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6권 37화 – 천지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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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6권 37화 – 천지쌍살

천지쌍살

“저기가 바로 그자가 잡혀 있다는 천마뢰인가?”

앙상하게 마른 노인 하나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지나칠 정도로

뚱뚱한 노인에게 물었다.

참으로 대조되는 두 사람이었다.

“허허허! 확실하네!”

“젠장! 그 치사한인지 치졸한인지 하는 어린 놈이 감히 노인네를 이런 외딴 곳으로 보내다니……… 다음에 만나면 경을 치든지 해야지!”

연신 투덜거리는 마른 노인의 눈에는 기이한 요광이 흐르고 있었다. 결코 평범한 사람의 눈동자가 아니었다. 정상인은 절대 지닐 수 없는 눈빛이었다.

“벌써 탈출 시도만도 열 번이 넘었다고 하던가?”

“그래? 대단하군. 그런데도 금제를 해 놓지 않았단 말인가? 그건 좀 이상하군!”

“확실히 대단하지. 역시 피란 속일 수 없는 건가?”

“그 정도가 되니 제물로 삼기에 적당한 것이겠지.”

“허허허! 맞는 말일세! 제물은 가치가 높을수록 효과가 큰 법이지! 암, 그렇고말고!”

비대한 체구를 지닌 노인의 눈에는 여전히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원래 그는 사람을 죽일 때조차도 만면에 웃음을 잃는 법이 없었다. 노인은 그런 사람이었 다.

마른 노인이 물었다.

“그럼 들어갈까?”

그러자 비대한 노인이 대답했다.

“자네의 초혼섭령술(招魂攝靈術)을 오랜만에 구경하겠군!”

두 사람은 함께 천마뢰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팽팽한 긴장 상태 속에서 위태롭게 평화를 유지하던 무림에 대격변을 일으키는 한 걸음이었다.

“끼이이익!”

지금 이 천마뢰의 가장 깊숙한 독방이 열렸다.

‘초혼섭령술(招魂攝靈術)’

일곱 자루의 향에서 피어나오는 붉은 향이 감옥을 가득히 채웠다.

“찌르릉! 찌르릉!”

노인의 손에 들린 은령(銀鈴)이 신들린 듯 울리며 심령(心靈)을 뒤흔들었다.

“누구인가? 너는?”

노인의 입에서 깊고 어두운 유부(幽府)에서나 흘러 나올 듯한 음습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크으으으으!”

묵직해 보이지만 곳곳이 우그러들어 있는 철문 안쪽의 사내가 노인의 말에 반응하며 신음을 흘렸다.

넝마처럼 찢어지고 해어진 옷! 온몸 곳곳에 굳어 있는 피! 그리고, 해어진 옷 틈 사이로 보이는 무수히 많은 자잘한 상처들! 산발된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 보이는 눈에 광기(狂氣)가 어려 있었다.

사내는 광인(人)이었다.

지금 이 사내의 모습 어디에도 왕년의 흑도 제일 기재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사지에 하나씩도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일반 족쇄보다 두 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족쇄에 굵은 쇠사슬이 두 개씩이나 달려 있었다.

사지에 주렁주렁 족쇄가 채워진 봉두난발의 죄수 눈 앞에는 몇 명의 초상화가 두둥실 떠 있었다. 놀랍게도 초상화에는 모용휘와 청흔, 그리고 비류연과 효룡의 얼

굴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붓선으로 판단해 보건대 세 명의 초상화를 제외한 효룡의 초상화를 그린 사람은 다른 사람인 모양이었다.

“크오오오….”

사내는 머리가 부서질 듯한 괴로움에 신음성을 토해냈다.

그의 콧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기묘한 향기와 심령을 뒤흔드는 소리가 그의 시선을 초상화들로부터 떼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초상 화의 그림들이 그의 뇌리 속 깊숙이 각인되었다.

다시 노인의 입이 열리며 힘있는 말이 흘러 나왔다. 지금 노인은 말로써 상대의 심령을 제압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식사와 함께 먹인 초혼(招魂丹)이나 섭혼향 (攝魂香), 그리고 광혼령(狂魂鈴)은 말을 돕기 위한 부수물에 불과할 뿐이었다.

“누구냐? 이들은?”

“크으으으…… 적(敵)! 죽여야 할 자!”

노인의 눈에 맺힌 요광이 더욱 새파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의 초혼섭령술(招魂攝靈術)이 절정에 들었다는 표시였다. 언제 보아도 흥미진진하고 오싹한 광경이 라고 뚱뚱한 노인은 생각했다.

“무엇이냐? 너의 할 일은?”

“멸(滅)!”

사내가 대답했다. 이제는 쇠사슬의 쩔그렁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반항을 멈춘 것이다.

이제 노인의 말이 사내의 심령을 완전히 제압한 것이다. 노인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디냐? 네가 가야 할 곳은?”

갈갈이 찢겨진 초상화 조각이 감옥 안에 흩날리는 가운데 사내가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내뱉었다. “무(武), 당(當), 산(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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