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12권 – 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비뢰도 12권 – 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장홍 :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소설의 주인공을 맡고 있는 장홍이라고 합니다. 잠시 줄거리를 잊으신 분들을 위해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 이야기는 멋지고 훌륭한 로맨스 그레이 장홍의 모험과 우정,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을 다룬 스펙터클한 환타지 로망 무협입니다.

비류 연 : 쳇, 중년의 사랑이라고 해봤자 불륜밖에 더 있겠어요? 게다가 예전부터 이 책 주인공은 나로 정해져 있었다구요. 요즘 점점 더 배역이 줄어들고 있는 조 연의 역성혁명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장홍 : 부, 불륜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릴! 그저 낭만일 뿐일세. 자넨 사나이의 로망도 모르나?

비류 연 : 호오, 낭만이라? 그럼 그 말 그대로 형수님한테 해줘도 상관없는 거예요?

장 홍 : 무, 무슨 그런 험악한 소릴 하는 건가 자넨! 난 아직 새파란 젊은 총각.

비류 연 : 오호! 이제는 혼인빙자 사기까지! 형수님이 참 좋아하시겠네요?

장홍 : 이보게, 류연! 우리 사이에 이러긴가. 이 우형(愚兄)을 한 번만 살려주게나. 알만한 사람이 왜 이러나. 흠흠, 보잘 것 없지만 내 성의라고 생각하고 이 거…….

비 류 연 : 흐흠…, 그럴까요?

효 X : 지금 신성한 좌담회장에서 뭐하는 짓입니까?

장 홍 : 지금 뭔가 짖었나?

비 류 연 : 글쎄요, 아직 제정신도 못 돌아온 사람이 말을 했을 리가 없겠죠.

장 홍 : 그렇겠지. 아직 그 친구는 제정신으로 못 돌아왔지. 앞으로는 돌아온다던가?

비 류 연 : 그거야 다음 권 넘어가 봐야 아는 거죠.

장 홍 : (씨익!) 그렇군, 그런 거야…….

비 류 연 : 어째 눈매가 무섭습니다.

장홍 : 아하하하, 착각이야 착각! 그건 그렇고 자네 기시감(旣視感)이란 것에 대해 아나?

비 류 연 : 오호, 이것 참 훌륭한 화제 전환이로군요. 갑자기 그 기시감은 왜요?

장홍 : 갑자기 기시감에 대해 말하고 싶어졌다고나 할까? 왠지 신의 계시 같은 일종의 의무감이라 할 수 있지.

비 류 연 : 왜요? 누가 기시감이 뭔지도 모른데요?

장 홍 : 뭐 그랬을지도 모르지. 기시감이란 말이야. 우리가 매트릭스(Matrix)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일종의 증거라 할 수 있지. 그 영화 보면 검은 고양이 두 마 리가 지나가는 것 있잖나?

비 류 연 : 있죠.

장 홍 : 그게 바로 기시감이라네.

비류연 : 엥?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어째 설명이 좀 이상한데요.

장 홍 : 쩝, 나의 고난이도 한 정문일침의 설명이 너무 어려웠나. 그렇다면 내가 한 가지 예를 들어주겠네. 그 편이 자네나 독자들도 훨씬 이해하기 쉽겠지. 비류 연 : 말씀해 보세요.

장 홍 : 한 작가에게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었다네.

비류연 : 그것 참 끔찍한 이야기로군요. 불쌍하기도 하지.

장홍 : 물론, 참 불쌍하기는 하지. 끔찍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공포스럽기까지 하지. 어쨌든 마감의 아수라장을 헤쳐 나가고 있던 한 작가에게 편집부로부터 전 화가 왔다네.

비 류 연 : 아니 전화선도 안 끊어 놨었데요? 마감하는 작가가?

장홍 : 애석하게도 그랬다고 하더군. 게다가 핸드폰 배터리도 안 빼놨고 말이야.

비류 연 : 쯧쯧쯧, 준비성이 무척이나 부족한 작가로군요. 그런 나태한 정신으로 어떻게 마감이라는 아수라장을 헤쳐 나갈 수 있었어요?

장 홍 : 너무 그렇게 나무라지 말게나. 마감이라 정신이 없었겠지. 여하튼 각설하고 편집부 담당이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네.

‘작가님! 이제 곧 마감인데 원고 다 됐나요?’ 그러자 작가가 대답했지. ‘어라? 이미 마감해서 원고 넘기지 않았나요?’라고 말이야.

비류 연 : 그건 e-mail이 날아갔다거나 오류가 발생했다거나, 아니면 출판사의 행정착오가 아니었을까요?

장 홍 : 글쎄,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게. 우린 지금 기시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중이라네. 그러자 편집부 담당이 대답했지. ‘그럴리가요? 저희는 마감된 원고 같은 것은 받아본 적이 없는데요. 작가님이 주셔야 저희가 받죠! 그러자 작가가 다시 대답했지. 아니에요, 전 분명히 예전에 마감한 원고를 넘겼는걸요? 뭔 가 착오가 있을 거예요. 잘 찾아보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딸깍! 뚜우-뚜우- 알겠나? 이게 바로 기시감이란 걸세.

비 류 연 : 우웅, 글쎄요……?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예시도 뭔가 이상한 것 같고. 그러니깐 대충 때려 잡아보자면, 어떤 일을 예전에도 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거죠?

장홍 : 상당히 비슷했네. 심리학 용어로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데도 언제 어디선가 이미 경험한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가리키는 말일세. 불란서에서는 ‘데자뷰(deja vu)’라고도 한다고 하더군. 전생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 같은 것을 나타낼 때도 쓰이네.

비 류 연 : 불란서? 아아! 프랑스 말이로군요. 그런데 그거랑 방금 그 예시랑 무슨 상관인거죠?

장홍 : 아주 깊고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만 알아두게. 너무 세상의 진리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지.

비 류 연 : 흐흠……..

장홍 : 자자,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넘어가도록 하세. 아하하하. 자자! 이거, 이거!

비류 연 : 흐흠! 우형이 그렇게 간곡히 말하니 이만 넘어가도록 하죠. 그러고 보니 작가가 이번에 해외도피 계획을 세웠다고 하던데요?

장 홍 : 아! 그런 일이 있었지. 역시 소문이 빠르구만.

비 류 연 : 해외도피(海外逃避)라고 하면 바다 건너로 도망가 몸을 숨긴다는 옛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닙니까?

장홍 : 그렇다고들 하지. 요즘은 멀리 안 가고 집안에 앉아서 TV만 켜도 그런 사람들을 매일매일 쉽게 만날 수 있지. 참 편리한 세상이야. 여하튼 작가는 이번 마감기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추어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하더군. 아마 여행은 핑계이고, 마감이 안 되었을 경우 여차하면 일본으로 도피할 계획이었겠지. 물 건너라서 편집부의 마수가 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네.

비류 연 : 아마 그랬었겠지요.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해외도피란 말은 온 세상에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처럼 매력적으로 들렸었겠죠. 그런데 작가에게는 제주도 말 고는 처음 바다 건너가는 거라고 하던데요?

장홍 : 아, 뭐 그렇다고 하더군. 여권이랑 비자 받는 것도 처음이라고 하더군.

비 류 연 : 마감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비참한 현실에 처한 작가에게 해외도피란 말은 흑기사나 구원투수처럼 눈부신 존재로 다가왔겠죠?

장홍 : 설마, 그럴리가! 하지만 첫 해외여행이라 너무 준비가 어설펐어. 해외도피는 은밀, 신속, 정확, 과감이 생명인데 너무 뭉그적거렸어. 마침내 덜미가 잡혀 끝내 마감을 하고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

비 류 연 : 흐흠, 일의 경과가 그렇게 된 것이었군요. 그럼 이번 12권이 나올 때쯤에는 바다 건너편에 있겠군요.

장 홍 : 뭐 그렇게 되겠지.

비 류 연 : 이번 그림은 비뢰도 다음카페의 두문불출님과 사과마녀님께서 보내주신 그림입니다. 항상 좋은 그림 감사합니다. 그 외에 자료실에 많은 그림을 올려주 시는 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분들께는 역시 마찬가지로 싸인북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뢰도 다음카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류혼장편신무협환타지소설☆비뢰도★

( cafe.daum.net/TGSNOSF)

▷ 비뢰도시 ( cafe.daum.net/biroido)

아참! 그리고 팬레터를 보내주시는 많은 독자 분들께 일일이 답장을 못 보내드려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항상 고마운 마음 잊지 않고 있습니 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작가에게 될 수 있으면 많은 답장을 쓰라고 닦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 E-mail 주소는 ragnadan@hanmail.net 입니다.

장 홍 : 저도 그 일을 열심히 돕겠습니다.

비류연 & 장홍 : 그럼, 독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 권을 기약하며 여기서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작가가 필살의 각오로 겨울 스페셜 특집을 준비하고 있다 고 하니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그게 뭔지는 아직 비밀입니다!

그럼 그때까지 건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