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6권 36화 – 천마뢰
천마뢰
천마뢰!
칠흑漆黑) 같은 어두움!
음습하고 축축한 습기,
이끼 낀 차가운 돌벽으로 올라오는 싸늘한 냉기,
그리고 결정적으로 암흑(暗黑)의
모든 공간 속에 파고들어간 죽음의 냄새.
섬서성(陝西省) 수양산(陽山)깊숙한 곳에 자리한 은밀하면서도 치명적인 수옥! 천마뢰(天魔牢)!
이곳은 항시 죽음이 상존하는 깊고 어두운 장소였다.
수양산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천마뢰는 흑천맹과 마천각 내에서도 대죄를 지은 특급 죄수들만이 갇히는 곳으로 맹과 각 내에서도 악명높기로 이름난 곳이었다. 죄지은 자만이 들어가는 곳, 한 번 들어가면 좀처럼 살아 돌아올 수 없는 마의 장소, 공포와 광기, 죽음이 어둠과 함께 공존하는 공간,그 으스스함과 음습함에 절로 소름이 돋는다.
차갑고 눅눅한 습기,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시야. 길고 어두운 통로에서 일렁이는 불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더욱 기괴하게 보인다.
절그렁거리는 쇠사슬 소리, 삐걱거리는 철문 소리, 간간히 들려 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괴성, 모든 것이 일상에서 벗어난 것들뿐이었다.
“쾅! 쾅!쾅!”
철문이 강한 충격에 뒤틀리는 듯한 소리가 수옥 안을 울렸다. 사방이 폐쇄된 지하이기 때문에, 반향되어 들려오는 소리는 귀를 울릴 만큼 크고 괴이했다. “또 시작이군!”
이 천마뢰의 간수 중 한 명인 조연일이 귀를 감싸쥐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사나운 그의 인상이 더욱 험상궂어졌다.
그의 투덜거림으로 보아 이런 일은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닌 모양이었다.
“난 저 소리를 들을 때마다 으스스하다고!”
조연일이 짜증섞은 어조로 말했다.
“누가 아니래나, 난 꼭 지옥의 유부에서 마귀가 울부짖는 소리처럼 들린다네. 이러다가 신경 쇠약증에 걸리겠어!”
내심 불만인건 조연삼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저 안에 갇힌 이가 누구이기에 이렇듯 감시가 심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세!”
“쉿!”
조연일이 친구 조연삼의 입을 급히 막고 손가락을 입에 대어 보였다. 세 치 혀는 모든 화의 근원이니 말조심하라는 표시였다.
“말조심하게! 저 특별옥 안에 갇혀 있는 사람에 대해선 누구도 알려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모르나? 알려 하지 말게! 세상엔 알아서 좋은 일이 있는 반면, 때로는 모 르는 게 보약 세 첩과 동일한 이야기도 있다네. “
친구 조연일의 충고에 조연삼은 당장에 자신의 입을 가려 버렸다. 그의 최대 목표는 장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 목표를 끝내 이루지 못했다. “쾅! 쾅! 쾅!”
여전히 소리는 그치지 않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철문을 부수고 나올 것 같은 무시무시한 소리였다.
언제 봐도 섬뜩한 느낌이 드는 야수같이 이글거리는 안광이었다. 언제나 죽음 가까이 살고 있고 손짓 하나로 수십 명의 생사를 결정하는 자리에 있는, 천살마저도 도 순간적으로 움츠러들 정도로 강렬한 살기를 내포한 눈빛! 모든 것을 죽음으로 몰아가고야 말겠다는 붉고 차가운 의지가 전신에 감돌고 있었다.
사내는 한 마디로 살의와 광기의 집약체라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었다.
혈류도(血流刀) 갈효봉(葛梟鳳)! 7년 전 88명의 마천각 문도를 아무런 이유없이 도륙한 희대의 살인마.
그리고, 12년 전 마천각 최고의 기재!
단 한 번의 패배가 백 년 만의 흑도 제일 기재로 촉망받던 그의 인생을 피로 칠갑한 한 명의 살인귀로 변모시켜 놓았다.
비극의 시작은 9년 전 있었던 화산 규약 지회부터였다.
당시 모든 흑도인들이 이번 화산 규약의 패배 원인은 혈류도 갈효봉에게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어느 누구도 이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가 그때 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흑도가 백도에게 졌다는 것이 그 이유의 골자였다.
100년 만의 최고 기재로 칭송받던 그가 화산 규약 지회를 앞두고 돌연 폐관 수련을 선언한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그는 자신에게 지워진 모든 책임과 영광을 내팽 개친 거나 다름없었다. 당시 천무학관 제일 기재였던 광휘검(光輝劍) 전휘문에게 맞설 수 있는 이는 그 한 사람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겨 줄 사람도!
그러나 갑작스레 온 흑도에 충격을 던져 주며 잠적에 가까운 폐관수련을 결정한 그의 속마음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사(正)의 자존심을 건 화산 지회는 정파의 우승으로 돌아갔다. 갈효봉이 빠진 이상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는 마천각과 자신의 뿌리인 흑천맹의 죄인이 된 것이다.
폐관 수련에 들어간 그는 처절할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무섭도록 단련했던 것 같다.
갈효봉이 연공실에 틀어박혀 무공에 전념하기를 3년!
햇살도 눈부신 한여름의 오후에 비극은 일어났다.
폭발 소리와 함께 연무장 입구가 무너져 내림과 동시에 그 안에서 피에 굶주린 한 명의 야수귀가 뛰쳐나왔다.
한 마리의 살인귀가 되어 나타난 그는 보이는 족족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베어 넘겼다.
그 존재가 마천각의 무사부든, 후배든 괘념치 않고 그의 도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냉정하게 그들의 생명을 베어 넘겼다. 비록 의지가 상실된 상태였지만, 그 동안 의 수련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의 도는 엄청나게 강해져 있었다. 일반 관도들이 떼로 몰려들어 막아낼 수준이 아니었다.
피가 강을 이루고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비상 종을 듣고 달려나온 십대 장로가 나서서야 겨우 그를 제압할 수 있었다.
십대 장로도 그를 생포하기 위해 적잖은 부상을 입어야 했다. 십대 장로 중 사망자가 없는 게 천운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갈효봉이 생포되기는 했지만 그의 죄를 생각하더라도 차마 죽일 수는 없었다. 그럴 생각이면 애당초 죽이고 말지 십대 장로들이 손해를 무릅쓰며 생포하지도 않았 다. 함부로 죽음을 내리기엔 그의 배경이 너무나 거대했다.
그는 전흑도의 우상이자 살아 있는 신인 무신마 패천도 갈중혁의 손자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주화입마에 빠져 의지를 상실한 그를 되돌릴 방법은 당시로서는 없었다.
장장 한 달에 걸친 거듭된 논의 끝에 처벌이 결정되었다. 의지가 돌아올 때까지 불귀옥이라고까지 불리우는 천마뢰(天魔牢)에 그를 감금하기로 한 것이다.
만일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가두어 두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소리였다.
갈중혁의 얼굴을 봐 쇠사슬에 의한 속박 이외의 금제는 하지 않은 채 갈효봉은 천마뢰에 감금되었다.
그날부터 천마뢰에는 최고의 골칫덩어리가 하나 생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