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4권 3화 – 빙백봉 나예린과의 비무

비뢰도 4권 3화 – 빙백봉 나예린과의 비무

빙백봉 나예린과의 비무

나예린은 밤하늘에 별을 박아 놓은 듯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눈빛을 반쯤 감추고서

한 그루의 나무 밑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신의 예술성이 최고로 발휘되었음이 분명한 그녀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신비로움과 성결함으로 가득했다.

바람도 빛도 그녀와 함께 어울리며 조화 속에 머무는 듯했다. 주위의 어떠한 감각도 그녀를 자극하는 데는 실패했다. 만약 자극에 성공했다면 그녀의 명상은 깨지 고 말았을 것이리라. 하지만 그녀의 명상은 결코 깨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새벽녘의 햇살은 아직 잎사귀에 맺힌 영롱한 새벽 이슬을 하늘로 날려보내는 데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하늘로 불려 올라가지 못한 이슬은 서서히 자신들의 응집 성을 이용해 모여들었고, 곧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뭇잎의 가운데 파진 홈를 타고 흘러내렸다. 새벽의 정기(精氣)를 모은 이슬이 떨어져 내림과 동시에 그녀의 검 집에서 검이 뽑혀 나오며 햇무리 같은 눈부신 검기가 환상처럼 뿜어졌다. 검기의 날카로운 예기(氣)는 지상으로 낙하하는 한 방울의 이슬에 두 가닥의 흔적을 남 기고 지나갔다. 한 가닥도 아니고, 두 가닥의 흔적이었다. 눈을 감은 채 언제 떨어질 지 모를 이슬 한 방울을 두 가닥 흔적을 내어 삼등분으로 나누어 놓는 것이 얼마 나 높은 경지의 고난도 기술인지 입 아프게 떠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것을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 것이다.

“짝짝짝!”

난데없는 박수 소리에 영원처럼 명상에 묻혀 있던 그녀의 밤하늘 은하수 같은 눈동자가 열렸다. 우주를 축소시켜 담아 놓은 듯한 그녀의 신비로운 눈동자에 한 명 의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로서는 의외적으로 약간의 반가움이 그녀의 눈동자에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남들은 몰라도 그녀로서는 드물다 할 만큼 대단한 감정 표현이었다.

“훌륭해. 더 이상의 의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럽고 아름다운 검기야, 사매.”

그녀를 스스럼없이 사매라고 부른 여인의 좌안(左眼)은 검은 안대로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놀랍게도 독안(獨眼)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바로 일 주일 전 비류연이 애소저회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닷없이 나타나 사내들에게 무한한 껄끄러움을 안겨 주어 도망가게 만든 바로 독안봉 독고령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웠 다. 좌안의 영구한 부재(不在)도 그녀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퇴색시키는 데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어서오세요, 사저.”

나예린과 독고령은 같은 한 명의 사부로부터 같은 무공과 가르침을 사사 받은 동문이었다. 담담한 그녀의 인사에 독고령이 미소지어 보였다. 변태성 짙은 사내들 에겐 아수라처럼 무섭기 짝이 없는 그녀였지만 사랑스런 사매인 나예린을 상대로는 미소를 아끼지 않는 일면도 있었다.

“웬일이야? 이런 새벽부터 검기에 심혈을 기울이다니. 요즘 들어 없었던 일이잖아. 검기를 다듬을 일이라도 있어?”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집중하는 것을 가리켜 검기를 다듬는다고 표현한다. 방법은 가지각색이지만 동문인 관계로 독안봉은 그 녀의 방금 전 행동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켜야 될 약속이 있습니다.”

“약속?”

나예린의 사교성으로 미루어 볼 때 남과 약속까지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독고령이 의아한 듯 물었다.

“누구랑?”

“남자입니다.”

“뭐? 남자!”

독고령은 하마터면 충격에 심장마비로 쓰러질 뻔했다. 설마 빙백봉 나예린이 남자 따위와 약속을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여지껏 살아온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독고령으로서는 그녀의 남성 혐오증이 상당한 중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아이가 남자랑 약속을 하다니?

무의식중에 새벽 해가 걸려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동녘 하늘이었다.

“설마 위지천은 아니겠지?”

조심스러운 태도로 독고령이 물었다.

“아닙니다.”

독고령은 어리둥절해졌다.

‘위지천 그 녀석이 자기 자신 이외의 남자를 그녀 곁에 접근시켰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위지천이 누군데 자신도 감히 어려워 접근하지 못하는 나예린의 곁에 딴 남자를 접근시키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

였다. 그딴 녀석이 맘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방패막이용으로 그 존재를 묵인해 주고 있던 독고령이었다. 좀 불안한 방패막이이긴 하지만 그것마저 없으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를 일이다. 그래 예전처럼…….

“그 녀석이 아니라고?”

“예, 다음엔 꼭 실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독안봉 독고령은 금방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녀는 일 주일 전 비류연과 있었던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수 년만에 그녀의 마음에 동요를 가져다준 이성의 존재. 보통과 다른 그녀 의 감성은 비류연의 무례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그냥 넘어갈 마음은 없었다.

다음 번엔 실수하지 않겠다는 약속, 그녀는 반드시 지킬 것이었다.

“무슨 약속인지 잘 모르지만 네가 이른 새벽부터 검기를 다듬는 걸 보니 무척 중요한 약속인 모양이네. 누구와의 약속이니? 네가 비무(武)를 할 리는 없을 테고.”

검기를 다듬고 정갈히 다스리는 것은 비무 전에나 하는 준비였다. 물론 평상시에도 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약속이 있습니다.”

“무슨 약속?”

독고령은 대인 사교 관계가 최악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자신의 사매가 누군가와 약속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저의 눈을 벗어난 사람과의 약속입니다.”

“뭐라고?”

하나뿐인 그녀의 외로운 우안(右眼)이 놀라움에 치켜 떠졌다. 오늘은 계속해서 경악의 연속이었다.

“나 사매의 눈을 벗어났다고? 사매의 용안(龍眼)은 나조차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데 그곳에서 벗어난 사람이 있었단 말이야?”

그녀의 용안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그녀가 상대의 동작을 읽지 못했거나 그녀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둘 다 쉽게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나예린 의 진신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자신을 뽑을 사람이 바로 독안봉이었다.

“예, 사저.”

여전히 그녀의 반응은 한정되어 있었다. 독고령은 그것을 항상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조차 두근거리게 만드는 신의 미모 때문에 마음을 닫아야 하는 그녀의 불행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그래, 그럼 그 사람하고 무슨 약속을 했는지는 알 수 있을까?”

그녀는 백옥을 깎아 만든 듯한 아름다운 손가락을 자신의 붉은 입술에 살포시 가져다 대었다. 차분하던 그녀의 눈동자에 미량의 동요가 소용돌이쳤다. 그녀로서도 그 일은 쉽게 잊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음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몸은 그 감촉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두 번째 실수는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

여전히 독고령은 이해할 수 없는 그녀만의 말이었다.

“어머, 선배님.”

자칫 심각해질 수 있었던 그녀들의 분위기를 막아 준 목소리가 있었다. 독안봉이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그 귀엽고 깜찍한 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독고령은 골치가 아파져 왔다.

그녀의 등장으로 나예린과 독고령의 대화는 끝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독고령은 더 이상 사건의 진상을 캐물을 수 없어 못내 아쉬웠다. 그녀의 입을 타면 이야기가 학관 내에 무슨 소문으로 돌변해서 돌아다닐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새벽 아침을 깨우는 새의 지저귐같은 발랄한 목소리로 그녀들을 부른 여인은 아직 소녀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소녀였다.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한 화사한 얼굴은 보는 이마저도 즐거워질 듯한 미소를 함뿍 베어물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교구의 등에는 두 자루의 쌍검(劍) 이 엇갈려 메어져 있었다.

독고령도 그녀를 미소로써 맞이했다. 소녀는 쌍검술로 이름 드높은 전주 이가의 무남독녀로 그녀가 평소 귀여워하던 후배였다. 후에 천무학관은 물론 무림 강호에 서 쌍검호접(雙劍胡蝶)이라 불리며 뭇 남성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모으게 될 이진설이 바로 그녀였다.

“설아, 네가 여기 왠일이냐? 무슨 기쁜 일이 있기에 미소가 너의 얼굴을 떠나지 않는지 궁금하구나?”

독고령의 물음에 이진설은 암사슴을 연상케 하는 발랄하고 경쾌한 동작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샛별 같은 눈동자에는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열기와 함께 남아 있었다.

그 흥분의 원인이야말로 독고령이 궁금해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성공했어요! 언니, 드디어 성공했다구요.”

독고령은 어린애처럼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는 소녀를 일단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이 사나워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

이다. 이진설의 지나칠 정도로 넘치는 생기발랄함은 가끔 그녀에게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항상 고요한 나예린과는 정극의 반대를 이루는 성격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항상 주변을 밝게 해주는 소녀의 곁에 있는 게 독고령도 싫지는 않았다. 그것은 별로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침묵하는 미모만으로도 나라 한두 개쯤은 간단히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은 초극치미의 소유자인 자신의 사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굳이 말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독고령은 알 수 있었다.

“자자, 진정하고 뭘 성공했는지 말해 보렴. 너의 두 발이 장시간 지면에 붙어 있지 않으면 너의 말을 내가 알아듣기 힘들 것 같구나.”

그제야 잠시도 땅바닥과 붙어 있지 않은 채 끊임없이 공중 탈출을 시도하던 그녀의 발이 지면에 닿았다. 그리고는 열기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드디어 성공했다구요. 성공이요.”

“설아, 뭘 성공했는지 아직 말하지 않았구나.”

자신의 말이 흥분에 들떠 목적어를 생략한 채 앞뒤 다 떼먹고 한참이나 건너뛰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진설은 자신의 실수를 얼른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깐, 마침내 그걸 드디어 성공했단 말이에요.”

하지만 사태 수습은 여전히 미비한 감이 있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신경 두터운 그녀도 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인내심을 발휘하기로 그녀는 결정했 다.

“그러니깐 그게 뭔지 아직 말하지 않았구나. 좀 진정하거라.”

“쌍검이연십이참격(雙劍二連十二斬擊) 말이에요. 그 기술을 드디어 어제 저녁 늦게야 성공시켰단 말이에요. 나 잘했죠!”

“뭐라고?”

순간 독안봉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기로 가득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보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독고 령은 솔직하게 이진설의 성공을 축하해 주었다. 아직까지 그녀에게는 어려운 고난도의 기술이었다. 아직 부족한 실력으로 성공하다니 열 수레의 칭찬도 아깝지 않 은 일이었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나예린의 눈에도 약간의 이채가 놀라움에 떠밀려 그녀의 두 눈동자로 떠올랐다.

“정말 그 기술을 네가 성공시켰단 말이니?”

아직도 여전히 믿어지지 않은지 독고령이 다시 한 번 되물었다.

“물론이에요!”

이진설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독안봉의 경악은 당연한 것이었다. 쌍검이연십이참격이라 하면, 엄청난 신법을 이용한 운신 가속을 통해 나뉜 두 개의 분신 체에서 각각 열두 개씩 도합 스물네 개의 검기를 뿜어내는 고난이도의 상승 기술이었다.

쌍검을 사용하는 무인이 절정 고수로 발돋움하기 위한 관문과도 같은 기술로 이제 갓 천관에 입관한 일 년차 이진설이 사용할 만한 기예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걸 성공시켰다면 이진설은 천재라 불려도 크게 과장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재능이 범상치 않음을 입증하는 일이다.

“축하해, 이 사매. 그렇게 그 기술에 매달리더니 드디어 성공했구나. 너의 무공을 향한 집념에는 매번 찬탄을 금할 수 없구나.”

독안봉은 진심으로 그녀의 깨달음을 축하했다.

“축하해요, 이 사매.”

항상 붉은 입술을 닫은 채 조용하기 그지없던 나예린도 이진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기대하지 않았던 그녀의 칭찬에 이진설뿐만 아니라 독고령조차도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진설은 자신이 쌍검의 오의(悟意)를 깨달은 것보다 그녀에게 축하를 받은 게 더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예린으로서는 오늘 하나의 오의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무인에게 보내는 예의였던 것이다. 오늘 이진설은 그럴 자격이 충분했다.

“그래 그걸 자랑하러 여기까지 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모양이구나.”

“그것도 그렇지만…….”

이진설은 자축 자랑 이외에도 또 다른 용무가 있는 모양이었다. 샛별 같은 그녀의 눈동자에 묘한 장난기 비슷한 기운이 감돌자 독안봉은 흠칫했다. 불길한 예감이 그녀의 매끄러운 등허리를 훑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이진설을 알아 온 그녀는 이진설의 저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 다. 예전에 저 눈빛에 꽤 많은 홍역을 치른 안 좋은 기억이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너 서…… 설마…….”

그녀의 더듬거리는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진설은 힘차게 백옥처럼 가느다란 목을 끄덕였다.

“예. 물론이예요, 언니! 설마 거절하진 않으시겠죠?”

그녀의 불길한 예감은 아무래도 재수 없게 적중한 모양이었다. 독고령은 좀처럼 없던 두통이 갑자기 그녀를 엄습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한 불쾌한 느낌에 그녀는 자신의 옥수(玉手)를 이마에 갔다 대었다.

“사양하면 안 되겠니?”

한 번 사정해 보지만 가능성은 희박했다.

“안 돼요!”

이진설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언니가 아니면 누가 제 이번 기술을 받아 주겠어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고, 그녀의 예감은 불길함의 표적판 정중앙에 적중하고야 말았다.

어려서부터 이진설은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마다 그 기술의 시험대로 독고령을 삼아 왔던 것이다. 물론 그녀의 또래 주위에서 그녀의 검을 받아 낼 만한 인물이 그 녀 외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녀의 재능은 남달리 빼어난 면이 있어 가내에서 그녀의 기술을 받아 낼 사람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던 것이다. 그 유일한 예외가 가끔 그녀 집을 방문하는 독고령이었다. 독안이 되기 전, 두 눈이 멀쩡하던 때부터 그녀가 방문할 때마다 이진설은 자신이 그 동안 악착같이 달려들어 익혀 놓았던 무공 초식들을 그녀를 상대로 풀어내었다. 독고령 그녀 또한 그 재능이 남들처럼 평범했다면 단 한 번의 패배로 그 놀이를 끝맺었을 지도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독고령의 재능은 이진설에게 필적하거나 또는 그 이상의 것이어서 이진설은 한 번도 그녀의 벽을 뛰어넘어선 적이 없었다.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재능에 삼 년의 세 월이 더해졌지만 그녀의 쌍검은 한 번도 독고령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진설은 오기가 생겨 새로운 기술을 익힐 때마다 그녀를 찾아왔던 것이다. 독고령으로서는 악의가 담겨 있는 비무(武)도 아니거니와, 자신의 무공 수련에도 자극이 되고 도움이 되었기에 딱히 거절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도전은 그만큼 순수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조금 사정이 달랐다.

쌍검이연십이참격은 그 동안 익혀 왔던 것과는 격(格)이 다른 기술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는 기술이었다. 물론 그녀의 현재 지닌 실력으로 막아내 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녀로서도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만은 사양하면 안 될까? 좀 위험한 것 같구나.”

나찰녀, 혹은 마귀할멈이라 불리는 독안봉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약한 모습을 나타냈다.

“안 돼요!”

이진설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그 결정을 번복할 의사가 없는 모양이었다. 독고령에 대한 도전은 그녀에게 있어 가장 즐거운 도락 중 하나였다. 그걸 그냥 포 기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언니는 제 기술을 피해 낼 수 있잖아요.”

아직까지는 자신의 실력이 그녀가 지닌 무공의 벽을 넘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이진설로서도 잘 인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자신의 실력에 자만하지 않는 태도는 무인으로서는 칭찬받을 만한 올곧은 태도였다.

이진설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독고령은 난감해졌다. 그때 그녀의 머리 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좋아.”

뒷걸음치는 듯한 인상을 숨길 수 없던 그녀가 갑자기 흔쾌히 승낙했다.

“정말요? 정말이죠? 언니, 이번에 또다시 제 기술을 받아 주는 거죠?”

그녀는 독안봉의 승낙에 정말 신이 난 모양이었다. 특이한 취향이 아닐 수 없었다.

“대신 상대는 내가 아니란다.”

“에?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언니가 아님 누구랑 상대해요?”

여성 된 입장으로서 “그게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예요?”라고 말하지는 않고 보다 순화된 언어를 사용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여기 나 사매에게 너의 검기를 한 번 시험해 보려무나.”

의외의 제안에 이진설도 놀랐지만, 나예린 또한 미미하지만 그녀로서는 최대한의 놀라움을 담아 의외의 제안을 내놓은 당사자를 쳐다보았다.

“우와, 정말요? 정말 제가 빙백봉이라 불리우는 심안검(心眼劍)의 대가인 린 언니랑 검기를 겨루어 봐도 될까요?”

사내아이처럼 이진설은 흥분한 모양이었다. 그녀의 무공 욕심은 좀 정도가 심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 물론이야! 요즘 나 사매가 검기를 가다듬고 있다니, 천방지축 말괄량이 검기가 나 사매의 검에 예기(氣)를 더해 주는 것도 좋겠지. 어때, 나 사매?”

허락을 구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독안봉의 제안에 나예린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진설은 열망이 담긴, 거절하기 부담스러울 정도의 애절한 눈빛으로 나예린을 바 라보고 있었다. 꼭 강아지 같은 맑은 눈동자가 나예린의 거절할 의지마저 빼앗아 가고 있었다.

빙백봉 나예린은 독안봉과 더불어 그녀가 흠모해 마지않은 선배 여검객이었다. 그녀를 목표로 삼고 있는 추종자 입장에서는 한 번쯤 검을 맞대 보고 싶은 충동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었다.

“좋아요.”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예린은 결론에 도달했다.

“만세!”

어린아이처럼 이진설은 흥분했다. 드디어 자신의 검기를 시험해 볼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것도 상대는 삼성제 검후전에서 올해의 검후로 뽑힐 가능성이 가장 놓 은 여성 검객 중 한 명이라는 칠봉(鳳)의 일좌(座) 빙백봉 나예린이었다. 기분 좋은 흥분이 쾌감이 되어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목표가 제아무리 크고 상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기죽을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래 봬도 천무칠봉 중 일인이자 그 중 가장 사납고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독안봉 독고령을 상대로 오랫동안 끈질기게 비무를 벌여 온 전적이 있지 않은가. 웬만한 상대를 눈 앞에 두고 두려움에 위축될 정도의 얕은 수련은 애당초 쌓아 놓 지 않았다. 이러한 자부심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하지만 막상 나예린을 상대하고 보니 독안봉과는 경우가 틀려도 한참이나 틀렸다. 막상 그녀를 눈 앞에 두자 묘한 감각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아 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한 마디로 이질감이었다.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가 그녀의 시야에 잡혀 있어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이질감. 그것이 그녀의 주의심을 자극하여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훌륭해졌구나. 이제 어엿한 한 사람의 검객으로서 부끄럽지 않겠어.”

곁에서 관전중인 독고령의 평이었다. 나예린을 앞에 두고 그녀가 지닌 용안(龍眼)이란 존재를 감으로나마 잡아낼 수 있었다는 것은 이제 그녀의 실력이 범상치 않 음을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진설의 본능을 자극하는 요란한 주의 경보도 그녀의 신(新) 비기(秘技)를 시험해 볼 무대와 기회를 포기할 만큼 강하게 그녀의 욕망을 억누르지는 못했 다.

이진설은 과연 나예린에 대한 소문이 그 미모에 대해 쏟아지는 칭송만큼이나 무공 조예 방면에서도 과장된 것이 아님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조심하세요. 검엔 눈이 없으니깐요.”

나예린의 존재감 앞에서도 이진설은 아직 자신만만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이야말로 그녀의 장점이었다. 자신감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그것이 곪아 오 만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지만 말이다.

“걱정 마. 너의 검엔 눈이 없어도 나 사매의 검(劍戟)엔 눈이 달려 있으니깐. 조심하렴.”

독고령이 옆에서 이진설의 걱정을 단숨에 불식시켜 주는 친절을 발휘했다.

이진설이 자세를 잡은 후 검례를 표했다. 나예린도 같이 검례를 표하며 답례했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먼저 공격한 쪽은 당연히 도전자의 입장인 이진설이었다. “그럼 갑니다.”

이진설의 쌍검이 휘둘러지며 화려한 검화(劍花)를 뿌렸다.

선봉은 이진설의 가전 비검식인 비연쌍검으로부터였다. 비무이기 때문에 이진설은 자신의 공격을 알리며 검을 휘둘러 나갔다. 그녀의 초식이 그녀에게 전개된 것 이다.

“부약비연!”

처음부터 큰 기술로 치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자신보다 확실히 우위에 서 있는 실력의 소유자를 상대로 처음부터 마구잡이로 비기(秘技)를 사용한다는 것은 얼간 이들이나 하는 짓인 것이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이진설은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실천하고 있었다.

우선은 허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얄미울 정도로 완벽하고 철저한 그녀의 방어막에 허점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지금 그녀가 우선적으로 행해야 할 작전 이었다. 아무리 오의(悟意)를 터득했다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다짜고짜 쳐들어가는 건 매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성급한 짓이다.

이때 그녀는 원래의 목적인 오의의 시험을 잊고 진정으로 그녀를 상대하려 들고 있었다. 기술의 시험이라면 처음부터 비기를 사용해도 별 상관없었을 것이다. 아 니 오히려 그편이 바람직한 것이다. 승패랑은 원래부터 상관없던 이야기가 아니던가. 그런데 빙백봉 나예린의 심안검에 마주 대하고 보니 이진설은 사내아이도 아 닌데 호승심이 이는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초식을 전개해 가며 허점을 유도하는 이진설의 신중한 모습에 독고령은 의아해 했다. 설마 하는 의심이 마음 속 그물을 뚫고 불거져 나온 것이다. “아니, 저 아이가??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았다. 사상 초유의 강적과 대면한 것처럼 조심스럽게 초식 하나 하나 심혈을 기울여 전개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인 것이다. 일단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가 검을 맞대고 검기를 발산하며 초식을 교환하다 보면, 보이지 않은 힘의 여파가 발생하여 경력이 얽히게 되고, 중간에 그만 두려 해도 쉽게 그만 둘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웬만해서 는 잘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독고령이 알고 있는 그녀 둘은 능히 그럴 만한 능력을 보유한 이들이었다. 게다가 오늘 이진설이 선보이려고 벼르고 있는 최후 비 기는 바로 쌍검이연십이참격이다. 결코 녹녹한 기술이 아닌 것이다.

그녀의 쥐어진 하얀 손에 땀이 흥건히 배어 나왔다. 그녀가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손아귀에 땀이 고이는 것도 까맣게 잊은 채 정신을 집중하여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여차하면 두고볼 것도 없이 뛰어들 생각인 것이다. 그녀의 생각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다시는 설이의 검술 시험대가 되지 않겠어. 모든 게 나의 불찰이야. 그애의 성격을 뻔히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예린이를 상대로 붙이다니. 내가 미쳤지 미쳤어. 질 것 같다고 곱게 끝날 아이가 아니지. 게다가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곱게 끝내고 얌전히 손을 털겠어.’

독고령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쏟아진 물은 흙과 모래 속에 스며들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그녀는 ‘이제 두 번 다시 어린애 장난에 장단 맞춰 주지 않겠어.’라고 굳게 결심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켰다.

‘제발, 제발, 제발……, 얘야. 정도와 경우라는 게 뭔지 잊지 말아 줘!’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전황을 주시한 순간, 다시 한 번 이진설의 쌍검으로부터 매서운 검기가 일렁이며 나예린 쪽으로 공격해 들 어갔다. 그 매서움과 날카로움은 독고령조차도 잠시 상황을 잊고 감탄했을 정도였다. 한편 매서운 이진설의 쌍검기 아래 노출된 나예린의 회피도 박수 세례를 받을 만큼 훌륭한 것이었다. 약간의 우아한 보법 전개만으로도 그녀는 이진설의 검기를 말끔히 흘려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주눅들지도 않은 채 이진설은 재차 새하얀 검기를 줄줄이 그녀의 쌍검으로부터 뽑아 내었다. 이진설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기가 더 욱더 예기를 더해 가면 갈수록 지켜보는 독고령의 가슴은 걱정 근심으로 타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잇단 날카로운 공격에 지쳤는지 나예린의 몸에 약간의 허점이 드러났다. 이진설의 눈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그녀가 시작부터 꾸준히 기다 려 오던 기회였던 것이다. 더 이상 두고볼 것 없다는 듯이 과감하게 그녀는 오늘의 성과이자 시험물을 자랑스럽게 꺼내 놓았다. 전심전력!

“쌍검이연십이참격!”

맑은 은방울 소리 같은 옥음(玉音)이 찌르릉 울리며 대기를 살짝 진동시켰다.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달려오는 그녀의 몸이 환상처럼 두 개체로 분리되는 게 아닌가. 각각의 분리된 분신체는 나예린의 좌우방을 동시에 공격해 들어 갔다. 분리된 분신으로부터 각각 열두 개씩 도합 스물네 개의 검기가 뻗어나오며 나예린의 전신 요혈을 엄습해 들어갔다. 스물네 개의 검기 모두가 실(實)! 허(虛)는 없고 모조리 실의 공격이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지켜보던 독고령의 긴장감도 이 순간 최고조로 달했다.

눈부시게 뻗어져 나온 스물네 개의 검기가 한 곳에 얽혀 들며 작열했다. 그 여파로 인해 먼지 구름이 뭉게뭉게 일어나며 격돌중인 두 사람의 주위를 휘감았다. 지 켜보는 관객 입장인 독고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며 결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당장 시야를 방해하는 먼지 구름을 치우기 위해서 라면 풍신(神)을 닦달하고 족쳐서라도 바람을 불러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독고령의 가슴이 걱정으로 새까맣게 급속도로 타 들어가 거의 재만 남았을 무렵, 주위를 뒤덮었던 먼지 구름이 걷히고 이내 장내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잔뜩 긴장되었던 그녀의 어깨도 그와 동시에 안도와 함께 가라앉았다.

“휴, 다행이구나.”

이진설은 자신의 눈과 감각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히 허점을 노리고 최고의 오의를 시전해 들어갔는데, 어느새 나예린은 거짓말처럼 이진설의 검기를 모조리 피 하고 여유롭게 그녀의 등 뒤로 몸을 움직여 그녀가 비기 시전하고 나서 온통 허점을 보인 목 뒤 후두부에 검극을 갖다 대고 있었다.

“움직임을 보지도 못했는데.”

“기술이 크면 클수록 그 기술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드러나는 허점도 큰 법. 좀더 신중을 기해야겠구나.”

조용하지만 가슴 속에 파고드는 충고였다. 큰 기술은 그만큼 기술 시전 후 허점이 크게 들어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 벽하게 당할 줄은 생각지 못한 것이다. 완벽한 패배였다.

“어마! 져 버렸네……. 호호호!”

심각한 얼굴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순식간에 그녀의 얼굴에 쾌활한 미소가 찾아 들었다. 조금 전까지의 심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엔 한 명 의 생기발랄한 소녀만이 남아 있었다.

“콩!”

“어마!”

“어마는 뭐가 어마니. 위험한 줄도 모르고…

그녀의 귀엽고 조그마한 얼굴에 알밤을 가한 것은 독고령의 화난 손이었다. 그녀의 가슴을 놀라게 만든 것은 수십 대의 알밤까기로도 부족할 지경이었지만, 막상 때리려고 손을 치켜들고 보니 조그맣고 귀여운 그녀의 몸에는 딱히 손을 댈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진설로서는 운이 좋은 것이다.

“이렇게 될 줄은 알았다만 많이 늘었구나.”

그녀의 칭찬은 이진설을 향한 것이었다. 잠시 그녀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고 긴장감으로 움츠려 들게 했지만 이진설의 성장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못 보던 사이 에 얼마만큼의 수련을 갈고 닦았는지 보지 않고도 짐작이 갔다.

자신을 긴장시킨 것은 괘씸하지만 한편으론 기특했다.

“헤헤헤.”

독고령의 칭찬에 이진설은 함박 웃음을 머금었다. 독안봉의 칭찬이 얼마나 인색한 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좋아만 하지 말거라. 하지만 아직도 기력이 검기검로(劍氣劍路)에 집중되지 않고 밖으로 많이 새는구나. 불필요한 힘과 기의 낭비는 부족함과 미숙함의 증거야. 그 증거로 자욱하게 먼지 구름이 이는 거지.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더욱 정진하거라.”

독고령은 언니답게 칭찬뿐만 아니라 충고도 잊지 않았다.

“당연하죠. 아직 언니를 뛰어넘기는커녕 평수도 이루지 못했는데 겨우 여기서 만족할 수 있겠어요. 걱정 마세요.”

이진설은 명쾌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건 좀 사양하고 싶구나…….?”

그녀의 명쾌한 대답을 들으니 더욱 수련에 정진 몰두하는 게 오히려 독고령 자신에게 더 성가신 짐이 될 것 같은 좋지 않은 예감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순간 자신 이 멀쩡하게 서 있던 지면이 보이지 않는, 불안의 균열으로 인하여 갈라져 어둠의 나락 속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녀는 끔찍할 정도의 오한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