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2권 20화 – 호아장 최대의 치욕 사건

비뢰도 2권 20화 – 호아장 최대의 치욕 사건

호아장 최대의 치욕 사건

이번 것은 단순한 인사치레였을 뿐이다.

오랜만에 만난 호적수끼리의 대한 단순한 인사치레!

그냥, 안녕하세요와 다름없는 인사였다.

염도와 빙검은 일 검(劍)을 교환함으로써 서로의 현재 실력을 가늠해 본 것에 불과했다. 즉 이번 일 검은 단순한 시금석에 불과할 뿐, 계속 이어나갈 생각은 둘 모두에게 없는 듯했다. 천하 5대 도객의 일 인과 천하 5검수의 일 인이 맞부딪친다면, 아마 무림사에 길이 남을 공전절후한 승부가 될게 뻔한 일이었다. 그냥 하루 이틀에 끝날 싸움이 아닌 것이다.

두 사람은 이미 상대의 수를 훤히 아는 동문 사이. 그렇기에 십 년 전의 싸움에서도 삼 일 밤낮을 끌고도 승패를 가리지 못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서로 다른 상극의 검기를 구사하는 두 사람이 동문이 될 수 있는지, 그 사실에 의구심이 들기는 하지만 철수와 영희, 이 두 사람이 동문 사형지간이라는 사실에는 애석하게도 변함이 없었다.

어차피 승부는 갑작스레 부딪쳐 결판날 성질의 것이 아니었기에 두 사람 모두 섣불리 맞붙질 못하고 있었다. 이 공허한 대치 관계가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문득 빙검 관철수의 시선이 염도 옆에 서 있는 비류연을 향했다.

“옆에 있는 아이는 누구인가? 제자인가?”

“꿈틀!”

아이라는 말에 비류연의 명검名劍)처럼 바르고 곧게 뻗친 눈썹 한쪽이 분노로 꿈틀거렸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길게 자른 그의 앞머리에 가려 빙검에게는 잘 보이지는 않았다. 아이라니, 그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는 기분 나쁜 발언이 아닌가. 비류연의 자존심을 열(熱)나게 건드리는 용서가 안 되는 발언이었다. 세간에서 는 이런 걸 두고 망언이라고 부른다지. 하지만 빙검 관철수는 비류연의 그러한 낌새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혼돈의 연못 같은 복잡 다사 난측複雜多事難測)한 그의 내심(心)을 짐작하기란 보통의 상식적인 입장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밤하늘에 걸린 별을 따는 쪽이 더 쉬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비류연이 계속 침묵을 지킨 채 나서지 않았다. 제멋대로, 마음내키는 대로 나서길 좋아하는 비류연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흥, 알 것 없네. 제자는 아니야.”

비류연의 짐작하기 어려운 성격을 잘 아는 많이 당해 봤다 – 염도는 잠시 비류연의 눈치를 살핀 다음 대답했다. 비류연이 의외로 조용히 있자 내심 안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 역시 그렇군. 혼자이길 좋아하는 자네가 무슨 바람이 불어 제자를 거두었나 싶어 이상히 여기던 참이었지. 난 또 상제(옥황상제)께서 실수하여 마이동풍 (馬耳東風)이 서쪽으로 잘못 분 줄 알았네.”

“쳇, 누가 별호가 빙검(劍)이 아니랄까 봐 정말 썰렁하기가 북해 빙산 뺨칠 정도군. 바람은 무슨 얼어 뒤질 놈의 바람. 신경 꺼. 동쪽으로 불든 서쪽으로 불든 무 슨 상관이야?”

그동안 쌓인 악감정이 넘쳐 나는지 계속해서 시비조인 염도였다 이렇게 건달 같은 염도에 비한다면 빙검 쪽은 그래도 군자라 할 수 있었다. 건달과 군자, 퍽 좋은 대비였다. 하지만 악의에 찬 말장난은 평소 그의 인격과 품격으로 미루어 볼 때 결코 어울리는 일이 아니었다. 얼음보다 차갑다고 공인 받고 있는 그의 냉철함으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누군가 강호에 나가 빙검 관철수가 말장난을 쳤다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당장에 미친놈으로 낙인 찍혀 버릴 것이다. “그건 그렇고, 자네 이곳엔 웬일인가?”

빙검이 물었다. 뜬금 없이 계속되던 둘의 대화 중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흥, 그건 이쪽 대사야. 가로채지마. 왜 네놈이 여기 있는 거냐?”

절대로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인간이 느닷없이 호아장에 나타났으니, 염도의 궁금증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다. 빙검이 여기 호아장에 있기에는 아무런 인 과관계나 은원 관계가 없었던 탓이다.

“아까 자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이곳은 내가 후견인으로 있는 장원일세. 그러니 내가 있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신색에는 변화가 없었다. 빙검은 전혀 동요하는 빛을 띄지 않은 채 침착하게 염도를 상대하고 있었다. 십팔 년 만에 다시 재회한 생애 최강 의 호적수를 앞에 두고도 이 정도의 침작함과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매우 냉정하고 심기가 깊은 사람임이 분명했다.

“흥, 못 보던 사이에 암흑가의 대부로 업종 전환을 한 모양이지? 몰라봐서 미안했네 그려. 흥, 그래서 호아장이라는 일개 무림 장원이 천관의 앞마당에서 보란 듯 재롱을 부리면서 장사할 수 있었던 게 다 네놈 때문이었다니, 세인들이 알면 놀라 자빠질 일이로군.”

염도는 열과 성을 다해 빙검을 비꼬고 싶은 모양이었다. 대놓고 최선을 다해 빙검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둘 은 마치 동문 사이라는 사실이 의심이 갈 만큼 철천지 원수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철천지 원수지간으로 보기에는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들은 또 너무 유치 했다.

티격태격 유치한 신경전을 겸한 말싸움을 하는 두 사람의 검과 도는 어느새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눈치챈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쥐도 새도, 두 눈 부릅뜨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다 몰랐지만 오직 비류연만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네. 용건만 이야기하게. 더 이상 길게 끌어봤자 쌍방에 남는 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네. 시간 낭비일 뿐이지.”

더 이상 염도와 얼굴 마주하고 싶지 않은 듯, 빙검은 일을 서둘러 끝내고자 했다. 더 이상 염도와 얼굴을 맞대고 있다가는 그의 냉철하다 자부하던 이성이 다 녹아 버려 국물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 이성이 녹아 내린다면 남는 건 곧이어 닥칠 엄청난 재난과 둘 중 하나의 시체뿐이었다. 왜냐하면 염도의 이성은 이미 모두 타 버 리고 남아 있질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용건은 하나뿐이야. 아주 간단하지. 바로 승룡패의 인계일세. 호아장이 가진 승룡패를 우리에게 넘기기만 하면 돼. 어차피 이곳에서는 쓸 일이 없을 듯하니 깐.”

“그건 안 될 말입니다. 그럼 우리 사형은 어쩌란 말입니까? 그 승룡패는 사형을 위해 준비된 물건입니다.”

그동안 옆에서 구경만 하던 셋째 제자 안후강 녀석이 겁도 없이 염도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제법 배짱이 두둑한 놈인 것 같았다. 성질 사납기로 유 명한 염도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피력한 것만으로도 그의 용기와 배짱은 찬탄의 대상이 될 만했다. 비류연도 감탄했다. 비류연으로서는 부실하기 그지없는, 싹수 노란 둘째 제자 감운수라는 놈보다 이 세 번째 놈을 추천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감운수보다 훨씬 큰그릇인 것 같았다. 염도 앞에서 말대꾸를 하고, 그의 심기를 건드린 다는 것은 보통 담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형? 아아, 아까 그 얼간이! 검형만 익혔지, 검의(劍意) 하나 제대로 깨치지 못한 놈. 검신 일체가 겨우 한계인 놈이었어. 내 눈은 정확하지. 검에 뜻을 불어넣는 경지에조차 이르지 못했더군. 한마디로 형편없는 실력이란 이야기지. 설마 그런 놈을 버젓이 치장해서 천관에 보낼 생각은 아니었겠지? 그랬다가는 바로 당장에 개 망신일걸! 철수 자네의 안목이 그동안 썩은 동태눈과 동류로 취급될 정도로 가치 타락했을 줄은 내 미처 몰랐네. 부디 용서하게. 그런 놈을 보낸다면 호아장은 물론 이고, 자네의 얼굴에도 스스로 자진해서 똥칠하는 형국이 될걸. 모두들 부끄러워 천하 5검수의 이름에서 자네의 이름을 빼 버릴 지도 모르지. 물론 나로서는 대 환 영할 일이지만 자넨 아닐걸? 자네의 결벽증이 그런 치욕을 용납할 리가 없지. 겨우겨우 힘겹게 유지하던 시답잖은 명성도 뚝하고 땅에 곤두박질 쳐질걸? 물론 떨어 질 명성이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야. 아무튼 볼만하겠어.”

염도는 그답지 않게 상대를 사정없이 매도하는 지독한 독설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원래 말보다는 행동이 빠른 탓에 내뱉는 말이 세 마디를 넘기기가 어렵다는 염도였는데, 한동안 비류연과 어울려 다니더니 그에게 오염된 탓에 성격이 많이 변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빙검 관철수를 만난 이후로는 흥분한 탓인지, 왠지 평소보 다 더 말이 많아졌다. 염도 곽영희란 사람은 주먹이 앞서면 앞섰지 말이 앞서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를 이 정도로까지 오염시킨 비류연의 능력은 정녕 소름 끼칠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비록 염도의 말이 많아졌다 해도 그가 한 말은 모두가 빈말이 아닌 사실들이었다.

말은 바른말이지 그가 한 말에 거짓은 없었다. 어줍잖은 실력으로 추천 받았다가 특별 전형 시험에서 떨어지면 그것만큼 치욕적이고 부끄러운 일도 없었다. 추천 문파의 안목과 능력이 무시당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뭣이라!”

제자들은 분노했다. 쪽수를 믿고 당장이라도 염도와 비류연에게 달려들어 요절이라도 낼 기세였다. 물론 모양만 그렇게 잡았지 감히 염도에게 대들 용기는 아예 없었다. 마침 말만 앞서는 전형적인 인물들인 그런 그들을 빙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장의 제자들이 무턱대고 달려들다간 엄청난 인명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기에 그런 비극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참아라, 애석하지만 그의 말이 맞다. 운수의 검은… 아직 멀었다!”

“대 노사!”

모두들 놀라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호아장에서는 그를 큰스승으로 받들어 섬기고 있었다. 장내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런 그가 상대의 억지 요구에 순순히 응낙한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그 따위 추천장, 그냥 줘 버려라!”

“안 됩니다!”

장내의 모든 이가 길길이 날뛰며 반대했다. 하지만 빙검의 결심은 이미 금강석처럼 단단히 굳어져 흠집 하나 낼 수 없게 된 후였다.

“어차피 운수에겐 소용없는 물건이다. 사실 그 정도의 실력으로는 아직 천관의 벽을 넘기 힘들다. 검의를 얻지 못한 상태의 검으로, 의지가 빠진 의미 없는 검법을 펼쳐 봤자 사람들의 웃음거리만 될 뿐. 오늘 일은 운수에게 따끔한 충고가 되었을 터! 내년을 기약하고 그 추천장은 저들에게 줘 버리도록 해라. 운수를 제대로 봐 주지 못한 나의 허물이다.”

오늘은 감운수에게 이름 그대로 운수 감소하는, 재수 똥간에 떨어진 날이 되고 말았다. 빙검은 허탈한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기 싫다는 무언의 입장 표명이었다.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나오자 호아장 문하 제자들도 더 이상 그의 말을 거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를 악 물고, 눈물을 뿌리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호아장주 호천상은 천관 특별 추천장 승룡패을 건네주었다. 그것은 한 장의 종이 쪼가리가 아닌 한 개의 녹옥으로 만 든 옥패였다. 그 사각의 녹빛 옥면 안에는 검을 타고 승천하는 용의 모습이 양각되어져 있고, 패의 윗부분에는 천무학관(天武學館)의 네 글자가 살아 움직일 듯한, 웅혼한 필체로 새겨져 있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는 물건이었다. 아마도 그 기운은 천무학관을 꿈꾸는 수많은 이들의 의지가 하나로 결집되어 생긴 기운일 것 이다. 비류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팔면 쾌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잊지 않고 했다.

목적했던 바를 이룬 비류연은 아무런 미련도 없이 등을 돌려 호아장을 떠났다. 물론 염도(焰刀)도 함께였다. 두 사람 모두 눈길 한 번 다시 주지 않았다. 그렇게 떠 나 버린 현장에는 무수히 얻어맞아 기절해 버린 장내 무사들과 빈객들, 그리고, 엄청난 액수의 재산 손실과 그들의 자존심과 명예에 새겨진 참담한 상처만이 남겨졌 다. 지워지지 않을 치욕의 상처. 이날은 호아장의 치욕 일로 길이길이 문하 제자들의 가슴 속에 기억 될 것이다. 두 남자의 어두운 그림자와 함께…….

“대 노사(大老師).”

두 사람이 뒤도 보지 않고 떠나가 버린 내원에서 호천상이 조용히 빙검을 불렀다. 심상치 않던 분위기 때문에 여태껏 묵묵히 잠자코 있던 호천상이 목구멍에 차 올 라 있던 말을 가까스로 끄집어낸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가늘고 약해져, 이미 자신감이 결여돼 있었다. 그러나 빙검은 그의 부름에 응답조차 하지 않은 채 매정 하게 등을 돌렸다.

“쉬고 싶네.”

이 한마디만을 남기고 빙검은 전각 안으로 신형을 감추었다. 막 뒤돌아서는 빙검을 잡으려던 호천상의 발이 잘못하여 주위에 이리저리 나 있던 화초 중 하나를 건 드렸다. 난초처럼 뻗은 잎사귀를 가진 이름 모를 꽃이었는데 호천상의 발길이 닫자마자 마치 유리 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유리 조각처럼 부서져 내린 꽃과 그가 서 있던 자리를 보고 호천상은 경악했다. 반경 일장 안의 나무와 화초들이 모두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살짝 손을 대자 모두 얼음 가루가 되 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내렸다.

호천상은 경악에 경악을 거듭했다. 빙검 자신도 의식 못하는 사이에 한빙 진기가 발출 되어 주변을 모두 순백으로 얼려 버린 것이다. 이것은 내정하고 침착하기로 유명한 그가 진기의 조절이 용이하지 못할 만큼 심력(心力)을 쏟아 부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염도 앞에서는 애써 담담한 척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사정은 염도 쪽도 만만치 않았다. 염도가 서 있던 주위 자리에 존재하던 나무와 화초들은 모두 누렇게 말라죽어 있었고, 그가 디디고 서 있던 일 장 반경 안의 돌들 은 모두 벌겋게 달구어져 있어 진기를 끌어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손을 대면 당장이라도 화상을 입을 정도였다.

말라비틀어진 화초들은 사람의 손길이 가자마자 곧 가루가 되어 허공에 뿌려졌다. 범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경지에 다다른 두 사람이었다. 이를 본 호천상과 그의 일당(?)들은 말문이 막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실력을 지닌 둘이 자신의 장원 내에서 맞붙으려 했다니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끔찍한 일이었다. 만일 진정으로 두 사람이 이곳에서 맞붙었다면 그 날로 호아장은 기둥뿌리까지 뽑힌 채 폐허만 남을 뻔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비류연과 염도는 목적한 바를 이루고 유유히 돌아갔고 유유히 돌아간 건 비류연뿐이었다 그 날 이후 빙검 관철수는 십 일 동안 두문불출, 전각 밖을 나오지 않 았다. 장주(莊主) 이하 호아장 식솔 모두가 허탈한 마음에 올려다 본 하늘은 얄밉게도 여전히 한없이 높고 푸르기만 했다. 사람을 약올리기라도 하는 듯이 오후의 햇살만이 자신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듯, 기절한 자들과 부서진 잔해들로 어지럽혀진 장내를 조용히 내리쬐고 있었다. 정오부터 불과 한 시진 사이에 일이 난 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