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3권 4화 – 인간을 가장 잘 개조할 수 있는 방법

비뢰도 3권 4화 – 인간을 가장 잘 개조할 수 있는 방법

인간을 가장 잘 개조할 수 있는 방법

“방법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던 비류연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걸 지금부터 생각해 보는 게 우리들의 과제가 아닐까?”

“즉, 아무 생각도 없다는 말이군. 무책임하게시리.”

비류연의 무책임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장홍이 면박을 주었다.

“꼭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순식간에 시선이 효룡에게 쏠렸다. 아까는 회의적이더니 갑자기 생각이 돌변한 모양이었다.

“역시 개조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약물에 의한 신체 반응 변화가 가장 유망하지. 가장 실현 가능성도 높아.”

“아, 그렇지. 약물 투입에 의한 신체 기능 강화 말인가?”

역시 장홍은 말이 통하는 데가 있었다. 효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맞아. 지속적으로 다양한 약물을 인체에 투입하여 신체 반응을 지켜보면서 약물의 농도와 비율, 그리고 성분을 바꾸어 나가는 거지. 물론, 이 경우 여러 번의 시행 착오를 각오해야만 하겠지. 그리고 신체 이상 증세도…….”

“하지만 그, 그건 좀 무서운데요.”

윤준호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지며 이마에는 식은땀까지 맺혔다. 그도 진담과 농담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의 분별력 과 판단력은 효룡과 장홍이 나누는 말들이 진담이라는 것을 가슴 아플 정도로 분명하게 경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섭긴, 마취제를 듬뿍 사용할 테니까 고통은 그다지 없을 거야. 단지 약에 취해 꿈 속을 헤매게 될 뿐이지. 물론 약에 대한 부작용과 약물 중독은 주의해야 되겠 지만.”

당사자인 윤준호가 듣기에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진지한 얼굴로 내뱉어 버리는 효룡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나 지금 진심이니까 농담으로 오해하지 말라는 의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의학 지식만 가지고는 체질 개선을 위한 약물 요법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

장홍이 실질적인 실행 단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장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 겨우 절상이나 열상, 열창, 창상 등에 금창약을 바른 다음 대충 붕대나 감고, 삐거나 결린 데 고약이나 붙이는 정도의 미약하기 짝이 없는 의학 지식 수준으로 약물 요법에 의한 인체 체질 개선을 시도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였다. 만약 이런 것이 잘못되면 살인이라 부르기에 합당한 행위가 되는 것이다.

“뭐, 시신경이 마비되거나, 미각을 못 쓰게 되거나, 귀가 먹거나 하는 종류의 증세로 오감(五感) 중 두서너 개가 못 쓰게 되겠지. 만일 잘못되어 최악의 상황을 가정 한다 해도 사지(四肢) 중 하나가 불구가 되거나, 아니면 하반신 마비 정도겠지. 최악의, 최악의 경우에나 전신 마비에 식물 인간 정도일까? 설마 죽기까지야 하겠어. 별거 아니지?”

효룡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투로 말했는데 마치 무슨 평범한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는 정도로 들렸다.

“아니, 좀 많이 별거인 것 같은데요. 굉장히 위험하다고 느껴져 무섭군요.”

“흐흠, 자넨 지금 이 방법의 안전성에 대해서 크게 의심하고 있다는 거군.”

“어떻게 그걸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장홍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솔직히 그 문제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해야지. 약물 요법의 대가라면 독인(毒人) 제조 개발 연구가나 강시 제조 발전 연구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게 가장 믿을 만하고 확실해. 사실 그들만큼 약물 투입과 인간 생체 변화의 상관 관계에 대해 해박한 사람들도 없거든. 그쪽 분야에서는 최고의 권위자들이지. 물론 그 수가 극히 희귀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런 귀한 사람들을 어디서 구합니까?”

창백한 안색을 한 윤준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지금 심정은 제발 그런 희귀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이들의 계획이 처참하게 무산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 었다. 그러나 그의 절박한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고, 그는 그 잔해 더미 밑에서 신음해야 했다. 답변은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여기!”

장홍과 효룡의 검지 손가락이 동시에 바닥을 가리켰다.

“여기?”

비류연과 윤준호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얼떨결에 바닥을 가리켰다. 그러자 장홍이 자신만만하게 설명했다.

“그래, 여기. 이곳 천무학관 안에서라면 단번에 구할 수 있어. 이곳에서는 별별 희한한 분야의 연구나 밖에서는 기괴하다 생각되는 무공들의 개발이 강변의 모래 알처럼 무수히 행해지고 있거든. 여기라면 당장에 구할 수 있어.”

자신이 독인 연구 내지는 강시 연구의 발전에 실험 재료로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영광스런 사실에 공포를 느낀 윤준호는 몸서리를 쳤다.

그의 머리 속엔 어떻게 하면 이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비류연 일행들에게는 매우 흥미진진하면서도 삼삼한 자극이 되는 자리를 벗어날 수 있을지 그 궁리만 으로 가득 차 있어 다른 사고 기능은 완전히 마비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윤준호의 이런 심란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알고서도 모른 척하는 건지 효룡은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 계획은 이제 상상의 능선 을 넘어 점점 더 구체성을 띠어 가고 있었다.

“독인 연구라면, 독술에 몸바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지상 최후의 목표지. 현재 가장 유명한 독인 연구가를 꼽으라면 사천당가의 독수무심의(毒手無 心醫) 당군혁과 독왕당의 사독(毒) 피철하를 들 수 있어. 이 두 사람은 강호에서도 가장 유명한 독술과 독인 연구의 대가이자 경쟁자야. 사독 피철하는 사파 쪽 사 람이니 논외로 치고 독수무심의 당군혁과 그의 추종자가 현재 독인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곳이 바로 여기 천무학관이야. 약왕당 일도 가끔 봐주고 있다더군. 독술의 대가는 다시 말해 의술의 대가도 되는 법이거든. 독과 약은 종잇장 한 장 차이고 그 원류는 동일한 것이니깐 말이야. 그에게 부탁하면 약물에 의한 체질 개선도 불가 능하다고만 생각되지는 않아.”

“강시 연구 쪽은?”

효룡이 강시 연구 쪽을 제쳐 두고 독인 연구만을 얘기하는 데 의문을 느낀 장홍이 물었다. 그의 말투는 마치 강시 연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투였다.

“아, 물론 이곳에 강시 연구가가 없는 건 아니야. 아마 강시 연구를 하는 곳을 꼭 찾으라면 아마 이곳 천무학관뿐이겠지. 다른 곳에서 그딴 걸 했다가는 당장에 사 파로 몰려 몰매를 맞을 게 분명하고 당장에 그 문파는 멸문지화를 당하거나 약소하게 처리된다 해도 봉문을 당하고 말 걸세.”

윤준호와 장홍은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신을 경건하고 신성하게 생각하는 중원 사회에서 시신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 에 – 강시 연구가 좋은 대접을 받을 리 없었다.

처음, 죽은 시신의 원활한 운반을 위해 도술(道術)과 결합되어 발생한 강시술과 강시를 전투 살상용으로 개발한다는 발상 자체가 정당하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다. 사자(死者)의 시신을 유린하고 욕보이는 행위가 어찌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강시술은 투자에 비해 뛰어난 살상력과 전투력, 그리고 값싼 유지비 때문에 사파 측에서는 집중적으로 꾸준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했다. 그러니 정 파 측에서도 강시 연구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두 눈 동그라니 뜬 채 일방적으로 당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 라는 생각 아래 강시 연구가 공식적으로 용인되는 곳은 정도 무림을 통틀어 아마 이곳 천무학관뿐일 것이다.

“강시 연구도 물론 인체에 대한 약물 사용에 능숙하긴 하지만 그쪽은 죽은 시신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반면 독인 쪽은 살아 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되 는 학문이야. 이 차이는 하늘과 땅 사이의 거리만큼 엄청난 것이지. 그러니 준호를 시체로 만들 생각이 아닌 바에야 독인 연구 쪽이 훨씬 가능성이 높지.”

“그렇군, 그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장홍이 효룡의 말에 순순히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살아 있는 윤준호가 필요한 것이지 죽인 시체 상태의 윤준호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이가 없게도 그들은 인간 개조라는 유래가 없는 무지막지하고 불분명하며 성공 여부조차도 불확실한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