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6권 12화 – 장강교룡 수장해의 불만

비뢰도 6권 12화 – 장강교룡 수장해의 불만

장강교룡 수장해의 불만

남창(南昌)에

지국(局)을 두지 않는 표국은 없다.

강호 무림의 물류가 모이는

2대 집결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모두 남창에 위치한 천무학관 덕분이었다.

그러니 이곳에 어찌 지국을 두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곳의 표사들은 소속을 불문하고 모두 수공(水功)에 능한 자들뿐이었다. 수로에 능한 전문 표사들을 쓰지 않으면 수로, 뱃길에서 무슨 일어나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탓이다.

때문에 중원 팔대 표국에 드는 거대 표국들은 모두 휘하에 수로 전문의 지국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수로와 육로에서 표행의 차이는 무엇일까?

수로에서의 표행도 육로 못지않게 난관이 많다. 이때 가장 신경써야 할 문제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습기(濕氣)이다. 우선 습기에 대비한 표물의 관리가 소홀하면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습기를 머금은 강바람에 운송 중인 표물이 상하는 사태가 발 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표물이 상한다 함은 표국의 신용이 땅바닥에 곤두박질친다는 의미와 동일한 것이니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일이었다.

두 번째는 수적(水賊)이다.

표행을 하다 보면 육로에선 산적(山賊)을 만나고, 수로에선 수적(水賊)을 만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에 따른 대비가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가끔씩 나타나 는 수적 떼들로부터 표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공을 필히 익히고 있어야 한다.

육지에서의 싸움과 물 위에서 하는 싸움에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양표국 표사들은 흔들리는 판자 위에서 몸에 균형을 잡고 초식을 펼치는 훈련을 필히 받는다. 선상에서의 전투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또한 남창지국 출신의 표사들은 복식 또한 다른 곳과는 틀리다.

수로(水路)에서 일하는 표사들의 복장은 육상에서 일하는 표사들과는 또 다른 독특한 복장을 하고 있다.

그들은 옷에 펄럭이는 자락이 없다. 그리고 몸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게다가 옷감 또한 특별 주문 맞춤된 것으로 물을 먹어도 옷이 무거워지지 않는 특수한 재질 로 되어 있었다.

수공은 얼마나 몸의 자유로움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데서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들 중양표국의 표사들 중에서도 매우 눈에 띠는 피수의를 입고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특별 맞춤된 피수의를 입고 허리에는 사려진 긴 밧줄을 달고 있었다.

그가 바로 이번 표행을 총괄하는 감독 겸 남창지국을 맡고 있는 남창지국주이기도 했다.이번 표행은 특이하게도 지국주가 직접 인솔하고 있었다. 좀처럼 드문 일 이었다.

물길이 발달된 남창인 관계로 남창을 담당하는 지국주 또한 당연히 수공에 능란할 수밖에 없었다. 장강교룡(長江蛟龍)이라 불리는 수장해 또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분이 별로 안좋은 모양이었다.

“아드드득! 빠드드득!!!”

남창지국의 남창지국주 장강교룡 수장해는 이를 아드득 갈며 표행길을 나서고 있었다. 하나 자신의 불평 불만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있는 입 뚫린 벙어리 신세였다.

요즘 점점 더 세를 불리고 있는 표국업계의 떠오르는 강자 중양표국의 남창지국 지국주인 그가 삶에 특별한 불만을 품을 일은 여지껏 없었다. 현재에 만족하며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것은 며칠 전까지의 일이었다.

웬 치렁치렁한 앞머리로 눈을 가린 청년 한 명이 찾아와 자신 앞에 서찰 한 장을 내밀 때까지는 말이다.

봉행(奉行)!

모든 편의를 성심 성의를 다해 최고 최상의 상태로 제공하라는 중양표국주 실팔검 장우양의 직인(職)이 찍힌 한 장의 서찰, 그 서찰이 가진 힘은 남창지국을 발 칵 뒤집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요즘 들어 남창지국주(南昌支局主) 장강교룡(長江蛟龍) 수장해는 천지 신명(天地神明) 및 천계(天界) 판관(判官)의 불성실하고, 방만한 근무 태도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하늘과 귀신은 뭐 한다고 그리도 바빠, 저런 인간들을 안 잡아가고 지상에 내버려둔단 말인가!

“형님! 저희가 이번 표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요?”

남창지국의 표두 및 표사를 통괄하는 책임을 맡고있는 총표두 수풍도(風) 수상해가 자못 굳은 얼굴로 친형인 수장해에게 물었다.

“어찌 내가 함부로 일의 성사에 대해 논할 수 있겠나. 다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수밖에!”

“요즘 하늘을 믿지 못해서 그럽니다. 제발 무사했으면 좋겠소.”

총표두 수상해의 얼굴엔 새겨진 듯한 불만이 가득했다.

“그런 마음이 어디 자네뿐이겠는가. 마음을 굳게 먹고 인내해 보세!”

그것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수장해였다.

무당산으로 가는 표물은 항상 있어 왔다. 그때마다는 아니지만 표두 때부터 수백 번은 족히 다녀온 길임에도 불구하고 금번 표행따라 무당산 가는 길이 유난히 멀 고도 험해 보이는 수장해였다.

“휴우!”

한숨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절로 푹푹 나왔다.

“이러다 흑룡채의 녀석들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장강수로 대영웅 연합 연맹 장강수로십팔채(長江水路十八寨)의 하나이자 호북 수로의 지배자, 흑룡채(黑龍寨)!

언제나 마주치는 녀석들이긴 하지만 여지껏 별다른 충돌 없이 공존해 오고 있었다.

물론 여기엔 꽤나 거액의 보화가 들어갔다. 원래 녹림이나 수채 쪽 녀석들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금전 거래가 유일무이했다.

아마 백도 제일의 후기지수(後之秀)라 불리는 이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관행일 것이다. 자존심 빼면 그들은 시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수장해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이번만은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지금 자신들과 동행하는 이들은 자신의 통제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인물들이었기에 무슨 사단이라도 벌어지면, 물먹고 뒤집어쓰는 건 중양표국과 자신들이었다. 그것만은 절대 사양이었다.

그러나 수장해는 얼마 못가 자신의 소박한 바램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를 뼈저리게 통감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