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5권 5화 – 음공의 기원과 역사

비뢰도 5권 5화 – 음공의 기원과 역사

음공의 기원과 역사

음공(功)은 어디에서부터 그 기원(起源)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물어 보지 않아도 그것은 남달리 유별나면서도 독특한 것을 아주 좋아하는,

혹은 괴팍하기까지 할지도 모를 무공 고수의 실험 정신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느 미친 작자가 실용성(實用性) 하고는 만 리(萬里)쯤 동떨어진 음(音功)을 만들어 내었겠는가!

물론 그 괴팍하지만 막강한 고수(高手)는 음률을 무척이나 광적으로 사랑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모든 음문(音門)에서는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시조, 즉 음문의 시조(始祖)를 천명음(天鳴) 홍조현으로부터 찾고 있다.

그는 700년 전의 전설적 음공 고수(音功高手)이자 음공의 효시(噶矢)를 알린 사람이기도 했다. 즉 처음 음(音)으로 사람을 죽인 사람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소리 가 아닌 악기를 사용한 음악으로 사람을 죽인 사람이기도 했다. 죽였다고 하면 너무 살벌한가? 그래도 한 무맥(武脈)의 대종사인데…….

보통 일반인들은 음률, 음악하면 음주 가무(飮酒歌舞)할 때의 음악만을 생각하지만, 이것은 참으로 무식하고 수치스러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에는 술판 의 주흥을 돋우는 음악도 있지만(이게 대부분이긴 하지만), 수많은 종류의 다른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음악들도 있다. 그리고 예(藝)와 선(仙)을 닦기 위해 음률에 매진하는 사람도 있었다.

음악은 음주 가무의 음(音)만 있다는 게 아님을 여실히 증명한 사람이 바로 700년 전의 천재 천명음(天鳴音) 홍조현이었다. 그는 음률을 광적으로 사랑한 사람이 었는데, 그의 음률은 하늘에 이르렀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그는 음악이 주흥을 돋우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고 조절하며 심지 어는 심적 타격을 주어 저 세상 구경까지 시켜 줄 수 있는 효능이 있다는 것까지 증명해낸 사람이기도 했다.

처음엔 누구나 그의 이론과 설명에 코웃음을 쳤으리라. 그것은 그가 천하 제일 기공인 태천진명신공을 익히고 있었고, 검으로도 따를 자 없는 일대 검신(劍神)이 라 해도 될 만한 인물이었다. 허나 그는 10년을 참호한 끝에 음률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심지어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음률의 무공을 만들어내 세 상을 놀라게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새로운 무맥(武脈)의 일대 종사가 되었다.

소림(少林) 범천음(梵天音)이나 사자후(獅子吼) 같은 엄청난 소리에 내공을 실어 순간(瞬間)에 발하는 것, 말이 아닌 최초로 음률로써 사람을 격상(擊傷)시킨 사람 은 천명음(天鳴音) 홍조현, 그가 최초였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가 세운 문파가 바로 천음문(天音門)이며, 현재 천음선자 홍란이 그 맥을 계승한 후예였다. 그러니 홍란의 음공에 대한 자부심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음공(音功)이 천명음 홍조현의 손에 의해 완성되기 전까지는, 참으로 조잡한 위력이었음이 틀림없다. 게다가 익히기가 난해하고, 쓰기는 더욱 어려워 그 비효율성 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이처럼 비효율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음공이 처음 대량 학살의 조짐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친 것은 300년 전 마음선(魔音仙) 곽휴정 때부터라고 한다. 그는 그때 항상에서 100여 명의 무인들에게 포위당했을 때, 고고하게 10장 높이의 바위 위에 앉아 손가락만 까딱하면서, 대신 발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주위 반경 30장 안에 있던 100여명의 무인들을 한 곡조 타는 동안 모두 저승으로 보냈던 것이다. 그가 이때 연주한 곡에는 백혈음(白血音)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00여 명의 피를 마신 곡조라는 의미였다.

물론 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그때 받은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강호인들은 경악한 채 음공에 대량 학살의 위력이 있음을 묵묵히 시인할 수 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음문에서 갈라져 나와 이쪽 계통으로 내려온 것이 마음 일맥이라고 불리는 계열인데, 아무래도 사파 쪽에 뿌리내리며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었다. 음선 (音仙) 천명음(天鳴) 홍조현으로부터 내려온 정음(正音) 쪽으로 보면 숙적(宿敵)이라고 불러 마땅할 자들이다.

음공(音功)이란, 적과의 상대 거리가 장거리일 때 유리하지, 단거리일 때는 음공만큼 불리한 무공도 드물었다. 너무 멀면 음률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너무 가까우 면 본래 위력에 도달하기 전에 공격당해버린다.

때문에 음공은 다른 창과 검의 비교처럼 한 치의 차이가 아니라 음공의 비교 단위는 몇 장(丈) 하는 식으로 장(丈)의 단위(單位)였다. 일단 적(敵)이 10장(+丈: 약 30미터) 내에 있어 자신과 마주 본다면 일단 하위를 점한다고 보면 별 무리가 없다. 특히 옥소 같은 휴대하기 편하고 움직임이 간편한 악기를 사용하는 음공의 경우 고수쯤 되면 5장(五丈: 약 15미터, 1장은 3미터) 거리까지는 능히 대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3장(三丈) 안에서 적을 대적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초고수라고 불 릴 수 있다.

하지만 금(琴)의 경우는 다른 음공과는 좀 달랐다. 옥소(玉簫)는 적이 쳐들어오면 발을 놀려 뒤로 물러날 수가 있지만 금의 경우처럼 운신(渾身)에 최고의 방해가 되는 악기는 최절정 고수가 아닌 이상 사용하는데 심각한 고려가 있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좁은 비무대 안에서 쓸 수 있는 그런 무공이 아니었다. 금을 탄주하는 자세부터가 다리의 움직임을 봉하고 허리 위쪽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들리는 일설에 의하면 금(琴)을 탄주하기 위한 특별한 운신법이 개발되어 비전되고 있다는 소리도 언뜻 들리고 있었다. 즉, 무릎을 펴지 않고도 내공의 수발과 발 끝의 움직임만으로도 땅 위나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그 정체가 밝혀진 바는 없다. 그 운신법이야말로 음문(門)에서의 비 법 중의 비법인 것이다.

어중이떠중이로 배운 지 반년밖에 안 된 비류연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옥소(玉簫)를 이용한 음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옥소를 불며 신형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는 호흡법과 진기 유통법과 보법이다. 이 셋이 어우러져 하나가 돼야 하며 그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연성이 불가능하다.

금(琴)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였다. 이것을 할 수 없으면 금(琴)은 그저 장식품에 불과할 따름인 것이다.

음공(音功)이란, 집단전이나 난전(亂戰)에 가선 거의 쓸모없는 무공이라 생각해도 별반 틀리지 않다.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 여겨도 좋다.

사람 죽이는 살인 행위에 있어 악기를 사용하고 음률을 연주해서 죽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비능률적이고 비효율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처음 음공(音 功)을 만든 사람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음공이란 것은 음률을 너무나 좋아하는 한 무인의 어처구니없는 발상에서 시작했을 가능성이 너무나 높기 때문 이다. 게다가 그것은 살인보다는 제압에 더 초점을 맞추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음공이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음공(音功)만으로 음선(音仙)의 경지에 이른 자라면 한 음절의 곡조로 다수의 사람을 상해(傷害)시키거 나 정신적 타격(打擊)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심적, 정신적 타격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 바로 음공의 탁월한 장점이다. 음공은 음률로써 사람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 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음공의 가장 커다란 약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거리와 시간이다. 짧은 거리와 그로 인해 얻어지는 넉넉하지 못한 시간은 음공에 있어선 치명적인 약점이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때문에 음공을 비무 대회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무공 중 하나로 꼽는 것이다. 왜냐 하면 비무대 위는 음공이 제 힘을 발휘하기에는 너무나 좁기 때문이다.

음공은 그 특성상 단시간 내에 최고조의 제 위력까지 도달하기가 힘들다. 음악은 여러 가지 소리와 화음이 어울려 음률을 만들어내는 까닭이다.

때문에 음공의 경지는 얼마나 단 시간 내에 상대를 자신의 음 안에 사로잡을 수 있는가로 그 수준을 판가름한다. 그만큼 음공은 배우기 난해하고, 펼치기는 더욱 어려우며, 수많은 제약이 따라다니는 무공인 것이다.

음공 중에서도 금(琴)을 이용한 음공(音功)은 특히나 연성하기 어렵고, 또한 다루기도 어렵다. 실전에서의 이용하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와 매한가지인 그런 일 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나 비무대처럼 좁고 한정된 공간이라면 더욱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발에 천근짜리 족쇄를 다는 것이랑 매 한가지인 일인 것이다.

그런 무공을 지금 비류연이 펼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 홍란이 걱정하고, 그의 행동을 무모하고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비 류연은 단평의 숨 돌릴 틈 없는 빠른 공격에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것이다.

음공을 실전에서 처음 사용해 보는 비류연의 치명적인 실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