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6권 26화 – 무당산에서의 매복
무당산에서의 매복
-매복은 어려워
지루한 기다림이었다.
등에 종기가 날 정도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었다.
계속된 추적 끝에
겨우 붙잡은 실낱 같은 흔적이었다.
남궁상은 초조하게 타는 듯한 심정으로 목표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초조한 긴장감 탓인지 갈증으로 목이 타는 듯했다. 시원한 냉수 한 잔 들이켰으면 소원이 없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게다가 온 몸의 근육이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기척을 숨기고, 바람을 등진 채 남궁상은 자신의 존재를 은밀하게 숨겼다. 냄새 때문에 들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비는 완벽했다.
하지만 이 점을 미처 주지하지 못한 것이 동료이자 친구인 노학으로서, 치명적인 실수였다.
‘노학! 잘 가라!’
곧 죽게 될 저승행 예약까지 완료한 노학에게 잠시 비통한 마음으로 애도의 묵념을 취한 남궁상은 고개를 들었다.
결의(意)!
비장한 각오로 가득찬 그의 눈에 섬광이 번뜩였다.
‘절대 실수란 있을 수 없다!’
“부스럭!”
‘왔다!”
마침내 목표물이 기척을 드러냈다. 목표물이 풀숲을 헤치는 소리가 남궁상의 귀에 천둥보다 더 웅장하게 들렸다.
‘놓치지 않는다!”
만일 놓치면 자신도 노학과 같이 저승행 동무가 될 게 분명했다.
“피육!”
은신처에서 빠져나온 남궁상이 예리한 푸른 빛을 발하는 유엽비도를 힘껏 뿌렸다.
“파닥!”
그동안의 수행 성과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바람보다 빠르게 빛살처럼 한 순간에 날아간 비도는 정확히 목표물의 목줄기를 꿰뚫었다.
저항은 없었다. 그만큼 남궁상의 솜씨가 향상되었고 깔끔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남궁상의 얼굴에 득의만면한 미소가 어렸다.
‘성공이다!’
남궁상은 날아갈 듯이 기뻐하며 속으로 환호했다.
마침내 그는 막중한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 것이다.
의기양양한 발걸음으로 산을 터벅터벅 내려오는 그의 손에는 목줄기에 비도 한 자루가 장식처럼 틀어박혀 있는 토끼 한 마리가 털레털레 들려 있었다. 그의 일신 에 부여된 임무대로 남궁상은 오늘 저녁 반찬 확보라는 원대하고 장엄한 임무를 성공리에 마친 것이다.
노학은 냄새에 대한 주의가 너무 부족했다.
그의 온몸에 쌓이고 쌓여서, 절어붙은 고약한 냄새를 인간보다 수십, 수백 배나 후각이 발달된 동물 동지들이 맡지 못할 것이라고 여긴 그의 안이한 생각은 모든 동물들이 지닌 발달된 후각에 대한 모독 일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동물이 ‘나 여기 있소.’하고 냄새를 풀풀 풍기는 사냥꾼 근처로 다가갈 생각을 품겠는가.
모든 사냥감들이 자신들이 머저리가 아님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노학의 근처에 접근하기도 전에 이미 냄새를 맡고 수십 장 밖으로 도망치기 일쑤였다.
강력 무쌍한 냄새로 동물을 질식사시키려고 하지 않는 이상 노학은 사냥을 포기하는 게 나았다.
거지라는 정당한 이유로 목욕을 제대로 안 한 탓에, 본인의 신체 청결 상태에 대해 고심한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노학은 코를 쥐어뜯는 매캐한 냄새를 풀풀 풍기며 도전한 그날 저녁 반찬 확보를 위한 사냥에 완전 대실패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노학은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여 남궁상의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었다.
하나 노학의 실패와 비견되는 자신의 대성공에 득의양양해져 있던 남궁상은 노학과 마찬가지로 맨밥을 먹어야 했다. “이게 뭐냐?”
미심쩍은 눈으로 비류연은 남궁상의 손에 들린 토끼와 그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예! 토끼입니다.”
자신의 자랑스런 전적을 자랑하고 싶어 환장한 사람처럼 남궁상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걸 왜 가져온 거니?”
“예? 물론 저녁 반찬거리로 잡아온 것입니다.”
“딱!”
더 이상 볼 것 없다는 듯 비류연이 남궁상의 뒤통수를 냅다 쥐어박았다.
“아얏!”
곧바로 비류연의 꾸지람이 날아왔다.
“야, 이 소심한 녀석아! 이렇게 쬐끄만 거 하나 잡아서 누구 코에 붙이려고 가져왔냐?” 남궁상은 빈손으로 돌아온 노학 옆에서 같이 무릎꿇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려야만 했다.
수십 명이 다같이 먹기엔 궁상이가 잡아 온 토끼가 너무 왜소했다.
결국 토끼는 비류연의 식탁 위로 올라가는 것으로 그 운명을 마쳤다. 나머지 주작단원들은 할 수 없이 남궁상과 노학을 원망하며 풀을 뜯어야 했다.
“주작단을 끌고 간 이유?”
만일 그 누군가가 여기서 뭔가 속이 깊고, 뜻이 높은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면 12할 잘못 짚은 것을 확실히 보장하겠다.
비류연이 이번 합숙 훈련에 곁다리로 주작단을 끼워 넣은 이유는 단지 자기 자신의 편리함 때문이다. 이미 주작단원들은 자신의 진두 지휘 아래 모든 가사 생활에 고단수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교육이 필요없었다. 뭐든지 시키기만 하면 척척해 낼 수 있도록 이미 2년 전에 완벽하게 교육을 시켜놓았던 것이다.
그 편리함과 유용성 때문에 비류연이 주작단을 거의 강제로 이곳 일행에 끼워놓고, 목에 밧줄을 걸고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식모가 필요하다는 사실 외의 다른 이유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주작단의 인생도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