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용휘의 첫 경험
“으음! 왠지 불쾌하군.”
“무엇이 말인가?”
“이래서야 마치 모용휘가
오늘의 주인공인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
아무래도 오늘은 자신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볼이 잔뜩 부어 있는 비류연이였다.
그리고 그것은 기분뿐만이 아니라 현실이 그랬다.
효룡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서…, 설마, 아니, 그럼 자네는 자네가 오늘의 주인공인 줄 알았단 말이야?”
“응!”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비류연을 보며 효룡은 할 말을 잃었다. 설마 이 정도까지 자각이 부족할 줄이야…….
오늘의 주인공은 비류연이 아니라 모용휘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착각이 아니라 명명백백한 사실이었다. 사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모용휘였다. 우아하지 못한 싸움을 보인 비류연에게 관심 가져 줄 여유롭고 한가한 사람은 이 천무학관 내엔 없었다.
언젠가 자신들의 최고 경쟁자, 경쟁 상대로 떠오를 차세대 신진 주자인 모용휘에게 관심 갖지 않는 놈이 오히려 비정상인 것이다. 게다가 오늘은 그 유명한 모용휘 의 공식적인 첫 무대라 할 수 있는 시합이었다.
세상의 모든 관심이 모용휘한테 쏠렸다 해도 효룡은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거 사람이 너무 많잖아? 으웩~.”
검성전(劍聖戰) 전용 비무장을 둘러싼 주위 관람석은 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사람이 많았다. 앉아서 구경할 관람석이 미어터질 지경이었으니 더 이상 말하여 무엇 하겠는가. 압사(壓死)당하지 않으려면 내공을 끌어모아 호신강기(護身剛氣)라도 일으켜야 할 정도였다.
오늘 이 시합에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시합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사람들의 신경도 그 어떤 보검(寶 劍)보다도 날카로워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류연은 오늘 이렇게 평소의 대전보다 3배나 많은 사람들이 몰린 이유를 이해는 못하지만 알고는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 명의 남자를 보기 위한 것이다. 남자가 남자를 봐서 좋을 게 뭐가 있겠는가마는(비록 모용휘가 여자 뺨칠 정도로 엄청나게 잘 생겼다고는 해도), 지 금 이들은 한 남자의 일거수 일투족에 실력, 버릇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샅샅이,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 모두들 기를 쓰고 준비 중에 있었다. 일종의 정탐인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는 바로 비류연 자신이 아니라 바로 자신과 같은 방을 쓰고 있는 모용휘였다. 이 점이야말로 비류연이 가장 이해 못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비류연은 왜 자신이 보기에도 별로고, 본인도 아니라고 하는데 남들은 극구 그 녀석을 천재라고 우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본인도 아니라고 하는데 참 끈질긴 녀석들이다.
괜히 주위의 쓰잘데없는 시선 따위나 긁어모으는 이 녀석 때문에 피해를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자기 자신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몇십 배는 더 피해를 입었고, 현재도 입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비류연이었다.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건지, 아예 인식을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녀석이다.
“오호! 아야! 엉덩이가 무거운 거물들의 대거 행차시군!”
장홍이 휘파람을 불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좋은 구경거리를 찾은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난 잘 모르겠는데?”
장홍을 흉내내며 좌우를 둘러보던 비류연이 한 마디 했다. 그가 가진 강호에 대한 지식은 가뭄에 말라 버린 우물물 정도가 고작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네. 내가 가르쳐 주지. 경청하게나.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영양 만점의 금과옥언이니까 말일세! 하하하!”
“서론이 길군요. 아, 저, 씨!”
비류연은 잘난 척하는 아저씨 장홍에게 퉁명스럽게 한 마디 쏘아 주었다.
“허허! 거참! 난 아저씨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나? 제대로 듣기나 하게! “
장홍의 손가락이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새하얀 학익(鶴翼)을 연상시키는 백의를 입은 곱상하게 생긴 청년이 한 명 앉아 있었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개 떼처럼 몰려 있는 군중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한 몸에 집중시키는 기도가 흘렀다. 반면, 그 옆에 함께 앉아 있는 흑의 청년의 기도(氣道)는 마치 한 자루의 도 (刀)를 연상케 하듯 날카로웠고, 보도처럼 예리하게 빛나는 눈으로 모용휘를 난자할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 뺨에 사선으로 나있는 검흔(劍痕)이 그의 인 상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저기 보이는 저 백의 청년이 바로 군웅팔가회의 머리, 단목세가의 장남 천기룡(天奇龍) 단목우일세! 그 옆에 있는 사람이 바로 천무제일쾌도(天武第一快刀)라 불 리는 쾌도(快刀)의 달인 섬룡(閃龍) 천야진일세. 소문으로는 사문이 도성(聖) 일맥(脈)이라던데. 정확하지는 않아! 좀 비밀이 많은 친구지! 무시무시한 고 수이자, 비천룡 청흔이 인정한 몇 안 되는 적수 중 한 명이지. 그의 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초 낙일섬(落日閃)은 하늘에 떠 있는 해마저도 베어버린다고 하더군. 두 명 다 천무구룡의 한 명일세!”
참으로 대조적인 기도를 뿜어내는 두 사람이었다. 다시 그의 손가락이 비무대를 가로질러 반대편을 향했다.
만만치 않은, 좀 전의 두 사람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는 기도를 지닌 두 사람이 몇몇 무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의 기도는 마치 물이 흐르는 듯 담 담한 기운이었다.
“저쪽은 바로 구정회의 두뇌인 지룡(智龍) 형산일기(衡山-奇) 백무영이고 그 옆의 사람이 현재 구정회 최고의 무재 비천룡(飛天龍) 청흔이지. 또 다른 별호가 삼 절검(三絶劍)이야. 무당파(武當派) 출신으로 이번 검성전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명일세. 저 둘을 합쳐 구정회의 문무쌍절(文武雙絶)이라 부르지. 특히 저 친구 청흔의 경우 그 무공이 회주에 필적한다 하더군.”
박학다식함을 뽐내고 싶어 안달이라도 난 듯 장홍이 쉬지 않고 말을 계속 이었다. 듣고 있기는 했지만 과연 다 기억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날 정도로 그의 지식 은 끝이 없었다.
“과연 칠절신검 모용휘로군, 어지간한 인물들은 몽땅 길바닥의 돌멩이쯤으로 여기는 거물들이 이렇게 몸소 관전하러 나왔으니 말일세. 저들도 그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면 잠을 못잘까 봐 나왔겠지!”
비류연은 연방 감탄을 터뜨리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는 장홍이 오히려 신기했다. 어떻게 저 많은 사람들을 다 알고 있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기 짝 이 없었다.
비류연은 그냥 잠자코 듣고 있다가 고개나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거물들이 모용휘의 실력을 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이다니……. 과연 그의 명성은 대단하군!”
옆에서 듣고 있던 효룡의 감탄사였다. 그 또한 지금 긴장하고 있지 않은가! 충분히 이해가 가는 행동들이었다.
“누가 뭐래도 그 유명한 칠절신검 모용휘의 첫 공식 시합이니까요!”
쑥스러워해서 앞에 나서지 못하고 언제나 부록처럼 따라다니던 윤준호의 말이었다. 항상 남들에게 무시당하고 따돌림당하는 그에게 모용휘는 우상 같은 존재였 다. 그러니 이번 비무를 어떻게든 놓칠 수가 없었다.
“그 녀석이 그렇게 대단한가? 난 반년을 같은 방을 쓰고 살아도 잘 모르겠던데?”
고개를 갸우뚱해 보이는 비류연이었다.
“자네 무슨 소릴 하는 건가? 그는 검성(劍聖) 모용정천 대협의 손자라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효룡이 말했다.
“그게 어쨌는데? 설마 할아버지가 검성이라고 해서 손자도 자동으로 검성(劍聖)이 되는 건 아니잖아. 세상이 그렇게 편리하면 얼마나 좋겠어? 저 녀석이 만일 뛰 어난 검기를 지녔다면 그건 저 녀석 할아버지가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저 녀석이 잘났기 때문이라구!”
비류연의 말을 들은 효룡은 뒤통수가 띵했다. 그런 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비류연의 말도 어찌 보면 맞는 소리다. 아니, 진실일지도 모른다. 본인에게 아무리 좋은 환경이 주어진다 해도, 그것을 소화할 자질과 의지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네 말도 일리가 있네. 하지만 명문을 명문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대대로 내려오는 힘이라네. 강호에서의 사승 관계란 절대 무시할 수 없고, 때로는 절대적인 척 도가 되기도 한다네.”
효룡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뭐! 그 녀석이 좀 한가닥 하기는 해도 이 정도로 소란을 떨 정도는 아니라고 봐! 물론 그 녀석의 결벽증과 청소, 청결, 정리, 정돈 정신은 무시무시하지만 말이야. 그거야말로 천하 으뜸이라 할 수 있지. 그건 나도 인정하는 바야! 난 태어나서 그 녀석보다 청소 정리 정돈에 열심인 녀석은 보질 못했다구! 게다가 항상 순백색을 유지하는, 먼지 하나 안 묻은 저녁의 백의는 가히 불가사의라 할 만하지!”
비류연이 모용휘와 지내며 가장 놀랐던 것은 그의 무공이 아니라 그의 청결 정신이었다. 특히 항상 땟국물 하나 없이 말끔한 백색을 유지하는 그의 백의는 불가해 (不可解)의 영역에 있었다. 허나, 아무리 청소, 청결 유지 솜씨가 빼어나다 해도 어떻게 그 녀석 시합이 자신의 시합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것인가. 다시 생각해 봐도 역시 이해가 안 됐다.
“백문이 불여일견! 뭐, 이제 보면 알게 되겠지.
비류연의 대전 운은 모용휘에 비하면 무척이나 좋은 편이었다. 모용휘는 하늘의 시샘을 받았는지, 아니면 진행 위원회의 시샘을 받았는지 첫 상대부터가 좋지 않 았다. 그의 비무 상대를 본 장홍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곤륜파의 곤륜비검 주수영이라.. 만만치 않은 상댄걸.
곤륜파 특유의 구름이 수놓아진 무복을 입은 사내는 바로 곤륜 제일 기재라 불리는 곤륜비검 주수영이였다. 게다가 그는 구정회의 여덟 검, 구정팔검의 일인이기 도 했다.
해남파의 단평과는 또 다른 고수였다. 그리고 전에 모용휘가 상대한 경험이 있는 곤륜쌍검과는 격이 다른 인물이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내렸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사제들이 빚을 졌으면 그 빚은 사형에게로 넘어오는 법!”
이유야 어떻든 자신의 사제들이 못난 꼴을 당했으니 그 빚갚음을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이대로는 사문의 명성에 먹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얼룩을 지울 지, 아니면 두 배로 덧칠할지는 두고 봐야 아는 일이지만 말이다.
“첫판부터 나를 만나다니 운이 없다고 생각해라!”
여전히 오만한 표정으로 말하는 주수영이었다.
“오히려 기쁩니다.”
모용휘는 전혀 꿀리지 않는 기세였다. 오히려 잘됐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호오? 이유는?”
“강한 상대와 만날수록 저의 검은 더욱 강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약한 상대를 만났더라면 오히려 실망했겠지요.”
듣기에 따라선 상당히 광오한 말이었다. 너는 내 경험치(經驗値)나 올려 주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라고도 해석 가능한 까닭이다.
“자신만만하군! 너에게 과연 그만한 자격이 있을까?”
“검이 모든 걸 대답해 줄 것입니다.”
모용휘가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이제 더 이상 두 사람 사이에 말은 필요 없었다.
이 최악의 대전운에 모용휘는 오히려 기뻐했다. 강한 상대와 만나면 만날수록 자신의 검 또한 더욱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상대를 만났다고 주눅이 들 만 큼 그의 공부가 낮지는 않았다.
검과 검이 뽑혔다. 이제 결과만이 남았을 뿐이다.
큰 소리치는 주수영의 태도로 보아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던 것과 다르게 비무는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끝났다.
과연 모용휘의 검(劍)에게는 큰 소리칠 만한 자격이 있었다.
“저…, 저럴 수가!”
천기룡 단목우는 두 눈을 부릅뜨며 자신이 지금 얼마나 경악했는지 시위하고 있었다. 비무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았다.
“저…, 저 주수영이 저토록 허무하게 당하다니! 허허…….”
꽤나 박진감 넘치는 비무를 기대했건만 주수영은 큰 소리친값을 하지 못했다. 어이없게도 그는 한 방에 끝났다. 정말 신속하고 간결한 비무였다.
“저 사람을 하루 빨리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야 할 텐데……. 정말 보면 볼수록 탐이 나는 인재로군요!”
모용휘의 무위를 보자 새삼 그의 존재가 더욱 탐이 나는 단목우였다. 모용휘만 있으면 구정회에 밀리던 세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빠르고 정확하군!”
한 자루의 도를 연상시키는 사내 섬룡閃龍) 천진의 말이었다. 단목우가 고개를 돌려 놀랍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이 정도면 그로서는 최고의 찬사이자 자 신이 최고로 놀랐음을 표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 어느새…….”
곤륜비검이라 불리는 주수영은 자신의 장기이자 사문의 비전무공인 운룡대구식(雲龍大九式)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자신의 목젖 인후혈(咽喉穴)에 도착한 모용 휘의 검을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봐야 했다.
한 번 호흡에 기수식을 취하고, 두 번 호흡에 검을 날렸다. 세 번째 호흡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검은 이미 주수영의 인후혈(咽喉穴)을 점하고 있었다. 그가 첫 번째 초식을 채 펼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방심하다가 본래 무공을 펼치기도 전에 제압당하는 꼴사나운 추태를 범하고 만 것이다. 그에게 쏠려 있는 수많은 관심이 무색해질 정도로 시합은 허무하게 끝을 맺은 것이다.
큰 소리 탕탕 치며 모용휘의 자격을 운운했던 주수영은 자신이 얼마나 자격 미달이었는지를 인식하고 패배를 자인했다. 비무대를 쓸쓸히 내려오는 조수영의 어깨 가 축 늘어져 있었다. 내심 부끄러웠을 것이다. 무성했던 소문이 사실임을 모용휘는 단 일검으로 입증해 낸 것이다. 이제 그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더욱더 증가할 것 이다.
“과연 훌륭하군. 너무 방심했어!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모용휘와 비슷한 눈부신 백의를 걸친 백무영이 섭선을 흔들며 옆에 앉아 있던 청흔에게 물었다. 그의 무공 또한 결코 낮지 않지만, 검(劍)에 대한 조예는 청흔보다 자신이 아래임을 알고 있었기에 물어 본 것이다.
“별거 아니군! 걱정하지 말게!”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청흔이 말했다. 그러자 백무영의 눈이 살짝 반짝였다.
“후후! 자네의 그런 모습 처음 보는군! 그만큼 모용휘의 실력이 뛰어났다는 이야기겠지!”
가볍게 웃음을 머금으며 백무영이 말했다.
“호오?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어 봐도 되겠나? 난 분명히 별거 아니라고 말했네!”
“몸은 정직한 법이네! 굳이 감추려들 필요가 없어.”
“별로 강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는가!”
청흔의 목소리가 약간 딱딱해져 있었다.
“그건 자네 손등에다 대고 말하시게나. 입보다는 본능이 정직한 모양이군.”
청흔은 얼른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 보았다. 그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꽉 쥐어진 주먹의 손등에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던 것이다.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했단 말인가? 저 녀석의 강함에…….?
때로는 몸이 마음보다 정직할 때가 있다. 마음은 의지를 이용해 속일 수 있지만 몸은 속일 수 없는 까닭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 않겠나?”
“후후, 과연! 몸은 정직하다 그건가! 날 이렇게 긴장시킨 답례는 해주어야겠지?”
쓴웃음을 지으며 청흔이 말했다.
“자네를 긴장시킨 답례보다 구정팔검이 이처럼 허무하게 꺾인 것에 대한 답례를 잊지 말게나. 이렇게 간단하게 질 줄은 나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일세! 이걸로 군웅팔가회 쪽 사기가 한없이 올라가겠군.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저 사람은 하늘 위에 뭐가 있는지 매우 궁금해하는 것 같더군.”
자신을 향해 슬쩍 미소지으며 말하는 백무영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청흔은 금세 이해했다. 이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갈 군웅팔가회의 사기를 꺾어 달라는 부 탁이었다. 또한 천외천의 존재를 모용휘에게 상기시켜 주는 것 또한 함께 맡은 일이었다.
청흔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확실히 이해했음을 말했다.
“맡겨 주게!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고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음을 알게 해 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