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6권 34화 – 암혼비영대의 실패

비뢰도 6권 34화 – 암혼비영대의 실패

암혼비영대의 실패

-실패! 실패! 또 실패!

“파삭!”

노인의 손에 들려 있던

찻잔이 맥없이 부스러져 내렸다.

뇌종명의 얼굴은 분노로 어처구니없음에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지금 내가 노망(老妄)이라도 든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비록 백 살이 넘었지만, 노망 이 들려면 아직 몇 년은 더 남았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던 터였다.

“지금 뭐라고 했나?”

“완전 실패입니다. 목표의 손실은 전무합니다.”

이번에 들려 온 암혼비영대(暗魂飛影隊)의 실패 소식은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참담해 뇌종명은 예고대로 화낼 힘도 없었다.

아무리 작전에 무리가 있다 해도 그 많은 인원과 전력을 투입하고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은 시작부터 크나큰 잘못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을 모를 만큼 뇌종명은 바보가 아니었다.

뇌종명은 자신이 엄청난 실수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생존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치사한이 대답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이 죽거나 생포되었을 것이다. 굳이 확인해 볼 필요까지도 없었다. 둘 사이에 긴 침묵이 이어졌다.

뇌종명은 수족이 잘려나간 듯한 느낌이었다.

“암룡대에 이어 암혼비영대마저 실패했는데 이제 어쩔 텐가?

무슨 다른 숨겨 둔 묘수라도 가지고 있나?”

뇌종명이 물었다. 머리에 열이 확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그의 가슴 속에서 살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암혼비영대의 참담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치사한은 동요하는 기색 없이 담담한 신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마저 짓 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안절부절 못하는 뇌종명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물론이지! 그들 정도로 막을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면 애당초 걱정하지도 않았으니깐! 그냥 놔둬도 12할 우리 쪽의 승리일 테니깐 말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생 각이 굴뚝같았지만 치사한은 꾹꾹 눌러 참았다. 그랬다가는 미친 황소처럼 광분하는 뇌종명을 보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늙은 소지만 미치면 무슨 짓을 저지 를지 모르기에 치사한은 그저 이런 생각을 속으로만 삼켰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치사한이 본심을 반의 반쯤 죽인 생각을 내뱉었다.

“그들은 미끼일 뿐입니다. 진짜 칼을 감추기 위한 미끼. 연막일 뿐이죠!”

“빠직!”

순간 뇌종명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의 수족 같던 애들을 미끼 취급하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다른 좋은 생각이라도 있다는 말투로군!”

뇌종명이 반문했다. 그리고 그는 이 질문을 한 것을 곧 후회해야 했다.

“혈류(血流刀)를 쓸 겁니다!”

“뭐라고!”

뇌종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부릅뜨고 경악성을 토해냈다.

“서……설마 자네! 천마뢰(天魔牢)에 감금되어 있는 그자를 쓸 셈인가?”

“안 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오히려 반문하는 치사한이었다. 아무런 거리낌도 없다는 태도였다. 처음부터 이 일을 계획한 것이 분명했다.

“자네 미쳤나?”

“무척 정상입니다!”

뇌종명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난 반대네! 그잔 너무 위험해! 그런 제정신도 아닌 광인(人)을 쓰겠다니 자네 제정신인가? 뒷수습은 어찌하려고 그러나?”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말의 순서가 바뀌었군요. 그런 자이니깐 쓰는 겁니다. 나중에 변명할 때도 편하겠지요.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자가 뇌옥(獄)을 탈출하여 멋대로 일을 저질렀다 고 말입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등골이 오싹해지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광인인 이유 이외에도 뇌종명이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이 문제에 비하면 광인이라는 이유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자네 설마 그자가 그분의 핏줄임을 잊었단 말인가?”

“그럴 리가요! 제가 그 유명한 이야기를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자가 무신마 패천도 갈중혁, 그분의 손자 두 명 중 한 명임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기억 력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치사한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