유자라는 점이었다.
‘그래도 미인이니깐…….?’
무작정 거절하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자신도 일단 남자인 이상, 가장 남성 우월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미인을 보호해 줄 의무가 있었다. 염도는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래! 까짓것 함께 가지 뭐! 그런다고 하늘이 두 쪽 나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 큰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골 싸맬 필요가 무에 있겠어? 그리고 너무 이쁘잖아!. 동서고금(古今)을 떠나 모든 곳에 다 통용되는 매우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이론이자 이유였다. 너무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 설명에 아무도 반박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래! 까짓것 허락한다.”
“꺄악! 노사님!”
은설란이 와락 염도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 누구도 예측지 못한 돌발 행동이었다.
“아니, 뭐…, 꼭…,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염도의 당황하고 어색해하면서도 수줍어하는 모습도 예상 외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싫지는 않은 얼굴이었다. 오히려 기뻐하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속물!
여자 관도들의 나직한 한마디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고의적으로 묵살되었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54명의 천무학관 대 표단 일행은 길동무와 마부를 추가해 56명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저기 밖에 있는 마차가 소저의 마차요?”
빙검이 앉은 자리는 순평루의 이층에서 바깥 경치가 보이는 난간 쪽에 위치한지라 밖을 훤히 내다볼 수 있었다. 은설란에게 마구 말을 놓는 염도와는 다르게 자신 은 품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빙검은 정중하게 경어를 썼다. 이래봬도 은설란은 흑천맹을 대표하는 조사관인 것이다. 애초에 일반 관도에게 하듯 대하는 것 자체가 어 불성설이었다. 그런데 그 사실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래도 빙검 자신 혼자뿐인 것 같았다.
“좋은 마차로군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소저는 대단한 여인이라 여겨지는구려.”
“어머, 저같이 평범한 계집에게 무슨 대단한 점이 있겠어요? 호호호.”
요즘은 평범이란 단어의 용법이 크게 바뀐 모양이었다. 빙검이 마부석에 앉아 있는 장노를 힐끗 일별하더니 말했다.
“아니오, 절대 그렇지 않소. 저런 범상치 않은 마부가 모는 마차의 주인이 평범할 리가 있겠소? 그것은 언어도단이오.”
순간 마부의 몸이 긴장한 듯 움츠러 들었지만 빙검은 은설란에게 시선을 맞추고 있었던 터라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 듯했다.
“어머, 과찬의 말씀이에요. 마부가 대단해 봤자 그저 마차를 모는 실력만이 좋을 뿐이죠. 하긴, 저만큼 솜씨 좋은 마부를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랍니다. 전 운이 좋은 편이죠. 그래서 그 덕분에 이렇게 편안하게 여행하고 있답니다.”
은설란은 일말의 당황한 기색도 없이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 요즘은 마차 모는 솜씨만 천하제일이라 해서 무사 평안한 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아니오. 시대는 뒤숭숭하고 강호는 험난한데 어찌 마차 모는 솜씨만으로 평안한 여행을 계속할 수 있겠소.”
은설란은 잠시 침묵했다. 빙검은 나름대로 웃고는 있었지만 그의 가늘게 떠진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운 예기를 머금고 있다는 것을 은설란은 놓치지 않았다.
‘과연 빙검 노사로구나!’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더욱더 몸을 사려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마차로는 함께 갈 수 없으니 마차는 맡기든지 팔든지 해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같이 갈 수가 없소.”
“네, 지당하신 지적입니다, 노사님!”
어차피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기에 은설란의 대답에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염도가 주위를 한번 쭈욱 둘러보며 장내를 환기시켰다.
“자, 이제 모든 것이 일단락된 것 같으니 이제부터 또다시 재차 본인의 식사를 중도에 방해하는 놈은 절대로 결단코 가만두지 않겠다!” 그렇게 엄포를 놓고 염도는 잠시 중단했던 젓가락질을 계속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멈췄던 식사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콰꽝!
순평루의 정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거칠게 열렸다. 순간적으로 가해진 거대한 충격에 문의 경첩이 심하게 흔들거릴 정도였다.
“조금 전에 팔대세가를 모욕한 놈! 어디 있느냐? 당장 나와라! 내가 오늘 네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 썩 나와라! 무릎을 꿇고 천 번을 석고대죄하지 않는 한 오늘 이후 살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끌벅적한 소음!
흑의무복을 입은 청년 하나가 순평루의 문을 박차고 들어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것이다.
“썩 나와라! 나 사천당가의 쾌속수快速) 당철악이 상대해 주마.”
아무래도 이 청년이 조금 전 그 다섯 애송이들의 형뻘인 모양이었다. 확실히 한두 살 정도는 더 많아 보이기는 했다.
“……”
이미 엄중한 염도의 경고가 있었던 터라 순간 객잔은 괴이한 정적 속에 휘감겼다. 머리카락 하나 떨어지는 소리조차 능히 감지해 낼 수 있을 만큼 지독한 적막이었 다. 기도를 보아하니 앞의 다섯 얼간이들보다는 실력이 있는 놈인 모양이었지만, 그것도 장소를 잘 가려가며 설쳐야 하는 것이다.
“당삼이가 애들 교육을 잘못시켰군!”
비류연은 혀를 찼다.
“어? 어? 어? 어?”
한 호흡에 주위를 둘러본 사천당가의 천무학관 입관 삼수생 당철악은 그제야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사방천지에서 싸늘하게 빛나는 눈동자들이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당철악은 자신이 점점 더 위축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딸그락!
그리고 붉은 머리 사내의 젓가락이 식탁에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객잔 안에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악!
꾹꾹 눌러 참았던 염도의 분노가 마침내 일순간에 폭발하고야 말았다.
“어떤 개망종이야! 집안에서 식사 예절도 못 배운 망나니 놈이! 우워어어!”
염도의 폭갈과 함께 그의 손이 ‘파파팟,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아아아아아…….?
새하얗게 빛나는 광채 속에서 당철악은 순간 머릿속이 하얀 백지 상태가 된 채 아무런 생각도 떠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이윽고 하얀 재가 되어 사르륵 허공중 으로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사천당가의 당철악에게는 또 한 명의 일행이 있었다. 당철악의 엄청나게 박력 있는 돌격과 다르게 객잔 안이 잠잠하자 의아함을 느낀 동행자는 용기를 내어 안으 로 들어가보기로 결심했다.
“당 공자? 무슨 일 있으십니까? 당 공…, 허걱!”
뒤늦게 당철악을 따라 들어온 청년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경악하고야 말았다. 그는 왜 암기의 달인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던 당철악의 전신 의복이 수십 개 의 나무젓가락에 숭숭숭 바람구멍이 뚫려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왜 당철악의 입에 음식을 담아두는 데나 쓰이는 커다란 접시가 흘러내리는 음식과 함께 물려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또 그는 왜 벽에 나무젓가락으로 고정된 채 축 늘어져 있는 당철악의 넋이 나간 얼굴이 푸르팅팅한 빛을 띠며 알록달록한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수십 개의 싸늘한 시선이 왜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는지였다. 땅을 밟고 몸을 지탱하는 자신의 두 다리가 왜 명령 도 안 했는데 후들후들 떨리는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누군가를 그를 아는 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네가 여기는 웬일이냐?
청년은 이 공포의 도가니탕 속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불행한 점은 그 목소리는 뇌리에서 깡그리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 았던 그런 목소리라는 점이었다.
‘누, 누구지?’
그의 본능은 절대 고개를 돌려 그자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얼이 나갈 정도로 맹렬히 경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호기심 앞에서는 너무나 나약한 생물이었 다. 반갑게 자신을 아는 척한 사람이 누군지 웃는 낯으로 돌아본 청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새하얗게 탈색이 되었다.
“한 이 년 만인가?”
그를 아는 체한 사람은 다름 아닌 비류연이었다. 인간관계가 턱없이 적은 비류연이 이런 타지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신기한 우연이었다.
“키에에엑!”
객잔이 떠나갈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후 얼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도 그는 아무것도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그는 바로 요즘 한창 잘나간다는 중양표국의 국주 실팔검 장우양의 아들 장우강이었다. 남궁상이 다급하게 뛰쳐나와 그를 부축했다.
“이봐, 왜 그래? 정신 차려! 이 식은땀 좀 봐! 야! 정신 차리라니까!”
정신을 차리라고 따귀를 때리는 남궁상의 손길이 꽤나 부산했다. 아마도 요 며칠간 불만이 꽤나 쌓인 모양이었다.
철썩철썩! 찰싹 찰싹!
이때 멀뚱히 뒤에서 보고 있던 당삼이 앞으로 튀어나와 남궁상을 밀치고 장우강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맥박과 혈압이 점점 느려지고 있습니다. 어,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철썩, 철썩!
장우강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기는 당삼의 표정에는 왠지 묘한 충족감이 가득 했다. 그러자 주작단원 중 또 한 명이 뛰쳐나와 당삼과 교대했다.
“큰일났어요. 동공이 점점 풀리고 있습니다.”
짝! 짝! 짝!
주위에서 어이가 없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머지 대표단 일행들은 언제부터 주작단원들이 이토록 사악하게 변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야! 정신차려! 정신!”
연신 빰을 얻어터지면서도 장우상은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아…, 따뜻해.’
장우강은 밝고 따뜻한 빛이 자신을 포근하게 감싸는 것을 느꼈다. 그곳은 낙원이었다. 그는 찬란한 빛의 낙원 속에서 이 충만한 행복감을 느끼며 영원히 살고 싶다 고 간절히 염원했다.
행복했다.
“어? 이사람 입만 웃고 있습니다. 어떡하죠?”
“빨리 구명환을 먹이고 응급조치를 해! 빨리! 서둘러!”
뭔가가 자신의 신체를 건드리며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 모든 일이 아득히 먼 세계에서 벌어지는 환상처럼 느껴졌다. 그의 의식이 점점 더 현실에서 비현실의 세계로 도주해 갔다.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한 정신의 도피였다.
“아아…, 이 얼마나 따뜻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