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6권 41화 – 상봉 (6권 끝)

비뢰도 6권 41화 – 상봉

상봉

-운명의 장난

효룡은 보았다.

피처럼 붉은 도기(刀氣)가 사납게 세상을 난자(刺)하는 모습을!

사나운 맹수가 세상을 거침없이 할퀴고 지나간 듯한 처참한 광경!

이런 잔흔이 가능한 도법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었다.

“굉천혈영도법(轟天血影刀法)!”

이 사나운 도권에 휘말린 주작단원들이 몸에 상처를 입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큰 상처 없이 생명을 부지한 것만 해도 주작단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능히 짐 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굉천혈영도법이란 말에 모두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나타낸 이는 청흔이었다.

“서…설마……. 신마도(神魔刀) 굉천혈영도법! 설마 무신마 갈중혁의 독문도법이란 말인가!”

무신마 패천도 갈중혁! 무신 태극신군 혁월린과 함께 천겁혈세를 막아낸 살아 있는 무림의 신화였다.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 천겁령을 상대할 무공을 만들어 내 기 위해 은거하고 있다는 출처 모를 소문만이 나돌고 있을 뿐이었다.

흑도인이면서 백도의 존경을 받는 몇 안 되는, 아니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도성(聖) 하후식조차도 도에 관해서 한 수 접어 준다는 인물이 바로 그였다.

무신마(武神魔) 패천도(天刀) 갈중혁(葛重爀)!

결코 가벼운 무게를 지닌 이름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의 이름이 여기서 자신들의 길을 가로막는 것인가? 청흔은 그게 의아스러웠다.

“어떻게 알아볼 수 있었나?”

근 50년 동안 타인 앞에서 펼쳐진 적이 없다는 환상의 도법이었다. 그런데 일 학년 애송이가 첫눈에 알아보다니? 의문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청흔이 바라보니 효룡은 전신을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었다.

‘두려워하고 있는 건가?”

청흔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 효룡의 귀에는 주변의 아무 소리도 들려 오지 않고 있었다.

‘어, 어떻게……! 어떻게 저 도법이 여기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효룡의 심장이 터질 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온몸의 피가 머리 끝으로 쏠리는 느낌이었다. 등이 축축하게 젖어 왔다.

“대답을 하게!”

청흔이 언성을 높였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닐 것 같은데요?”

모용휘의 손가락이 아직도 자욱히 일어난 먼지가 가라앉지 않은 곳을 가리켰다. 방금 전 은하유성검법(銀河流星劍法)의 일초와 굉천혈영도법의 일초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저벅저벅!”

자욱한 먼지 속에서 지금 한 사람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길이도, 모양도 똑같은 두 자루의 도!

효룡은 절망을 맛보아야 했다.

굉천혈영도법이 분명했다!

오싹!

순간 효룡은 절대 저것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감(豫感)!

저것은 불길했다. 자신이 이제껏 쌓아왔던, 그리고 한편으로는 외면했던 세계를 완전히 붕괴시킬 수 있을 만큼 불길한 존재였다. 갑자기 가슴 한 구석이 아려 왔 다.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 나왔다.

먼지가 걷히고 그 사람의 얼굴이 점점 드러날수록 점점 더 효룡은 난마처럼 뒤엉키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가슴이 미어졌다.

이건 꿈이야! 이건 환상이야! 이런 게 진짜일 리 없잖아! 터질 듯한 가슴으로 수십 번 마음 속으로 되뇌었지만 현실은 비정하기만 했다. 누군가가 나타나 자신의 눈 앞에 다가오고 있는 현실을 부정해 주기를 바랐다.

‘이건 꿈이야!’라고!

마침내 시계(視界)를 방해하는 자욱한 먼지가 걷히고 쌍도를 든 괴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형!”

효룡의 양손에 들린 쌍검이 힘없이 바닥에 꽂혔다.

“툭!”

<『비뢰도』 7권에서 계속>